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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세 명의 황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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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신강욱
작품등록일 :
2019.07.06 14:02
최근연재일 :
2019.10.19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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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7,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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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8.23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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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세 명의 황제 (20)

DUMMY

< 결혼 >



정명전 안으로 각 부처 장관들이 배석했다. 이어 고려원국 사람들이 한쪽에 자리를 잡았다. 정명전으로 들어오던 인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고려원국 행정부, 국회 사람들이 왜 정명전으로 들어왔을까. 인이 의장석에 앉아 한참 멀뚱거리면서 보고 있었다. 사무총장이 급하게 안으로 들어왔다. 인에게 서류봉투를 건넸다.


“양국을 통일하자는 고려원국 박무진 대통령의 서한(書翰, 편지)입니다.”

“통일?”

“예. 아시다시피 인종황제와 태상황제폐하 두 분께서는 양국을 통일하는 것에 매진해오셨습니다.”

“알아요. 하지만 나는 그걸 하지 말라고 했을 텐데.”

“황실 공식적인 정보로는 그랬죠. 하지만 뒤로는 실무협상을 계속했습니다. 최근 사임한 이성국 총리 재임기간에는 정부가 주도했고요.”

“그렇군요. 그럼 지금 박 대통령 서한의 내용을 요언(要言, 요약하여 말함)하면?”

“하나, 우리나라로 통일한다. 둘, 고려원국 국민 팔십 퍼센트 이상이 통일을 찬성한다. 셋, 우리나라의 체제를 유지한다. 넷, 황실이 승인하면 통일은 완성된다.”


사무총장이 말하는 동안 인은 급하게 서한을 읽었다. 펜으로 밑줄을 긋고, 메모를 해나가는 인. 서한을 읽어가던 인은 사무총장을 보았다.


“법령도 개정해야 할 텐데요?”

“이미 여러 건이 본회의에 상정된 상태입니다. 입헌군주제와 대통령제라는 정치체제적인 차이를 제외하고는 양국 제도가 동일하기 때문에 통일 후에 큰 어려움은 없으리라 판단합니다.”

“고려원국에 대해서는 연방제를 적용해야 할 텐데.”

“연방제 적용 안 시켜도 됩니다. 현재 시행중인 법령만 보완하면 해결되는 문제입니다. 이 부분 역시 본회의에서 상정되어 있습니다.

“알았습니다. 일이 이리 되었으니 집행을 해야지요. 황실 승인에는 태상황제께서 나설 겁니다. 그리 알고 준비하세요. 차기 총리는 박무진 현 고려원국 대통령으로 합니다.”


인종과 정이 주요 국정현안으로 내걸었던 것이 바로 고려원국과의 통일. 오천 년을 함께 한 양국이 백 년의 시간동안 분리되었다. 그건 비용 상 소모되는 것이 많았다. 차라리 하나로 합치는 것이 나아보였다. 그래서 두 사람은 통일을 진행했는데, 인은 반대였다. 어차피 갈라선 상황에 굳이 할 이유가 무엇인가 싶었다. 근현대에 분리되고 통일 언급 없이 잘만 사는 나라들이 많다. 그런데 굳이? 일이 이렇게 되었으니 승인은 해야지. 지금 영찬도 통일을 찬성하는 쪽이고. 이미 실무 진행 역시 황실 승인만 하면 되는 선까지 진행이 되었고.


“고려원국분들, 정부 현안과 국회 사정 짧게 말씀하신 후에 국회 가서 박 대통령과 국회의장 의견 전달 바랍니다.”

“알겠습니다.”


하긴, 생각해보니 두 차례의 정상회담 당시에 통일과 관련된 발언이 오고가곤 했다. 비밀에 부쳤기에 공식적인 언급은 없었지만. 정부 현안과 국회 사정을 들으면서 수첩에 메모해나가는 인. 국무회의가 끝나자 인은 곧바로 사무국으로 향했다.


“고려원국과 우리나라의 통일비용 추산한 자료 있나?”

“그거 태상황제폐하께서 보고 계십니다.”

“태상황제가 보고 있다고? 그래. 그러면 통일비용이 크거나 하지는 않지?”

“체제, 인프라, 경제규모, 외교상황 등 전반적인 상황이 동일해서 비용이 크진 않습니다.”


다행히도 모든 면이 동일하다. 앞으로 발생할 비용은 모두 부가적인 것들일 테다. 인은 길게 한숨을 내뱉었다.


*


태황태후는 진건동 공주의 사저로 들어갔다. 공주의 두 아들이 바닥에 무릎을 꿇고 통곡을 하고 있다. 태황태후이 속이 괜히 헛헛하게 느껴졌다. 미운 정도 정이랬다. 그 사이 정이 제법 깊게 들었나 보다.


“오셨습니까, 태황태후폐하.”

“막내서방님께서도 일찍이 오셨나 보군요.”

“예. 하나뿐인 여동생의 상이 아닙니까.”

“이 사람, 수강전에서 얼마나 울었는지 모릅니다. 그렇게 미워하던 시누이이건만, 막상 이렇게 스스로 세상과 등졌다는 소식에 얼마나 괴로웠다고.

“공주가 스스로의 죄를 용서하지 말라고 유언했다 합니다. 용서받지 못할 죄, 지었죠. 생전 부황(목종)께서 지나치게 귀애하신 탓에 오만불손하여 황실의 기강을 흔들려 했으니까.”

“죽은 사람 앞입니다. 더욱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으니 악상(惡喪)이죠. 친왕, 그런 이야기는 나중에나 하십시다.”

“예, 폐하.”

“한데 친왕만 오신 겁니까? 나머지 다른 분들은요?”

“누님과 작은형님께서도 곧 오실 겁니다. 한데 그는 왜 물으십니까?”

“내 세 분 내외에게 할 말이 있습니다. 공주의 상례가 정리되는 대로 입궁을 부탁드립니다.”

“분부 받들겠습니다, 폐하.”


윗사람은 아랫사람의 상에 절하지 않는다. 그래도 예의상 고개는 숙여 인사는 했다. 태황태후는 공주의 두 아들에게 위로를 건넨 후 궁으로 돌아갔다. 태황태후가 나간 다음 들어오는 조화. 황실사무국과 국회의장의 이름. 정과 인, 영찬의 이름으로 된 것은 없었다.


*


“태자전하, 왜 그렇게 표정이 밝아 보이십니까.”

“기쁜 일이 있어서 그럽니다.”

“무슨 기쁜 일이요?”

“나중에 보시면 알아요.”


진의 표정이 제법 밝다. 얼굴에 웃음꽃이 활짝 피었다. 무슨 좋은 일이 있을까. 바라보는데 입가에 미소가 자연스럽게 번진다. 재익은 그를 천흥전으로 안내했다. 천흥전 안쪽, 전통양식으로 된 방으로 들어갔다. 보료 위에 정이 앉아있고, 그 앞에 웬 사람이 앉아있었다.


“태자가 연애한다는 것을 일찍이 알고는 있었는데, 이렇게 귀한 사람과 할 줄이야.”

“귀하다니요. 과찬이십니다, 폐하.”

“스물이라는 어린 나이에 황실에서 잘 생활할 수 있겠어?”

“가능합니다.”

“생각해보겠다고 말들을 하던데, 그렇게 말하지는 않는구먼. 자신감이 넘치니 보기가 좋아.”


진과 연애중인 스무 살 동갑내기 여자 친구. 바라보는 정은 눈웃음을 지었다. 곧 발소리가 들렸다. 이어 문이 열리고, 진이 안으로 들어왔다.


“찾아계셨습니까, 아바마마.”

“그래. 너희 두 사람, 연애하신다는 걸 부모들께서도 알고 계시지?”

“예. 알고 계십니다.”

“그래. 조만간 사람을 보내 국혼(國婚, 황실의 혼인)을 준비하라 이르지.”

“국혼이라고 하셨습니까, 아바마마? 정말로요?”

“그래, 이 녀석아. 얼굴이 빨개져서 대놓고 좋아하는데 어느 부모가 혼인하지 말라 하겠나. 내 만약 두 내외가 싸운다는 소리가 들린다거나 관계가 틀어졌다는 말이 나올 경우에 가만 두지 않으리라. 서로를 미워하지 말고, 아끼면서 사랑해야 한다. 명심하여라.”

“예, 아바마마.”

“그리고 지금 이 순간 이후로 자네 이름을 부르지 않을 것이니라.”

“예? 그 무슨······.”

“자네는 더 이상 일반 황자가 아니니라. 이 나라 대통을 이을 황태자일세. 허니 이제는 짐도, 태상도, 황상도, 태황태후폐하도 자네의 이름을 부르지 않고 태자라 호칭할 것이다. 또한 앞으로 진행되는 제왕교육에 성실히 임하도록 하라. 알겠느냐.”

“예, 아바마마. 황태자로서의 모든 직무에 성실히 임하겠습니다.”

“좋다. 물러가라. 늙은 애비가 젊은 두 사람 시간에 끼어들면 양기 훔친다고 욕먹는다.”


단호하게 말하면서도 미소를 보이는 정. 진은 생글생글 웃으면서 부황 정과 태자비가 될 여자를 바라보았다. 진과 여자가 나갔다. 정은 한숨을 폭 내뱉었다. 영찬이 안으로 들어왔다.


“왜 그렇게 한숨을 내뱉으십니까.”

“내가 벌써 며느리를 볼 때가 되었구먼.”

“클 만큼 컸으니까요. 어엿한 성년이 아닙니까. 이제 형님, 손자 볼 일만 남으셨습니다.”

“손자······. 머리 아프네.”

“머리 아픈 거 뒤로하고 운동이나 하러 가십시다.”

“김상현 불러서 같이 하자.”

“상현인 지금 인이 서재에 있습니다. 말할 게 있다고 하네요.”

“무슨?”


며느리 보는 것도 보는 건데, 손자라니. 보던 정은 영찬의 머리를 한 대 쥐어박았다. 영찬은 혀를 입 밖으로 내밀며 웃었다. 정의 손자는 곧 자신에게도 손자. 작은 할아버지 하고 어린 아이가 쪼르륵 따라올 걸 생각하니 미소가 번지면서 동시에 아득해진다. 괜히 말했나 싶다.


정은 인의 서재 문을 살짝 열었다. 안에 상현이 앉아있고, 인은 그런 상현을 바라보고 있다. 뭐지. 궁금함에 귀를 안에 가까이 대었다.


“저 폐하, 놀라지 마십시오. 저 사실”

“윤재익이랑 결혼하는 거 허락해달라고?”

“예? 그거 ······ 그거 어떻게 아셨습니까?”

“윤재익이 한참 전에 말했어. 너 좋아하고 있다고. 재익이 그 녀석, 고백한 모양이다?”

“예. 했고, 연애를 하고 있었죠.”

“너 이성애자 아니었니?”

“양성애자입니다.”

“하긴 단순 호감으로 연애할 수는 없지. 너 역시 정체성이 그러니까 고백을 받아들인 거고, 결혼까지 하겠다고 하는 거고. 그래, 해라. 허락한다. 이 근처에 나 친왕 때 살던 사저 있는 거 알지.”

“예, 압니다.”

“그거 너희 해라. 원래 윤이 주려고 했는데, 내 보니 너희 주는 게 맞겠다. 결혼식은 내가 성대하게 치러줄게. 잘 살아라.”

“정말입니까? 감사합니다, 폐하.”


어떻게 인은 상현이 말할 것을 다 알고 있었다. 상현은 깜짝 놀랐다. 흔쾌히 허락까지 해주니 기뻐서 미칠 노릇. 인은 그런 그의 모습에 실긋 웃었다. 하긴, 요 몇 달 사이 두 사람의 기류가 이상하긴 했다. 처음엔 재익만 상현 바라보는 동안 감정이 있었다. 한데 요 근래에는 상현도 감정을 가지고 보았다. 정은 웃으면서 밖을 나섰다.


“그리고 상현아, 너한테 줄 게 있다.”

“무슨?”

“받아라. 너 결혼한다고 말할 때 주려고 했던 거다. 가락지. 이 나라 21대 황제인 영종황제께서 후궁인 영귀비 이씨에게 준 이래 대대로 황제와 황후들이 간직하고 있던 것이다. 너에게 주는 게 맞아보여서 주는 거다. 잘 끼고 다녀라. 하나는 네가 끼고, 하나는 재익이가 끼면 되겠다.”

“폐하······.”


황실의 유서 깊은 물건이다. 상현은 입을 앙 다물었다 열었다. 반지를 오른손 약지손가락에 끼웠다. 인은 상현을 웃으면서 바라보았다.


*


서궁 안. 연은 서궁의 마당을 이리 저리 휘젓고 다녔다. 나무막대로 마당 바닥에 무언가를 썼다가 지우기를 반복. 가희는 그런 연의 모습을 멀뚱거리면서 바라보았다.


“너 뭐 쓰냐?”

“아, 이거? 아무것도 아니야.”

“반···정? 너 설마 반정 일으킬 생각이냐?”

“야, 다 들릴라. 목소리 낮춰서 말해라.”

“미친 새끼. 꿀 꿈을 꿔라. 네가 복위될 것 같냐? 살인자 새끼가 황제 되면 퍽이나 좋겠다.”

“야, 성공하면 너 다시 황후 되는 거야.”

“황후? 나 그런 거 안 해. 차라리 지금이 훨씬 편해. 되지도 않을 꿈, 애당초 꾸지를 마라.”

“겨울을 힘겹게 난 나무는 봄이 되면 화려하게 빛나는 법이지. 조금만 참아. 겨울 지나 봄 올 테니까. 그렇게 만들어 줄게.”

“개소리도 정도껏 하세요. 미친 것도 정도가 있다. 미친개는 몽둥이가 약이라는데, 어디 몽둥이 휘둘러줘?”


한심하다. 왜 저렇게 사는가. 내 눈엔 그저 저 인간은 미친놈으로 보인다. 곱게 순화해서 표현하면 망상가 정도?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당장 정신병원에 잡아넣어 치료를 받게 해야 한다. 딱 그 정도다. 가희는 한숨을 푹 내뱉었다.


“태황제폐하.”

“연왕 지금 안에 있지? 따로 불러내.”

“저희가 어떻게.”

“길 터 그러면. 내가 안에 들어가서 직접 부르지.”


인이 서궁 앞에 들어섰다. 한참 서궁을 응시하던 인. 경호원이 길을 열자, 안으로 들어갔다. 마침 마당에 쪼그리고 앉아있는 연과 옆에 서 있는 가희의 모습이 보였다. 가희는 인을 향해 고개 숙여 인사했다. 연은 가희를 한 번 보다가 연을 보았다.


“폐하, 어쩐 일로.”


연이 말을 다 끝내기도 전에, 인의 손이 먼저 나갔다. 인은 연의 뺨을 힘껏 휘둘렀다.


“갑자기 무슨!”

“갑자기 무슨? 너 당장 머리 박아. 머리 박아!”


인은 고성을 내질렀다. 멀뚱거리면서 보던 연은 바닥에 머리를 댔다. 그 상태로 이어지는 인의 발길질. 연은 입을 꾹 다물고 참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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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세 명의 황제 (19) 19.08.09 27 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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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세 명의 황제 (6) 19.07.07 42 1 16쪽
5 세 명의 황제 (5) +1 19.07.07 62 1 16쪽
4 세 명의 황제 (4) 19.07.07 66 2 17쪽
3 세 명의 황제 (3) 19.07.06 104 2 15쪽
2 세 명의 황제 (2) 19.07.06 189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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