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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카딸과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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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요이
작품등록일 :
2019.07.04 20:48
최근연재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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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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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503
글자수 :
468,425

작성
19.08.15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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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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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8쪽

다같이

DUMMY

연극이 끝나고 회관 밖으로 나온다. 택시를 잡아 동네에 도착했다. 물론 옆에는 아라 씨와 함께였다. 늦은 시간이지만 우리 둘 다 저녁을 먹지 못했다. 연극이 생각보다 길었기 때문이다. 동네를 걷다가 새로 생긴 일본라멘집을 발견한 우리는 그곳에 들어갔다. 꽤 늦은 시간까지 하는구나, 그런 생각을 하며 아라 씨와 자리에 앉았다.


“참 심오한 내용이었어요.”

“그래요? 저는 재밌던데.”


아라 씨와 나 둘 다 책을 좋아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오래된 고전소설의 연극 티켓을 구해 둘이서 보고 왔다. 연극의 내용, 감상에 대해 얘기하며 그녀의 무뚝뚝한 표정과 눈을 마주친다. 나를 향해 슬며시 눈웃음을 지어줄 때는 행복한 기분이 들었다. 목에 걸린 목걸이도 아름답다. 내가 선물한 걸 다음 데이트에 걸고 나와주는 아라 씨가 좋았다. 메뉴판을 들어 주문을 했다. 식당 안의 자리들은 비어있지만 우리는 왠지 모르게 맨 구석 자리에 앉아 있었다. 내 쪽에서는 식당 문이 보이는 자리였는데 바로 그 문이 열렸다. 그 순간 나도 모르게 몸을 숙였다.


“뭐··· 하세요?”

“아라 씨도··· 어서···.”


나의 재촉에 고개를 숙이는 아라 씨. 방금 들어온 손님들은 떠들썩하다.


“여기야? 냄새 좋네.”

“여기 앉아요, 여기.”

“교자 먹고 싶어요!”


유린이네 가족이었다. 모처럼의 데이트를 방해받고 싶지 않았다. 이대로 빠져나갈까 생각했지만 이미 주문은 한 뒤였다. 아라 씨도 눈치를 챈 듯 저쪽을 살며시 보았다.


“굳이··· 숨을 필요가 있나요?”

“둘만 있고 싶어요.”

“············ 저도요.”


아라 씨는 그렇게 중얼거린 후 입술을 꾹 다물었다. 귓불이 조금 빨개져 있었다.


“여기요, 주문!”

“쇼유 둘이랑 미소하나요.

“교자!”


우리는 대화조차 못하고 고개를 숙인 채로 서로의 눈을 보고 있었다.


“얘 지금 깨있으려나. 불러볼까?”

“분명히 자기 전일 거예요."


그런 대화가 들려온다. 그 순간 핸드폰을 꺼내 바로 무음모드로 바꾼다. 예상대로 전화가 걸려왔다. 바로 끊었다.


“······ 안 받네.”

“동생이 이렇게 일찍 잘 리가 없는 데에···.”

“그냥 확 끊던데. 뭔 일 있나?”

“오빠 전화 안 받아요?”


뭔가 범죄자가 된 것 같이 마음이 찔린다. 굳이 숨을 필요는 없었는데 내 욕심 때문에. 종업원이 다가와 우리의 테이블에 라멘을 내려놓았다. 그쪽엔 들리지 않게 목소리를 줄인다.


“먹어요.”

“네···.”


아라 씨도 장단을 맞춰 소곤거린다. 먹는 것도 조심스럽게, 저쪽의 눈길을 끌지 않기 위해서.


“민희? 그 운동회 때 본 네 친구?”

“응, 여행 같이 가고싶어.”

“좋겠네요. 제가 민희네 엄마랑 통화해볼게요.”


분명히 얼마 전에 그런 얘기를 한 적이 있다. 그럼 같이 가는 걸까.


“······ 여행 가시나요?”


아라 씨가 작게 묻는다. 나는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유린이네랑 계곡에 가기로··· 했어요.”


나도 손을 입가에 올려 소곤거렸다. 뭘까 이 대화는.


“좋겠네요. 계곡은 시원하겠어요.”

“전 끌려가다시피 가는 거예요.”


집중하지 않으면 목소리가 들리지 않아 우리는 고개를 내밀어 점점 서로에게 가까워졌다. 그렇게 밀회 중인 연인처럼 얘기를 나누었다.


“엄마, 저 사람들 키스하고 있어.”

“그런 거 보면 안 돼요. 자 고개 돌려.”

“식당에서··· 참 대단하네.”

“우리도 한때는 장소를 가리지 않았잖아요.”

“뭔 소리야, 완전 가렸어."


너무 가까웠는지 이상한 오해를 받았다. 아라 씨는 홱 뒤로 물러서고 나 역시 음식을 먹는데 집중한다. 나와 눈을 마주치지도 않고 귀 뒤로 머리칼을 넘기며 면을 먹는 아라 씨. 무심코 사진을 찍고 싶어졌다. 저 순간을 남기고 싶다.


“도서관에서 기억 안 나요?”

“뭔 소릴 하는 거야, 애 있는 대서. 좀 조용해.”

“아닌 척을 하니까 그렇죠.”


어쩐지 시선이 느껴진다. 최대한 피하며 그릇에 머리를 박는다.


“엄마··· 잠깐만.”

“출판사 계단에서도··· 응? 왜?”

“저기 저 사람.”

“유린아, 보는 거 아니야. 신경 끄렴.”

“아니 그게 아니라.”


아예 고개를 돌려 옆을 본다. 돌아가는 길엔 아라 씨와 단둘이 걸어 집까지 보내주고 싶다. 손도 잡고 싶다. 그게 다 허사가 될 것만 같다.


“유, 유린아. 안녕?”


참을 수 없었는지 역시 아라 씨가 먼저 유린이를 보았다.


“어, 어? 언니!”


의자가 끌리는 소리, 이어서 발걸음이 들린다. 내 옆에 누군가가 서있다.


“이 사람 누구예요?”

“··· 알고 있지 않니?”

“흐응···. 저기요. 검문이 있겠습니다. 이쪽 봐주세요.”


커험, 큼. 헛기침을 한다.


“··· 누, 누구시죠.”

“검문 좀 할게요. 이쪽 보세요.”

“무례하네요, 저흰 식사 중···.”


그 순간 옆구리에 고통이 느껴졌다. 비명을 지르며 그쪽을 본다. 내 옆구리에 손을 뻗어 꽉 꼬집어버린 유린이가 있었다.


“뭡니까. 오빠.”

“···············.”

“변명이라도 해보세요.”

“아니··· 몰랐어.”


저만치서 형과 누나는 싱글거리며 이쪽을 보고 있다. 어쩐지 다 이해한다는 듯한 표정이어서 짜증이 났다. 아라 씨는 부끄러워하며 그쪽에 인사를 건넸다.


“가, 같이 먹어요.”

“아냐, 방해해서 미안. 단둘이서 즐겨.”


누나의 웃음기 가득한 대답이 싫다. 그 순간 그쪽의 테이블에도 라멘이 나왔다. 할 수 없이 식사를 마치고 다 같이 그곳을 나왔다.


“무슨 연극 봤어?”

“거미여인의 키스··· 요.”

“뭐지? 야한 거니?”

“아니··· 요···.”


아라 씨는 누나와 붙어 걷고 있다. 밤이라 해도 더위는 가시지 않아 이마에 땀이 맺혔다. 유린이는 아까부터 뒤에서 나를 콕콕 찌르고 있다. 하나같이 간지럼을 타는 부위만 골라 손가락으로 찔러댄다.


“어떻게 • 모른 척 • 할 수가 있어 • 요. 오빠 실망이에요.”

“미안, 미안하다니깐 아잇. 흐윽.”

“둘이서 보내고 싶었다잖냐. 유린아 봐줘.”


형이 말려도 유린은 듣지 않는다. 딱따구리처럼 내 옆구리를 콱콱 찔러댄다.


“아파, 아파 좀!”

“너무해!”


형이 소리 높여 웃는다. 무슨 상상을 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그건 절대로 아니라고 말해주고 싶다. 가는 길에서 아라 씨와 헤어진다. 미소 지으며 손을 흔드는 아라 씨, 등을 돌려 아파트 단지 안으로 들어간다.


“이거 참 타이밍도 안 좋았네.”

“··················.”

“미안해요 동생, 우리가 방해만 해서.”

“아니에요. 제가 무시해서 죄송해요.”

“그러게요 오빠는 정말 죄송해야겠네요.”


화는 유린이가 제일 많이 나있다. 거리를 비추는 가로등 아래, 유린이는 그 밑에 서서 나를 보았다. 손으로 눈가를 내리며 혀를 쭉 내민다.


“메~ 롱! 오빠 바보!"

“미안하다니깐···.”


앞서 달려나가는 유린이를 쫓았다. 저러다 넘어지지나 않았으면. 겨우 유린이를 따라잡아 번쩍 안아올렸다. 자주 하는 일은 아니고, 이럴 때만 하는 비장의 볼 뽀뽀를 하니 그제야 기분이 좀 풀린 듯 보였다. 안아올리기와 볼 뽀뽀 콤보로는 웬만해서 먹힌다. 내리고 싶었지만 목뒤에 팔을 감아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더워 죽을 것 같다. 저만치에선 형네 부부가 그런 우리를 보며 웃고 있었다.


작가의말

예약을 잘못했나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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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 사생대회 - 2 +1 19.09.03 30 2 8쪽
93 사생대회 +1 19.09.02 38 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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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 어느정도는 불청객 +1 19.08.28 32 3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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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 여름방학 마무리 - 3 +1 19.08.23 58 5 10쪽
86 여름방학 마무리 - 2 +2 19.08.22 56 3 12쪽
85 여름방학 마무리 +1 19.08.21 51 5 11쪽
84 민희의 하루 +1 19.08.20 56 4 12쪽
83 문안 +1 19.08.19 54 5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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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 여린 아이 +1 19.08.16 73 4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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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같이 +1 19.08.15 59 3 8쪽
77 여름날 +1 19.08.14 78 3 9쪽
76 가족회의 +1 19.08.13 74 5 8쪽
75 밤의 감상회 +1 19.08.12 62 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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