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

독점 세 명의 황제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퓨전

완결

신강욱
작품등록일 :
2019.07.06 14:02
최근연재일 :
2019.10.19 14:16
연재수 :
28 회
조회수 :
1,604
추천수 :
37
글자수 :
157,410

작성
19.07.10 00:25
조회
37
추천
1
글자
18쪽

세 명의 황제 (9)

DUMMY

< 어떡하면 좋은가 >


인은 눈빛이 서늘해진 채로 가희를 노려보았다. 가희는 잔뜩 긴장하며 입을 열었다.


“왕연, 형님 흠모했습니다. 왕연이 사랑한 건 제가 아니라 형님이신 혜장황후였어요.”

“폐주가 누구를 흠모해? 혜장..... 혜장황후를?”

“예······. 저도 알고, 충격 많이 받았습니다. 아무튼 사고 나던 그날 태제비전에서 큰 소리가 났어요. 단순한 우당탕탕 하는 소리가 아니라 뭐가 깨지는 소리였죠. 때리는 소리도 들렸고요. 왕연이 형님을 끌고 나왔어요. 나오고는 차에 태웠죠.”

“그 다음.”

“왕연은 차에서 형님을 겁간(劫姦, 겁탈. 강간)하려고 했어요. 근데 제가 그걸 보고 눈이 뒤집혔어요. 형님 맞고 나온 건 생각도 안 하고 두 사람이 관계를 가지는구나. 이렇게 생각했죠. 그래서 형님을······.”

“누가 죽였는데. 그래서 혜장황후 누가 죽였는데!”

“저랑 왕연이 같이. 근데 전부 그이가 시킨 거였어요. 결백해요. 전 시켜서 한 죄밖에 없어요.”


각자의 방에서 나오던 정과 상현, 한 실장은 이야기의 전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인은 냅다 소리를 질렀다. 인은 가희의 뺨을 힘껏 때렸다. 가희는 맥없이 쓰러졌다. 인은 자신의 서재로 가서 골프채를 들고 나왔다. 일동은 긴장했다.




“앞장서서 별궁으로 가.”




인이 가희를 향해 위압적으로 말했다. 가희는 일어나서 길을 앞장섰다. 혹시 몰라 따라가는 정과 상현.


“네 남편 불러.”

“왕연, 태황제폐하께서 당신 찾아.”


가희가 천흥전에 간 건 알고 있다. 근데 누구를 데리고 왔다. 연은 가희의 말에 자신의 방에서 나왔다. 연은 침을 꼴깍 삼켰다. 인은 휠체어에서 일어나 연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냅다 골프채를 휘둘렀다. 연은 힘없이 쓰러졌다.


“갑자기 왜 그러십니까.”

“왜 그러느냐고? 왜 그러느냐고! 네가 정녕 죽고 싶은 모양이다. 죽어라. 그냥 죽어!”

“폐······폐하. 소신, 소신”

“소신 같은 소리한다. 개새끼가. 너 내 앞에 바로 서. 바로 서!”

“폐하······.”


인은 연을 힘껏 때렸다. 신음도 내뱉지 못하고 그저 맞기만 하고 있는 연. 일어서려 치면 인이 연의 다리를 밟았고, 말하려 치면, 발로 얼굴을 찼다. 얼굴과 온몸은 피투성이가 되었다. 인이 골프채를 연의 머리를 향해 때리려 하자, 정이 뛰어와 인을 꼭 안았다.


“머리는 안 된다. 머리는 아니야. 머리 때리면 쟤 죽는다.”

“죽으라 그래. 죽으라 그래! 살아서 뭐해. 쟤가 살아서 뭐하냐고. 사람 죽인 새끼가 살아서 뭐해!”

“인아........!”


한쪽에 서서 바라보고 있던 가희의 온몸이 떨렸다. 자그마치 오 년을 감췄던 일. 들킬까봐, 알아낼까봐 아닌 척하며 살았던 지난 시간. 알아내지 못하리라 생각했건만 진실을 알았으니 두렵다.


오 년 전 사고 조사결과가 발표되던 날. 그날, 인은 조사결과에 의문을 품었다. 하지만 황제가 아닌 황태제였기에 즉위할 때까지 숨죽이고 살았다. 그로부터 이 년 뒤, 정이 선위하여 황제로 즉위하자마자 혜장황후의 죽음에 대해 알아보았다. 뒤로, 눈치 채지 못하도록 그렇게. 그렇게 숨죽이며 찾아낸 결과였다.


“태상황제폐하. 황제에게 친국(親鞫, 임금이 직접 중죄인을 심문함)하는 권한이 있던가요?”

“과거 전제왕정 시대에는 있었으나 입헌군주제인 지금은 없습니다, 태상.”

“아쉽군요. 내 이 두 사람을 친국하려 했더니······.”

“태상의 속이야 이 사람도 이해하고말고. 허나 태상, 진정하셔야 합니다. 상황은 짐이 정리할 터. 태상은 들어가서 쉬고 있으세요. 김상현, 태상을 모셔라.”


한참 아무 말하지 않고 서 있던 인이 정을 보았다.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은 친국. 친국이라는 말에 연과 가희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지금은 없다는 정의 말에 안도하기는 했다. 허나 저 말을 했다는 건 차후 사법판단이 있을 경우 그것에 개입하겠다는 의미가 아닌가. 정은 상현을 불렀다. 상현은 인을 데리고 천흥전으로 향했다.


*


보화전. 보화전의 정문인 보화문에서 보화전 지붕까지 노란색, 빨간색. 흰색 삼색 줄이 길게 펼쳐졌다. 길게 펼쳐진 삼색 줄 아래로 비서와 경호원들이 자리했다. 월대 위에는 십이류관(十二旒冠)과 십이장복을 입은 정과 인, 그리고 태황태후가 있었다. 본래 태황태후는 떠구지머리를 올려야 하지만, 나이가 나이인지라 첩지에 용비녀, 당의를 입고 앉았다. 아래 첫 줄에는 관복을 입은 윤, 녹색원삼을 입은 희문이 자리했다.


구류관(九旒冠, 옥 아홉 줄이 달린 면류관)과 구장복을 입은 진이 천천히 안으로 들어왔다. 월대 위에 올라온 진은 방석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총괄비서실장은 교지를 건넸다. 정은 교지를 읽어나갔다. 진을 대왕으로 책봉하는 교지. 황제로 즉위시키기 전 정통성을 갖추자는 의미로 형식적으로 하는 것이다. 해서 진의 복장이 태자와 같았고.


정과 인은 천흥전으로 들어갔다. 지쳐 보이는 인. 정은 인의 안색을 살폈다. 좋지 않다. 정은 인을 안방 침대에 눕혔다. 인의 목 뒤를 만졌다. 열이 펄펄 끓어오르는지 뜨겁다. 정은 거실 냉장고에서 얼음을 꺼낸 뒤 수건에 감쌌다. 그런 다음 인의 머리 위에 올려두었다.


“눈 감고 쉬고 있어. 선풍기 틀어줄 테니까 몸에 열 좀 가라앉히고.”

“고마워.”

“형제지간에 당연한 걸 뭘 고맙다고 하나. 쉬고 있어. 일은 내가 하고 있을게.”

“오늘 일 많을 텐데······.”

“걱정하지 말고 쉬고 있어.”


대왕 책봉식, 그건 시작이다. 일이 산더미처럼 쌓였을 테니까. 정은 서재로 들어가 한 실장을 불렀다. 정의 부름에 한 실장은 그의 서재로 들어왔다. 오늘 스케줄을 보았다. 자신이 할 일은 한 개 밖에 없는데, 인이 할 일이 제법 많다. 정은 양 실장을 불렀다.


“오늘은 자네가 나를 수행하게.”

“태황제폐하 일정 때문에 그러시죠?”

“그래. 그것 때문에 그래. 자네가 옆에서 좀 거들어주시게.”

“알겠습니다.”


양 실장을 자신의 옆에 세우고, 한 실장에게는 인의 상태를 살피게 했다. 인의 상태는 상현이 보면 되지만, 지금 상현은 경호관으로 가 있다. 인이 경호실장과 함께 경찰청, 검찰청으로 가 혜장황후 사고 관련 수사 자료를 알아오라고 지시했기 때문.


정은 정명전(政明殿)으로 향했다. 황실의 정무회의 공간이자 서류상 황제의 집무실. 정은 인에게 선위하고 삼 년간 이 정명전에 들어선 적이 없다. 인종황제 말년 대리청정(代理聽政, 황제를 대신하여 황태자가 대신 일을 하는 것. 섭정 중 하나)할 때부터 선위하는 그 순간까지 자그마치 십오 년을 매일같이 들어갔던 공간이니 지겨워서라도 안 들어갈 법 하지만.


“태상황제폐하 입장하십니다.”


정이 입장한다는 구령이 울렸다. 정의 입장에 황실사무총장, 비서실장, 교육부장관, 국방부장관, 법무부장관과 여덟 명의 정무관이 일어나서 기립했다. 이 나라는 황실이 국군통수권자이며, 검찰업무와 교육업무를 책임지고 있다. 그렇기에 세 개 부처 장관들이 있는 것이다.


“오랜만에 국무를 살핍니다. 지금 첫 번째 의제가 국회해산결정에 대한 동의안입니다. 계신 분들 생각이 어떨지 모르겠지만 저는 관례에 따라 동의하겠습니다.”

“저 폐하. 폐하께서 재위하실 때는 국회해산결정에 거부의사 많이 표명하셨지 않습니까?”

“그랬죠. 무엇보다 국회해산을 하면서 중요한 것은 주권자인 국민이 이 결정에 납득하느냐에 관한 것입니다. 아무리 정부의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하더라도 그 결정을 최종 판단할 때에는 국민의 입장을 살펴야 합니다. 지금 이 정본은 국민들이 충분히 납득할 수 있다고 보기에 동의를 하는 것이고, 제가 재위시절 거부했던 것은 국민들이 납득하기 어려웠다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정의 주도하에 황실의 정무회의가 이루어졌다. 연이 인사를 단행하기도 전에 폐위되었기 때문에 지금 자리한 사람들은 모두 인의 사람. 더 나아가 정의 사람이기도 하다. 정과 인은 정치적 스탠스가 같기 때문에 충돌할 일이 없다. 앉아있는 사람들 역시 마찬가지. 연이 진행했던 두 차례의 정무회의는 시끄럽기 그지없었는데, 이번엔 평화로웠다.


그 뒤에도 여러 일정이 이어졌다. 한 시간 단위로 이어지는 각종 회의에 업무보고. 남들 같았으면 지쳤을 테지만, 정은 지치지 않고 묵묵히 일을 수행했다. 체력이 특전사 출신만 기용되는 경호원들보다 더 좋으니 당연한 것일 테지만.


정은 경호관으로 들어갔다. 경호관 안 회의실. 회의실 안으로 총괄비서실장과 경호실장이 들어왔다. 두 사람은 정에게 고개를 깊이 숙여 인사했다.


“두 분을 보자고 한 까닭은 단 하납니다.”

“무엇입니까, 폐하?”

“오늘 책봉된 대왕 말입니다. 대왕의 경호원과 비서를 황태자의 예에 맞게 배치하세요. 경호수준 역시 황태자와 동일하게 하고요.”

“알겠습니다.”

“그리고 별궁 감시인원을 늘이도록 하세요. 인원은 충분할 터, 문제는 없지요?”

“예. 문제없습니다. 바로 배치 지시하도록 하겠습니다.”


정통성을 갖추자는 의미에서 진행된 대왕 책봉식. 대왕이 된 진의 예우를 어떻게 할 것인가를 두고 사무국 안에서도 여러 말이 오간 모양이다. 그걸 양 실장으로부터 들은 정은 태자의 예에 맞게 하라며 정리하는 결론을 내렸다. 동시에 별궁 감시인원을 늘이는 지시를 했다. 연 때문이다. 가희는 문제가 없으나, 연이 문제다. 정의 지시에 두 사람은 고개를 숙였다.


*


“상현아”

“예, 폐하. 찾으셨습니까.”

“오늘이 음력으로 며칠이냐?”

“12월 18일입니다.”

“벌써 그날이로구나. 어쩐지 날이 춥다 했다. 채비해라. 정릉(貞陵)으로 갈 것이다.”


며칠 뒤. 안방에 누워있던 인은 상현에게 음력 날짜를 물었다. 12월 18일. 겨울이 한참인 시간이다. 인은 정릉으로 갈 것이라고 했다. 정릉, 혜장황후의 능. 정릉이라는 단어를 입에 올린 적이 없던 인이, 정릉을 언급했다. 정릉이라는 소리에 상현은 침을 꼴깍 삼켰다. 정에게 전화했다. 수강전에 있던 정은 서둘러 천흥전으로 들어왔다.


“어디 가려고 옷을 입어.”

“바깥에 바람 좀 쐬려고.”

“오늘, 제수 죽은 날이지? 갈 거면 같이 가. 너 혼자는 못 가.”

“혼자 갈래.”

“안 돼. 몸도 안 좋은 사람이 어딜 자꾸 혼자 간다고 난리야. 정릉으로 가지 말고 태묘(太廟, 종묘)에 가. 차라리 태묘 별전에 있는 신주(神主, 죽은 사람의 위패) 앞에 있어. 날도 추워. 너 이러다가 얼어 죽어.”


그 사이 인의 몸이 많이 약해졌다. 살도 쏙 빠졌고, 얼굴 혈색도 그렇게 좋은 편은 아니었다. 정은 그런 동생이 염려되어 이십사 시간을 옆에 붙어 그를 챙겼다. 정이 목소리를 높이자 인은 한 말 물러섰다.


정은 인을 데리고 태묘로 향했다. 정전의 열성조를 뒤로 한 채 별전으로 자리를 옮기는 두 사람. 두 사람은 별전 안으로 들어갔다. 이 별전에는 순열황후, 혜장황후 두 동서의 신주가 합사(合祀, 한곳으로 합하여 제사를 지냄)되어 있었다. 남편인 두 사람이 살아있기 때문에, 태묘에 들어가지 못하고 별전에 신위를 모셔놓은 것이다. 정은 순열황후의 앞에 앉았고, 인은 혜장황후의 앞에 앉았다. 순열황후는 아파서 죽었다. 허나 혜장황후는 의문의 사고로 죽었다. 인은 정을 보았다.


“형수는 그래도 남편, 자식 얼굴 마지막 순간에 다 보고 돌아가셨지. 근데 우리 혜장황후는······.”

“자네······.”

“내가 얼마나 숨죽여왔는가, 지난 시간을. 나는 동서간의 서열싸움이 원인인 줄 알았어. 왜. 형도 알다시피 혜장황후랑 신가희, 기 싸움 심했잖아. 그래서 그런 줄 알았어. 너무 순진하게. 근데 그건 지나친 착각이고, 망상이더라. 연이라니······. 치정싸움이라니······. 세상에. 내가 너무 순진하게 살아왔어. 그렇게 판단해왔고.”

“······.”

“이제라도 진실을 밝혀야지. 밝혀서 억울하게 죽은 저 원혼을 달래야지.”


말하는 인의 목소리가 가늘게 떨려왔다. 떨리는 목소리로 힘없이 말했다. 발음만큼은 또렷했다. 인은 밖을 보았다. 하늘은 짙은 구름으로 뒤덮였다. 바람은 가지만 남은 나무를 밀어내기라도 할 작정인 듯 제법 강하게 불었다. 나뭇가지가 꺾이기도 하고, 날리기도 했다. 바람에 별전 위에 올린 기와가 떨어졌다. 인은 눈을 꼭 감았다.


*


“강 실장 어디 갔는데?”

“별궁에 간다던데? 태황제폐하 명이 있다고.”

“그럴 리가. 폐하 아무 것도 안 시켰는데?”


한 실장과 양 실장은 강 실장을 찾았다. 태황제 인의 명이 있다고 별궁으로 갔다. 그런데 이걸 어쩌나. 인은 강 실장에게 아무 것도 시킨 게 없는데. 양 실장은 말하면서 입 꼬리를 올렸다. 꼬투리를 잡을 것이 생겼으니 말이다.


인은 수강전으로 들어갔다. 제 발로 들어가는 건 간만이다. 황태제로 책봉되어 입궁하였을 때, 당시 황태후였던 태황태후를 보려고 들어선 이후 단 한 번도 들리지 않았으니. 물론 황태제일 때 들린 것도 자신의 선택이 아니라 정의 설득을 받고 그런 것이지만.


“태황태후폐하. 태황제폐하 들어 계십니다.”

“누가? 태황제가? 어서 뫼시어라.”


태황태후는 둘째아들 연이 들어왔다는 말에 깜짝 놀랐다. 자신을 먼저 찾아오지 않는 아들이 아닌가. 태황태후는 안 실장의 말에 황급히 자세를 바로잡았다. 인이 들어오자, 그의 손을 꼭 잡으며 맞이했다. 다리가 불편한 아들이다. 힘이 없어 아들을 안을 수는 없지만 그래도 걸음걸이 보조는 할 수 있다. 태황태후의 도움에 인은 거실로 들어와 소파에 자리했다. 인의 얼굴을 보았다. 그동안 많이 수척해졌다. 표정은 어두웠다. 태황태후는 근심 어린 얼굴로 인을 보았다.


“인아, 무슨 일 있니?”

“어머니······. 아니 엄마. 나 어쩌면 좋아.”

“왜 그래. 무슨 일이기에 그래.”

“연이가 그 사람을 죽였대. 겁간을 했대.”

“뭐······ 뭐라고?”

“연이가 그 사람을 사랑했대. 근데 지 마음을 안 받아주니까 겁간하고, 죽였다더라. 그런데 그 뒤의 행동이 더 충격적이야. 시간(屍姦, 시체를 간음함)을 했다는 거야.”

“지금 이게 다 무슨 소리야. 연이가 둘째아가를 어째?”

“나 어떻게 해, 엄마. 나는 그런 줄도 모르고 연이를······. 나 어떡하면 좋아, 엄마. 엄마!”


인은 울부짖으며 말을 이어갔다. 인의 말에 태황태후는 충격을 받은 듯 얼굴이 굳어졌다. 일순간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그저 힘겹게 말을 내뱉는 둘째아들을 품에 안을 뿐이었다. 모든 사실을 알고 나서 오죽 힘들었으면, 감당하기 힘들었으면 네가 나에게까지 와서 말을 하겠니. 근데 인아, 엄마가 너한테 해줄 수 있는 게 없다. 태황태후의 눈가에도 어느 새 눈물이 고였다.


정은 경호실장과 총괄비서실장을 불렀다. 두 사람을 사이에 두고 정은 여러 절차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 절차는 바로 막냇동생 연에 대한 처결이었다. 세 사람의 면담이 끝나고 곧 본궁 안으로 경찰차 여러 대가 들어왔다. 그 앞을 선두 하는 것은 검은 색 차량. 검사가 탄 차였다. 정이 대화문으로 나갔다.




“오셨군요.”

“다행스러운 건지 모르겠지만, 어떻게 법원이 구속영장을 바로 발부해주더군요. 피의자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폐위된 황제라서 그런 거 아닙니까.”

“그렇겠죠. 그나저나 폐하, 폐주는 어디에 있습니까.”

“별궁에 있습니다. 이 사람이 안내해드리지요.”


경찰들이 차 안에서 내렸다. 경찰들은 정에게 인사했다. 정이 일원을 통솔하며 별궁으로 향했다. 경찰의 모습이 보이자 궁 안 모든 직원들이 수군대기 시작했다. 별궁 앞에 도착했다. 도착하자, 보초를 서고 있던 국군장병과 경호원들은 거수경례했다. 길을 비켜섰다. 정이 먼저 안으로 들어가고 이어 검사, 경찰들이 들어갔다.


“연왕과 연왕부인은 밖으로 나오너라.”


정의 말에 안에 있던 연과 가희가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그 두 사람을 따라 나오는 사람, 강 실장이다. 정은 강 실장을 천흥전의 비서로 삼은 이유를 알고 있었다. 해서 강 실장의 모습을 보자마자 코웃음 쳤다. 세 사람은 경찰들의 모습에 긴장한 듯 침을 꿀꺽 삼켰다.


“왕연, 신가희, 강문열 세 사람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되었기에 집행하겠습니다.”


경찰들은 세 사람의 팔에 수갑을 채웠다. 경호실장이 들어왔다. 경호실장은 검사와 경찰을 대화문으로 다시 안내했다. 끌려가는 동안 가희와 문열은 고개를 푹 숙였다. 들지 못했다. 반면 연은 정을 노려보고, 지나가는 모든 직원들을 노려보았다. “어딜 쳐다보고 있는 거야. 고개 숙여!” 큰 소리로 난리를 치기도 했다. 그 뒤로 들리는 작은 목소리.


“혜장황후를 저 세 사람이 공모해서 죽였대.”

“웬일이니. 앞에서는 착한 척 하더니.”


별궁 안. 대여섯의 경찰관들이 남았다. 경찰관들은 정의 지시에 따라 별궁과 태극전, 경인전을 뒤졌다. 외부에서는 한때 연의 사저로 쓰였던 집과 가희의 친정까지 압수수색이 이어졌다. 궁 안이 소란스러워지자 유혜가 보현당 밖으로 나와 상황을 살폈다.


“이게 어떻게 된 거죠?”

“폐주랑 폐후, 살인죄 혐의로 구치소 끌려갔어. 경찰들이 지금 궁 안 수색 중이고.”


유혜는 털썩 주저앉아 눈물을 흘렸다. 앞에서 상황을 전해주던 직원은 유혜의 모습에 당황한 듯.


다음 날, 뉴스 헤드라인이 떴다. 천흥전 안에서 뉴스를 보던 정과 인, 상현과 재익, 한 실장과 양 실장의 표정이 굳어졌다.


‘강문열 전 황제전 실장, 구치소 안에서 자살’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세 명의 황제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8 시간의 흐름 (7) 19.10.19 39 1 5쪽
27 시간의 흐름 (6) 19.10.15 27 1 7쪽
26 시간의 흐름 (5) 19.09.16 22 1 10쪽
25 시간의 흐름 (4) 19.09.16 13 1 9쪽
24 시간의 흐름 (3) 19.09.16 12 1 10쪽
23 시간의 흐름 (2) 19.09.16 10 2 10쪽
22 시간의 흐름 (1) 19.09.16 13 1 11쪽
21 세 명의 황제 (21) 19.09.16 14 1 11쪽
20 세 명의 황제 (20) 19.08.23 26 1 12쪽
19 세 명의 황제 (19) 19.08.09 26 1 14쪽
18 세 명의 황제 (18) 19.07.30 31 1 14쪽
17 세 명의 황제 (17) 19.07.28 30 1 14쪽
16 세 명의 황제 (16) 19.07.25 41 1 12쪽
15 세 명의 황제 (15) 19.07.19 30 1 11쪽
14 세 명의 황제 (14) 19.07.17 27 1 11쪽
13 세 명의 황제 (13) 19.07.15 37 2 11쪽
12 세 명의 황제 (12) 19.07.13 32 1 12쪽
11 세 명의 황제 (11) 19.07.12 35 1 11쪽
10 세 명의 황제 (10) 19.07.11 44 1 17쪽
» 세 명의 황제 (9) 19.07.10 38 1 18쪽
8 세 명의 황제 (8) 19.07.09 41 1 17쪽
7 세 명의 황제 (7) 19.07.08 42 1 17쪽
6 세 명의 황제 (6) 19.07.07 40 1 16쪽
5 세 명의 황제 (5) +1 19.07.07 61 1 16쪽
4 세 명의 황제 (4) 19.07.07 65 2 17쪽
3 세 명의 황제 (3) 19.07.06 103 2 15쪽
2 세 명의 황제 (2) 19.07.06 187 2 11쪽
1 세 명의 황제 (1) +2 19.07.06 519 5 11쪽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신강욱' 작가를 후원합니다!

  • 보유 골드: 0 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