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진 자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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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2월29일생
작품등록일 :
2019.06.26 04:57
최근연재일 :
2020.05.21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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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27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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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화 슬픔은 가슴에 묻고 - 4

DUMMY

트리스미스에 복귀하는 몬스터들을 확인하고 새벽에 숲으로 돌아온 하얀 늑대 대원들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숲에 남았던 다섯의 검은 늑대 대원들이 싸늘한 주검이 되어 바닥에 나뒹굴고 다른 검은 늑대 대원들은 눈에 띄지 않았다.


다른 정찰 임무를 맡았던 25명의 하얀 늑대 대원들은 사실 이 일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다. 각각의 개인 성향을 잘 알고 있던 히트니는 이 일에 반대할 대원들을 골라 일부러 다른 곳으로 보내 버린 상태였고, 그의 말을 잘 따르던 다른 대원들과 함께 검은 늑대를 죽음으로 내몰았다.


이 사실에 대해 모르고 있던 대원 중에서는 하얀 늑대의 부대장 콜리언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는 생각지도 못한 상황에 히트니 대장에게 달려가 상황을 듣기 위해 물어보았다.


“대장! 대체 어떻게 된 겁니까?”


“빨리 출발 준비를 해. 이미 다크 스컬이 전부 눈치채고 있었어.”


“네? 그럼 다른 검은 늑대 대원들은요!”


“나와 다른 대원들이 숲에 돌아왔을 땐 이미 다섯은 전부 죽어있었다. 우리도 이상하다는 직감에 서둘러 검은 늑대 대원들이 간 동굴로 향했지만, 그 마을에서 모두 몰살된 후였다. 완벽하게 우리 계획이 다크 스컬에게 들켰어. 빨리 돌아가 단장님께 보고해야 해.”


“대장! 그게 말이 됩니까? 검은 늑대가 몰살되다니요! 그럼 시체! 시체라도 가지고 돌아가야죠! 그리고 필과 커트는?”


“둘은 당했다. 우리도 간신히 빠져나왔어. 콜리언! 서둘러라. 우리도 몰살당하고 싶지 않으면 말이야. 게다가 다크 스컬이 직접 나타났다면 제아무리 강한 검은 늑대들이라 할지라도 이기기는 쉽지 않아.”


“젠장! 모두 짐을 챙겨 돌아간다! 서둘러라!”


콜리언은 그들을 죽음으로 내몬 것이 자신의 대장이라는 사실을 꿈에도 모른 채 서둘러 대원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그 모습을 안타깝게 지켜보고 있던 애런이 말에 올라타려는 히트니 대장을 붙잡았다.


“대장님!”


“왜 그러나. 서둘러야 하지 않겠어?”


“지금이라도······,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습니다. 돌아가서 구하면 안 됩니까?”


- 텁!


히트니 대장은 애런의 멱살을 잡으며 조용히 그에게 말했다.


“지금이라도? 이미 이곳으로 떠나올 때 이렇게 될 줄 몰랐나? 너는 잠자코 있어. 너에게도 좋은 일이잖아? 네 아버지는 널 단장 자리에 앉힐 거다. 나 역시 최강의 돌격대 대장이라는 칭호를 얻을 거고. 서로에게 다 좋은 일이야. 마음 약해지지 말라고. 애런.”


히트니는 애런의 옷매무새를 정리해주며 사악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하지만 애런은 아직도 마음이 편치 않았다. 그가 승급대회에서 서지터와 싸운 이후부터 지금까지 나름 심리적 변화를 겪고 있었다. 왜 자신이 아더 대장에게 뽑히지 않았는지, 자신을 대신해 왜 서지터가 그 자리를 차지했는지에 대해 고민한 끝에 내린 결론은 하나였다. 실력이 뛰어나다는 이유로 거만하고 게을러진 자신의 탓으로 돌렸고, 다시금 아더 대장의 눈에 뜨이려 나름 성실하게 행동하며 노력을 해오던 애런이었다.


“그냥 우리끼리 새로 용병단을 조직하면 되는 거 아닙니까?”


“크큭, 애런. 네가 아직 어려서 잘 모르는 모양인데 이런 최강의 용병단의 자리를 빼앗는 건 결코 쉬운 게 아니라고. 왜 굳이 쉬운 길을 놔두고 어려운 길로 돌아가냔 말이야. 기회가 찾아왔을 때 움켜쥐어야 한다고.”


“하지만······!”


“이미 왕국 쪽의 고릭슨 공작과 거래는 끝났어. 이 일을 성사시키면 막대한 돈도 줄 거라고. 그럼 반대하던 녀석들도 마음이 흔들리겠지. 용병단은 단순히 명예로 움직이는 조직이 아니야. 똑바로 기억해둬. 우리는 돈에 움직이는 집단이고 그걸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라도 해야 하는 거지. 훗날 네가 단장의 자리에 앉게 된다면 특히 이 점을 명심해야 할 거야.”


애런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은 채 고개를 푹 숙였다. 히트니의 말이 물론 틀린 건 아니었다. 하지만 용병단은 돈에 움직이고 행동하는 집단임에도 지금까지 켈베로스 용병단이 가장 명예롭고 모든 용병에게 선망의 대상이 된 이유는 돈에 휘둘리거나 사사로운 목적으로 운영된 용병단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대장! 준비 끝났어. 빨리 돌아가서 보고해야 해!”


서둘러 출발 준비를 끝낸 콜리언이 두 사람 쪽을 향해 외치자, 히트니는 애런의 고개를 강제로 들게 한 뒤 눈을 마주쳐 매섭게 말했다.


“그래, 이제 가볼까? 애런?”


하얀 늑대들은 서둘러 숲을 빠져나가 사마라 초원으로 달려나갔다. 히트니 머릿속에는 이제 한 가지 일만 처리하면 곧 혁명이 완성되리라 믿고 있었다. 트리스미스 공격을 주도한 단장과 호프만, 루터 사제를 비롯한 밑에 있는 몇몇 대장들만 처리한다면 용병단을 간단히 먹어버리는 건 곧 현실로 다가올 일이었다.


히트니 자신이 이번에 검은 늑대들을 무력화하고 처리해 버리는 일을 했기에 누구보다 큰 공을 세운 거나 다름없었다. 돌아가 새롭게 재편될 용병단에서도 자신의 영향력 또한 누구보다 클 것으로 생각하니 웃음이 절로 나왔다.


이번 계략의 시발점은 3개월 전 2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마침 전투가 뜸하던 계절에 주둔지로 돌아온 고릭슨 공작이 세 사람을 만나고 싶다는 전갈을 받고 그와 대면했다. 히트니는 그날이 떠올랐다.


“공작께서 왜 저희를 보고자 하신 건지 궁금하군요.”


2분대장 팀이 느긋하게 앉아 고릭슨 공작을 바라보았다. 그 역시 마주하고 있는 고릭슨 공작과 케인즈 단장 사이의 갈등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워낙에 오랜 시간 둘은 앙숙과도 같은 관계였기에 어쩌면 모른다는 게 이상할 정도였고, 그런 자가 자신과 하얀 늑대 히트니 대장, 6분대장 블레이크까지 불러낸 것이다.


“하핫, 중요한 이야기가 있으니 부르지 않았겠나. 그동안 자네들과는 제대로 된 일면식도 없지만, 우리 공공의 적에 관한 이야길세.”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군요. 우리 공공의 적이란 누굴 말씀하시는 건지요.”


팀은 혹시 모를 케인즈 단장의 함정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애써 모른 척을 했다. 하지만 고릭슨 공작은 능글맞게 미소를 지어 보이며 계속 말을 이어나갔다.


“잘 알고 있지 않나. 우리 공공의 적 케인즈 단장을 말하는 거지. 이미 지난 승급대회에서 벌어진 일에 대해 알고 있네. 내가 이래 봐도 마음만 먹으면 주둔지 안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대해서 누구보다 잘 파악하고 있을 수 있다 자부하지. 마침 조사단에 섞여 들어갔던 검은 늑대 새끼에 관해 조사하다 알아냈네. 자네들이 그 당시 부당하다고 생각한 일을 이용해 단장을 자리에서 끌어내려는 계획을 말이야.”


“그렇습니까?”


“그래, 생각을 해보니 케인즈 단장과 지그마르 단장이 손을 잡은 것처럼 우리도 손을 잡으면 서로에게 많은 도움이 될 거라 보네만.”


그 말에 히트니가 크게 웃으며 말했다.


“하하핫! 손을 잡는다고 우리에게는 어떤 이득이 있는 겁니까? 공작의 도움 없이도 우리는 얼마든지 단장을 끌어내릴 수 있습니다.”


“그런가? 자네들이 이미 용병단 내에서도 힘이 많이 줄어든 거로 알고 있는데. 과연 내 도움 없이 케인즈 단장을 끌어내릴 수 있겠는가? 그리고 서로 협력을 한다면 꿈에서도 못 볼 큰돈까지 줄 수 있지. 용병단을 자네들 뜻대로 재편성할 수 있는 돈이네.”


팀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


“계속해 보시죠.”


“자네들도 이번 작전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있지 않나? 자살 행위나 다름없는 짓이지. 두 단장 놈들이 대체 뭐에 꽂혔는지 모르겠지만 이렇게 적극적으로 일을 진행한다면 아직 살아남은 수만의 병력을 모두 불구덩이에 밀어 넣는 꼴이지. 우리에게는 병사들의 목숨을 지킨다는 명분이 있네. 그 명분을 이용한다면 충분히 상황을 뒤집을 수 있지. 자네들이 케인즈 단장을 끌어내리고 난 뒤, 트리스미스 작전에 대해 전면적으로 반대를 한다면 간단하게 취소될 수도 있는 문제야. 인정하기 싫지만, 주둔지 내에서 주 전력은 자네들이니까 말이야.”


“하지만 케인즈 단장을 비롯해 본대의 다른 대장들과 마법학회, 그리고 가장 강력한 검은 늑대들까지 한꺼번에 처리할 방법은 없다고 봅니다.”


팀은 고릭슨 공작이 솔직하게 나오자 히트니처럼 센 척이 아니라 현실적으로 처한 자신들의 상황에 대해 말을 꺼냈다. 검은 늑대는 여전히 건재했고 케인즈 단장을 지지하는 무리도 아직 많았다.


“그래서 하는 말이야. 우선 내 도움이 있어야겠지. 지난 회의에서 그런 이야기가 나왔네. 휴전되고 나면 곧바로 트리스미스의 동태를 파악하기 위해 척후대를 보낸다고 하더군. 그럼 함정을 팔 좋은 기회가 올 수도 있겠지.”


“어떤 함정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여기! 그레임튼이라는 마을을 지나 다리 하나가 있지. 검은 늑대 모두 다리를 건너게 만든 후에 다리를 무너뜨리면 될 거야. 간단하고 효율적인 방법이지. 어떤가?”


고릭슨 공작은 탐욕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손가락으로 지도를 가리켰다. 그가 말한 방법에 대해 잠시 고민을 한 팀이 이윽고 입을 열었다.


“공작께서는 절대 손해 보는 일을 하지 않는다고 알고 있습니다. 저희와 손을 잡아서 이득 볼 건 단지 앙숙처럼 지내던 케인즈 단장 목숨뿐인 겁니까? 공작께서는 득이 될 게 그리 많은 거 같지 않습니다만.”


“하하핫! 역시 자네는 예리하군그래. 설명하기에는 복잡하지만, 전쟁이 유지되어야만 나 역시도 이득 볼 것들이 많지. 게다가 수십 년 전 처리를 못 했던 케인즈 단장 역시 손 볼 수도 있고 말이야. 한 번에 골치 아픈 일을 두 가지나 해결할 수 있다면 나에게도 충분히 손해 보는 장사가 아닐세.”


“만약 일이 잘못되어 틀어진다면 어쩌시겠습니까?”


“틀어질 리가 없지. 내가 몇 개월간 생각해 낸 계책이니까 말이야. 혹시라도 일이 틀어진다 해도 검은 늑대들만 처리한다면 상황을 뒤집기에 충분하지 않겠나? 케인즈 단장이 애지중지 아끼는 검은 늑대니까 말이야.”


“좋습니다. 공작님 뜻대로 하지요. 하지만 만약 다른 생각을 가지고 계신다면 절대 무사하지 못할 거라는 말씀을 꼭 드리고 싶습니다.”


“이 친구도 참! 협박을 너무 무섭게 하는구만. 하하핫! 내가 뒤를 봐준다면 자네들은 날개를 다는 셈이야. 그럼 거래가 성사된 거라 알고 난 이만 가보겠네.”


고릭슨 공작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그의 계책은 용병단 내부의 케인즈 단장의 적을 이용하는 방법이었다. 조사단 일원이었던 서지터에 대한 뒷조사를 하던 와중 승급대회 때 이들이 꾸몄던 사건에 대해 알아냈고, 현재 용병단 내에서 세 사람의 입지가 줄어든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런 상황이 분명 좋은 기회라 생각된 고릭슨 공작이 서로에게 득이 될 거래를 제안했고, 2분대장 팀은 이 거래를 승낙했다.


고릭슨 공작이 나간 후 문이 닫힌 걸 확인한 후에야 6분대장 블레이크가 입을 열었다.


“팀 대장, 저 늙은이 믿을 수 있을까? 난 영 찜찜한데?”


“믿고 안 믿고를 떠나 현재 우리 상황을 보면 제대로 뒤통수를 칠 기회는 분명하지. 더군다나 이번 작전은 도무지 이해가 가질 않아. 무법자 놈들처럼 그냥 돈만 받고 빠지면 될 일을 굳이 나서서 하냔 말이지. 단장답지 않게 무모하고 무책임한 짓이란 생각이 안 드나? 자네들은 본대와 하얀 늑대 쪽의 여론을 만들게. 휴전된 시점에 저 늙은이와 자세한 계획에 대해 상의한 후 실행에 옮겨야 할 테니 말이야.”


팀은 입꼬리가 올라가며 드디어 기회를 잡았다고 생각되었다. 비록 능구렁이 같은 고릭슨 공작과 손을 잡는 일이기는 했지만, 승급대회 이후 상황만 지켜보며 조용하게 있었던 굴욕의 시간에 대해 보상을 받는 듯한 기분이었다.


바깥의 적에게 무너져 내리면 재건할 수 있겠지만 내부의 적에게 분열되고 무너진다면 그건 케인즈 단장에게 사형선고나 다름없는 일이니 말이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많은 피드백과 충고, 오타 지적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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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5 14화 슬픔은 가슴에 묻고 - 25 20.05.21 80 2 15쪽
284 14화 슬픔은 가슴에 묻고 - 24 20.05.20 56 2 15쪽
283 14화 슬픔은 가슴에 묻고 - 23 20.05.19 53 2 12쪽
282 14화 슬픔은 가슴에 묻고 - 22 20.05.18 52 2 15쪽
281 14화 슬픔은 가슴에 묻고 - 21 20.05.16 56 2 11쪽
280 14화 슬픔은 가슴에 묻고 - 20 20.05.15 58 2 13쪽
279 14화 슬픔은 가슴에 묻고 - 19 20.05.14 54 3 11쪽
278 14화 슬픔은 가슴에 묻고 - 18 20.05.13 56 2 12쪽
277 14화 슬픔은 가슴에 묻고 - 17 20.05.12 56 2 11쪽
276 14화 슬픔은 가슴에 묻고 - 16 20.05.11 55 2 14쪽
275 14화 슬픔은 가슴에 묻고 - 15 20.05.09 68 1 11쪽
274 14화 슬픔은 가슴에 묻고 - 14 20.05.08 60 3 11쪽
273 14화 슬픔은 가슴에 묻고 - 13 20.05.07 58 2 12쪽
272 14화 슬픔은 가슴에 묻고 - 12 20.05.06 66 2 11쪽
271 14화 슬픔은 가슴에 묻고 - 11 20.05.05 57 1 12쪽
270 14화 슬픔은 가슴에 묻고 - 10 20.05.04 57 2 12쪽
269 14화 슬픔은 가슴에 묻고 - 9 20.05.02 64 1 13쪽
268 14화 슬픔은 가슴에 묻고 - 8 20.05.01 56 1 12쪽
267 14화 슬픔은 가슴에 묻고 - 7 20.04.30 60 1 11쪽
266 14화 슬픔은 가슴에 묻고 - 6 20.04.29 57 2 14쪽
265 14화 슬픔은 가슴에 묻고 - 5 20.04.28 64 2 11쪽
» 14화 슬픔은 가슴에 묻고 - 4 20.04.27 64 2 12쪽
263 14화 슬픔은 가슴에 묻고 - 3 20.04.25 68 1 19쪽
262 14화 슬픔은 가슴에 묻고 - 2 20.04.24 78 2 11쪽
261 14화 슬픔은 가슴에 묻고 - 1 20.04.23 74 2 14쪽
260 13화 거짓된 역사 - 21 20.04.22 58 2 14쪽
259 13화 거짓된 역사 - 20 20.04.21 65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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