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을 차려보니 행성이 파괴됨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완결

뒷BOOK
작품등록일 :
2019.07.01 17:16
최근연재일 :
2019.10.11 08:41
연재수 :
90 회
조회수 :
13,861
추천수 :
231
글자수 :
437,237

작성
19.07.23 14:34
조회
116
추천
2
글자
11쪽

별주부전 (1)

DUMMY

다행히 체르타가 곧장 마법을 걸어준 덕에 체스트가 익사하는 일은 없었다.


“와...”


체스트는 황홀한 눈빛으로 감탄을 자아내며 위를 바라봤다.


분명 깊은 물 속일 텐데도 주위는 신기하게 밝았다.


우우웅-


그때 무언가 거대한 게 지나가는 소리와 함께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저건...”


체스트는 약 20m 정도 길이의 거대한 고래가 물을 가르며 어딘가로 헤엄쳐가는 걸 멍하니 쳐다봤다.


“이곳 어민들이 이용하는 버스 같은 겁니다.”


“그럼 저걸 따라가다 보면 어민들이 사는 곳이 나오겠네요?”


체스트의 말에 체르타가 고개를 끄덕였다.


“옵저버. 저 고래를 따라가 줘. 그러다가 어디에서 멈추면 바로 나한테 신호 보내주고.”


체스트의 말에 이동 마법 옵저버가 기계음을 내고서 재빨리 고래를 따라갔다.


‘그러고 보니 물속에서도 잘 작동하는 거 보면 방수기능도 추가했나 보네.’


그때 체르타가 흥미로운 듯이 눈을 반짝였다.


“저게 그 옵저버라는 겁니까?”


“네. 저건 이동마법을 쓸 수 있는 구체에요.”


“그럼 그때 명장면을 보여준 구체도 지금 가지고 계십니까?”


“네. 보여드릴까요?”


그 말에 체르타가 손을 들어 제지했다.


“지금은 임무 수행 중이니 기회가 된다면 보겠습니다. 아, 그리고...”


체르타가 뜸을 들이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굳이 고래에 구체를 따라붙게 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냥 순간이동으로 가면 되니까요.”


그렇게 말하고서 체르타가 손을 내밀었다. 체스트는 그 손을 보며 맥이 빠진 표정으로 말했다.


“...좀 빨리 말해주시지.”






[용궁 마을]


그곳은 축제 분위기로 떠들썩했다. 그곳에 있는 사람... 아니, 엄니들은 분위기에 취한 듯 하나같이 들떠있는 표정이었다.


“와...”


체스트는 사람 몸집만 한 물고기들이 두 발로 걸어 다니는 모습을 신기하게 쳐다봤다.


“진짜 있었네요. 어인이...”


체르타는 주위를 두리번거리다가 무언가를 발견하고는 따라오라고 손짓했다.


그를 따라간 곳은 어느 경기장의 입구였다. 그곳에는 ‘별주부전’이라고 큼지막하게 쓰인 현수막이 걸려있었다.


“용궁에서는 매년 별주부절에 별주부 토끼의 공을 기리는 의미에서 대회를 열어요.”


“그건 알겠는데... 갑자기 여긴 왜 온 거예요? 용궁의 진주를 찾아야 하는 거 아닌가요?”


그 말에 체르타가 싱긋 웃었다.


“대회 1등 상품이 용궁의 진주거든요.”


“아...”


체스트는 그제야 체르타가 왜 서둘러 이곳에 오려고 했는지 깨달았다. 만약 체스트가 1년에 한 번 오는 이 절호의 기회를 놓쳐버렸다면 용궁의 진주를 얻기 위해 1년이라는 시간을 더 기다려야 했을 것이다. 물론 체르타와 함께.


“이럴 시간 없어요. 얼른 참가 신청하러 가요.”


그러니 체르타가 이렇게 재촉하는 것도 이해가 갔다.


체스트는 곧장 경기장의 창구로 가서 직원에게 참가 의사를 내비쳤다.


“안 됩니다.”


그리고 직원이 단호하게 말하자 체스트가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예? 왜요?”


“참가 신청은 어제부로 마감되었습니다.”


“어차피 아직 시작도 안 했잖아요?”


“그래도 안 됩니다.”


직원의 단호한 태도에 체스트는 초조한 표정으로 생각에 잠겼다.


‘어쩌지...? 그냥 협박이라도 할까?’


확실히 봉쇄 마법으로 속박한 뒤에 생선구이로 만들어버리겠다고 협박하면 누구든 목숨이 아까워서 경기에 참여 시켜 줄 것이다.


결심을 굳힌 체스트가 구체를 움직이려고 하던 그때였다.


툭-


체르타가 어떤 상자를 창구 선반에 올려놓았다.


“...이 요상한 떡밥 상자는 뭡니까?”


직원이 눈썹을 꿈틀거리며 체르타를 쳐다봤다.


“이게 여기 특산물이라길래 혹시나 마음에 드실지 모르겠네요.”


그 말에 직원은 슬며시 상자를 열어보고는 주위를 둘러보며 눈치를 살폈다.


“부족하면 더 넣어드리죠.”


체르타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말하자 직원은 상자를 닫은 뒤 서랍에서 무언가를 꺼내 체르타에게 건넸다.


“건투를 빕니다.”


체르타가 받은 건 참가번호가 적힌 목걸이였다.


체스트는 그 광경을 보며 생각했다.


‘어디서든지 저 특산물 상자는 만능이구만.’






“안녕하십니까! 저는 이번 별주부전 대회의 사회를 맡은 앙커입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아귀와 똑같은 모습의 사회자가 머리에 달린 기다란 촉수에 묶여있는 마이크를 입에 가져다 대고 말했다.


“대회 시작에 앞서 ‘1차 심해전’에 대해 설명해드리겠습니다! 우선 여러분의 옆쪽에 있는 거대한 구멍을 봐주십시오!”


사회자의 말에 참가자들이 우르르 몰려 구멍에 다가섰다.


“이 구멍은 직경 3km에 깊이가 무려 수백km에 달하는 낭떠러지입니다. 밑바닥으로 갈수록 점점 넓어지는 구조로 되어 있죠.


규칙은 간단합니다. 제한 시간은 3시간. 그 안에 이 구멍 속으로 누구보다 더 깊게 들어가시면 됩니다. 그중 10명을 선발할 건데요, 여기서 주의해야 할 점은 이 낭떠러지의 밑바닥이 바로 화산지대라는 것!


따라서 점점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높아지는 수온을 어떻게 견뎌낼지가 이번 심해전의 포인트라고 할 수 있겠죠?


자, 그럼 경기 시작 전에 준비할 시간 5분 드리겠습니다! 모쪼록 잘못해서 수압에 짓눌리거나 용암에 녹아버리는 분은 없으시길~.”


체스트는 아무도 모르게 옵저버 하나를 구멍 속으로 보낸 뒤 생각에 잠겼다.


‘승리 조건은 간단하게 10등 안으로 가장 깊게 잠수하는 것이지만 실제로 그러기 위해선 무수히 많은 장애물을 극복해야 해.


가장 큰 장애물인 수압. 만약, 함부로 낭떠러지 아래로 순간이동 했다간 수압을 이겨내지 못해서 즉사하고 말 거야. 내가 가지고 있는 퍼펙트 실드링 의 방어막이 얼마나 버텨줄지가 관건이다. 수압을 극복해낸다고 하더라도 약 500m만 내려가면 칠흑의 어둠이 눈 앞을 가린다.


이외에도 수많은 위협요소가 도사리고 있을 거야. 뭐... 일단 대비책은 세워뒀지만, 과연 10등 안에 들 수 있을지...’


“뭘 그렇게 걱정해요?”


그때 체스트의 표정을 읽었는지 체르타가 옆에서 말을 걸었다.


“관전 석에 있는 거 아니었어요?”


“뭐, 경기 시작 전에 뭐 하고 있나 보러왔죠.”


체르타는 그렇게 말한 뒤 체스트의 어깨를 슬며시 잡았다.


“매지스트잖아요. 걱정할 거 뭐 있나요?”


그 말에 조금은 안도감이 들었다.


‘그래. 매지스트인데, 까짓거 한번 1등 해보지 뭐.’


“자~ 여러분! 준비되셨나요?”


그때 사회자의 말이 울려 퍼지고 관전장에서 함성과 응원 소리가 들려왔다.


“네~ 그럼 바로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3...2...1... 스타트!”


사회자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참가자들은 일제히 거대한 구멍으로 들어갔다.


체스트의 전략은 간단했다. 퍼펙트실드링의 방어막에 빛을 굴절시키는 마법을 걸어두는 것.


단순한 전략이지만 주위가 온통 새파란 풍경인 바닷속에서는 외부의 적이 식별하기 어려워서 경쟁자들의 방해 없이 깊게 들어갈 수 있어 꽤 쓸만한 전략이다. 라고 생각한 체스트에게 벌써 누군가가 참 격을 날렸다.


쾅-


참 격이 방어막에 부딪히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런?! 내가 보이는 건가?’


체스트가 참 격이 날아온 방향으로 시선을 돌렸다.


‘...인간?’


보통 별주부전은 용궁에서 열리는 경기이니만큼 인간이 참가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하지만 그곳에는 자기 몸집만큼 거대한 낫을 든 한 사내가 체스트를 정확히 노려보고 있었다. 저 사내 또한 체스트와 같은 목표를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컸다.


‘귀찮게 됐네...’


사내는 다시 참 격을 날리려는 듯 낫을 뒤로 뻗었다.


“이봐! 잠깐만!”


체스트의 말에 그는 잠시 하던 행동을 멈추고 체스트를 바라봤다.


“우리 둘이서 이럴 필요는 없잖아. 안 그래? 어차피 1차전 끝나고 2차전에서 또 싸울 텐데 굳이 여기서 힘을 뺄 필요 없단 말이지.”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체스트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설득된 건가? 공격하지 않는 걸 보면 그런 것 같은데...’


그렇게 체스트가 생각하고 있을 때 사내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난, 우승에 관심 없다.”


뜻밖의 말에 체스트가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뭐? 그럼 왜 여기 있는 건데?”


“난 네가 누군지 알아. 체스트.”


그 말에 체스트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뭐야... 내 이름을 어떻게...”


“난투전에서 골렘 군단으로 그 난리를 쳤는데 네 이름을 모를 리가 없지.”


사내는 경멸 어린 눈빛으로 체스트를 쳐다봤다.


“너 때문에 얼마나 많은 우리 길드원들이 피해를 본 줄 알아?”


그제야 체스트는 사내가 왜 자신에게 적개심을 가졌는지 알아챘다.


“하... 그래서 그때 일을 복수하려고 여기까지 날 따라온 거야?”


체스트가 우습지도 않다는 듯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그래. 최소한 네 팔다리는 부러뜨려 놔야 속이 좀 편해질 것 같아.”


“무슨 자신감이야?”


“...뭐?”


체스트가 정색하며 묻자 그가 살짝 겁을 먹은듯한 표정이 되었다.


“뭐, 복수하려고 여기까지 날 찾아온 건 좋아. 그런데... 내 골렘에 농락당한 너희 길드원이랑 네가 수준이 비슷하다면, 너도 별 보잘것없는 놈인 것 같은데?”


그 말에 사내는 애써 여유로운 표정을 지었다.


“난 능력자야. 마음의 소리를 들을 수 있지. 네가 굴절마법을 써서 숨어봤자 나한텐 안 통해. 거기다가 네가 어떻게 움직일 건지 어떤 공격을 할 건지 전부 알 수 있다고.”


그의 말에 체스트가 무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것 참 좋은 능력이네. 그래서?”


“뭐?”


사내는 자신의 능력을 알고도 전혀 아무렇지도 않은 체스트를 보며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아니, 뭐... 복수할 거라며? 그 정도 능력으로 되겠어? 보아하니 다른 길드원을 데려온 것도 아닌 것 같은데. 혼자서 날 상대하겠다고?”


체스트가 피식 웃자 순간 사내가 욱했는지 낫을 세차게 휘둘렀다.


휘잉-


참 격이 물을 가르며 체스트를 향해 날아갔다.


주위는 벽이나 바닥이라고는 찾아볼 수도 없는 바닷속이었다. 그 때문에 원래라면 체스트는 그림자 마법진을 쓸 수 없을 터였다.


“애쉬.”


하지만 체스트가 주문을 외우자 그의 앞에 있던 바닷물이 순식간에 얼어 사람 몸집만 한 얼음 덩어리가 되었다.


치잉-


얼음과 참 격이 서로 부딪혀 요란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부서진 얼음덩어리 수십 조각이 주위로 퍼져나가자, 덩어리가 있던 곳에 은은한 빛을 내뿜는 무언가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건... 마법진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정신을 차려보니 행성이 파괴됨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후기 19.10.12 64 0 -
공지 제목 변경 19.07.18 185 0 -
90 마지막 화 +2 19.10.11 130 2 15쪽
89 19.10.10 71 2 10쪽
88 루시퍼 19.10.09 78 2 10쪽
87 50년 후 19.10.08 73 2 12쪽
86 모닥불 19.10.07 69 3 10쪽
85 베타의 계획 19.10.05 85 2 11쪽
84 알파와 베타 19.10.04 75 2 10쪽
83 3년 후 (2) 19.10.03 165 2 10쪽
82 3년 후 (1) 19.10.02 72 2 12쪽
81 통일의 돌 19.10.01 75 2 12쪽
80 그날의 진실 19.09.30 70 2 10쪽
79 레나의 과거 (6) 19.09.28 145 2 11쪽
78 레나의 과거 (5) 19.09.27 77 2 10쪽
77 레나의 과거 (4) 19.09.26 74 2 10쪽
76 레나의 과거 (3) 19.09.25 116 3 11쪽
75 레나의 과거 (2) 19.09.24 77 2 10쪽
74 레나의 과거 (1) 19.09.23 88 3 10쪽
73 테리셔스 (12) 19.09.21 96 2 11쪽
72 테리셔스 (11) 19.09.20 86 2 10쪽
71 테리셔스 (10) 19.09.19 104 2 10쪽
70 테리셔스 (9) 19.09.18 80 2 11쪽
69 테리셔스 (8) 19.09.17 77 2 9쪽
68 테리셔스 (7) 19.09.16 79 3 11쪽
67 테리셔스 (6) 19.09.14 84 2 10쪽
66 테리셔스 (5) 19.09.13 84 2 9쪽
65 테리셔스 (4) 19.09.12 80 2 11쪽
64 테리셔스 (3) 19.09.11 79 2 11쪽
63 테리셔스 (2) 19.09.10 80 2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