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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축구굇수 다 내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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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식스
작품등록일 :
2019.06.26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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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7.0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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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시작은 6부리그(2)

DUMMY

8월 21일 토요일.

마침내 북부 내셔널리그(NLN)의 개막날이 밝아 올랐다.

하지만 썰렁하다.

앞서 14일에 개막된 EPL에서는 첼시가 맨유를 1대0으로 누르면서 세계 축구 팬들의 시선을 끌었지만, 우리 6부리그는 그런 것 없다. 연고지 팬들만 알아줄 뿐. 그러니 그저 우리의 할 일을 묵묵히 하면 그만이다.


“도착했습니다.”

“다들 내립시다.”


100파운드짜리 전세버스를 타고 2시간 20분 만에 도착한 이곳은 힝클리 타운(Hinckley Town).

지리상 잉글랜드의 중동부에 위치한 곳으로, 오늘 우리와 개막전을 치르게 될 힝클리 유나이티드의 연고지다.

팀 전력은 리그 중위권 수준.


“어우 뻐근해.”

“기사가 운전을 뭐 저따구로 해.”

“힝클리에서 보낸 스파이 아니야?”


버스에서 내린 선수들이 한 마디씩 툭 내뱉는다. 이게 원정경기의 힘든 점이다. 우리가 만약 자본이 많더라면, 새벽 일찍 도착해서 정오까지 호텔에서 쉬었겠지만 우린 그런 거 없다.

5시간 뒤 바로 경기에 나서야 한다.


“경기장에서 2시간 휴식한 뒤 몸풀기에 나선다.”


일정은 간단하다.

전술은 다 정해놨겠다, 최종 라인업이 발표될 때까지는 가볍게 몸을 풀면서 준비하기만 하면 된다.

그런데 감독인 나는 따로 할 일이 있다.

개막전이니만큼 사무국에서 특별히 준비한 이벤트성 인터뷰가 있는데, 상대 감독과 같은 자리에서 한다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공동기자회견.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일인가도 싶지만, 하부리그는 이렇게 해서라도 축구 팬들의 관심을 끌고 싶어 한다. 자극적인 퍼포먼스는 곧 시청률로 직행 되니까.

뭐, 나야 상관없다.

남이 봤을 땐 초짜 감독이지만 사실은 15년 코치 경력의 중고신인이다. 감독대행을 한 적도 꽤 있었고, 그럴 때마다 기자회견을 가져본 경험도 많았다.

그리고 어차피 개막전에 딱 한 번만 하는 것이기도 하고, 시즌에 맞서는 감독의 포부와 자신감을 팬들에게 알릴 기회이기도 하니까.


“성 감독님! 이쪽입니다!”


경기 시작 3시간 전.

선수들을 마지막으로 점검한 나는 사무국에서 파견된 직원을 따라 경기장 우측건물 1층으로 향했다.


“경기 끝나고는 개인적으로 인터뷰가 있을 예정입니다.”

“알겠습니다.”

“예, 그럼 건승을 빕니다.”


프런트에 간이로 설치된 기자회견석.

머리가 반쯤 벗어진 장년의 사내가 먼저 와 앉아있었다. 메뚜기를 닮은 것이 특징인데, 중요한 건 힝클리 타운의 감독이라는 거다.


“반갑습니다, 성진우 감독입니다.”

“오오, 만나보고 싶었습니다!”


뭐지 이 사람?

능글맞은 얼굴로 나를 쓱 훑어보더니 피식 웃으며 자리에 도로 앉는다. 무시당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래도 나름 비싼(25만 원) 정장인데, 핏이 별론가.

이래서 내가 보충제 안 먹겠다고 한 건데.


“허허허. 이봐요, 초짜 감독. 그만 앉아도 됩니다.”

“아, 네.”

“처음이라 많이 긴장되시나 보구만.”


나는 이 사람 왜 이러는지 알고 있다.

앤더슨 감독.

AFC 콘월을 맡았을 당시에도 몇 번 부딪쳐본 적이 있던 사람인데, 원래 성격이 저렇다.

전형적인 강약약강.

특히 리그에 새로 올라온 팀 상대하는 것을 그렇게나 좋아하는데, 그것도 개막전에서 우리를 만나게 됐으니 지금쯤 좋아 죽겠지 아마.


“자, 그럼 양 팀 감독 두 분을 모시고 특별 기자회견을 시작하겠습니다.”


어쨌든 할 건 해야 한다.

기자회견이야 대충 넘기고, 아쉬운 부분은 경기에서 결과로 보여주면 그만. 여기서부터 힘 뺄 필요는 없다.


“먼저 앤더슨 감독님에게 묻겠습니다. 오늘 경기 어떻게 보십니까?”

“형편없는 질문입니다. 당연히 우리가 이깁니다.”

“하지만 술라클리프 얼마 전 협회테스트에서 스태포드 FC를 격파했는데요?”


질문을 던진 기자가 당황한 사이.

앤더슨 감독이 나를 슬쩍 흘겨본다. 도발하려는 건가? 그러고는 말을 잇는다.


“테스트와 리그 경기는 명백히 다릅니다. 세상에 어느 팀이 시즌을 앞둔 상황에서 전력으로 테스트경기를 치르겠습니까?”

“전력으로 붙었을 땐 결과가 달라진다는 말씀이시군요.”

“신생은 신생일 뿐입니다. 클럽 규모에서부터 엄청난 차이가 있죠. 당장 스폰서만 봐도 그렇습니다. 우리는 주에서 제법 알아주는 렌터카 회사인데, 이 병아리(Chick) 친구들은 유니폼 가슴팍에 피자가게 로고를 달고 있죠.”


Chick?

옳거니, 해보자 이거지.


“그럼 이번엔 성 감독님께 묻겠습니다. 한국인 출신의 6부리그 감독님은 처음 뵙는 것 같은데, 정말 이례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먼저 소감을 안 들어볼 수가 없겠는데요.”

“센스있는 질문 감사합니다. 질문에 답변을 드리자면, 여기 모여주신 기자분들, TV로 보고 계실지도 모르는 축구 팬분들, 그리고 저희 스폰서인 Mac’s Pizza를 홍보해주신 앤더슨 감독님에게도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은 게 제 소감입니다.”

“하하하!”


좌중에 웃음이 한 바가지 쏟아졌다. 딱딱했던 회견장 분위기가 서서히 부드러워진다.

그럼 여기서 한 방 더.


“그 점에 대해서는 앤더슨 감독님께서 이해해주시길 바랍니다. 감히 병아리(Chick)들이 치킨 회사와 스폰서십을 맺을 순 없잖습니까? 그건 패륜이니까요.”

“크흠···.”


웃음꽃이 만개한 기자석과는 반대로, 앤더슨의 표정은 점점 어두워져 갔다. 애써 웃고는 있지만, 웃는 게 웃는 게 아니겠지.


“센스있는 답변 감사합니다. 그럼 이번엔 다른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이번 경기, 어떻게 보십니까?”

“자신 있습니다. 옆에 앉아계신 앤더슨 감독님보다 더요.”

“크흠!”


순간 앤더슨 감독의 두 눈이 번뜩였다.


“그럼 다시 앤더슨 감독님께 묻겠습니다. 성 감독님 말에 동의하십니까?”

“그럴 리가! 저는 100% 승리를 확신합니다!”

“그건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 술라클리프가 이길 겁니다.”

“만약 지면?”

“감독인 제가 책임을 져야겠죠. 그건 앤더슨 감독님도 마찬가지 아닙니까? 감독님은 이번 경기에 무엇을 걸 수 있습니까?”

“걸다니?”

“자신 있으시다면서요?”

“그렇긴 하지만···.”


그렇지, 계속 넘어와라.


“그럼 이건 어떻겠습니까? 만약 우리가 이기면 올리브를 좀 사다주시죠.”

“올리브?”

“근래 피자가게가 워낙 장사가 잘돼서 재료가 남아나질 않거든요. 수요 과잉이라고 하나요.”

“하하하하!”


기자석에 다시금 함박웃음이 터졌다.

그럴수록 앤더슨의 표정은 일그러져간다. 거의 다 왔다. 이제 도발에 넘어오는 일만 남았다.


“하하. 사실 농담입니다.”

“아니!”


그때였다.

앤더슨이 분에 가득 찬 얼굴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올리브? 까짓것 얼마나 한다고! 만약 우리가 지면 올리브 나무를 사주겠소.”

“농담이었는데요.”

“농담은 무슨! 아니, 이럴 게 아니라 만약 우리가 지면 내가 댁네 피자가게에서 피자라도 만들지. 그것도 반나절 동안!”

“감독님? 기분 나쁘셨다면 죄송합니다만 저는 정말 웃자고 한 말입니다. 경기를 앞두고 분위기가 너무 격양된 것 같아서요.”

“아니, 남자가 한번 뱉은 말은 책임을 져야지. 그리고 그쪽도 뭔가를 걸어야 하지 않겠소?”


앤더슨은 대뜸 쿨한 척하더니 기세등등한 태도를 드러냈다.

뻔한 속셈.

경기를 앞둔 가운데 자존심에 눈이 멀어서 내기나 하는 꼴이 되었으니, 같이 한번 똥통으로 들어가자 이거다.

하지만 나는 당신이랑 엮이기 싫다.


“피자를 공짜로 드리겠습니다.”

“뭐요?”

“우리가 경기에서 승리하면 감독님께서 직접 피자를 만든다고 하셨죠. 그 피자를 공짜로 드리죠.”

“그게 무슨!”

“만드는 김에 제 피자도 부탁드려도 될까요? 올리브 많이 넣어서요.”

“이, 이······!”


감독 간의 기 싸움은 매우 중요하다.

개인적으로 선호하지는 않지만, 앤더슨 감독처럼 대놓고 덤벼들면 굳이 피하지 않는다.

나에게는 지난 15년의 경험으로 쌓인 담담함이 있다. 그리고 괴물 같은 선수들 덕분에 생기는 자신감. 더해, 수많은 감독의 자서전이나 각종 서적을 통해 쌓은 심리기술까지.

그런 내게 앤더슨은 힘든 상대가 아니다.

결과적으로 나는 피자가게를 홍보할 수 있었고, 동시에 상대 팀 감독의 기를 꺾어버릴 수 있었다. 여러모로 아주 영양가 높은 기자회견이었다.

이제, 경기에서 터트려주면 끝이다.


작가의말

오늘도 감사합니다!

연참은 다음주 평일에 하도록 하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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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맨체스터에서 온 심사패널(2) +6 19.07.01 741 33 14쪽
11 맨체스터에서 온 심사패널(1) +4 19.06.30 765 34 13쪽
10 클럽 창단(3) 19.06.30 736 25 10쪽
9 클럽 창단(2) 19.06.29 791 28 13쪽
8 클럽 창단(1) 19.06.29 866 29 12쪽
7 굇수 스쿼드(3) +3 19.06.28 934 31 14쪽
6 굇수 스쿼드(2) +2 19.06.28 941 31 11쪽
5 굇수 스쿼드(1) +3 19.06.27 1,090 36 12쪽
4 Welcome to Redcliffe(3) +2 19.06.26 1,225 32 13쪽
3 Welcome to Redcliffe(2) +4 19.06.26 1,349 45 10쪽
2 Welcome to Redcliffe(1) +3 19.06.26 1,651 46 14쪽
1 프롤로그 +13 19.06.26 2,490 40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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