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 탐정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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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테르
작품등록일 :
2019.07.01 0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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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8.31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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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8.0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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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정과 조수들의 고요한 밤

DUMMY

집으로 돌아와 샤워를 마친 항아는 침대 위에 앉아 노트북으로 은우와 로망과 함께 화상 채팅을 하며 오늘 조사했던 것들을 정리하고 있었다. 노트북 화면 한쪽 구석에는 은우와 로망이 사이좋게 공간을 차지하고 있었다. 항아는 친구들에게 화니를 보여주고는 옆에 내려두었다. 화니는 떠나지 않고 항아 옆에 자리를 잡고 몸을 동글게 말아 엎드렸다. 평소라면 뭔가를 먹거나 마시거나 했을 테지만 옆구리를 차지하고 앉은 화니가 혹시라도 먹으려 들까봐 항아는 참기로 했다. 달달한 영양소가 부족해서 뇌의 움직임이 조금 둔해진 것 같았지만 아직 졸리지는 않으므로 괜찮았다. 항아는 화니를 쓰다듬으며 찬찬히 하루 동안 있었던 일들을 떠올렸다. 처음 봤을 때 보다 짧아졌지만 여전히 부드러운 털이 항아의 손바달을 간질였다.


“항아야, 최씨 아저씨가 범인이라고 생각해?”


갑작스런 로망의 질문에 항아는 감았던 눈을 떴다. 은우가 얼굴을 찌푸렸지만 로망은 신경쓰지 않고 반짝이는 눈으로 항아의 대답을 기다렸다.


“글쎄······.”


처음 cctv에서 최씨 아저씨를 발견했을 때에는 그가 준우 납치범일 가능성이 높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막상 준우의 가방을 찾고 나니 오히려 최씨 아저씨가 범인이라기엔 설명이 되지 않는 부분이 많아졌다. 거기다 준우의 증언까지. 항아는 최씨 아저씨가 범인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다. 물론 준우의 증언이 틀리고 항아가 미처 생각하지 못 한 방법으로 최씨 아저씨가 가방 속 총들과 준우를 옮겼을 가능성도 있었다. 항아는 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계속 정보를 모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섣부른 판단을 내리기엔 아직은 증거가 부족했다.


“그렇게 보기에는 설명해야 할 부분들이 많아. 더 많은 증거가 필요해.”

“그렇구나.”


로망은 즐거운 듯 한 목소리로 이어서 질문했다.


“그러면 준우의 말은 어떻게 생각해? 걔 말을 믿어?”


은우의 표정이 더 안 좋아 졌다. 하지만 로망은 여전히 신경 쓰지 않고 항아의 대답을 기다렸다.


“준우가 착각했을 수는 있지만 납치된 일에 대해 증언한 건 거짓말이 아니야.”

“그 거짓말쟁이 말을 믿는 거야?”


로망이 뜻밖이라는 듯 목소리를 한 톤 높여 되물었다.


“걔가 항아한테 납치범을 잡아달라고 했잖아. 피해자가 탐정한테 사건에 대해서 거짓말을 하겠어?”


은우가 어이가 없다는 듯 팔짱을 꼈다. 하지만 로망은 지지 않았다.


“걔가 정말 피해자라고 생각해? 그리고 이미 거짓말 했잖아. 고양이들한테 비비탄 총 쏜 걸 숨겼잖아.”

“로망아, 준우가 어디 몰래 숨어 있다가 나온 거 아니냐고 말하고 싶은 거 같은데, 너도 같이 준우 상태가 어떤지 봤잖아? 적어도 누가 준우를 가두고 괴롭힌 건 맞아. 준우가 발견됐을 때 모습을 생각해도 준우에게 해코지를 한 누군가의 존재를 알 수 있고. 그래서 나는 그 부분에 대한 준우의 증언을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해.”


항아는 그렇게 말하며 준우의 증언에 대해 생각했다. 사람이 오지 않고 굉장히 넓으며 햇빛을 완벽하게 가릴 수 있는 곳. 항아는 우선 준우가 갇혀 있었던 그 장소를 찾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어디에 있을까? 항아는 그곳이 달빛 공원 근처에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다.


“애들아 우리 내일 학교 끝나고 달빛 공원 근처를 수색해보자. 거기에 준우가 갇혀 있던 곳이 있을 가능성이 높아.”

“응.”

“그래. 알았어.”


조수들이 탐정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은우야, 준우가 발견된 곳을 중심으로 사람이 잘 가지 않는 곳들을 알아봐 줘. 내일 그 곳들을 집중적으로 조사할 거야.”

“응. 바로 알아볼게.”


은우는 바로 눈동자를 돌려 조사를 시작했다. 항아의 노트북 스피커로 타닥타닥 타자소리가 빠르게 들려왔다. 항아는 은우를 바라보며 잠시 화니를 쓰다듬었다. 따끈하고 보들보들한 느낌이 마음을 노곤하게 했다.


“그러면 나는 바람이를 데려갈게. 바람이는 냄새를 잘 맡으니까 준우 냄새를 잘 쫓을 수 있을 거야!”

“바람이 아팠던 지 얼마 되지 않았잖아. 괜찮아?”


항아는 처음 봤을 때 로망의 품에서 축 늘어져 있었던 바람이의 모습을 떠올렸다. 다음날 만났을 땐 건강한 모습이었지만 아직은 더 쉬어야 하지 않을지 걱정이 되었다.


“지금은 많이 건강해! 그리고 어차피 같이 산책 나가야 하니까 괜찮아. 만약에 너무 힘들어 하면 내가 안고 다닐게.”

“알았어. 그러면 내일 학교 끝나고 바람이를 데리고 달빛 공원으로 와 줘.”


로망이 저렇게까지 말하는데 말릴 이유가 없었다. 게다가 로망의 말대로 바람이가 있다면 준우가 있던 곳을 더 쉽고 빠르게 찾을 지도 몰랐다. 항아는 바람이가 냄새를 맡을 수 있도록 준우의 물건을 챙겨 둬야겠다고 생각하며 준우에게 문자를 보냈다. 문자를 보낸 항아는 양 손에 턱을 괴고 잠시 눈을 감았다. 내일은 정말 바쁜 하루가 될 것 같았다. 낭비하지 않고 알뜰하게 시간을 써야 겠다고 항아는 생각했다.


“그런데 항아야, 오늘 병원 앞에서 쓰러졌던 그 아줌마는 괜찮으실까? 혹시 박 팀장님이 문자 주셨어?”


은우가 분주하게 자판을 두드리던 소리가 멎었다.


“홍로망, 자꾸 물어보지 마! 지금은 항아가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이란 말이야. 계속 그렇게 물어보면서 항아가 생각을 정리할 틈을 주지 않으면 어떡해?”

“그 아줌마가 계속 생각나는 걸 어떡해? 너는 걱정 되지도 않아?”


은우가 로망에게 핀잔을 주었지만 로망은 주눅 들지 않고 맞받아쳤다.


“그런 말이 아니잖아! 지금은 항아가 조용히 생각하는 중요한 시간이야. 우리는 그냥 항아가 물어 볼 때 대답하고 조사하라는 걸 조사하면 돼! 자꾸 항아 방해하지 마!”


은우가 단호하게 말했다.


“너는 항아의 조수인 거야, 부하인 거야?”


로망은 양 손바닥을 들어 보였다.


“애들아, 싸우지 마.”


항아가 부드럽게 은우와 로망을 타일렀다. 로망과 은우의 짧은 말다툼이 그치고 잠시 조용해지자 항아가 핸드폰을 들었다.


“그러지 않아도 방금 전에 박 팀장님으로부터 문자가 왔어.”


항아는 핸드폰 화면을 눌러 준우에게 문자를 보낼 때 받은 박 팀장의 문자를 열었다.


“그 아줌마는 정신을 차리셨다고 하셔. 그리고 로망아, 나랑 은우는 그 아줌마가 준우가 발견되기 전날 밤에 공원에 갔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어. 준우가 발견된 공원길에 육포조각이랑 초콜릿이 많이 떨어져있었는데 아줌마 가방에 비슷한 육포가 있는 걸 봤거든. 그걸 병원에서 형사님께 말씀드렸는데 형사님이 준우가 발견된 곳에 떨어져 있던 육포에서 그 아줌마 지문이 나왔다고 하셨어. 거기다가 그 아줌마로 보이는 사람이 그날 밤에 준우가 발견된 곳에 있던 게 공원 cctv로 확인돼서 내일 병원에 가서 그 아줌마를 심문하실 거고 원하면 우리도 그 아줌마를 만나도 된다고 하시는데······. 로망아, 네가 바람이를 데리러 간 동안 나랑 은우랑 병원에 갔다 올게. 달빛 공원에서 만나자.”

“싫어. 우리는 토끼 탐정단이잖아. 함께 조사를 다녀야지.”


로망이 항아의 제안을 단칼에 거절했다. 은우가 다시 손을 멈추고 로망을 노려봤지만 로망 오직 항아 쪽만을 보고 있었다.


“하지만 로망아, 공원이랑 병원은 꽤 멀잖아. 거기다 너도 바람이를 데리러 집에 갔다 올 거고. 우리는 시간이 많지 않아. 해가 지기 전에 최대한 많이 찾아다니고 조사해야 해.”

“바람이를 데려오는 데에는 시간이 걸리지 않아. 학교 끝나는 시간에 맞춰서 바람이를 데려오라고 할아범에게 말해둘 거야.”


항아가 부드럽게 로망을 설득했지만 로망이 버텼다.


“하지만 병원에는 강아지를 데려갈 수 없어. 그러면 병원에 갔다가 다시 네 집에 들러야 하잖아. 결국 그만큼 시간이 더 걸릴 거야.”

“그러면 할아범이 병원으로 바람이를 데려오면 돼!”


그 쯤 되니 반대할 이유가 없었다.


“그래. 그러면 학교 끝나고 같이 병원에 가자.”


기분이 좋아진 로망이 선심을 쓰듯 말했다.


“항아 네가 여기저기 왔다 갔다 하는 데 드는 시간이 신경 쓰이면 내가 도와줄 방법이 있어!”

“어떻게?”


항아는 ‘집사 할아버지가 운전하는 차로 다니자고 하려는 건가?’라고 생각하며 물었다. 하지만 로망은 입술로 거만한 선을 그리며 말했다.


“대신 너희들이 약속해줄 게 있어.”

“약속?”

“응. 지금부터 보고 듣는 모든 것들에 대해서 비밀을 지켜 줘야 해.”

“얼마나 대단한 건데 비밀엄수 씩이나 해야 하는 거야?”


은우가 핀잔을 주듯 말했다. 하지만 로망은 거듭 약속을 받아냈다.


“중요한 거니까 약속해줘.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겠다고.”


웃음기가 사라진 로망의 표정은 사뭇 진지했다.


“응. 비밀을 지킬게.”


그 표정이 전염된 듯 항아도 진지한 표정으로 로망에게 약속했다.


“알았어. 그럴게.”


은우도 마지못해 약속했다. 그러자 로망이 다시 씨익 웃으며 입을 열었다.


“그 방법은 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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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달빛마을 연쇄 납치 사건의 범인 (3) 19.08.29 63 1 16쪽
52 달빛마을 연쇄 납치 사건의 범인 (2) 19.08.28 31 1 16쪽
51 달빛마을 연쇄 납치 사건의 범인 (1) 19.08.27 30 1 12쪽
50 또 다른 피해자 (4) 19.08.26 15 1 10쪽
49 또 다른 피해자 (3) 19.08.24 22 1 7쪽
48 은우의 조사 보고 19.08.23 22 1 9쪽
47 묘안 님 (3) 19.08.22 19 1 10쪽
46 묘안 님 (2) 19.08.21 38 1 11쪽
45 묘안 님 (1) 19.08.20 21 1 8쪽
44 달빛 마을 경찰서 (3) 19.08.19 21 1 7쪽
43 달빛 마을 경찰서 (2) 19.08.17 23 1 8쪽
42 달빛 마을 경찰서 (1) 19.08.16 32 1 7쪽
41 또 다른 피해자 (2) 19.08.15 22 1 8쪽
40 또 다른 피해자 (1) 19.08.14 52 1 13쪽
39 별세계 조사 보고 19.08.13 21 1 8쪽
38 하얀 강아지 19.08.12 20 1 9쪽
37 탐정과 조수들의 조금은 소란스러운 아침 19.08.10 34 1 13쪽
36 율도국 (5) 19.08.09 55 1 7쪽
35 율도국 (4) 19.08.08 22 1 9쪽
34 율도국 (3) 19.08.07 60 1 9쪽
33 율도국 (2) 19.08.06 51 1 15쪽
32 율도국 (1) 19.08.05 27 1 9쪽
» 탐정과 조수들의 고요한 밤 19.08.03 24 1 9쪽
30 내 강아지 (2) 19.08.02 22 1 14쪽
29 내 강아지 (1) 19.08.01 26 1 8쪽
28 병문안 (6) 19.07.31 27 1 9쪽
27 병문안 (5) 19.07.30 23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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