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 프롤로그 >
1만 시간을 투자하면 누구나 전문가가 될 수 있다는 이론이 한동안 유행했었다.
세상은 1만 시간의 법칙을 찬양했다.
방송에서도 명언이랍시고 심심하면 떠들어댔고 사람들은 절대적인 진리인양 믿어 의심치 않았다.
몇 년 뒤 그 이론은 헛소리로 밝혀졌다.
"선천적인 재능이 더 중요합니다. 재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아무리 노력해도 소위 말하는 대가는 될 수 없는 거죠."
평범한 사람이 하루 종일 100미터 달리기 훈련을 해봤자 올림픽 금메달은 딸 수 없다.
10년을 꾸준히 노래한 사람이 타고난 음색을 가진 참가자에게 밀려서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떨어지기도 한다.
대학 교수가 평생을 매달린 수학 난제를 젊은 천재가 풀어버리는 게 세상일이다.
난 내가 천재인 줄로만 알았다.
어릴 때부터 못하는 게 없었고 그렇기에 인생이 탄탄대로일 줄 알았다.
"서치율 선수 GG입니다!"
동네 PC방에선 최고였지만 게임 대회에선 예선 탈락자였다.
"서치율씨는 우리와 함께 갈 수 없게 됐습니다."
가수 오디션 프로그램에선 너무 무난해서 특색이 없다는 평만 듣고 탈락했다.
"치율아. 이번에 규정이 바뀌는 바람에 TO가 줄어서 가장 성적이 안 좋은 사람이 대회에 못 나가게 됐다."
고대하던 육상 대회는 그렇게 나가보지도 못하고 끝났다.
나는 못 하는 게 없었다.
배우기만 하면 뭐든지 할 수 있었지만 그 결과물은 항상 일정 수준을 넘지 못했다.
대격변이 일어나서 몬스터로 뒤덮인 세상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온갖 스킬로 무장해도 단 하나의 뛰어난 스킬을 가진 사람들에게 밀렸다.
뛰어난 재능과 사기적인 능력으로 앞서나가는 그들을 결국 따라잡을 수 없었다.
결국 나는 죽고 말았다.
이번엔 다를 것이다.
나는 B급이지만 만능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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