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진 자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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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2월29일생
작품등록일 :
2019.06.26 04:57
최근연재일 :
2020.05.21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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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7.0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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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하나의 인연 - 10

DUMMY

마이론홀드 마법학교. 헤르가르트 대륙에서 가장 유능하고 실력 있는 마법사들을 배출해 내는 마법학교다. 상대적으로 미트러스 대륙에 비하면 보잘 것 없는 수준의 마법이지만 헤르가르트 대륙 내에서는 최고라고 칭하는 곳이 바로 이 곳 마이론홀드 마법학교이다.


그렇기에 국가 간 세력 다툼 속에서도 섣불리 마이론홀드 왕국만큼은 건드릴 수가 없다. 강력한 마법의 힘을 바탕으로 700년이 넘는 세월동안 강대국의 자리를 고수하고 있는 곳이 바로 마이론홀드 왕국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 마이론홀드 마법학교가 있다. 이 마이론홀드 마법학교의 한 교수실에서 두 사람이 마주 앉아 심각하게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이번 학기에는 성적이 많이 떨어졌구나. 그 동안 말 안하고 있었는데 최근 수업도 빼 먹는 경우도 많고, 자주 밖에 나가는 거 같더구나. 네가 귀족 출신이라면 이보다 못한 성적을 유지하고 있더라도 궁정 견습 마법사로 들어갈 수 있다만 한스 너는 평민이라 학교 내에서 최고의 성적을 유지해야 네 꿈을 이룰 수 있을 거다. 요즘 자주 외출을 하던데 혹시 집에 무슨 일이라도 있는 거냐?”


어깨가 움츠러들고 잔뜩 주눅이 든 한스가 눈치를 보다 대답을 했다.


“아닙니다. 별 일 없습니다. 그냥 세상 돌아가는 것도 알고 싶고 그래서······.”


“그건 졸업 후에도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란 걸 왜 모르느냐. 이제 1년 남았으니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야 궁정 견습 마법사로 내가 추천해 줄 수 있을 거야. 이번 방학동안 모자란 부분에 대해 열심히 공부하도록 해라. 너를 믿고 있다만 그래도 항상 공부를 게을리 하면 안 된다는 걸 명심하면 좋겠구나.”


“네. 교수님 말씀 새겨듣도록 하겠습니다.”


“그래. 이만 가 보거라. 다음 학기에 보자꾸나. 방학이라고 너무 놀지만 말고.”


“네.”


한스는 케이어 교수님이 면담을 하러 오라 했을 때 이미 이런 얘기가 나올 줄 예상하고 있었다. 무슨 변명을 해야 할지 딱히 떠오르지 않던 한스는 이럴 때 서지터라도 있었으면 위기를 쉽게 모면 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을 했다.


대충 얼버무려 다행히 혼나지 않고 넘어가기는 했지만, 아마도 케이어 교수님은 최근 공부에 소홀한 것이 서지터와 카데스를 만나러 나간 것을 알고 있을지도 몰랐다. 그래도 단 한번 큰소리치지 않으시고 차분하게 타일러 주시는 교수님이 항상 고마웠다.


만약 이 자리에 한스 대신 서지터가 있었더라면 최소한 건물 몇 개는 부서져 없어졌을지도 모른다.


“후우, 두 달뿐인 이번 방학은 공부를 하면서 얌전히 보내야하나?”


이미 셋은 한스의 방학 때를 맞춰 수상쩍은 일을 꾸미고 있는 중이었다. 이런 재미난 기회를 쉽게 놓쳐 버릴만한 한스가 아니었다. 학교 내에서의 이미지는 그냥 조용한 공부벌레 왕따일 뿐이었으나, 그의 친구인 서지터와 함께 하면 쉽게 동화가 되어버리고 만다.


조금 이른 겨울방학동안 대부분의 학생들은 집으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 몇 몇 성적이 낮아 낙제가 된 학생의 경우는 방학의 절반 동안은 학교에 머무르며 낙제된 과목을 메꾸어야 다음 학년으로 올라 갈 수 있다.


한스의 경우는 집이 이 곳 수도이긴 하지만 방학의 대부분을 학교에서 보내왔다. 이유는 아무래도 집에 가게 되면 입 하나가 늘어나 어머니의 부담이 늘어날까봐 걱정이 되어서다.


하지만 이번에는 사정이 다르다. 필토상점의 주인인 필토 아저씨가 갑작스레 급한 일이 생겼다며 얼마 전에 가게 문을 닫아 버렸다. 그리고 당분간 이 곳에 없을 테니 집과 가게를 잘 보라는 말만 남기고 사라져버렸다. 물론 서지터는 결사반대를 외치며 못 가게 했지만 필토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가 급히 떠난 후, 서지터는 몰래 가게를 열고 장사를 해서 돈을 모아볼까도 생각해보았으나 바른생활 사나이인 카데스에 의해 그 계획은 물거품이 되었다. 어찌되었건 둘은 필토 아저씨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백수의 몸이 되어 버렸다.


당분간 먹고 살 일이 걱정도 되었고 레일라에게 진 빚도 갚아야 했기에 생각해낸 것이 이번 일이다. 그렇게 둘은 한스가 방학을 하기만 학수고대하며 기다려왔다. 그래봐야 한스가 여유롭게 시간을 함께 보낼 기간은 열흘 남짓이지만 말이다.


덕분에 한스는 이번 방학만큼은 마법학교가 아닌 필토상점에 딸린 집에서 보낼 수 있게 된 것이다.


“대충 거기 가서 볼 책들은 챙긴 거 같고. 뭐 빼먹은 건 없겠지?”


한스는 방으로 돌아와 머리를 긁적이며 필토의 집에서 볼 책들과 옷가지들을 챙기고 있었다. 대충 짐 정리가 된 거 같이 느낀 한스는 가방하나를 짊어지고 또 다른 가방 하나를 어깨에 들춰 메었다.


“이거 생각보다 많네. 걔들을 오라고 할 걸 그랬나?”


한스는 비록 책들 무게에 힘은 들었지만 마음만큼은 가볍게 학교를 빠져나갔다. 가방무게에 애를 먹으며 언덕 아래를 다 내려갔을 때 즈음 아래에 서지터와 카데스가 기다리고 있는 것을 보고 한스는 둘에게 손을 흔들어 보였다.


“얘들아!”


“너 지금 뭐냐? 어디 이사가? 무슨 짐이 그렇게 많아.”


“아니 그게······. 이번 학기에 성적도 좀 떨어지고 공부해야 할 것도 많고 해서······”


“뭐야. 그럼 그게 다 책이야?”


“응.”


서지터는 무슨 책방이라도 차릴 거냐며 구박을 주기 시작했고, 카데스는 말없이 가방하나를 빼앗아 짊어지었다.


“그래서 내가 너 수업 땡땡이 치고 오지 말라고 노래를 불렀잖아. 왜 이 형님 말을 안 들어서 사서 고생하는 거야. 성적 떨어진 거 내 탓으로 돌리지 마. 내가 너 올 때마다 쫓아내려고 애쓴 거 여기 카데스가 증인이다.”


서지터는 한스가 메고 있던 나머지 가방 하나를 빼앗았다. 하지만 여전히 툴툴거리며 한스에게 잔소리를 하고 있었다.


“그거 그냥 줘. 내가 들고 갈게.”


“내가 그 동안 꾸준히 체력 단련한 몸이신데 이 정도는 우습다. 우스워.”


“그럼 카데스. 그거라도 줘. 내가 들고 갈 테니까.”


“괜찮아. 별로 안 무거워.”


벌써 두 달 가까이 카데스를 알고 지내왔지만 도무지 한스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저렇게 성격이 다른 두 사람이 같이 지낸다는 것이 신기할 뿐이었다.


서지터는 한시라도 말썽을 안 부리면 못 참는 아이에다가 말은 어찌나 그리 많은지, 오랜 시간 함께 지내온 한스도 가끔 적응이 안 될 때가 있었다.


하지만 카데스를 그 동안 지켜 본 바로는 차분하고 조용한 성격의 소유자였다. 처음 만났을 때의 카데스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얼마 전 한스는 카데스에게 처음 만났던 날 울컥해서 소리 지르고 칼까지 뽑아들었던 사건에 대해 물어본 적이 있었다. 이렇게 말수도 적고 조용한 카데스가 그 때는 왜 그랬는지 말이다.


한스에게 돌아온 대답은 3일 동안 아무것도 먹질 못해 배가 고파 신경이 예민해져 있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 대답을 들은 한스는 생각했다. 카데스는 굶기지만 않으면 정말 좋은 녀석이라고.


“카데스는 요즘 어때? 쟤 때문에 피곤하지?”


“아니, 괜찮아.”


“단 둘이 있어서 피곤할 거 같은데. 쟤 가만히 있으면 미쳐버리는 애야. 하루라도 사고를 안 치면 큰일 나는 녀석이지.”


“지낼 만 해.”


카데스는 살짝 미소를 지어주었다.


필토가 가게 문을 닫고 떠날 때 둘에게 숙제를 내주었다. 꾸준히 체력 단련과 오전, 오후 2시간씩 대련을 하며 기량을 늘리라는 협박에 가까운 숙제였다. 한스의 생각과는 달리 검술을 배우는 것에 재미를 붙인 서지터는 사고 따위는 치지 않고 열심히 실력을 쌓고 있었다.


못 미더워하는 한스를 향해 서지터가 팔꿈치로 툭 치며 인상을 썼다.


“이게! 날 뭘로 보고. 요즘 내가 이렇게 무언가를 열심히 해본 적이 정말 오래간만이야. 아마 1~2학년 때 이후에 처음일걸? 솔직히 마법 배우는 것보다 검술 배우는 게 더 재밌어.”


“설마. 너 사고 칠 때도 엄청 열심히 했잖아. 상상을 초월했지. 카데스! 내가 그 얘기 했었나? 얘 옛날에 학교에다 불 지른 적도 있어.”


“정말?”


“응. 무슨 과목이었더라? 실습하는 수업 시간에 불 질러서 난리난 적도 있다니까? 물 뿌리고 교수님이 마법으로 불을 끄려고 했었는데도 안 꺼져서 전교생 다 대피하고 2층 정도 태워먹은 적이 있지. 너 그거 어떻게 한 거였어?”


서지터는 맑은 하늘을 올려다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한 동안 잊고 지냈던 사건이었지만 다시 한 번 한스가 상기시켜줬기에 그 날의 기억이 떠올랐다.


“7학년 때 변화 계열 마법 수업 시간이었지. 솔직히 불이 안 꺼질 줄은 몰랐다. 단지 나무 재질의 책상이나 의자들이 가지고 있는 마나의 흐름과 파동을 이용했을 뿐이었거든. 그 때 수업하던 교수님이 불 끄실 줄 알았지. 2층이나 태워먹을 줄 내가 알았나?”


“참 잘나셨어요. 그놈의 마나의 흐름과 파동이 대체 뭔데.”


“말해줘도 넌 모르잖아.”


10년 넘게 끊임없이 들었던 마나의 흐름에 대해 한스는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서지터는 언젠가부터 마나의 흐름과 파동에 대해 이야기를 해왔었다.


모든 에너지, 즉 마나가 각자의 흐름과 파동이 존재하고 그걸 읽어 낼 수만 있다면 마법을 보다 손쉽게 구현해 낼 수 있다는 서지터만의 이론이었다. 도서관의 그 어떤 책에도 나와 있지 않는 주장이었다.


“난 서지터가 마법을 쓴 걸 본 적이 없어서 마법학교 출신이란 게 아직도 믿기지 않아.”


“나 이제는 마법 못 써. 다 까먹었어. 하지만 마법학교 다녔다는 것도 사실. 히히.”


공식적으로 재학 시절 마법을 하나도 쓸 수 없다고 알려졌지만 퇴학을 당하기 전까지 서지터는 몇 가지 마법을 실제 쓸 수 있었다.


주로 한스를 괴롭혔던 학생들에게 골탕을 먹이기 위해 익혔던 마법들이었고 더 이상 쓸 생각도, 쓰지도 못하는 상황이었다. 스스로 마나를 다룰 수 있는 힘을 거부했으니 말이다.


신성 마법처럼 성직자가 섬기는 신에 대한 절대적 믿음을 잃게 되면 힘이 줄어들거나 더 이상 신성 마법을 쓸 수 없는 것과 비슷한 이치였다.


“그렇구나.”


“쓸데없는 얘기는 그만하고 이제 우리 계획에 대해서 심각하게 생각을 해야 할 때야. 악독한 레일라한테 돈을 갚으려면 반드시 이번 일을 해결해야 돼. 한스 너도 당장은 학비 걱정 없으니까 무조건 돈 벌어서 보태.”


“그래, 알았어. 그보다 네가 걱정이다. 사고만 치지 말아줘 제발.”


“걱정 쫌!”


일도 시작하기 전에 걱정부터 앞서는 한스 때문에 서지터가 소리를 질렀다. 그런 둘을 보며 카데스가 마음 한편에 불편함이 가득 자리 잡았다.


“너희한테는 미안해. 나 때문에 너희까지 피해를 입고 빚까지 진 셈이니까.”


카데스의 낯빛이 어두워졌다. 자신이 두 사람과 만나지 않았더라면 레일라에게 빚을 지지도 않았을 것이고, 지금보다 더 편하게 지낼 수 있었을 것이다. 고아나 다름없는 카데스에게 큰 의지가 되어주는 친구들임은 틀림없었지만 여러모로 피해만 끼치는 거 같아 마음이 무거워질 수밖에 없었다.


“됐네요. 나중에 우리 중에 누가 힘든 일 겪으면 그 때 가장 먼저 나서서 도와줘. 그럼 되잖아. 한스. 안 그러냐?”


“그래. 얘 말이 맞아. 언젠가 우리도 너한테 도움을 받을 날이 오겠지. 너무 신경 쓰지 마.”


“고마워.”


세 친구는 다시 한 번 우정을 확인하며 천천히 필토 상점으로 향했다. 비록 카데스와 알게 된지 그리 오래되진 않았지만 서지터와 한스는 누구보다 좋은 친구들이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많은 피드백과 충고, 오타 지적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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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8 14화 슬픔은 가슴에 묻고 - 8 20.05.01 56 1 12쪽
267 14화 슬픔은 가슴에 묻고 - 7 20.04.30 60 1 11쪽
266 14화 슬픔은 가슴에 묻고 - 6 20.04.29 57 2 14쪽
265 14화 슬픔은 가슴에 묻고 - 5 20.04.28 64 2 11쪽
264 14화 슬픔은 가슴에 묻고 - 4 20.04.27 63 2 12쪽
263 14화 슬픔은 가슴에 묻고 - 3 20.04.25 67 1 19쪽
262 14화 슬픔은 가슴에 묻고 - 2 20.04.24 78 2 11쪽
261 14화 슬픔은 가슴에 묻고 - 1 20.04.23 74 2 14쪽
260 13화 거짓된 역사 - 21 20.04.22 58 2 14쪽
259 13화 거짓된 역사 - 20 20.04.21 65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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