SSS 상태창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완결

밥먹고하죠
작품등록일 :
2019.06.24 17:52
최근연재일 :
2019.09.29 10:05
연재수 :
110 회
조회수 :
474,819
추천수 :
7,282
글자수 :
603,111

작성
19.09.22 10:05
조회
1,542
추천
24
글자
12쪽

#100 끝까지

DUMMY

“정말...이게 다?”

“예. 트리네타리움으로 만든 무기입니다.”

“엄청나군.”


보급창고에 산더미처럼 쌓인 군수물자를 본 대통령이 감탄했다. 6일 동안, 전 세계 기업이 생산해낸 군수물자의 양은 예상을 뛰어넘었다. 이 정도면 한국의 육해공군을 전부 포함해 80%는 무장시킬 수 있는 물량이었다.


“...이걸 그 사람이 다 보낸 게 맞는가?”

“예. 이만한 트리네타리움을 가진 조직은 없습니다. 서범준 헌터가 보낸 것이 맞습니다. 그가 남긴 쪽지와 발주 업체에 해준 사인의 필체도 일치하고, 헌터 등록청의 서류와 비교해도.,,똑같았습니다.”

“알다가도 모르겠군.”


서범준.


정말 아리송한 인간이었다. 평범한 서민이 갑자기 헌터 일을 하고, 구원자로 불리더니만, 얼마 전엔 최악의 범죄자가 되었다. 그런데 그로부터 이틀 후. 그는 느닷없이 막대한 트리네타리움을 한국에 쾌척했다.


각종 군수물자 기업에 의뢰해, 합금처리까지 해놓은 채로. 그 덕에 한국은 적어도 C급 이하 균열의 몬스터만큼은 쉽게 대처할 수 있는 군사력을 가지게 되었다.


‘대체 왜?’


대통령은 한참을 고민했지만, 명확한 답은 내놓지 못했다. 백화영 헌터도 그렇고 서범준 헌터도 그렇고. 한국의 헌터들은 유달리 종잡을 수 없는 짓을 한다.


“그나저나, 어쩌시겠습니까?”

“내일 그것 말인가?”

“네...서울이 한 순간에 엉망이 될 수 있다고...”

“대비는 해놓아야겠지.”


서범준이 남긴 것은 트리네타리움 무기만이 아니었다. 날짜로 치면, 내일. 서울이 망가질 수 있다는 예언을 함께 남겼다. 근거 하나 없는 주장이었지만 대통령은 그 말을 허투루 듣지 못했다.


쪽지를 받은 게 비단 한국뿐이 아니기 때문이다. 전 세계의 정부 단체도 이와 같은 쪽지가 날아들었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일주일 뒤에 서울에 헌터 및 트리네타리움 무장 병력을 끌고 오라고.


“반응들은 어떻던가?”

“모든 국가가 무시했습니다. 이탈리아를 제외하고는...”

“이탈리아..?”

“정확히는 이탈리아 정부가 아니라 아바트레베아라는 기업이 길드 헌터들을 고용해 보내왔습니다.”

“아, 군수와 공방 모두 최고라는 그...”

“네. 일이 터지면 도움을 드릴테니 서범준 헌터의 정보를 요청하더군요.”

“그의 능력이 탐나는 건 이해하지만...그쪽도 소식을 들었을텐데?”

“그게...별난 요청이었습니다. 서울에 헌터들을 파견할테니, 말을 좀 전해달라고...”

“무슨 말을?”

“‘전화번호가 다르잖아요. 이번에 꼭 제대로 알려주세요!’라고...”

“......?”

“저도 의미는 모르겠습니다만, 아무튼 그렇습니다.”

“알겠네. 모든 건 내일이 되면 알겠지.”


***


날이 밝았다. 전 세계에, 그리고 서범준에게 경고를 했던 날. 서울을 기점으로 한국에 재앙이 닥칠 날이다.


신민아는 아침 해가 본격적으로 지상을 밝히자, 서울, 광화문 광장 상공에 나타났다.


현재 시각 8시 10분.


광장은 꽤 많은 이들이 갈 길을 가고 있었는데, 안색은 꽤나 편안해보였다. 사실 당연하다면 당연하다. 근 일주일간. 신민아는 ‘준비’를 하느라 마나를 아껴야 했고, 그 탓에 한국을 비롯해 많은 국가의 균열을 줄여왔다.


C급 이상은 완전히 없앴고 D급 이하도 30%이상 없앴으니...저들 입장에서야 그야 말로 기적이었을 터다. 균열과 몬스터 때문에 나라가 아예 망해가는 와중. 마치 신이 한 번의 기회를 더 주겠다는 듯 균열이 급속도로 잦아들었으니까.


“뭐...그것도 다 오늘로 끝이지만.”


신민아는 슬며시 웃고 스킬을 발동했다.


-마나가 18721 소모되었습니다.


마나가 빠져나가고, 한국 및 세계 각 대도시에 커다란 숫자와 대형스크린 수백 개씩이 나타났다.


먼저, 23:59:59이라 쓰여진 숫자는 타이머였다. 전 세계는 몰라도, 한국은 확실하게 멸망하는 카운트다운을 표시하는 타이머. 그 타이머는 1초씩 천천히 줄어들었다. 저 1초가 60번이 지나면, 화면에도 영상이 들어올 것이다.


사람들은 저것으로, 자신들이 망하는 과정을 실시간으로 감상하게 될 예정이다. 물론, 어떻게든 살아있다는 가정 하에.


“좋아. 됐고.”


세팅을 마치는데, 밑에서 웅성웅성대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래서 아래를 보니, 사람들이 위쪽을 쳐다보고 있었다. 다 양복을 입거나 서류가방을 든 사람들. 균열이 저무니 다시 일을 나가다가, 우연히 하늘을 본 것 같았다.


그들은 손가락으로 위를 가리키거나, 핸드폰으로 사진이나 영상을 찍었다.


주변을 잘 둘러보니, 군복을 입은 몇몇이 심각하게 얼굴을 굳히기도 했다. 신민아는 그런 인간군상들에게 살랑살랑 손을 흔들어주었다.


‘그래도...범준이의 말을 아예 허투루 듣지는 않았네?’


서범준은 한국에 경고를, 자신은 전 세계에 협박을 했다.


그는 아마 사람들을 대피시키라고 했을 테지만, 한국 정부는 그 말을 듣지 않았다. 뭐, 사실 한국 정부로서도 어쩔 수 없었을 것이다. 기껏 희망에 부푼 국민들에게 불확실한 근거로 찬물을 끼얹을 수는 없을 테니까.


그렇게 그들은 경고를 일축했다...만, 아예 무시해버리기도 그랬는지 저런 잡졸 군인들을 보내기는 했다. 앞으로 일어날 일에 비하면 참 어설픈 대처지만, 사실 이것도 의외다. 이탈리아를 제외한 전 세계는 자신의 메시지를 싹 무시하고 코웃음까지 쳤으니까.


‘그게 정상인데.’


상식적으로, 그따위 쪽지 하나 믿고 인력 파견하는 게 말도 안 되는 일임은 맞다. 그리고 신민아가 노리던 것은 바로 그 상식이었다. 이 상식 덕분에, 소설 「게이트 속 그녀」의 인상깊었던 장면을 재현할 수 있게 되었으니까.


‘의지 전달.’


-마나가 2197 소모되었습니다.


소통용 스킬까지 사용해 신민아는 준비해놨던 멘트를 쳤다. 대충 니들은 내가 보낸 경고를 무시해왔고, 그 때문에 험한 꼴을 당할 것이라는 윽박 비스무리한 대사였다.


‘말하고 나니, 이거 엄청 오글거리네.’


외운 대사를 줄줄 다 읊은 후에야, 신민아는 툴툴거렸다. 역시 소설과 현실은 다르구나. 하는 것을 알았다.


‘그래도 할 건 해야지.’


1분이 지나자 화면에 불이 들어왔다. 화면에 비춰진 수백 개의 영상. 그 영상들은 하나같이 하늘을 비추고 있었다.


한국처럼 아침 해가 쨍쨍한 하늘. 먹구름이 껴 흐린 하늘. 비가 내리고 천둥이 치는 하늘. 노을 빛에 젖은 하늘. 별이 없기도, 많기도 한 밤하늘. 그 가지각색의 하늘의 중심에서 균열이 열렸다.


균열에서 나온 것은, 몬스터가 아닌 운석이었다. 정해둔 지역만을 파괴하기 위해, 철저히 질량과 속도를 계산해서 만들어진 돌덩어리들. 그것들이 긴 꼬리를 그리며 타격점으로 날아가고 있었다.


“뭐야?”

“저기 뉴올리언스 아냐?”

“맨 오른쪽 건 프랑스의 리옹...같은데?”


화면이 각도를 바꿔 도시와 운석을 비추자 밑에서 웅성웅성대는 이들 몇몇이 정답을 말했다. 운석이 충돌하는 지점은 수도를 제외한 각국의 유명한 관광도시들. 그곳을 한꺼번에 날려버릴 참이었다.


깡!


“아. 왔어?”


신민아는 그것을 감상하다 뒤를 돌아보았다. 그곳에는 악의가 줄기줄기 뻗친 눈을 한 서범준이 있었다.


깡!


서범준이 재차 검을 뿌렸다. 검날은 파랗다 못해, 검푸른 색이었다. 단순한 검술이 아닌, 다른 스킬이 된 듯해 신민아도 스킬을 사용했다.


‘주시하는 눈.’


스킬을 쓰자, 다양다각한 정보가 쏟아졌다. 그의 상태창은 물론, 생각, 감정, 시선까지 전부.


파직! 파직!


SS급 검술에, ‘최후의 일격’까지 가미된 검은 신민아를 둥굴게 감싼 배리어를 누르며 들어왔다, 칼날은 마구 스파크를 튀기면서도 안으로 전진했고, 가장 바깥의 배리어는 벌써 금이 가기 시작했다.


‘과연.’


‘배리어’나 ‘검술’이나 똑같은 등급이지만, 차이는 분명히 있다. 그건 스텟 때문이다. 검술 같은 피지컬적인 스킬은 힘, 민첩, 체력에 영향을 받는다. 스킬의 등급 만큼은 아니지만, 이 스텟도 스킬의 위력에 무시못할 변수가 된다.


그래서 서범준의 검술과 배리어가 같은 등급임에도, 차이가 많이 나는 것이다. 아무리 높아도 일정수준 이상 지적 수준이 올라가지 않는 ‘지능’. 지능은 바로 이것 때문에 존재하는 스텟이었다. 피지컬이 아닌, 순수 마나에 의존하는 스킬들의 성능을 높여주기 위해서.


카가가가강!


날이 계속 들어오는 걸 빤히 보면서, 신민아는 수족을 소환했다. 10여년 전에 붙잡은 인형인 백화영이 냅다 세검을 내찔렀다. 서범준이 검봉을 피해 몸을 날리는 순간. 수백 개의 화면이 동시에 새하얗게 점멸했다. 운석이 충돌한 것이다.


심장까지 닿는 폭음이 터지고, 영원할 것 같던 화면의 빛의 잦아들었다. 빛이 사라진 후. 다양한 색채가 감돌던 도시는 어디 가고 붉은 불꽃만이 휘날리는 폐허만이 화면마다 들어차기 시작했다.


거대한 크레이터와 가루가 된 도시. 신민아는 그걸 죽 둘러보고는 입을 열었다.


[1시간 주지. 이번에도 제때 오지 않으면, 수도를 없애버릴 거야.]


경고보단 통보에 가까운 선언을 한 신민아는 밑을 내려다보았다. 그곳엔 죽일 듯이 노려보는 서범준이 있었다. 그 모습이 무척 가소로웠다.


‘아직도 포기를 안 했네?’


그는 아직도 희망을 가지고 있었다. 자신에게서 남은 팔찌를 마저 뺏으면, 어쩌면 그 여자를 살릴 수 있다는 헛된 희망 따위를 품고 있었다. 신민아는 그런 그에게 손을 뻗었다. 지금부터 서범준에게, 그게 얼마나 허황된 바람인지 각인시켜 주리라.


‘염동력.’


-마나가 127,982 소모되었습니다.


서범준과는 달리, 생각만으로 스킬을 쓸 수 있는 신민아가 스킬을 발동하자, 광화문 일대의 건물 전부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쿠그그그그그긍!


석벽 갈라지는 굉음과 함께, 광화문 광장 양옆이 휑해졌다. 무게만 수천 톤에 높이도 30미터를 훌쩍 넘는 건물들이...아래가 쩍 벌어지더니 일제히 하늘로 떠올랐다. 떠오른 건물들은 사람들을 양껏 머금은 채 천천히 회전했다.


그 비현실적인 정경에 광장의 사람들은 멍하니 하늘을 올려다보았고, 마침 회전이 멈췄다. 건물 옥상들이 지상을 향해 비스듬하게 기우는 그 순간. 건물들이 화살 세례처럼 꽂혔다.


꽈아아앙-! 꽈아아앙-! 꽈아아앙-!


비명조차 지르지 못한 이들이 대다수였다. 압도적인 질량의 폭풍이 사람을 마구 터뜨리고 대지를 짓뭉갰다. 운 좋게 건물에 맞지 않은 이들이라도, 사방에서 방출되는 충격파와 파편더미들에 짓이겨져 먼지처럼 흩어졌다.


“파하하하하하!”


신민아는 웃었다. 엑스트라 따위야 장식에 불과하니 뒤지든 말든 상관없지만, 서범준의 표정이 너무 웃겼다. 저리 얼빠진 표정이라니. 저리 일그러진 얼굴이라니.


‘그런 걸 보여주면...더 하고 싶잖아.’


그녀의 주변이 음영이 지며, 균열 십수 개가 나타났다. 거기서 대가리를 들이민 건 고층 아파트들. 아까보다 훨씬 질량이 있는 것들이니, 더 화려한 연출이 가능할 것이다.


“부디, 쉽게 꺾이지 말아줘.”


충분히 숙성시켜야 너의 절망은 더 달콤해질테니.


탕!


제2파를 쏟아내려는데, 배리어가 울렸다.


고개를 돌려보니, 무려 1km 너머의 누군가가 자기 몸 만한 저격 총을 쥐고 있었다. 팔찌로 ‘헌터물 세계’를 만들기 위해 임의로 뿌렸던 헌터 인자의 수혜자 중 하나. 그 수혜자 중 최고위를 달리는 헌터가 자신을 노리고 있었다.


“흥 깨네...”


그녀는 바로 아파트 하나로 응전하려다 말았다. 그 대신 그가 재차 사격을 가할 때, 아파트를 방패로 삼았다.


카앙! 퍽!


타이밍에 맞춰 나타난 아파트가 나타났다. 그에 총격은 베란다 창문을 깨부수고, 그 안에 갇혀있던 어린아이 하나를 피떡으로 만들었다. 헌터도 그 광경을 봤는지, 눈이 흔들렸다.


서범준이 사람을 죽였을 때와 매우 흡사한 표정. 하지만 그걸 보는 신민아는 아무런 감흥이 없었다. 그저, 다시 한번 확인했을 뿐이었다. 자신은 서범준이 아니면 안 된다는 걸.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SSS 상태창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죄송합니다. 19.09.25 1,190 0 -
공지 죄송합니다. 업로드가 늦을 것 같습니다. 19.09.17 325 0 -
공지 오늘은 업로드가 늦을 것 같습니다 19.08.18 487 0 -
공지 연재 시간은 매일 오전 10시 5분으로 정했습니다. 감사합니다! +2 19.07.04 3,628 0 -
110 #107 어느 오후(完) +8 19.09.29 2,286 28 18쪽
109 #106 The day after +1 19.09.28 1,579 21 11쪽
108 #105 마지막 +1 19.09.27 1,552 23 12쪽
107 #104 본모습 19.09.26 1,538 25 13쪽
106 #103 최후의 수단 19.09.26 1,474 18 11쪽
105 #102 차이 19.09.24 1,504 25 13쪽
104 #101 가능과 불가능 19.09.23 1,542 19 12쪽
» #100 끝까지 19.09.22 1,542 24 12쪽
102 #99 선전포고 19.09.21 1,579 24 12쪽
101 #98 상실 +1 19.09.20 1,593 27 11쪽
100 #97 돌아올 수 없는 19.09.19 1,673 28 12쪽
99 #96 나락 +1 19.09.18 1,755 27 11쪽
98 #95 충동 +2 19.09.17 1,815 31 13쪽
97 #94 보고 싶었어. 19.09.17 1,778 28 12쪽
96 #93 지독하다.. +1 19.09.16 1,843 31 13쪽
95 #92 전력 차 +3 19.09.15 1,908 32 11쪽
94 #91 해 묵은 악연 19.09.14 1,902 37 13쪽
93 #90 너 누구야. +4 19.09.13 1,870 37 12쪽
92 #89 왜...? +1 19.09.12 1,846 34 11쪽
91 #88 꼴이 왜 이래? 19.09.11 1,910 33 12쪽
90 #87 돌아가자 +2 19.09.10 1,895 38 10쪽
89 #86 말싸움 +1 19.09.09 1,921 35 13쪽
88 #85 해방 +2 19.09.08 1,950 38 13쪽
87 #84 상실 +1 19.09.07 1,896 36 12쪽
86 #83 작전 실패 19.09.06 1,953 35 13쪽
85 #82 도주 19.09.05 2,023 41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