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

독점 한양열전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무협

姜檢
작품등록일 :
2019.07.03 22:48
최근연재일 :
2019.10.23 15:54
연재수 :
48 회
조회수 :
4,193
추천수 :
114
글자수 :
207,189

작성
19.09.14 12:28
조회
41
추천
2
글자
9쪽

장문인3 (삽화 1부 끝)

DUMMY

35.



앞서서 이동 중이던 가마(家馬)가 하나둘씩 멈춰 서는가 싶더니 이내 나를 태운 가마 또한 이동을 멈췄다.


「입궐하겠습니다. 모두 가마에서 내려 주십시오!!」


나는 가마 천을 들춰 밖으로 보이는 궁궐의 전경을 내다보았다. 가마는 함양문 입구에 다다라 있었다.


비원(祕苑)

국왕이 국사의 지친 몸을 추스르기 위해 여인들과 더불어 좋은 산수와 풍류를 즐기던 곳이다. 비원에서 대군을 잉태했다는 처녀들의 소문은 언제나 한양에서 가장 흥미로운 관심사였기에 이곳 비원은 언제나 백성들의 관심이 쏠려 있는 곳이기도 했다.


나는 그런 비원에 궁녀의 자격으로 오게 된 것이었다.

내가 가마에서 내리자 함양문 앞에 서 있는 한 여인을 볼 수 있었다. 귀티 나는 외모와 단아하고 정갈한 복장을 갖춰 입은 그녀는 한눈에 보더라도 다른 사람들과 확연한 차이를 느낄 수 가 있었다.


궐내의 내시가 다시 시창을 했다.


「지금 부터는 중전마마의 안내를 받아 비원에 출입하도록 하겠습니다」


중전(中殿)이라함은

정조 이산의 첫 번째 부인을 의미했다.

소문과는 다르게 그녀는 매우 빼어난 미인이었다.

지체 높은 가문의 명맥이 느껴지는 게 조선의 안방을 쥐락펴락하는 노련함 또한 엿보일 정도였다.


중전이 앞장서 이동하기 시작했다.

나는 뒤질세라 중전과의 거리를 바짝 좁혔다.


“이곳은 비원이라고 합니다. 주상께서 국사를 논의하다가 심신이 지칠 때 쉬기 위해 조성된 곳이지요. 이곳을 왕래하는 사람들은 궐내 내관과 상궁과 궁녀로 엄격하게 제한되어 있습니다”


비원을 소개하는 중전의 말이 갑자기 끊어졌다.

순간 조용한 정적이 흘렀다.

무슨 일인지 모르지만 다른 용무가 생긴 게 분명해 보였다.


잠시 후, 중전이 도승지를 불러 세웠다.

그녀는 도승지와 몇 마디 말을 나누는가 싶더니 갈림길로 방향을 돌려 내관과 궁녀 몇 사람과 함께 빠져 나갔다.


“중전마마께서는 국사문제로 급히 궐에 행차 하셔야 하는 일이 있기에 비원 안내는 도승지인 제가 대신하도록 하겠습니다”


도승지는 왕실의 모든 업무를 대신하는 기관이었다.

정삼품의 관직이지만 승정원 일을 담당하기 때문에 요직 중에서도 요직이라고 할 수 있었다. 승정원과 홍문관 혹은 규장각과 같은 기관들은 궁궐 내의 업무를 전담하기 때문에 다른 관직들보다 임금과 가까울 수밖에 없었다. 오죽하면 한양 내에서 승정원, 홍문관, 규장각 중 한곳에만 벼슬을 해도 웬만한 정승 벼슬보다는 낫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그래서 조선의 관리들은 퇴궐을 궐할 시기가 오기 전에 미리 유력한 파벌에 힘을 보태려 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었다. 대표적인 조직이 노론이나 소론과 같은 학파들의 모임이었다.


“중전마마께서 국사 일을 돌보시느라 자리를 비웠기 때문에 이것으로 비원 관람을 마치고 객실로 이동하도록 하겠습니다. 궁에 입궐한 궁녀들은 우선적으로 비(妃)가 되기 위해 입궐한 여인들입니다. 그러나 비(妃)가 되는 궁녀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이곳에 모인 여인들 중에서 극소수의 인재만이 왕의 부름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유념해 주시기 바랍니다”


「유념해주십시오」


내관들이 도승지의 발언을 복창하고 있었다.

그들의 발언은 크거나 높지 않았음에도 말에 권위가 느껴졌다.

그들은 동방예의지국의 내관들이었다.


몇 걸음 걸어 도승지가 비탈길을 내려가더니 한 가옥을 가리켰다.


“오늘 저녁에 대면식이 있을 예정입니다. 궁녀들은 주상전하와의 대면식이 있기 전에 먼저 몇 가지 절차를 거치게 됩니다. 첫째로 상궁전 시녀들이 궁녀들의 몸을 씻겨줄 것입니다. 이 절차가 끝나면 내시부의 내시들이 궁녀들의 몸을 시전하게 됩니다”


도승지의 말에 궁녀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그녀들은 시전 한다는 말의 뜻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여기서 내시부의 시전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다면 지금 즉시 궐에서 나가셔도 됩니다”


도승지의 발언은 명확하고 또렷했다.

잠시 혼란이 계속되는가 싶더니 이내 소란스러움이 잦아져있었다. 궐까지 들어온 마당에 내시부의 시전을 받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일이라는 생각이 그들에게도 미쳤을 것이었다.


도승지가 다시 말을 이었다.


“오늘 주상전하와의 대면을 마치면 궐에서 집으로 돌아갈 사람들이 많을 것입니다. 몇몇 궁녀들은 대비마마나 중전마마 혹은 상궁 전에서 데려가게 될 것이지만 누구에게도 부름을 받지 못한 궁녀들은 내시부의 안내를 받아 퇴궐하시게 됩니다”


도승지 뒤로 작은 건물 하나가 보였다.

예상컨대 그곳이 비(妃)가 된 여인이 생활할 장소인 듯 했다.

비원과 가장 가까운 자리에 위치한 작은 그 집은 국왕의 자식을 생산한 비(妃)가 살게 될 집인 듯 했다.


위계질서가 확실한 조선에서 국왕의 자녀를 생산하는 일은 그것 자체가 정치의 연장이었다. 궁궐에서 왕위를 이어 받을 대군들은 향후의 자신의 삶을 설계해야 궁궐에서의 원활한 삶이 가능한 사람들이었다. 궐내에서의 삶은 절대 녹록한 삶이 아니었다.


홍류관에서 온 동생이 내 옆구리를 쿡쿡 찔러댔다.


“언니... 내관들이 시전을 한다는 게 무슨 말인가요? 그들이 권법의 품계를 보이기라도 한다는 건가요?”

“그런 말이 아니겠지...”

“그게 아니라면 뭘 시전 한다는 건가요??”


나는 동생의 발언이 답답하기 그지없는 발언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 말이 무슨 뜻이겠느냐? 국왕과의 대면에 앞서 내시부에서 궁녀들을 보기 위해 들어온다면 무엇을 하겠다는 뜻이겠느냐??”

“네?? 내시부에서 왜...”


그녀는 잠시 생각을 하더니 이내 치마로 얼굴을 가렸다.


“헉!! 아니... 그 그런 일이란 말인가요??”

“그럼 무슨 일이 있으리라 생각하느냐?? 내시들이 궁녀들과 놀아나기라도 할 것 같으냐??”

“아... 아니 그건 아니지만 다른 뭔가가 있을 거라 생각했죠??”

“다른 뭔가는 없을 것이다. 홍류관도 망가진 마당에 돌아갈 곳이 없는 네 신세부터 생각하는 게 좋을 것이다”

“행수님...”


궐내에서 다시 동생의 얼굴을 보게 될지 모를 일이지만 기왕이면 오갈 데 없는 동생을 상궁전 에서라도 불러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언니는 어쩔 생각인데요?”

“끝까지 가봐야지... 주상전하께서 우리를 비원으로 불러 올린 이유가 있을 것이니라”


이산이 간혹 홍류관에 모습을 보인 바 있었다.

그것은 그가 여인들과 풍류를 즐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나를 보기 위함이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내 예상이 틀리지 않다면 이제 때가 된 것이었다.


도승지의 말이 다시 이어지고 있었다. 그는 나를 정면으로 응시하고 있었다.


“세간에 이상한 소문이 돌고 있습니다. 그런 소문들은 조선의 왕조가 이어져 오면서 늘 있어왔던 일이지만 최근 일고 있는 소문은 심상치가 않습니다. 최근 소문은 왕위의 정통성에 대한 이야기에 관한 것들이라고 합니다. 중전마마께서 직접 모습을 보이신 것은 그런 이유 때문입니다. 왕실의 일들이 백성들에게 어떻게 와전되고 있는지 모르지만 주상전하께서 이렇게 특별히 주연을 계획하시는 것은 전하의 깊은 뜻이 있음을 유념하시기 바랍니다”


다시 내시부의 복창이 이어졌다.


「유념하시기 바랍니다」


도승지의 말을 듣고 있던 동생이 퉁명스럽게 말을 꺼냈다.


“깊은 뜻은 무슨... 왕실이 정치력을 결집하기 위해 세우는 책략이지... 무슨 거창한 이유가 있겠습니까?”

“말은 가려서 하거라... 여기가 궁궐이지 네년의 안방은 아니지 않느냐?”

“틀린 말은 아니지 않습니까?”

“그래도 그렇지... 여기는 궁궐이니라... 홍류관이 아니니라!!”


도승지와 내가 눈이 마주쳤다.


“뒤에 계신 분들 뭔가 할 말이 있습니까??”

“아... 아닙니다. 나으리...”


큰 위기를 넘겼다싶었다.

나는 동생의 입을 틀어막으며 말했다.


“다시 그딴 소리를 했다가는 내가 네 년을 도승지 나으리께 데려다 줄 것 이니라!! 알겠느냐??”

“예... 행수...”


그녀는 아직 행수라는 말이 입에서 떨어지지 않는 듯 했다. 어제 자객의 공격을 받은 홍류관 일이 미련에 남았다. 민기준 도총관이 보수공사를 해주겠다고 했다.


“도총관 나으리께서 일을 잘 마무리 해주셨으면 좋겠구나...”

“저도 마찬가지에요... 행수님... 나쁜 자객 놈들 같으니라고...”


행렬이 이동하기 시작했다.

이제 앞서 소개한 절차가 시작 될 듯 했다.

상궁전에서 미리 마중을 나와 있었다.


“반갑습니다. 저는 윤 상궁이라고 합니다. 우선 궐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윤상궁은 희끗한 머리카락이 더욱 매력적으로 보이는 여인이었다.

나는 오늘의 일만 무사히 넘어가길 바라는 마음으로 연신 기도를 할 뿐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나는 궁궐 생활과 맞지 않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일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20190915_013631.jpg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한양열전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태국에 다녀옵니다. 19.10.27 8 0 -
공지 오늘 연재는 내일 나갑니다. 19.10.22 4 0 -
48 한경파 3 19.10.23 13 2 9쪽
47 한경파 2 19.10.19 20 2 11쪽
46 한경파 1 19.10.15 20 2 9쪽
45 주연 5 (삽화) 19.10.12 33 2 11쪽
44 주연 4 (삽화) 19.10.09 64 2 9쪽
43 주연 3 (삽화) 19.10.08 31 2 9쪽
42 주연 2 19.10.05 24 2 9쪽
41 주연 1 (삽화) 19.10.03 42 2 9쪽
40 도적단 5 (삽화) 19.10.01 39 2 9쪽
39 도적단 4 19.09.28 29 2 10쪽
38 도적단 3 (삽화) 19.09.24 45 2 9쪽
37 도적단 2 19.09.21 41 2 9쪽
36 2-1 도적단1 (삽화) 19.09.18 39 2 9쪽
» 장문인3 (삽화 1부 끝) 19.09.14 42 2 9쪽
34 장문인2 19.09.11 39 2 9쪽
33 장문인1 19.09.07 47 2 9쪽
32 천기누설5 19.09.03 45 2 9쪽
31 천기누설4 19.08.31 48 2 9쪽
30 천기누설3 19.08.27 45 2 10쪽
29 천기누설2 19.08.24 53 2 9쪽
28 천기누설1 19.08.21 71 2 10쪽
27 주상의 비밀3 19.08.20 55 2 9쪽
26 주상의 비밀2 19.08.17 57 2 9쪽
25 주상의 비밀1 19.08.14 93 2 10쪽
24 논쟁3 19.08.13 47 2 10쪽
23 논쟁2 19.08.11 88 2 9쪽
22 논쟁 (삽화) 19.08.09 71 2 10쪽
21 추륵 3 19.08.07 49 2 10쪽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姜檢' 작가를 후원합니다!

  • 보유 골드: 0 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