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결해(氷結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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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연성
그림/삽화
유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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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02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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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8.02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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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7.31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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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쪽

제 29화 : 사천풍운(四川風雲)

DUMMY

십 오년 전, 사천과 호북을 잇는 도로가 처음으로 생겨났다.

그 전에도 두 지역을 왕래할 수 있는 길이 있었으나 지금의 도로에 비교한다면 그것은 길이라 부르기 민망한 수준이었다.

호북의 서쪽은 무당산을 중심으로 험한 산들이 수없이 분포해 있었기에, 대부분의 서민들은 이를 한참이나 돌아가는 우회로를 이용해왔다.


그러던 어느 날.

신가에서 나온 장인들이 믿을 수 없는 신기(神技)로 두 지역을 직통으로 잇는 도로를 개설하니, 그것은 중원인들에게 말 그대로 신세계와 같았다.

무려 백오십 리에 달하는 거리를 시원하게 뚫어버린 도로다.

수많은 산들을 깎고 뚫기를 반복해 생겨난 이 도로 위를, 과거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사람들이 현재 손쉽게 왕래하고 있다.


도로의 이름은 북천로(北川路), 혹은 천북로(川北路).

호북과 사천의 뒷 글자를 따서 사람들은 그렇게 부르기 시작했다.

동부무림의 사람들은 호북을 앞에 두어 북천로라 칭했고, 서부무림에 속한 이들은 당연히 사천을 앞에 두어 천북로라 일컬었다.

원체 인간들은 사소한 것에 목숨을 건다지 않는가.

신이 내린 축복과도 같은 이곳의 도로가 생겨나자 사람들은 도로의 작명(作名)을 가지고도 유치하게 옥신각신 해대었다.

우습게도 십오 년이 지난 지금도 도로명은 통일되지 못했다.

이 도로를 지나다 보면, 도로명을 가지고 싸워대는 인간들이 꼭 있다는 설은 이제 더 이상 특별한 이야깃거리도 아니었다.


하여튼 북천로든 천북로든 간에, 사람들 뿐 아니라 마차들도 이 도로를 줄기차게 이용하기 시작했다.

언제부턴가 아예 마차들만 따로 통행할 수 있도록 도로 위에 구분선을 지어놓아 지나다니는 사람들과의 충돌을 미연에 방지해왔다.


오늘도 어김없이 도로 위를 달리는 상당수의 마차들.

그중 당금 무림에서 최고의 성세를 이룩하고 있다는 금천표국의 마차도 그들 틈에 끼어 있었다.


두두두두.


무슨 대단한 표물이라도 운송하는지, 무려 다섯 대의 마차들이 줄지어 늘어선 채 달리고 있다.

그 중 가운데의 마차가 가장 중요한 표물을 운반하는 듯 외관부터가 범상치 않다.

겉보기에도 다른 마차들보다 훨씬 고급지고 단단해 보인다고 해야 할까.

하지만 마차들 안의 어떠한 표물보다 중요한 인물이 예상외로 가장 첫 번째 마차 안에 타고 있었으니.

다섯 마차들 중 가장 허름해 보이는 마차다.


그 안에서 들려오는 여인의 영롱한 목소리.

허나 음성에는 숨길 수 없는 투정의 빛이 한가득 담겨있다.


“이게 뭐에요, 오라버니... 호북에서부터 계속 마차라니, 하...”


“어쩔 수 없다. 향이 넌 지금 하남 땅을 무려 칠 년 만에 벗어나는 거다. 특히 요즘 시국에는 매사에 조심해야 해.”


율검향과 그녀의 수신위(守身衛) 을지백이었다.

호북 무한(武漢)에 자리한 금천표국 본부로부터 사천으로 향하는 이번 표행.

많고 많은 금천표국의 표행들 중 하나다.

그들은 그런 표행의 틈에 끼어 사천으로 가고 있었다.

그녀의 사천행이 결정되고 을지백이 고심 끝에 가장 안전한 이동방법을 계획했다.

그리고 그것이 지금과 같은 표행 틈에 섞인 마차로의 이동이었다.


“오라버니... 정말 이 방법이 최선이었어요? 하.. 완전 이동하는 감옥 같잖아요... 죄수들의 기분을 이제 알 것 같네 흑...”


한숨을 푹푹 쉬어대는 그녀의 실없는 소리를 잠자고 듣고 있던 그가 짧게 끊어 치듯 대답했다.


“이게 최선이다.”


“아니... 오라버니랑 같이 죽립 눌러쓰고 말 타면서 가면 되잖아요..”


그녀는 칠 년 만에 하남을 벗어나 떠나는 사천행이 이토록 답답하고 고문 같을 거라 생각지 못했다.

평소의 그녀답지 않게 투정이 심한 게 정말 미치도록 아쉬운 티가 역력했다.

심지어 을지백은 한쪽에 난 조그만 창문을 덮고 있는 장막도 걷지 못하게 했다.

한 마디로 하남을 벗어난 순간부터 지금까지, 꼼짝없이 마차 속에서 바깥 구경 한번 못해본 것이다.

게다가 표물들의 마차에 몸을 실은 까닭에 그들이 앉아 있는 공간에는 야명주 따위의 불빛도 전무했다.

그렇게 그들은 어둠 속에서 피난민처럼 이동하는 중이었다.


“너무 슬퍼요 오라버니, 흑흑...”


흐르는 눈물을 닦듯 그녀가 고운 소매를 눈가로 가져간다.

이런 좁고도 어두운 공간에서 눈물을 훔치고 있는 여인의 모습은 한줄기 가련함을 풍길 만도 하건만.


“......”


그러한 그녀의 모습에도 불구하고 무정한 침묵은 가시질 않는다.


“에휴! 이젠 내 눈물신공도 안 먹히네. 오라버니! 너무 그렇게 인간미 없으면 못써요!”


한껏 비운의 여주인공을 열연하던 율검향이 이내 포기하고 갑자기 빽 하고 소리친다.


“그런 거 없어도 된다.”


“이익! 저번에 오라버니 인간미 넘친다고 한 거 취소야, 최소!”


좁은 마차 안에서 한바탕 손짓발짓 혼자 난리를 치더니, 어린애처럼 완전히 토라진 듯 팔짱을 껴버린다.


“......”


그러거나 말거나.

자신의 애검 벽파(壁破)를 아까부터 열심히 손질 중인 을지백이다.

그녀의 마음을 모르는 바 아니었으나, 그에게 있어 최우선 순위는 그녀의 안전뿐이었다.

그렇게 서로가 말없이 일다경 정도 흘렀을까.

불편한 침묵을 원체 질색해하는 그녀가 슬그머니 눈치를 보더니 먼저 운을 뗀다.

제천맹에서도 명성이 자자한 팔색조답게, 그새 미안함이 꿀처럼 뚝뚝 떨어지는 목소리다.


“오라버니 미안해요... 생각해보니 내가 너무한 것 같아요... 오라버니도 이러고 싶지 않았을 텐데, 휴...”


생각해보니 그랬다.

결국 자신이 고집을 부려서 결정한 사천행이 아닌가.

을지백 뿐만이 아니라 율가의 그 누구도 그녀가 하남을 벗어나는 것을 바라지 않았다.

그렇게 독불장군 식으로 사천행을 결정해 놓고 이 정도도 못 참아 푸념하고 떼를 써댔으니 율가의 가주로서 체면이 말이 아니었다.

아무리 그녀가 유일하게 징징대고 편하게 대하는 사람이 아버지와 오라버니 뿐이라지만, 그녀는 솔직히 스스로가 너무했다고 깨끗이 인정했다.


“미안해 할 것 없다. 그리고 오히려 내가 더 미안하구나. 내가 중원십강에 육박하는 무위를 지녔다면 이렇게 번거롭게 너를 호위할 일도 없었을 것을.”


오히려 그는 스스로의 부족함을 자책한다.

을지백은 그런 사내였다.

항상 스스로에게 엄격하며, 모든 책임을 자신에게로 돌린다.


“오라버니,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되지요! 오라버니는 충분히 강해요. 강호를 활보하는 열 명의 괴물들을 제외하고 그 나이에 어떻게 더 강할 수 있을까요.”


열 명의 괴물들은 중원십강을 말함이다.

그 대단한 중원십강 중에 가장 젊다는 멸천회주가 서른 중반이라 했다.

을지백과 비슷한 또래의 나이다.

하지만 율검향은 알고 있었다.

을지백이 못난 것이 아니라 멸천회주가 기가 막히게 특별한 경우란 사실을.

그녀는 을지백의 진짜 실력을 알고 있는 몇 안 되는 인물 중 하나였다.

무공에 뜻이 없어 전혀 배움이 없던 그녀지만, 그렇다고 아예 무지한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아버지 덕분에 그 누구보다 강호의 수많은 무인들을 지켜보고 자란 사람이 그녀다.

그녀가 보기에 오라버니는 스스로를 평하는 데 너무 가혹한 면이 있었다.


“아니. 나는 아직 한참 부족하다. 세상에는 생각이상으로 강한 자들이 많아. 너와 율가를 지키려면 이 정도로는 택도 없다.“


고집스럽게 자신의 부족함을 채찍질하는 을지백.

오라버니의 그러한 모습에 그녀는 안쓰러우면서도 고마운 마음이 크게 일어남을 느낀다.

당장 율가를 뛰쳐나가도 홀로 천하를 질타할 수 있는 남자가 조용히 마차 안에서 자신만을 바라보며 지켜주고 있다.


“생각해보니 난 참으로 복에 겨운 여자네요.”


을지백이 무슨 소리냐는 눈빛으로 그녀의 두 눈을 마주본다.

어둠 속에서도 선명한 광채를 품고 있는 그녀의 오색빛깔 눈동자.

그 찬연한 눈빛이 웃으며 말을 걸어온다.


“하하! 몰라도 돼요. 그냥 고맙다구요, 모든 게.”


그동안의 투정과 짜증이 전부 꿈속의 일들처럼 아득하기만 하다.

왜 그랬을까, 바보같이.

오랜만에 느껴지는 포근하고 아늑한 느낌에, 그의 어깨에 살며시 머리를 기대가는 율검향이다.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이렇게 오라버니한테 기대보는 것이.

그녀가 눈을 감은 채, 스르륵 기분 좋은 수마에 몸을 맡긴다.


쌔근쌔근.


어느새 잠이든 그녀에게서 들려오는 나지막한 숨소리.

규칙적으로 들려오는 그녀의 고른 숨에 그의 긴장도 한 꺼풀 녹아내린다.

차갑고 무감정한 그의 얼굴에 모처럼 떠오르는 그것,

율가의 여인들에게 전설처럼 전해진다는, 그 보기 어렵다는 검룡의 미소다.

자신도 인지하지 못한 아늑한 미소를 입가에 베어 문 채, 살며시 그도 눈을 감았다.


‘나도 너한테 모든 게 고맙단다. 이렇게 옆에 있게 해줘서.’


두두두두.


사천에서 불어오는 사나운 겨울바람,

이를 맞아 거침없이 도로를 질주하는 다섯 대의 금빛 마차들.

그들 중 그러한 한파(寒波)에도 끄떡없는 온기를 품은 채, 선두에서 질주하는 마차가 있다.

율검향과 을지백.

서로가 서로를 의지한 채, 그렇게 그들은 다가오는 사천의 풍운을 맞이해 가고 있었다.


***


“이젠 지긋지긋하군.”


넌덜머리가 난다는 듯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며 내뱉는 사내의 음성.

백운상이었다.

무심히 서있는 그의 주변으로 열댓 구의 시신들이 나뒹굴고 있다.

형체를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철저하게 파괴된 그것들.

머리가 날아간 것은 기본에, 팔다리가 기이하게 꺾이거나 가슴어림에 커다란 구멍들이 뚫린 채.

혈구(血軀)라 부르는 것이 마땅할 시체들이 대지 위에 즐비하다.


전부 그의 작품이었다.

흉폭하게 인간의 생명을 앗아가는 일을 작품이라 부르는 것에 어폐가 있지만, 이곳 황량한 대지위로 저들 시신이 괴이한 어울림을 자아내는 것 또한 사실이었으니.

작품이라면 작품일까.

제각기 믿을 수 없다는 눈빛으로 숨을 거둔 이들은 전부 시커먼 야행복이 일상인 듯한 복면인들.

이마 위로 붉게 자리한 멸(滅)이란 사나운 글자도 서로가 판박이다.


“지금이 몇 번째지?”


[다섯 번째다.]


방금까지 전투를 치르며 남아있던 살기의 여운이 가시지 않고 그의 청안에서 뿜어져 나온다.


“어처구니가 없군. 도대체 무슨 속셈이냐, 이놈들.”


감숙 땅에서 자신들 입으로 회에서 나왔다고 밝힌 복면인들.

그들과의 격돌 후 곧장 이어진 사천행이었다.

그러나 얼마가지 않아 백운상은 일곱의 복면인들과 또다시 조우해야만 했다.

같은 놈들이었다.

이마에 재수 없는 멸자를 써 붙이고 다니는.

그들을 모조리 해치울 때까지만 해도 이러한 귀신놀음은 더 이상 없을 줄 알았다.

놈들이 자신에게 계속적으로 공격을 해오되, 진정 강한 무인이나 은밀한 살수들을 보낼 줄 알았단 뜻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동일하게 구파의 무공을 뿌려대는 놈들만이 점점 숫자만 늘어난 채 그의 앞을 막아섰다.

좀 전까지 한꺼번에 상대한 적들의 숫자는 열다섯.

처음의 넷에 비하면 상당히 위험천만 했지만, 결과는 변함없었다.

그래봐야 그에게는 꽤나 수준 높은 절정고수들 무리였을 뿐이었다.


“분명 나의 무력을 어느 정도 예상했을 텐데. 이건 뭐 장난치는 것도 아니고 말이야.”


백운상이 이해가 안 가는 점이 그것이었다.

암중에서 복면인들을 보내는 자.

그가 누군지는 모르겠다만 자신을 정말 죽이려 한다면 이런 식으로 수하들을 보내는 것은 말이 되지 않았다.

스스로 머리가 그렇게 썩 좋다고 생각하지 않는 자신도 느낄 정도이니, 빙마는 오죽할까.


[그러게 말이다. 내가 보기엔 확실히...]


“확실히?”


[놈들은 운상, 너를 죽일 생각이 없는 듯하다. 단지 너의 화를 돋우는 것이 목적인 것처럼. 말이 되지 않는 소리지만, 그 이유 밖에는 떠오르지 않는군.]


“이거 완전 미친놈들이군.”


빙마의 의견에 딱히 공감하기 어려웠으나, 아주 만약에 자신을 열 받게 하는 것이 정말 그들의 의도였다면 아주 대성공이었다.

지금 그는 무척 열이 뻗치고 있는 중이었으니까 말이다.


[그리고 한 가지 더. 긴가민가해서 일부러 이야기하지 않았다만. 놈들과의 세 번째 전투에서부터 느낀 건데... 분명 구파의 무공을 사용하지만 그들이 꼭 구파라고 단정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그게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야?”


백운상이 이해가 안 간다는 듯 가뜩이나 일그러뜨린 미간을 더욱 찌푸렸다.


[말 그대로다. 구파의 무공을 쓰지만 구파의 인물들 같지가 않다는 이야기다.]


“그럴.. 수가 있나?”


아니, 구파 무공을 사용한다면 구파인물이지. 그럼 뭐란 말인가.

천 년이 넘어가는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그들이 무공을 익히라고 아무한테나 비급을 줄 리는 없을 테고, 그만큼 보안도 철저할 텐데.


[별 얘기 아니다. 그냥 내 감일 뿐. 그들의 무공에서 정기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뭐랄까... 알맹이는 아닌데, 껍데기만 정파의 무공을 쓰는 느낌이랄까.]


과거 빙궁과 당가와의 원한 관계를 소상히 알고 있는 빙마는 구파를 별로 달갑게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 사적인 감정과는 별개로, 반복된 전투 중에서 느낀 그대로를 이야기한 것 뿐이었다.


“......”


순간 화를 가라앉히고 곰곰이 생각해보는 백운상이다.

빙마는 절대 허튼 소리를 해대는 인물이 아니다.

단지 백운상이 빙마 밖에 믿을 사람이 없어서 하는 소리가 아니라, 얼마 되지 않은 시간 동안 함께 지내면서 느낀 빙마에 대한 직감적인 신뢰다.

천 년을 살면 누구나 그렇게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빙마는 예민하고 논리적이며, 사소한 것 하나 이상한 점이 있으면 지나치지 않았다.

그러한 점에 있어서 빙마는 자신보다 월등히 뛰어났다.


“당신 말 참고하지.”


뭔가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으니 저런 말을 하는 것일 터.

현재 명확히 알 수 있는 것은 없지만, 앞으로는 뭐든지 의심해 보는 것이 좋았다.


[아, 그리고 뜬금없지만 네 중단전의 내공 말이다. 꽤 쓸 만해지지 않았나?]


“맞아. 그때 생각지도 못한 기연을 얻을 뻔하다 실패하긴 했지만, 그 이후로 내공이 꽤나 늘어났다.”


뜀박질로 인한 내공상승에 더해, 당시 대자연의 외기를 예기치 않게 조금이나마 있는 그대로 흡수했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였다.


[하하! 그것만 해도 대단한 일이다. 운상, 네놈 나이에 그 경지의 문턱에 가본 것만 해도 빙궁역사에 다시없을 전무후무한 일.]


너털웃음을 터뜨리며 모처럼 쾌활한 어조로 울려대는 빙마의 음성이다.


[자연의 외기를 조금이라도 받아들였기에 내공의 증진은 둘째 치고, 추후에 네가 그 경지에 다시한번 도달할 일이 생긴다면 분명 남들보다 수월하게 이룰 수 있을 것이다. 몸이 기억할테니까.]


왠지 모르게 뿌듯해하는 빙마의 울림을 들으며 백운상은 치밀었던 화가 서서히 가라앉는 것을 느낀다.

빙마는 일부러 저런 얘기를 하는 것일 테다.

자신도 뻔히 짐작하는 내용을 저렇게 이야기해대는 건, 그의 기분을 조금이나마 풀어주려는 그만의 배려인 셈이었다.


“지금 기분 그렇게 썩 나쁘지 않으니까, 그렇게 내 얼굴에 금칠 안 해도 된다.”


[무슨 말이냐? 네 놈 칭찬한 것이 아니다. 그냥 사실을 말한 것 뿐.]


어울리지 않게 퉁명스러운 빙마의 반응에 피식 웃음이 새어나온다.

거짓말을 절대 못하는 인물이다. 빙마 당신은.


“좋군!”


다시 모처럼 기분이 유쾌해진 백운상, 그가 시원한 미소를 한 입 베어 문다.

빙마가 옆에 있어 외롭지 않다.

그가 있기에 이렇게 웃을 수 있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사천까지 얼마 남지 않았군. 바람도 쐴 겸 천천히 가자고!”


역병처럼 번져가는 이곳의 을씨년스러운 공기가 백운상의 호기로운 음성 한 방에 저 멀리 흩어져 간다.

자신도 모르게 흥얼거리며 내딛는 백운상의 발걸음.

그렇게 반전된 그의 기분이 코앞으로 성큼 다가온 사천 땅을 즐겁게 맞이해 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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