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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세 명의 황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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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신강욱
작품등록일 :
2019.07.06 14:02
최근연재일 :
2019.10.19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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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7,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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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7.28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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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쪽

세 명의 황제 (17)

DUMMY

< 문경백 이전석 >



천흥전 안방. 정은 인의 다리를 조금씩 만졌다. 만질 때마다 비명이 천장을 찔렀다. 인은 괴로운 듯 인상을 찌푸렸다. 그만 하라고 여러 차례 외쳤다. 정은 손을 놓았다. 인은 곧바로 자세를 바로하고 담배를 꼬나물고 길게 피웠다. 그 모습에 정은 웃었다.


“그렇게 아파?”

“아파 죽어. 아니 근데 막내고모는 왜 와서 지랄이야.”

“모르지. 그 여자 속을 누가 아냐.”

“괜히 사고 날 때 생각나서 미치겠네. 다리 이렇게 된 거 막내고모 때문이잖아.”

“박치기 하던 거, 막내고모였어?”

“어. 막내고모였다. 무슨 신호도 안 보고 차를 몰아. 정신은 휴대폰에 가 있고.”

“······. 대단하시네. 참.”


몇 년 전, 교통사고가 있었다. 영찬을 보기 위해 밖으로 나가던 날이었다. 콧노래를 부르며 기분 좋게 차를 몰았다. 직진신호이기에 쭉 달렸는데, 갑자기 차 한 대가 좌회전을 하면서 인의 차를 들이받았다. 그날 차는 아예 찌그러졌고, 인은 다리를 크게 다쳤다. 인을 들이받은 차의 운전자, 진건동 공주였다.


인은 그날 이야기를 떠올리며 눈을 꼭 감았다. 한숨이 저절로 나온다. 정은 그런 인을 안쓰럽게 바라보았다. 정은 밖으로 나갔다. 보다가 한 실장의 방으로 들어갔다.


“한 실장”

“예, 폐하. 시키실 거라도 있습니까?”

“진건동에 연락해서 문경백에게 입궁하라 이르게.”

“알겠습니다.”


정은 문경백 이전석을 찾았다. 정의 말을 들은 한 실장은 곧바로 진건동 공주사택에 전화했다.


*


누군가 요란스럽게 궁 안으로 들어왔다. 궁 앞으로 진입하다가 주차된 차를 쾅 들이받질 않나. 주차하고 내리려 문을 열다가 옆 차를 긁질 않나. 궁 정문을 넘으려다가 우당탕탕 넘어지질 않나. 대화문 앞에 보초를 서고 있던 경호원들은 어이가 없는 듯 혀를 찼다.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선생님 아니 황제폐하를 뵈러 왔습니다. 황제폐하의 제자입니다.”

“귀하께서 방문한다는 사실을 알고 계십니까?”

“예. 알고 계십니다.”

“그럼 출입증 패용하시고 저 따라 오시면 되겠습니다.”


경호원은 누군가에게 출입증을 건넸다. 그는 출입증을 목에 걸었다. 경호원이 건네주는 종이에 자신의 대략적인 신상정보와 방문목적을 기입하고, 자신의 신분증을 맡겼다. 그는 경호원을 따라 영찬의 처소인 강안전으로 들어갔다.


강안전 앞에 서 있던 신 실장은 누군가가 들어오자 웃으면서 맞이했다. 피식 웃는데 그의 시선에 영 거슬린다. 신 실장은 그러거나 말거나 그를 강안전 안으로 안내했다. 강안전 거실에 들어가자 영찬이 앉아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영찬을 향해 고개 숙여 인사했다.


“내가 윤일이 너 어떻게 들어오나 싶어서 영상 봤더니 여전히 요란법석이더라?”

“선생님······. 민망하게 그런 말은······.”

“너도 나이가 서른이다. 행동거지 하나 제대로 못하면 쓰니.”

“선생님 서른일 때랑 저랑 많이 다르죠. 차차 고쳐나가겠습니다.”

“안 고쳐도 된다. 정신만 똑바로 차리고 살아. 눈 뜨고 코 베이지 말고. 알았지?”

“네.”


영찬은 혹시 몰라 신 실장을 통해 궁 주변 감시카메라 영상을 살펴보았었다. 보는 동안 신 실장은 웃음을 빵 터뜨리고, 영찬은 고개를 내저었었다. 신 실장이 웃는 이유는 이것 때문이었다. 윤일은 민망한 듯 얼굴을 붉혔다.


윤일의 고등학교 3년간 담임은 영찬이었다. 영찬은 그 어느 제자보다 윤일을 가장 먼저 챙겼다. 하는 행동이 철없어 보이긴 해도 성격은 착하고 따뜻한 친구였기에. 윤일은 그런 영찬의 진심을 알았다. 해서 기쁜 일이 생기면 항상 영찬을 찾아와 소식을 전하곤 했더랬다.


“근데 윤일아, 무슨 일로.”

“선생님, 저 애인 생겼습니다.”

“드디어? 우리 윤일이 모태솔로 탈출이네?”

“아 좀 선생님!”

“농담이다, 자식아. 선생님이 농담도 못 하냐.”


사제 간의 대화를 듣고 있던 신 실장은 피식 웃었다.


“황제폐하, 태황제폐하 드십니다.”


양 실장의 목소리가 들렸다. 곧, 양 실장과 함께 인이 안으로 들어왔다. 인은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윤일을 바라보았다.


“저 친구는 누구야?”

“아, 내 제자야. 윤일아, 인사해라. 이 나라 태황제폐하시다.”

“제자라······. 부럽다. 나도 십 년 전 황립고등학교 제자들 얼굴이나 봤으면 좋겠다.”

“일 년에 한 번씩 정기모임 한다던데. 너 안 가냐?”

“어떻게 가냐. 기자들 다 따라붙으라고 가냐?”

“그런 게 있지, 참······.”


영찬의 말에 윤일은 인에게 고개 숙여 인사했다. 인이 손을 내밀어 악수를 권했다. 윤일은 인과 악수하면서 살짝 눈치를 보았다.


“그냥 있어. 대화 조금만 하고 자리 비켜줄 테니까. 근데 나 찾았다면서?”

“아, 응. 다른 게 아니라 헌법 황실부분 보다가 궁금한 게 생겨서. 국무총리의 위가 궐위되거나 권한정지 상태일 때는 황실이 총괄한다고 되어있는데, 이거 전례가 있어?”

“전례 있지. 삼 년 전에 유 전 총리 파면될 때. 장장 여섯 달을 나랑 형이 국무를 총괄했으니까. 형이 두 달, 즉위식 하고 다시 내가 넉 달. 이렇게 했지.”

“아, 아 그때 국무총괄이 황실이었어?”

“응. 보통은 전례에 따라 황제가 국무의 전권을 행사하지.”

“어떤 식으로 돌아가는데?”

“나중에 겪어보면 알아. 정신 사나울 거야. 난 두 번 다시 겪고 싶지 않다.”

“만약 겪으면 너 나 도와줄 거야?”

“나만 돕겠냐. 형도 도울 거다. 아마 경제 쪽은 형이 담당할 듯싶네. 야, 됐어. 머리 아픈 이야기 하지 마. 간다.”

“어디 가려고?”

“앉아서 하는 운동 자세 좀 잡아달란다. 니가 갈래?”

“됐어요. 어서 가.”


여느 입헌군주 체제의 나라와 다르게 이 나라 황실은, 비상 시 국무를 총괄하도록 법령(法令, 헌법 · 법률 이하 모든 법 체제의 통칭)으로 규정되어 있다. 머리 아픈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겪고 싶지 않은 이야기. 즉위하자마자 국무를 총괄했던 걸 생각하면 머리가 터지고도 남는다. 인은 한숨을 푹 내뱉으며 정이 있는 강당으로 향했다. 그 모습에 영찬은 미소를 보였다.


“즉위식 때 차형이라는 표현을 들은 것 같은데······.”

“내가 시월 출생이고, 인이가 유월 출생이니까 태어난 순서로는 형이지. 근데 그게 뭐가 중요해. 나이가 같은데. 나랑 인이는 사십 년이 넘는 시간을 그냥 서로 이름 부르면서 지냈다. 격 없이.”

“학교도 같이 나오셨어요?”

“대학까지 같이 나왔지. 초등학교 아니 그땐 국민학교구나. 아무튼 그때부터 장장 16년을. 쟤, 나랑 같이 학교 다니려고 황립학교 안 다녔어. 그 탓에 학교는 비상이었지. 궁 사람들 배치되고, 수업 때마다 황자저하, 친왕전하 하면서 선생들이 존대했고.”

“그럼 학교 다니실 때도 두 분 말 놓으셨어요?”

“응. 다섯 살 때부터 서로가 이복형제라는 걸 알았거든. 당시 황후였던 태황태후폐하께서 우리 두 사람 말 놓고 다니는 거 허락하셨어. 그래서 선생들이 나를 참 이상하게 봤지.”

“황족 이름 막 부른다고요?”

“응. 가끔은 영문 모르는 선생한테 혼나기도 했어. 그때마다 인이가 말렸지만.”

“아까 두 분 대화하실 때 잠깐 검색했는데요. 태황제폐하, 교사시절에 호랑이였다던데?”

“쟤는 학교 다닐 때도 그랬어. 성격이 불 같았지. 태상황제폐하는 부드러운 편이고, 폐제는 또라이고, 인이는 불같은 성격이고. 세 형제가 딱 그래.”

“선생님은요?”

“말 안 해줘.”

“······. 너무하셔.”


어쩜 질문이 저렇게도 많은지. 시답잖은 질문이 오고간다. 그걸 또 열심히 대답해주고 있는 영찬. 신 실장은 눈을 동그랗게 뜨며 영찬을 바라보았다.


한편 인. 거의 반강제로 정이 운동하는 모습을 지켜봐야 한다. 인은 한숨을 푹푹 쉬며 강당 안으로 들어갔다. 얼레? 정이 보이지 않는다. 인은 경호원 한 명을 불러 세웠다.


“혹시 태상황제는 어디 갔습니까?”

“아, 태상황제폐하께서는 몸 가볍게 푸시고 바로 수영장에 가셨습니다.”

“수영장에요? 이 인간이 미쳤네.”

“제가 휠체어 끌어드리겠습니다, 폐하.”

“아닙니다. 바로 옆이잖습니까. 일 보세요. 마음은 고맙습니다.”


수영장 안으로 들어갔다. 수영장 안에서 열심히 헤엄치고 있는 정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인은 눈을 질끈 감았다 떴다. 그리고 본능적으로 한숨을 푹 내뱉었다. 그 한숨소리를 들은 정은 수영하기를 멈췄다. 줄을 잡고 서서 수경을 벗었다. 피식 웃었다.


“너 왜 한숨이야.”

“내가, 내가 ······ 칠 년 전 그날 황태제 책봉교서를 받는 게 아니었어.”

“뭐라고?”

“받은 바람에 졸지에 내가 이 궁에서 형 시중을 들고 있잖아. 귀찮게.”

“지금은 누가 시중을 드는데? 말 똑바로 하자? 너, 죽고 싶지?”

“죽여줘. 거부하진 않아.”

“거부하진 않는다고? 오케이. 너 딱 기다려.”


인은 은근히 정의 신경을 긁었다. 긁힐 리 없는 정인데, 괜히 긁힌 척을 해본다. 정은 다시 수경을 끼고 인이 있는 곳까지 헤엄쳤다. 다리를 턱 걸치고 앉아있는 인. 다리를 확 잡아당겨 물에 빠뜨렸다. 인은 대경실색하며 물 위로 올라왔다.


“진짜 사람 죽이겠다?”

“장난 좀 쳤어 인마. 어때. 물에 들어오니까 좋지?”

“이 표정을 보고도 그런 말이 당당하게 나와? 정신이 나갔지?”

“그래. 나갔다. 이거는 한 대 세게 맞으려고 계속 요 난리네.”


정은 인의 볼을 있는 힘껏 잡아당겼다. 인이 있는 대로 비명을 질러댔다. 정은 그 모습에 크게 웃었다. 정의 행동이 장난인 걸 안 듯, 인은 정이 자신의 머리를 쓰다듬자 눈을 꼭 감고 입 꼬리를 올렸다. 정은 그런 동생을 꼭 끌어안았다.


“씻고 잠시 나갈까?”

“왜? 무슨 일 있어?”

“아니 기분 전환 겸. 싫으면 말고.”

“나 그냥 안방에 있을래. 팔 좀 펼쳐줘. 나 누워있게.”

“팔베개? 알았어. 일단 우리 씻고 들어가자.”

“응.”


정은 먼저 인을 물 밖으로 올려 보냈다. 이어 자신이 올라갔다. 정은 인을 데리고 샤워실로 들어갔다. 옷 젖는 걸 극도로 혐오하는 인이다. 근데 그걸 가장 잘 아는 사람이 그 짓을 했으니 여간 미안한 게 아니다. 정은 미안한 마음에 혼자 힘겹게 씻을 인을 직접 씻겼다. 뭐, 매일 그러다시피 하지만 말이다.


정은 양 실장에게 걸려다 말았다. 굳이 귀찮게 옷 심부름을 시키고 싶지는 않았다. 그러라고 있는 게 비서실이고, 비서실장이라는 사람이지만 굳이. 보던 정은 인에게 긴 셔츠와 긴 바지를 입게 했다. 그러고 자신은 반바지, 민소매를 입었다. 인은 정을 걱정스러운 듯 바라보았다.


“안 춥겠어?”

“몸 좋은 사람들 욕심 모르냐. 몸 과시하려고 하잖아.”

“염병······. 그러면 누가 볼 사람은 있고?”

“너.”

“······. 미쳤어 진짜.”


애인 사이에나 할 법한 대화를 저렇게 능수능란하게 하는 저 형제의 정체는 뭔가. 순간 저 둘의 관계가 의심스러워진다. 저 형제에겐 일상인 대화이지만 남들이 들으면 충분히 의심할 만한 대목. 아니 일반 사내들이 저랬으면 오해 받고도 남는다. 아무리 열린사회라지만.


곡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천흥전 안방. 양 실장과 상현은 곡소리가 놀라 나오다가 안방에서 나오는 소리임을 인지하고 가만히 있었다. 하루 이틀 듣는 소리도 아니다. 또 마사지하다가 인이 소리를 지른 것이겠지.


“대헌아. 곧 폐하 뛰쳐나오실 타이밍 아니냐?”

“응. 그때가 되긴 했는데······. 왜 안 나오시지?”


하는데 아니나 다를까 인이 후다닥 뛰어나왔다. 다리 아픈 것은 잊은 채 도망치듯 나오는 인. 역시나다. 양 실장과 상현은 피식 웃었다. 웃음소리가 인의 귀에 들렸다. 인은 돌아보았다. 표정이 굳어있다.


“양대헌, 김상현. 왜 웃어. 죽을래?”

“죄송합니다!”


뒤이어 정이 뛰어나오며 인을 질질 끌었다. 인은 고개를 떨어뜨리며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끌려갈 뻔했다. 인은 자신의 서재로 들어가 문을 확 걸어 잠갔다. 정은 고개를 내저었다. 정은 인의 서재를 가리키며 거실에 앉았다.


“상현아. 쟤는 왜 저럴까?”

“사십 년을 넘게 지켜보신 폐하께서 더 잘 아시지 않겠습니까?”

“하긴 그것도 맞는데, 가끔은 너무 튀어서······. 젊은 애들 그런 표현 쓰잖아. 노답. 딱 그 과야.”

“태황제폐하 듣고 발끈해서 나오실 것 같은데요?”

“안 나와. 아마 안에서 자지 싶다. 열쇠나 주라. 안에 들어가 보게.”


상현은 정에게 열쇠를 건넸다. 정은 열쇠로 인의 서재를 열었다. 역시나 서재 소파에 누워서 자고 있다. 정은 픽 웃으면서 바라보았다.


*


“태황태후폐하.”

“그래, 안 실장. 무슨 일이냐?”

“지금 문경백각하께서 태상전에 들어계시다 합니다.”

“뭐라고? 문경백이? 무슨 일로?”

“모르겠습니다. 급비로 부르신 모양입니다.”

“알겠네.”


수강전. 태황태후의 비서 안 실장이 급하게 안으로 들어와 소식을 전했다. 태황태후는 문강백이 들어왔다는 소식에 깜짝 놀라며 안 실장을 바라보았다.


한편 천흥전. 문경백 이전석이 천흥전 앞으로 걸어왔다. 앞에 기다리고 있던 한 실장은 그가 오자 고개 숙여 인사했다. 그를 안으로 안내했다. 웃으면서 거실을 걷고 있던 인. 문경백의 모습에 표정이 굳어졌다. 문경백은 떨떠름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숙였다. 문경백은 정의 서재로 들어갔다.


“찾아계셨습니까, 폐하.”

“문경백은 지금 이 사람에게 해명을 좀 하셔야겠습니다.”

“무슨······?”

“강문열을 안으로 들여라.”


정의 말에 상현은 강문열을 안으로 데리고 들어왔다. 강문열은 고개를 들어 문경백을 보았다. 문경백과 강문열. 시선을 마주하더니 표정이 묘해지기 시작했다. 붉으락푸르락. 떨림까지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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