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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1993 회귀재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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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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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09 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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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34화 한성가 (3)

DUMMY

불편한 분위기의 가족 식사가 끝나고 난 뒤.


“그럼 저는 먼저 일어나 보겠습니다.”


식사 자리 내내 불안한 듯 어두운 표정을 짓고 있던 삼남 김명준과 그의 아내가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무래도 은연중에 느껴지는 배척.


자신과 자신의 아내를 향한 사람들의 비웃음과 적대를 견디기 어려운 것 같았다.


그러자 김귀란이 그들 내외를 바라보며 못마땅한 시선을 보냈다.


“원 녀석도 오랜만에 와서 애미한테 한다는 이야기가 그것뿐이냐. 밥 다 먹었으니 이제 집에 간다고?”


“···몸이 좀 안 좋아서요. 죄송합니다.”


“쯧, 됐다. 그놈의 몸은 맨날 안 좋지.”


김귀란의 타박에 김명준이 송구스런 표정을 지었다.


그 모습에 주변에 있던 다른 가족들이 슬쩍 비웃음을 보냈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이상한 일이었다.


망나니라는 소문과 달리 제법 조용해 보이는 김명준의 모습. 그리고 아름답고 현숙해 보이는 그의 아내.

그 둘의 모습 어디를 봐도 이런 대우를 받을 만한 사람들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혹시 내가 모르는 뭔가가 있나?’


과거 내가 한성가에 대해 조사를 할 때 봤던 자료엔 없던 내용이라 내심 궁금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내가 나서 그 이유를 물을 수는 없었다.


현재의 나는 10살의 어린 아이. 그것도 이 집에 처음 들어온 꼬맹이에 불과했기 때문이었다.


‘나중에 한번 알아봐야겠네.’


그때, 김귀란에게 인사를 마친 김명준이 나에게 다가왔다.


살짝 긴장한 순간, 가까이 다가온 그가 천천히 내 어깨를 두드렸다.


“준영아 조만간 다시 보자.”


그리곤 자신이 형제들을 바라보며 눈인사를 건넨 뒤 자신의 아내와 함께 저택을 빠져나갔다.


이 집에 와서는 처음 맞는 인사. 온기 어린 환영이었다.


하지만 김명현 부부를 제외한 다른 사람들은 식사가 끝나고 나서도 도통 저택을 떠날 생각을 하지 않았다.


물론 아직 나이 어린 아이들 같은 경우엔 어떻게든 빨리 집으로 가고 싶은 눈치였지만.


어른들.


그러니까 아버지의 형제들은 누가 더 오래 이 집에 버티는지 내기라도 한 듯 저택 소파에 엉덩이를 붙인 채 도통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는 모습들이었다.


“형. 오늘은 바쁜 일 없어? 웬일로 오늘따라 오래 있네?”


“무슨 소리야? 오늘은 저녁까지 있다가 가려고 왔구만. 그러는 너는 니 자식들 집에 가고 싶어서 난리인가 안 보이냐?”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우리 애들이 평창동 얼마나 좋아하는데.”


“퍽이나 좋아하겠다. 그리고 성아 넌 결혼도 한 애가 언제까지 친정집에 붙어 있으려고 해. 밥 먹었으면 후딱 가지. 안 그래도 김 서방네 집 김영삼이 재산 공개 때문에 정신없다며? 그럴 때일수록 네가 좀 김 서방 위로도 좀 해 주고 그래야지. 원 애가 참.”


“아니 왜 오빤 나를 잡고 시비야. 오랜만에 엄마 집 와서 좀 있겠다는데. 엄마도 맨날 보는 친손자들보다 외손자들도 보고 그러면 좋잖아?”


아무래도 다들 어떻게든 평창동에 엉덩이를 비벼 자신의 자식을 김귀란의 눈에 들게 하려는 것 같았다.


하긴 김귀란의 나이 이제 70대.


일반적인 경우 새로 손에 쥐는 것보다 놓아 주는 것이 더 많은 나이였다.


그러니 저들도 버티다 보면 김귀란이 자신의 자식들을 귀애하지 않을까. 그런 기대를 가지고 이곳에 붙어 있는 것일 테지.


자식들의 손에 들어오는 주식들. 그것들이 모여 자신의 힘이 될 테니까.


하지만.


“그만들 땍땍 거리고 밥들 다 먹었으면 빨리들 나가거라.”


김귀란은 그들이 생각하는 일반적인 사람이 아니었다.


“아니 어머니. 그러지 마시고 오랜만에 애들이랑 대화도 좀 하시고··· 어차피 오늘 저랑 애들 스케줄도 없으···.”


“부회장.”


“네, 어머니.”


“정말 할 일 없게 만들어 줘?”


김명석의 얼굴이 굳었다.


한다면 한다. 그것이 김귀란의 모토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장남인 김명석이 조용히 입을 다물자 차남인 김명현이 슬쩍 입꼬리를 올렸다.


그러자 그 모습을 본 김귀란이 시선이 김명현을 향했다.


“김 사장 자네도 마찬가지야. 그렇게들 할 일이 없으면 여의도나 종로 가서 사람들이나 좀 만나고 와. 니 큰형 말대로 안 그래도 요즘 김영삼 그 양반 때문에 재산 공개되어서 속상한 사람들 많을 테니까.”


김귀란의 말에 김명현이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아니 어머님. 아무리 그래도 명색이 한성 전자 사장인 어떻게 그런 일을···.”


“왜 그래서 못 한다고?”


“아니요. 그건 아닙니다만······.”


“못하겠으면 말해. 안 그래도 그 자리 앉을 사람 많으니까.”


김귀란이 자식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착각들 하지 말어. 니들이 잘나서 그 자리에 있는 게 아니야. 다 니들이 내 배에서 나왔다는 이유. 그거 하나만으로 그 자리에 있는 거야. 그러니까 그 알량한 자리라도 지키고 싶으면 괜히 애들 데리고 이상한 짓 말고 실력으로 보여. 내가 니들을 믿어야 한다는 이유를 만들라는 말이야. 알아들어?”


그러자 사람들이 고개를 푹 숙였다.


다들 불만이 가득하지만 차마 말하지 못하는 얼굴들이었다.


“···알겠습니다.”


“죄송합니다, 회장님.”


마지못해 대답을 마친 사람들이 슬그머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곤 회장에게 공손이 인사를 한 뒤 저택을 나가 버렸다.


마치 도망을 치듯이.


잠시 뒤.


사람들이 사라진 저택 안.


“그래 어떠냐. 네 사촌들을 처음 본 소감이.”


김귀란이 후식으로 나온 차를 마시며 내게 물었다.


나는 내 몫의 차를 바라보며 슬쩍 입을 열었다.


“그게··· 다들 좋은 분들인 것 같아요.”


그러자 내 대답을 들은 김귀란이 코웃음을 치며 내게 대꾸했다.


“좋은 분들은 무슨, 아직 몸집만 커다란 애새끼들이지. 아마 나 죽은 후엔 저들 좋다고 날뛰다가 집안 말아먹기 딱 좋을 게다.”


나는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김귀란으로서는 모르고 한 말이겠지만 몇 년 뒤 한성이 정말 망하기 때문이다.


그것도 그녀가 말한 것과 비슷하게 내전에서 승리한 김명석의 무분별한 확장 때문에.


“그건 그렇고 나한테 할 말이 있다고?”


김귀란이 자신 몫을 차를 마시며 물었다.


나는 서둘러 찻잔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네.”


“그래. 어디 말해 보거라. 무엇이냐. 내게 할 말이라는 게.”


“그게······.”


나는 잠시 말을 멈춘 뒤 슬쩍 김귀란의 눈치를 살폈다.


그리곤 조심스레 말을 이어나갔다.


“···저번에 못 받은 정보료. 지금 받고 싶어요.”


순간, 김귀란의 시선이 나를 향했다.


뜻밖의 말이라는 듯한 표정.


약간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한 눈빛이었다.


“이 집안에 들어온 걸로 만족이 안 된단 말이냐?”


“···네. 사실 그건 제 소원이 아니라 회장님 소원이었잖아요.”


“내 소원?”


김귀란이 어이가 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곧 내 말이 일리가 있다 생각했는지 이내 쓴웃음을 지었다.


“···뭐 딴엔 그렇구나. 좋다. 어차피 내 입으로 약속을 했으니 들어줘야겠지. 그래 뭘 원하는지 말해 보거라. 이번에 네 덕분에 얻은 이익이 제법 크니 웬만한 것은 모두 다 들어주마.”


“정말 뭐든 다 들어주시는 거예요?”


“그렇대도. 왜? 혹시 내가 들어주지 못할 만한 소원이냐?”


“아뇨 그건 아닌데···.”


나는 살짝 시선을 피하며 말했다.


그러자 김귀란이 피식 웃으며 입을 열었다.


“그럼 걱정 말고 말해 보거라. 약속을 했으니 집이든 돈이든 거리끼지 밀고. 내 웬만하면 네가 원하는 것을 들어줄 테니.”


아무래도 내가 원하는 것이 금전 쪽이라 생각하는 것 같았다.


하긴 그동안 내 행보를 보면 그녀가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이상하지 않았다.


10살짜리가 대출 받아 주식을 하는 것이 흔한 일은 아니니까.


하지만.


“제가 원하는 건 그런 게 아니에요.”


나는 고개를 저었다.


내가 그녀에게 원하는 것이 금전적인 지원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


김귀란이 의외라는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제가 원하는 건······.”


“원하는 건?”


“···최고의 교육을 받을 기회. 바로 그것뿐이에요.”


순간, 김귀란의 표정 흔들렸다.


“최고의 교육을 받을 기회?”


전혀 뜻밖의 말이었는지 그녀가 의아한 낯으로 내게 물었다.


사실 그동안 김귀란에게 어떤 것을 바랄지 많이 고민했었다.


땅, 집, 차, 그리고 주식.


그녀에게 요구를 한다면 그녀가 들어줄 수 있는 것은 제법 많았다.


하지만.


‘그것들은 모두 다 내가 얻을 수 있는 것들이야.’


장기적으로 봤을 때 가격은 생각 외로 저렴했다.


결국 나는 김귀란에게 내가 얻을 수 없는 것을 구해야 한다는 결론에 다다랐다.


‘최고의 교육.’


나는 미래를 위해 현재의 욕망을 잠시 접어두기로 한 것이다.


나는 주먹을 꽈악 쥐며 말했다.


“네. 최고의 교육을 받을 기회요. 대한민국에 있는 사람 그 누구보다 더 좋은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 그걸 이뤄 주세요. 그게 제 소원이에요.”


그러자 잠시 무거운 눈으로 나를 관찰하던 김귀란이 이내 의구심 어린 시선으로 내게 물었다.


“하루 이틀 생각한 건 아닌 것 같구나. 그래 어떻게 하다 그런 생각을 하게 됐지?”


“그게······.”


너무 어른스러운 대답은 그녀의 의심을 살 수도 있었다.


그렇다면······.


나는 잠시 혼란의 빠진 아이를 흉내 내기로 했다.


“사실 저번에 어머니가 그러셨어요. 사람이 행복하기 위해선 기회를 잡아야만 하는데 어머니 곁에서는 그 기회가 적다고요······. 그러니까 회장님 곁으로 가서 기회를 잡아야만 한다고요.”


일순 김귀란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네 어미가 정말 그런 말을 했단 말이냐?”


아무래도 어머니가 그런 말을 했다는 것이 믿겨지지 않는다는 것 같다.


‘뭐··· 약간 다르긴 하지만.’


나는 표정을 유지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런데··· 천천히 생각해 보니까. 단순히 기회만 잡는 거로는 행복할 수 없을 것 같았어요. 그래서······.”


“그래서?”


“제가 그 기회들을 잡기 위해 움직여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내 말을 들은 김귀란이 무거운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 방법이 바로 교육이라는 거냐?”


“네. 학교에서 배웠어요. 배고픈 사람한테 물고기를 잡아 주기보다는 물고기를 잡는 법을 알려 줘라. 라고요.”


그때.


쿵-


김귀란이 테이블을 내려쳤다.


“좋다.”


“네?”


“네가 원하는 것. 주도록 하마.”


“정말요?”


“그래. 정말이다. 네가 원하는 대로 대한민국 최고의 학교, 최고의 교사, 최고의 자료를 구해 주마. 그리고 네가 원한다면 유학을 보내서라도 최고의 교육을 받게 해 주마.”


그녀가 기대 어린 눈동자로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사실 그녀가 나를 평창동으로 데려온 이유는 아마도 내게 후계자의 싹이 보이는지 아닌지 확인하기 위한 것일 것이다.


그러니 지난 10년간 연락도 본적도 없는 손자를 이곳에 데려온 것이겠지.


하지만 그러면서도 약간의 의심을 가지고 있었을 것이다.


본디 아이란 커 가며 수십, 수백 번을 바뀌는 존재. 될 성 싶은 떡잎이 녹아내리는 것은 흔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그녀의 입장에서는 내 말이 기꺼울 수밖에 없겠지. 내 스스로 나서서 후계자 수업을 받겠다 말한 것이나 다름없으니까.’


아니나 다를까. 고개를 끄덕이는 김귀란의 얼굴이 그 어느 때보다 더 밝아 보였다.


하지만.


나는 고개를 저었다.


왜냐하면··· 내가 원하는 것은 그런 단순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것뿐이라면 조금 실망인데요···.”


“뭐라? 실망?”


“네 제가 원하는 최고의 교육은 그런 평범한 게 아니거든요.”


내 말에 김귀란이 매서운 눈초리를 나를 노려보았다.


“···그럼 말해 보거라 네가 원하는 건 뭐지?”


“제가 생각하는 교육은···.”


잠시 뜸을 충분히 들인 나는 김귀란의 표정을 살피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앞으로 2년 뒤. 그러니까 1995년에 대학에 입학할 수 있게 만드는 교육. 그런 교육이에요.”


순간, 김귀란의 얼굴이 멍해졌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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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41화 착하게 살자 (2) NEW +27 14시간 전 14,524 605 14쪽
41 40화 착하게 살자 (1) +26 19.08.20 20,756 628 12쪽
40 39화 바겐세일 (3) +31 19.08.19 23,318 680 16쪽
39 38화 바겐세일 (2) +27 19.08.18 23,610 688 11쪽
38 37화 바겐세일 (1) +23 19.08.17 25,061 703 15쪽
37 36화 카모플라쥬 (2) +19 19.08.16 25,031 696 13쪽
36 35화 카모플라쥬 (1) +28 19.08.15 25,614 706 12쪽
» 34화 한성가 (3) +30 19.08.14 25,874 741 12쪽
34 33화 한성가 (2) +28 19.08.13 25,861 700 12쪽
33 32화 한성가 (1) +21 19.08.12 26,856 651 13쪽
32 31화 어머니의 이름으로 (2) +53 19.08.11 27,298 655 14쪽
31 30화 어머니의 이름으로 (1) +31 19.08.10 27,330 708 12쪽
30 29화 천지개벽 (2) +15 19.08.09 27,968 728 12쪽
29 28화 천지개벽 (1) +25 19.08.08 28,296 752 12쪽
28 27화 중요한 거래 (3) +32 19.08.07 28,022 736 12쪽
27 26화 중요한 거래 (2) +24 19.08.06 27,364 707 10쪽
26 25화 중요한 거래 (1) +22 19.08.05 27,755 667 14쪽
25 24화 돈의 맛 (2) +21 19.08.04 28,308 621 10쪽
24 23화 돈의 맛 (1) +23 19.08.03 28,499 654 14쪽
23 22화 사냥 시즌 (2) +22 19.08.02 27,980 628 11쪽
22 21화 사냥 시즌 (1) +18 19.08.01 28,275 590 16쪽
21 20화 과거의 내가 아니다 (3) +18 19.08.01 25,788 538 15쪽
20 19화 과거의 내가 아니다 (2) +27 19.07.31 27,789 597 14쪽
19 18화 과거의 내가 아니다 (1) +25 19.07.30 28,427 626 12쪽
18 17화 목돈마련 +18 19.07.29 28,655 602 12쪽
17 16화 충격요법 (2) +19 19.07.28 28,561 596 12쪽
16 15화 충격요법 (1) +11 19.07.27 28,390 557 11쪽
15 14화 심복 (3) +14 19.07.27 28,709 586 15쪽
14 13화 심복 (2) +18 19.07.26 29,242 58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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