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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내 딸이 너무 약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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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로y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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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6.30 2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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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1.04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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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화. 판도라의 상자(1)

DUMMY

112화. 판도라의 상자(1)


창문을 통해 3층으로 잠입했다. 아주 은밀하게.


잠입하자마자 깃발에 새겨져 있는 한 문양이 나를 반겨주었다. ‘제프리 용병단’을 상징하는 문양이.

빛이 뿜어지는 방패가 그려진 문양. 용병단의 대다수는 이 문양을 싫어했다. 너무 단순하고 멋이 없다면서.


하지만 나는 그 무엇보다도 이 문양이 마음에 들었다. 따사로운 햇살 같은 느낌이 가득했으니까.

문양 위에 쌓인 먼지를 가볍게 털어냈다. 방패의 문양이 조금 밝아졌다. 내 착각이겠지만.


‘쓸데없는 짓을 했군. 이럴 때가 아닌데.’


기척을 죽인 후 은밀하게 발걸음을 옮겼다. 제프리 대장의 집무실을 향해서.

제프리 용병단 소속이면서 왜 이렇게 은밀하게 움직이냐고? 정보를 엿듣기 위해서다. 오늘은 대장의 오른팔인 ‘더글라스’가 정기 보고를 하는 날이었으니까.


가끔 이렇게 정보를 엿들으면 제프리 대장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그리고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정의(正義)를 추구하는 대장은 고민이 항상 많았다. 정의를 위해 싸우다 보면 귀족들과 싸울 때가 대부분이었기에 적도 많은 편이었다.


제프리 대장은 결코 약하지 않았다. 웬만한 귀족가들은 우리 용병단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우리는 명실상부 대륙 최고의 용병단이었으니까.

그런 힘을 가지고 있음에도 제프리 대장은 힘을 함부로 사용하지 않았다. 정의롭지 않다면서.


강한 힘은 약한 자들을 위해서 사용해야 한다고, 항상 입버릇처럼 말했다.

상대가 아무리 악독하더라도 정의롭게, 그리고 서로 다치지 않는 선에서 문제를 해결하려고 애썼다.


물론 나는 그에 동의할 수 없었다. 이 세상은 잔혹했으니까. 얄팍한 정의로는 절대로 바꿀 수 그런 세상.

그래서 내가 그 역할을 맡았다. ‘잔혹’에는 ‘잔혹’으로 맞대응해줘야 한다는 게 내 지론이었으니까.


애초에 재주가 몇 없는 내가 그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그것뿐이었다.

제프리 대장의 앞길을 막는 자들을 몰래 암살하는 게 나의 역할이었다. 용병단이 창설될 때부터 쭉.


무려 20년이라는 시간. 제프리 대장의 적을 제거할 때마다 용병단은 계속해서 성장해나갔다.

다섯 명에 불과했던 용병단이 대륙에 위엄을 떨치는 용병단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데에는 이런 작은 비밀이 숨어 있었다.


‘물론 대장의 수완과 수읽기가 뛰어났기에 그럴 수 있었던 거지만···.’


제프리 대장은 머리가 비상했다. 검술도 뛰어났지만 머리는 더했다. 위기의 상황에서도 항상 지혜가 빛을 발했다.

문제는 이 지혜가 대부분 정의를 추구하기 위해 사용된다는 것이다. 용병단의 사사로운 이득을 위해서 지혜를 발휘하지 않았다. 고생하는 용병단들을 위해 조금이라도 머리를 굴려주면 더 좋을 텐데도.


‘뭐, 그런 점 때문에 사람들이 대장 주위로 몰리는 거겠지만. 나도 그렇고···.’


아무튼, 내가 사람들을 암살하고 다닌다는 사실을 안다면 제프리 대장은 날 싫어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후회는 없었다. 이건 철저하게 내 ‘의지’였으니까.


기억도 나지 않는 어린 시절, 내가 열 살로 추정되던 때.

나는 팔렸다. 부모의 손에 의해서.


알 수 없는 자들에게 팔린 나는 신전에서 스킬을 개화했다. <봉인>이라는 말도 안 되는 스킬을.

그 후로 내게는 248번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이름 같지도 않은 이름.

하지만 기억할 수밖에 없는 이름이었다. 그 후로 그렇게만 불렸으니까. 무려 5년 동안이나.


그렇게 알 수 없는 자들의 밑에서 훈련에 훈련을 거듭했다. 숫자가 붙은 이름을 가진 건 나뿐만이 아니었다. 수천 명이었다.

훈련을 거듭하면서 우리는 서로를 죽이고 또 죽였다. 이 잔혹한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알 수 없는 자들의 명령에 따라 암살자로 활동하기 시작한 것은 4년 후.

제프리 대장을 만난 것은 그로부터 1년이라는 시간이 더 흐른 후였다.


그의 암살에 실패한 날, 나는 죽음을 직감했다. 하지만 제프리 대장은 나를 죽이지 않았다.

오히려 나에게 ‘디노’라는 이름을 주고 다섯 번째 동료로 받아주었다. 그때는 용병단도 만들지 않은 때였다.


제프리 대장과 그 일행은 곧장 내 배후를 박살냈다. 거대한 배후였지만 그의 실력과 수완은 상상 이상이었다.

아주 정의롭고 멋지게 그들을 박살냈다.


그 후로 내게는 자유가 주어졌다. 내 ‘의지’로 살아갈 수 있는 자유가.


내가 암살자로 키워진 이유가 제국 왕자들의 서열 다툼 때문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건 그로부터 한참의 시간이 흐른 뒤였다.

그에 대해 딱히 증오는 없었다. 왕자들의 추종자들이 각자의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남몰래 진행한 계획이었으니까.


나는 그 계획의 희생자 중 하나였을 뿐이다. 그래서 왕가에 대한 불만은 없었다. 다만, 마음속 깊은 곳 어딘가에 잔잔한 아픔만이 존재할 뿐.


뭐, 옛날의 기억이다. 지금은 아무런 느낌도 들지 않았다.

가끔씩 꿈에 그때의 기억이 떠올라 잠을 깨는 사소한 문제점이 있긴 했지만, 사소한 문제일 뿐이었다.

그래, 아주 아주 사소한 문제였다. 아마도.


‘내가 지금 뭐 하는 거지? 지금은 이럴 때가 아닌데.’


머리를 흔들며 잡생각을 떨쳐냈다. 나도 나이가 든 모양이었다. 과거를 떠올리며 지지리 궁상을 부리는 꼴이라니.

어쩌면 최근 몸에 이상이 생겨서 그런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다고 물러설 생각은 없어. 대장을 뒤에서 돕는 건 나밖에 할 수 없는 역할이니까.’


지금 중요한 건 대장의 앞길을 방해하는 자가 누구인지 알아내는 것뿐. 그 외에는 아무것도 중요하지 않았다.


제프리 대장의 집무실에 접근한 나는 문에 귀를 갖다 댔다. 예상대로 더글라스가 대장에게 정기 보고를 하는 중이었다.


“···이상입니다.”

“좋아. 진척 속도가 상상 이상이군. 첫 번째 계획은 이제 완성 단계고··· 슬슬 두 번째 계획을 시작하면 되겠어.”


‘계획? 무슨 소리지?’


처음 듣는 소리였다. 내가 개인 활동을 많이 하긴 했지만 제프리 용병단이 진행하고 있는 일은 속속들이 알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머리를 굴려보아도 떠오르는 게 없었다.


“그 전에··· 한 가지 문제를 해결해줘야겠어. 모나크 상단이 불법으로 반입하던 물품을 적발당했다더군. 상프르 백작은 멍청해서 구워삶는데 문제가 없지만··· 그 밑에 있는 책사가 말썽이라는군. 지원요청이 들어왔어.”

“···전처럼 처리할까요?”

“말해 뭐해? 디노에게 넌지시 흘리도록 해. 전처럼.”


?


나는 의문을 품을 수밖에 없었다. 제프리 대장의 입에서 나올 수 없는 말이 계속해서 흘러나오고 있었기 때문에.


불법, 지원, 처리, 나, 이전처럼?

이것들이 뜻하는 건 하나밖에 없었다. 내가 상프르 백작의 밑에 있는 책사를 암살하길 원한다는 것이다.


상관없었다. 암살은 내 역할이었으니까. 하지만 그건 내 ‘의지’대로 하는 거였다. 명령을 받고 하는 행동이 아니었다.


‘잠깐, 이건 설마···.’


머리가 핑핑 돌았다. 평소에는 잘만 돌아가던 두뇌가 돌아가질 않았다. 마치 그러기를 바라는 것처럼, 그래야만 하는 것처럼.

하지만 나는 깨달을 수밖에 없었다. 생각은 멈출 수 있는 존재가 아니었으니까.


‘나··· 조종당하고 있었어? 제프리 대장에게?’


믿을 수 없었다. 항상 정의를 부르짖고, 실제로 그것을 행하는 대장이었으니까. 그로 인해 제국민들에게도 인기가 많은 게 제프리 용병단이었다.


그런 제프리 대장이 암살을 방조했다고? 그것도 나를 이용해서?

믿을 수 없었다. 그러나 현실이었다.


왜 당하고 나서야 깨닫는 것일까. 현실은 그리 아름답지 않다는 것을, 잔혹함만이 가득한 세상이라는 것을.


기척을 감추고 길드를 빠져나왔다. 정신없이 앞으로 달렸다. 핑핑 도는 머리 때문에 몰려오는 구역질을 필사적으로 참으면서.


이용당하는 삶은 끔찍했다. 더 이상은 그렇게 살지 않겠다고 다짐했었다. 하지만 그렇게 살고 있었다.

무려 20년 동안이나.


248번으로서의 삶을 살던 때를 합하면 자그마치 25년이었다. 더 이상은 이렇게 살 수 없었다.

내 ‘의지’대로 살고 싶었다.


그래서 떠났다. 동료와 부하, 행복했던 추억.

그 모든 것을 두고서.


그 무엇보다도 소중했던 제프리 용병단과 점점 멀어지면서 생각했다.


방금 들었던 대화는 나를 싫어하는 더글라스의 음모라고. 아니면 나를 싫어하는 더글라스를 견제하기 위한 제프리 대장의 묘책이라고.

그것도 아니라면 몸이 아픈 내가 잘못 들은 것이라고.

이 모든 게 나의 착각일 거라고.


그럴 리 없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애써 그렇게 생각했다.

25년이라는 삶을 통째로 잃어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스스로를 상자에 가뒀다. 절대로 열려서는 안 되는 판도라의 상자를 만들어서.


그렇게 잿빛 늑대는 처음으로 우리를 벗어났다. 그날의 끔찍했던 기억을 상자에 꽁꽁 가둔 채.


※※※


제프리 대장의 집무실.


더글라스는 디노의 기척이 사라진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갔군요.”

“그러게. 당분간 못 보겠군. 이런 이별은 상상도 못했는데 말이야.”


제프리가 보고 있던 서류를 대충 구석에 쑤셔 박았다. 모든 것은 그의 계획대로였다.

자신의 앞을 막는 적들을 암살하도록 시킨 것도 그였고, 방금 전 있었던 연기도 모두 그가 계획한 것의 일부였다.


제프리가 평상시와 다르다는 것을 깨달은 더글라스가 입을 열었다.


“···아쉽습니까?”

“당연하잖아? 나를 위해 물심양면으로 활동한 아이니까. 자기 몸을 버리면서까지···. 그리고 사람을 수백 명 죽이는 게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거 너도 잘 알잖아?”


제프리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나 더글라스는 알고 있었다.

지금 그의 입가에 맺힌 씁쓸한 미소는 ‘연기’에 불과하다는 것을.


“제 앞에서까지 연기를 하실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

“아, 이거 미안하군. 습관이 돼서 말이야. 하지만 조금 씁쓸한 건 사실이야. 분명 큰 상처를 받았을 테니까. 디노는 ‘의지’를 무엇보다 중시하는 아이였으니···. 그걸 이용했으니 저런 꼴을 보이는 것도 당연해. 너도 느꼈지? 기척을 전혀 숨기지 못했어.”


더글라스는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명백한 디노의 실수였다.

하지만 그는 이해했다. 그만큼 충격적이었을 테니까. 20여년의 세월 동안 조종당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면, 그 누구나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사색에 잠긴 제프리를 바라보던 더글라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죽입시다.”

“응?”

“죽이자고요. 저놈의 역할은 제가 대신할 수 있습니다. 물론··· 깔끔하지는 않겠지만.”


디노가 가진 암살 능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전문적인 암살 교육을 받은 탓도 있지만, <봉인>이란 스킬은 암살에 최적화된 스킬이었다.

순간적으로 모든 스킬을 봉인 당한다면 그 누구나 당황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반항도 불가능하다. 모든 스킬을 봉인 당했으니까.

심지어 디노는 상대가 스킬을 봉인 당했다는 것을 깨닫기도 전에 목숨을 거둘 때도 있었다.


더글라스가 생각했을 때, 그런 존재를 살려두는 건 문제가 있었다. 어느 날 갑자기 찾아와 소속된 용병들을 암살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확실히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생각이었다. 하지만···.


“안 돼.”


제프리가 단호하게 그렇게 말했다. 더글라스는 의문과 불만을 품을 수밖에 없었다. 자신조차 디노와 싸울 때는 승리를 자신할 수 없었으니까.


“왜죠?”

“아직 이용해 먹을 수 있는 체스 말이거든. 그것도 무엇보다 훌륭한.”


더글라스가 몸을 살짝 떨었다. 오랜만에 제프리의 진면목을 보았으니까.

이게 제프리란 사람의 본모습이었다. 그는 종종 사람을 체스의 말로 비유하곤 했다.


이용할 수 있는 건 이용해 먹는다. 그러다 망가진다 할지라도.

아주 철저하게 이용해먹고 마지막에 가서 버리는 게 제프리란 사람이었다. 그는 자신의 목적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라도 이용했다. 설사 그것이 갓난아이라 할지라도.


‘가끔은 감정이 존재하지 않는 사람처럼 느껴진단 말이지.’


제프리의 잔혹함을 알고 있는 더글라스의 몸이 살짝 떨렸다. 제프리의 말은 계속되었다.


“마지막 계획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하나라도 더 말이 필요해. 그것이 아주 작은 말이라도. 그리고 디노는 압도적인 힘을 가진 놈이지. 저놈 하나만으로도 불리한 체스판을 뒤엎을 수 있을 걸? 인정하지?”


더글라스는 순순히 인정했다. <봉인>이란 스킬은 그만큼 절대적인 능력을 자랑했다.

개인 대 개인의 싸움에서도 무섭지만, 그 힘은 단체일 때 더욱 큰 힘을 발휘했다. 원하는 대상의 스킬만 봉인할 수도 있었으니까.

만약, 디노가 높은 위치에서 상대편 진영을 바라본다면?

상상만으로도 끔찍했다.


‘물론 약점이 없는 건 아니야···. 하지만 <봉인>이란 스킬의 존재 여부를 모르는 자들에겐 치명적이지.’


제프리 용병단에서도 디노의 스킬을 아는 자들은 소수였다. 그만큼 철저한 보안에 부치고 있었다. 디노의 얼굴을 모르는 자들이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생각을 마친 더글라스가 다시금 입을 열었다.


“정말 저리 보내도 괜찮은 겁니까? 대장의 적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것도 아주 강대한 적이.”

“괜찮다니깐. 모든 것은 계획대로니까. 다만, 저리 빨리 망가질 줄은 몰랐어. 내 실수야. 과거에 겪었던 디노의 고생이 상당했던 모양이야. 나름 최대치로 잡아서 계산을 했는데도··· 저렇게 될 줄이야. 조금 더 아낄 걸 그랬어.”


원래라면 이 정도에서 대화가 마무리되어야 했다.

제프리 대장이 그것을 원하고 있음을, 자신의 의지에 더 이상 반하지 말라는 것을 더글라스는 감각적으로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러함에도 그는 입을 열었다.


“그래도 전 죽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왜? 디노가 너의 라이벌이라서? 그런 이유라면 실망인데.”


제프리의 얼굴이 순간적으로 일그러졌다가 다시 펴졌다. 순간적으로 있었던 일이었지만, 더글라스의 눈을 피할 수는 없었다.

실로 오랜만에 있는 일이었다. 그만큼 제프리의 기분이 나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했다. 그는 자신의 계획이 헝클어지는 걸 누구보다도 싫어하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대화의 진행 과정과 상대의 대답도 계획의 일부에 포함시키는 제프리다. 더글라스의 계속되는 대답이 싫을 수밖에 없었다. 이미 그의 예상을 한참 뛰어넘은 지 오래였으니까.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는 더글라스였지만, 대화를 멈추지 않았다.


“디노는··· 이 세상에서 대장을 죽일 수 있는 유일한 존재잖아요. 아직은 아니지만.”


순간, 제프리의 눈에 이채가 서렸다. 방금 더글라스의 말에는 여러 가지가 내포되어 있었기 때문에.

하지만 그 또한 순간적인 일이었다. 제프리는 순식간에 평소의 모습대로 돌아갔다. 키득거리는 웃음과 함께.


“오, 지금 내 걱정해주는 거야? 이거 기쁜걸?”

“농담으로 받아들이지 마시고요. 겨우 한 끗 차이 아닙니까? 디노가 가진 스킬은 너무 위협적이에요. 지금은 아니지만 언젠가 대장의 그 스킬마저도···.”


더글라스는 말을 멈췄다. 자신이 너무 많은 말을 했다는 것을 깨달았기에.

무엇보다 제프리가 자리에서 일어나 있었다. 검지를 자신의 입 앞에 치켜세운 채.


더글라스가 입을 다물자마자 제프리가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그만. 일단 지금은 아니잖아? 그리고 앞으로도 그럴 거야.”

“그걸 어떻게 확신하죠? 그냥 죽이는 게···.”

“그 아이는 마음의 상처가 깊으니까. 그리고 나에게 현혹된 상태야. 당장은 상처받았어도 내가 도움을 요청하면 즉각 달려올걸? 충성스러운 개처럼 말이야.”


예상이 아닌 확신에 가까운 제프리의 말에 더글라스는 온몸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20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일방적으로 헌신해온 디노를 고작 개로 취급하는 그의 태도에.

진심으로 소름이 끼쳤다.


이런 사람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고, 그렇기에 따르고 있는 것임에도.

소름이 끼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잿빛 늑대를 개로 취급하는 사람은 대장님밖에 없을 겁니다.”


자신과 같이 일방적으로 충성한 존재를 개로 취급한 것에 대한 사소한 반항.

하지만 제프리는 싱긋 웃을 뿐이었다.


“아무튼, 마지막의 마지막에 필요한 체스 말이니까 아껴둬야지. 잠깐 휴가 보낸 거라고 생각하자고.”


제프리가 콧노래를 부르며 서류를 넘기기 시작했다. 모든 것이 자신의 계획대로 되리라는 것을 다시금 깨달아 기분이 좋아진 모양이었다.

더글라스는 괜히 시비를 걸고 싶어졌다. 살이 떨릴 정도로 무서운 존재였지만, 저 미소를 볼 때마다 부아가 치미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만약, 마음의 상처가 치료되고 영영 돌아오지 않으면요? 그리고 한 단계 더 나아가 그가 대장을 죽일 수 있는 존재가 된다면?”


제프리는 확신하고 있었다. 자신이 부르면 디노가 꼬리를 흔들며 돌아올 것이라고.

그래서 ‘만약’의 경우를 상정했다. 하지만 그런 더글라스의 노력이 무색하게도 대답은 곧바로 돌아왔다.


“글쎄? 가능할 거라 생각하지 않아. 디노가 마음에 품고 있는 상처는 지독하니까. 나조차도, 그리고 그 오델리아조차도 그 아이가 품은 마음의 상처를 치료하지 못했어.”

“······.”

“음··· 하지만 만약··· 그런 존재가 있다고 가정한다면···.”


제프리가 서류에서 눈을 떼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평소보다도 긴 생각.

그만큼 그는 확신이 있었다. 디노가 품은 마음의 상처가 절대로 낫지 않는다는 확신이.


그로부터 5분여의 시간이 흘러서야 제프리가 입을 열었다.


“한번 보고 싶군. 그리고 내 체스 말로 만들어주겠어. 반드시.”


제프리의 입이 양옆으로 쭉 찢어졌다. 실로 오랜만에 보는 진실 된 미소.

하지만 그 미소의 숨겨진 의미를 잘 알고 있는 더글라스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더글라스? 그보다 이것 좀 도와줘. 너랑 떠드느라 일이 늦어졌잖아.”

“예, 집중할 수 있도록 자리를 비키겠습니다.”

“어? 그게 아니지. 도와달라니깐? 더글라스? 지금 어디 가는 거야?”


더글라스는 그의 외침을 무시한 채 뒷걸음질로 집무실을 빠져나왔다.


디노를 ‘개’로 취급한 것에 대한, 그리고 자신을 소름 끼치게 한 것에 대한 사소한 복수였다.


작가의말

휴...! 오늘도 길군요. 미래에 쓸 수 없을지도 모르는 떡밥들을 마구마구 뿌렸!

(ㅜ_ㅜ)... 디노의 과거가 아주 조금 나왔습니다. 사실 오늘 내용은 제프리 대장과 더글라스의 내용이 주류였죠. 대장의 스킬에 대한 떡밥이 나왔는데 예상하시기는 힘들겁니다. 후후...!

새로운 독자님들이 늘었지만 최신화까지는 따라오기 힘들어보이는 게 지표로 보이는군요. 흑흑... 부디 힘내시길 빌겠습니다.

그럼 저는 내일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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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 122화. 생각의 힘(2) +11 19.11.18 827 34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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