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 탐정단

웹소설 > 일반연재 > 추리, 판타지

아테르
작품등록일 :
2019.07.01 00:50
최근연재일 :
2019.08.31 18:30
연재수 :
55 회
조회수 :
1,916
추천수 :
62
글자수 :
249,994

작성
19.07.25 09:00
조회
25
추천
1
글자
13쪽

병문안 (1)

DUMMY

학교가 끝나고 토끼 탐정단은 운동장을 가로질러 교문을 향해 걸어갔다. 은우와 로망 사이에서 함께 걷던 항아는 문득 유미가 맡긴 선물이 생각났다.


“항아야, 이거 유미가 보호소 아이들 구해줘서 고맙다고 준 선물이야. 너에게 전해달래.”


로망은 항아가 내민 상자를 기쁘게 받아들었다. 종이 상자 윗면에는 귀여운 토끼 얼굴이 꽉 차게 그려져 있었다.


“와, 귀여운 상자네? 뭐가 들었을까?”

“바보야, S2 초콜릿이잖아.”


은우가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 로망은 상자를 위아래양옆으로 샅샅이 살펴보며 말했다.


“이게 에스이 초콜릿 상자야? 그런데 보통 과자 상자는 윗면에 이름이 크게 쓰여 있지 않아?”


항아는 토끼 코 부분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친절하게 말했다.


“토끼 코 부분을 봐봐. 코가 좀 찌그러져 있지 않아?”


항아가 가리키는 부분을 뚫어지게 쳐다보던 로망은 ‘아!’하고 감탄사를 내뱉었다. 자세히 보닌 코 테두리가 ‘S’와 ‘2’를 붙여 놓은 모양이었다. 토끼 코가 찌그러진 하트 모양이라 특이하다 생각했는데 그런 비밀이 숨어있던 것이었다.


“특이하지? 네 말대로 보통 과자 상자들은 윗면에 과자 이름이 크게 쓰여 있는데 이 초콜릿은 이렇게 이름을 표현했어. 그게 특이해서 오히려 이름이 제대로 드러나지 않아도 사람들이 이 상자를 보면 S2 초콜릿을 제대로 떠올려.”


로망은 항아의 설명을 들으며 토끼 얼굴 아랫면에 있는 이빨이 그려진 부분을 눌러 상자를 열었다. 안에는 로망이 만든 것과 똑같은 S2 각인이 새겨진 하트 모양의 초콜릿들이 들어있었다. 로망은 그 중 하나를 집어 입에 넣었다. 달고 먹을 만 했다.




토끼 탐정단은 교문 밖에서 자신들을 기다리고 있던 항아 아빠와 은우 엄마와 항아네 집사 할아버지와 함께 경찰서로 향했다. 경찰서는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었기 때문에 아이들과 어른들이 나란히 걸은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도착할 수 있었다. 경찰서에 도착하니 박 팀장이 탐정단과 보호자들을 한 방으로 안내했다. 전날 항아와 은우가 준우를 발견한 것에 대해 진술하던 방이었다. 아이들과 어른들이 의자에 앉자마자 방문이 열리며 이 형사와 김 형사가 들어왔다. 이 형사는 롤케이크가 한 조각씩 담긴 접시들이 올려진 쟁반을 들고 있었고 김 형사는 우유가 담긴 컵들과 포크들이 올려진 쟁반을 들고 있었다. 이 형사와 김 형사는 앉아 있는 사람들에게 가지고 온 것들을 나눠주었다. 항아는 테이블 위에 올려진 롤케이크 조각을 내려다보았다. 무지개 롤케이크였다. 하지만 흔히들 생각하는 겉의 빵이 무지개 색인 케이크기 아니라 속을 채운 빵 조각들이 알록달록 여러 색인 케이크였다. 항아 친구들은 잘 모르는 케이크였지만 항아는 이 케이크를 잘 알고 있었다. 엄마가 좋아해서 아빠가 자주 만들어주는 케이크였기 때문이다.


“탐정단이 수사에 많은 도움을 줘서 고마운 마음에 준비 했어.”


박 팀장이 생글생글 웃으며 말했다. 아이들은 ‘잘 먹겠습니다.’라고 예의바르게 인사하고는 케이크를 먹기 시작했다. 항아는 이 케이크가 꽤 마음에 들었다. 비록 아빠가 만들어주는 케이크만큼 맛있지는 않았지만 나름 맛있었다. 포크로 살짝 누르면 빵이 부드럽게 잘라졌고 폭신폭신한 빵과 빵 조각 사이를 채운 크림이 섞이며 입 안에 달달한 고소함을 선사했다. 우유는 빵을 촉촉하게 적셔 빵을 더욱 부드럽고 고소하게 만들었다. 항아가 빵을 맛있게 먹는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던 박 팀장이 우유와 함께 입 안에 있던 케이크를 삼키고는 입을 열었다.


“최현식 씨 방에 준우 가방이 있다는 건 어떻게 알았니?”


최현식은 최씨 아저씨의 이름이었다.


“아저씨가 달빛 유기동물 보호소 아이들을 죽이고 있다고 의심하고 있어서 증거를 찾으려고 방을 조사하다가 가방을 발견했어요. 준우가 사라진 날에 사람이 들어갈 만큼 커다란 군복 무늬 캐리어를 가지고 다녔다는 얘기를 준우랑 그날 같이 놀았던 애들이 말해줬거든요. 그 애들이 말해준 가방의 생김새랑 방에 있던 가방의 생김새가 너무 비슷해서 그게 준우 가방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거 준우 가방 맞았나요?”


항아는 차분하게 거짓말을 했다. 박 팀장은 그게 준우 가방이 맞았다고 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 형사와 김 형사도 별 말 없이 항아의 말을 들었다. 형사들의 반응을 보니 유미도 항아가 미리 지시한 대로 형사들에게 잘 말한 것 같았다. 어제 최씨 아저씨를 잡을 함정을 파면서 항아는 아이들에게, 특히 유미에게 당부했다. 형사들이 물으면 아저씨 방에는 준우 가방을 찾으러 들어간 게 아니라 보호소 아이들을 아저씨가 해친 증거물을 찾으러 들어간 거고 그러다 우연히 준우 가방을 발견하게 된 거라고 말하라고 말이다. 준우 가방을 찾으러 들어갔다고 말하면 어떻게 아저씨가 가방을 가져간 걸 알게 되었는지 말해야 하고 그러면 은우가 cctv를 해킹해서 영상을 수집했다는 걸 말해야 했다. 그건 별로 바람직한 일이 아니었다. 항아는 아이들에게 cctv 영상에 대해서는 누구에게도 절대로 말하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했다.


“최현식 씨가 보호소 강아지들을 죽이고 있었다는 건 어떻게 알았니?”


항아는 막 포크로 집어 올린 분홍색 스펀지 조각을 입 안에 넣어 몇 번 우물거렸다. 어디서부터 설명해야 할까······. 딸기 맛이 조금 나는 스펀지를 씹어 삼키는 동안 생각을 정리한 항아는 우유를 한 모금 마셔 입 안을 정리하고는 말했다.


“처음 아저씨가 이상하다고 생각한 건 소장실 안에서 주사기를 발견했을 때였어요.”

“주사기?”

“네. 이거에요. 아마 아저씨 방에서 발견된 주사기들과 같은 주사기일 거예요.”

항아는 가방에서 주사기가 담긴 비닐 지퍼백을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려놨다.

“이건 로망이가 소장실 책상 밑에서 발견한 거예요.”


항아의 말에 로망이 당당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이걸 보자마자 아저씨가 말을 더듬고 손가락을 정신없이 꼼지락거리시더라고요. 거기다 아저씨가 유미 아버지께 보여드린다며 이 주사기를 가지고 나가셨어요. 그래서 뭔가 느낌이 이상했던 저와 은우는 보호소 뒤편에 있는 쓰레기장을 뒤졌고 소각로 안에서 주사기를 찾았어요.”


비닐을 들어 주사기를 살펴보던 박 팀장이 중얼거렸다.


“주사기 안에 액체가 들어있네······.”

“네. 나중에 아빠께서 알아봐 주셨는데 그 안에 들어있는 게 동물용 마취약이라고 하셨어요. 그리고 주사기 손잡이에 로망이랑 아저씨 지문이 묻어있고요. 거기다 또 이상한 부분도 있었어요.”

“그게 뭐였니?”

“털이었어요.”

“털?”

“네. 냉장고 냉동실 안에 동물들 털이 잔뜩 있었어요. 아무리 동물이 많은 보호소라지만 좀 정도가 심했어요. 그래서 거기에 누군가 강아지들을 넣었던 게 아닐까 하고 생각했어요. 그게 주사기에 대해서 의심스럽게 행동하던 최씨 아저씨 일 가능성이 높다고 봤고요. 그래서 유미에게 부탁해서 최씨 아저씨 방을 조사해 봤던 거예요. 그랬더니 아시는 대로 그 방에서 동물 마취약이랑 주사기가 잔뜩 들어있는 상자가 나왔어요.”


항아는 우유를 한 모금 마셔 까끌해진 입 안을 적셨다.


“유미는 최씨 아저씨가 오고 나서 한 달 뒤부터 소장실 강아지들이 죽기 시작했다고 했어요. 그리고 보호소 냉장고는 최씨 아저씨가 관리하고 있었죠. 보호소 사람들이 전염병으로 생각했던 증상은 몸을 떨고 가끔 몸이 차갑다는 것. 그리고 몸에 힘이 없다는 것이었어요. 그래서 저는 생각했어요. 최씨 아저씨가 보호소 생활에 적응하고 나서 강아지들을 죽이기 시작했다고요. 아이들이 소리 내거나 저항하지 못하게 마취약을 주사해서 냉장고에 넣는 방법으로 서서히 말이죠. 보통 보호소 사람들이 강아지들을 산책시키러 나갈 때마다 보호소를 지킨다는 명목으로 혼자 남아서 강아지를 냉동실에 넣고 사람들이 돌아올 때 쯤 다시 꺼내서 원래 방에 돌려두고 해 왔을 거예요. 산책 시간이 강아지를 얼려죽일 수 있을 만큼 충분히 길지 않았기 때문에 같은 강아지를 그 안에 수차례 넣었다 뺐다 했고 그래서 강아지들이 병에 걸린 것처럼 여러 날 시름시름 앓다가 죽어간 거고요. 하지만 아직 결정적인 증거가 없었어요.”

“약과 주사기가 든 상자 정도면 결정적인 증거 아니니?”


이 형사의 질문에 항아는 고개를 저었다.


“그건 다른 이유를 대서 얼마든지 둘러댈 수 있어요. 어른들에게 아저씨의 범죄를 알리려면 더 꼼짝 못할 증거가 필요했어요. 강아지들이 계속 죽어가고 있는데 느긋하게 증거를 찾을 수는 없었어요. 그래서 로망이가 아이디어를 냈어요. 함정을 파자고. 그리고 아시는 대로 최씨 아저씨는 쉽게 함정에 걸렸어요.”


말을 마친 항아는 주황색 빵 조각을 하나 집어 입 안에 넣었다. 박 팀장은 그런 항아를 보며 추억에 젖었다. 언젠가 그런 날이 있었다. 아무도 일어난 줄 몰랐던 사건을 순식간에 알아내서 범인을 잡아낸 선배는 무지개 롤케이크를 맛있게 먹으며 어떻게 추리했는지 설명해줬다. 지금 앞에 앉아 있는 항아처럼. 박 팀장은 선배를 꼭 닮아 총명하게 빛나는 항아의 다갈색 눈동자를 보며 그 날의 선배와 마주 앉아 있는 거 같은 기분을 느꼈다. 박 팀장은 살짝 눈을 감고 우유를 몇 모금 넘긴 뒤 손을 뻗어 항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런 희미한 단서로 사건을 밝혀내다니, 대단하구나! 정말 선배랑 닮았어! 그리고 토끼 탐정단은 정말 용감하고 멋진 탐정단이구나! 범인을 잡기 위해 대범하게 함정을 파다니 말이야.”


아이들을 실컷 칭찬한 박 팀장은 뿌듯한 표정을 짓는 아이들을 보며 엄격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그래도 위험하니 아이들끼리만 그런 일을 하지 마렴. 항아는 내 번호를 알고 있고, 은우와 로망이에게도 내 핸드폰 번호를 줄 테니 다음부터는 나에게 미리 말해줘. 너희 탐정단이 하는 말은 아이들이 하는 말이라고 무시하지 않고 진지하게 듣고 도와줄게. 알았지?”


박 팀장은 아이들 앞으로 새끼손가락만 곧게 핀 손을 내밀었다.


“네.”


항아가 생긋 웃으며 박 팀장의 새끼손가락에 자기 새끼손가락을 걸었다.


“네.”

“네.”


은우와 로망도 같이 새끼손가락을 걸었다. 그 상태로 몇 번 손을 흔들고 손가락을 푼 뒤 항아는 박 팀장에게 물었다.


“팀장님, 최씨 아저씨는 뭐라고 하시던가요?”

“그게······. 반은 인정하고 반은 인정하지 않고 있어.”

“강아지들을 죽인 건 인정하는데 준우를 납치한 건 인정하지 않고 있다는 건가요?”

“맞아. 강아지 건에 대해선 현행범이어서 그런지 순순히 인정했는데 준우 건에 대해선 전혀 모르는 일이라고 우기고 있어.”

“그러면 그 가방은요?”

“그건 그냥 길에 쓸 만한 게 버려져 있어서 자기가 쓸 요량으로 가져간 거래.”

“가방 바깥쪽과 안쪽 지문은 조사해 보셨어요?”

“응. 가방 바깥쪽에선 최씨 지문이 검출됐는데 가방 안쪽에선 최씨 지문이 나오지 않았어. 준우 지문은 안팎으로 다 찍혀 있었는데. 아무래도 최씨가 그 가방을 열지는 못 한 거 같아.”

“그렇군요.”


항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어젯밤에 생각한 대로였다. 최씨가 준우 납치범일 가능성은 더욱 낮아졌다.


“준우가 감금되었던 곳은 찾으셨나요?”


박 팀장은 눈썹과 눈썹 사이에 주름을 만들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 보호소 안을 샅샅이 조사했는데 준우의 증언과 일치하는 곳이 없더라고. 혹시 몰라서 준우의 흔적이 있는 곳이 있을까 조사하고 있는데 아직 발견된 건 아무것도 없어.”

“준우가 뭐라고 증언했는데요?”

“온통 새카맣게 어둡고 사방에서 시끄럽게 개와 고양이 소리가 들리는 곳에 갇혀 있었다고 했어. 그런데 이 갇혀있었다는 말도 애매해.”

“네? 왜요?”

“준우가 갇혀있던 곳에서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었던 거 같거든. 아무리 돌아다녀도 벽이 손에 닿지 않는 곳에 있었다고 했어.”

“네? 그게 가능해요?”

“그렇지? 우리도 이상하게 생각하고 있어.”


박 팀장은 양 어깨를 으쓱했다.


“형사님.”


항아가 몸을 앞으로 기울여 박 팀장의 눈동자를 곧게 바라보며 말했다.


“저희 준우 병문안 가고 싶은데 가도 될까요?”


역시 준우의 증언을 한 번 제대로 들어볼 필요가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토끼 탐정단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1부 완결입니다. 그동안 토끼 탐정단과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19.08.31 27 0 -
55 영웅 탐정 최항아 (2) - 달빛마을 연쇄 납치 사건 종결. 19.08.31 23 1 10쪽
54 영웅 탐정 최항아 (1) 19.08.30 22 1 10쪽
53 달빛마을 연쇄 납치 사건의 범인 (3) 19.08.29 63 1 16쪽
52 달빛마을 연쇄 납치 사건의 범인 (2) 19.08.28 31 1 16쪽
51 달빛마을 연쇄 납치 사건의 범인 (1) 19.08.27 30 1 12쪽
50 또 다른 피해자 (4) 19.08.26 15 1 10쪽
49 또 다른 피해자 (3) 19.08.24 22 1 7쪽
48 은우의 조사 보고 19.08.23 22 1 9쪽
47 묘안 님 (3) 19.08.22 19 1 10쪽
46 묘안 님 (2) 19.08.21 38 1 11쪽
45 묘안 님 (1) 19.08.20 21 1 8쪽
44 달빛 마을 경찰서 (3) 19.08.19 21 1 7쪽
43 달빛 마을 경찰서 (2) 19.08.17 23 1 8쪽
42 달빛 마을 경찰서 (1) 19.08.16 32 1 7쪽
41 또 다른 피해자 (2) 19.08.15 22 1 8쪽
40 또 다른 피해자 (1) 19.08.14 52 1 13쪽
39 별세계 조사 보고 19.08.13 21 1 8쪽
38 하얀 강아지 19.08.12 20 1 9쪽
37 탐정과 조수들의 조금은 소란스러운 아침 19.08.10 34 1 13쪽
36 율도국 (5) 19.08.09 55 1 7쪽
35 율도국 (4) 19.08.08 22 1 9쪽
34 율도국 (3) 19.08.07 60 1 9쪽
33 율도국 (2) 19.08.06 51 1 15쪽
32 율도국 (1) 19.08.05 27 1 9쪽
31 탐정과 조수들의 고요한 밤 19.08.03 23 1 9쪽
30 내 강아지 (2) 19.08.02 21 1 14쪽
29 내 강아지 (1) 19.08.01 26 1 8쪽
28 병문안 (6) 19.07.31 27 1 9쪽
27 병문안 (5) 19.07.30 23 1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