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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수문 (悲獸問)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드라마

오패론
작품등록일 :
2019.07.10 00:12
최근연재일 :
2019.12.10 23:05
연재수 :
2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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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22
추천수 :
147
글자수 :
108,392

작성
19.07.11 2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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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글자
8쪽

내게 남은 것 (1)

DUMMY

#1

한 조각 달조차 구름에 가려진 어느 늦은 밤. 이 시각, 온 세상은 숨막힐 듯 두터운 검정색으로 뒤덮여 있었다. 그리고 그 아래에 펼쳐진 고요한 대지. 적막하다 못해 을씨년스럽게까지 느껴지는 그곳에서는 그 어떤 움직임조차 포착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순간, 갑자기 대지를 둘러싼 어둠의 일부분이 일그러지며 작은 인영 하나가 그 모습을 드러냈다.


열 살 전후로 짐작되는 한 어린 소년. 그는 무슨 급한 일이라도 있는 양 분주히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그렇게 익숙한 듯 어둠을 헤쳐나가던 소년은, 얼마 되지 않아 어느 야트막한 산의 입구 앞에서 잠시 멈춰서더니, 곧장 그 안으로 발길을 내디뎠다.


비록 그리 높지는 않은 야산이었지만, 곳곳에 뾰족한 가시나무들이 우거지고 물웅덩이들이 즐비하여 한낮의 밝은 태양 아래서도 오르는 데 꽤나 애를 먹을 만한 곳이었다. 더군다나 지금은 한 치 앞도 분간하기 힘들만큼 어둠이 짙게 깔려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걸음을 재촉하여 앞으로 나아가는 소년의 모습에선 일말의 흔들림조차도 찾아볼 수 없었다.


분명 기껏해야 열 살을 겨우 넘겼을 만한 나이겠건만, 긴 머리카락 사이로 드문드문 보이는 소년의 눈동자 속에는 노인들에게서나 발견할 수 있을 법한 현기가 느껴지고 있었다. 그와 동시에, 달관한 자의 공허함까지도... 또한 앳되어 보이는 얼굴과는 달리, 낡은 의복 위 윤곽을 통해 짐작되는 소년의 근골은 그 또래 일반적인 사내아이들의 것보다 훨씬 더 튼튼하고 다부진 것이었다.


그리고 그런 소년의 등과 가슴팍 위에는 각각 태어난 지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아 보이는 어린 사내아이와 여자아이가 두꺼운 천으로 단단히 동여매어져 있었다. 비록 소년과 두 아이의 관계를 정확히 유추해내기란 힘들었지만, 때때로 멈춰 서서 아이들의 상태를 신중히 점검하는 소년의 모습을 통해, 그들이 소년에게서 차지하는 비중이 결코 낮지 않음을 짐작 가능했다.


그렇게 산을 타기 시작한 지 약 두 시진 정도가 흘렀을까? 마침내 소년은 고즈넉한 분위기의 한 마을에 당도할 수 있었다. 그가 아무리 우수한 근골을 타고난 데다 지난 몇 달 간 매일 몇 번씩이나 산을 타며 경로 상의 모든 지형지물에 익숙해져 왔다고는 해도, 아직까진 어쩔 수 없는 어린 소년. 게다가 둘씩이나 되는 아이들을 앞뒤에 매단 채로 쉬지 않고 이동해 왔기에, 그의 몸은 땀으로 흠뻑 젖어 어느 새 몸 주변에 옅은 아지랑이를 피워내고 있었다. 하지만 소년은 그저 숨을 몇 번 거칠게 몰아 쉬더니 곧바로 다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일 각 후, 그가 다다른 곳은 자신의 키보다도 세 배는 더 높은 크기의 대문 앞이었다. 대문에서 시작해 가로세로 수백 장 길이의 장원 전체를 빈틈없이 둘러싸고 있는 긴 담장들만 해도 장정 하나 정도의 키는 훌쩍 뛰어넘는 높이를 지니고 있었지만, 그 이상으로 전각들이 너무 컸던 나머지 담장 너머로 그 일부가 고스란히 드러나 소년의 눈에 비치고 있었다. 그리고 이처럼 어마어마한 장원의 규모는 소년이 한밤 중의 목적지로서 이 곳을 선택한 첫번째 이유였다.


한 가지 특이한 점은, 보통의 거대한 장원이면 으레 보이곤 하는 문지기들의 모습이 이곳에서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 덕분에 소년은 문지기들의 눈을 피해 번거롭게 움직여야 하는 수고를 덜 수 있었고, 이는 소년이 이 장원을 선택하게 된 소소한 두 번째 이유를 제공하였다.


한참 동안 장원의 대문만 뚫어지게 바라보며 서 있던 소년은, 어느 새 검은 장막의 한 귀퉁이를 희뿌옇게 물들여 가고 있는 새벽녘의 태양을 흘깃 곁눈질하였다. 소년은 때가 되었다는 듯 슬며시 고개를 끄덕이더니, 곧바로 시선을 자신의 몸으로 향했다. 그는 우선 여자아이가 떨어지지 않도록 한쪽 팔로 몸을 지탱해줌과 동시에 가슴팍에 위치한 천의 매듭을 부드럽게 풀어낸 후, 서서히 무릎을 굽혀 대문 근처에 아이를 뉘였다.


이후 같은 과정을 통해 등 쪽 사내아이까지도 내려놓은 소년은, 두 아이의 볼을 조심스럽게 쓰다듬으며 굳게 입을 다물었다. 산을 타고 이곳에 도달하기까지의 그 힘든 과정 속에서도 일말의 감정조차 내비치지 않았던 그의 무덤덤한 눈이 잠시나마 알 수 없는 빛을 품으며 일렁였다.


그러나 갑자기 장원 내에서 느릿한 발소리들이 들려오자, 그 순간 소년의 눈은 다시 본래의 그 무심함을 되찾았다. 곧이어 그는 재빨리 몸을 날려 아직까지도 빛이 주도권을 쥐지 못한 새벽녘의 어둠 속으로 사라져 갔다.


이제 머지 않아, 젊은 하인들이 대문을 열고 나와 장원에 새로운 하루가 밝았음을 알릴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그들은 대문 앞에 뉘어진 두 갓난 아이들을 발견할 것이고, 그 소식은 곧장 장주 내외의 귀에도 들어가게 될 터였다, 평소 정이 많고 온후하다고 알려진 그들이라면 아마도 도저히 두 아이들을 모른 체 할 수 없을 것이다.


더군다나 지금까지 후사 문제로 애를 태워왔던 속사정까지 겹쳐진다면, 장원 앞에 버려진 두 아이들을 만난 것 또한 자신들의 운명이라 생각하며 그들을 양자, 양녀로 거둬들일 가능성도 없지 않았다. 설령 그런 호사를 누리지 못한 채 하인이나 하녀로서 키워진다고 해도, 저 정도 큰 규모의 장원이라면 배 곯지 않고 살아갈 수 있으리라.


이 모든 계산들은 소년이 지난 몇 달 간 쉴 새 없이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며 얻어낸 수많은 정보들과 소문들에 기초한 것이었다. 또한 이것은 소년이 오늘 계획의 실행을 결심하고 이 곳을 몰래 방문하게끔 한 가장 큰 세 번째 이유이기도 했다.


열 살짜리 어린 사내아이의 머릿속에서 나왔다고는 차마 믿기 힘든 영악한 계산들. 그러나 정작 소년에게는 그런 자각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다. 지금 이 순간, 그의 머릿속을 채우고 있는 것은 세상을 뜨기 전 어머니의 모습이었다. 그 날 어머니는 소년에게 이렇게 말했다.


"너에겐 한없이 죄스러울 따름이지만, 부디 네 동생들을 지켜주렴. 다음 생에서 다시 만나면, 그 땐 네게 꼭 좋은 어미가 되어 이번 생에서 지었던 모든 죄들을 씻어가마."


소년은 잠시 멈추어 서서 점차 밝아져오는 하늘을 아련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어머니, 제가 아이들의 곁에 함께 있어줄 순 없을 것 같아요. 그러나 어머니와 했던 약속은 언제나 유효합니다. 비록 동생들의 더 나은 삶을 위해 지금 당장은 이렇게 품에서 떠나보내지만, 만약 아이들에게 무슨 일이라도 닥친다면, 그 땐 제 목숨을 바쳐서라도 반드시 지켜낼게요."


그 순간, 한 줄기 눈물이 소년의 볼을 적시며 바닥으로 떨어졌지만, 그는 눈물을 닦을 생각도 없는 듯 그저 묵묵히 다시 발걸음을 옮길 뿐이었다. 그렇게 소년이 마을을 조금씩 벗어날 무렵, 저 멀리 장원에서는 어느 새 한바탕 소란이 일고 있었다.


작가의말

많이 부족한 글입니다. 하지만 앞으로 계속 발전해 나갈 준비와 각오가 되어있습니다. 부디 많은 사랑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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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마수(魔獸)의 길 (4) 19.12.10 39 3 10쪽
26 마수(魔獸)의 길 (3) 19.12.07 81 3 8쪽
25 마수(魔獸)의 길 (2) 19.12.01 83 3 8쪽
24 마수(魔獸)의 길 (1) 19.12.01 75 3 7쪽
23 파문(波紋) (10) 19.11.17 93 4 11쪽
22 파문(波紋) (9) 19.11.17 84 4 12쪽
21 파문(波紋) (8) 19.11.09 143 3 12쪽
20 파문(波紋) (7) 19.11.07 122 4 7쪽
19 파문(波紋) (6) 19.11.04 126 5 9쪽
18 파문(波紋) (5) 19.11.02 157 4 9쪽
17 파문(波紋) (4) 19.10.27 182 5 13쪽
16 파문(波紋) (3) 19.10.24 184 4 11쪽
15 파문(波紋) (2) 19.10.20 195 5 9쪽
14 파문(波紋) (1) 19.10.16 234 5 8쪽
13 칠 년 후: 비극의 서막 (7) 19.10.13 249 5 11쪽
12 칠 년 후: 비극의 서막 (6) 19.10.11 305 6 8쪽
11 칠 년 후: 비극의 서막 (5) 19.09.30 275 6 7쪽
10 칠 년 후: 비극의 서막 (4) 19.09.27 281 6 9쪽
9 칠 년 후: 비극의 서막 (3) 19.09.05 324 5 7쪽
8 칠 년 후: 비극의 서막 (2) 19.08.13 431 7 8쪽
7 칠 년 후: 비극의 서막 (1) 19.08.03 524 7 9쪽
6 내게 남은 것 (5) 19.07.24 559 8 13쪽
5 내게 남은 것 (4) 19.07.21 599 8 7쪽
4 내게 남은 것 (3) 19.07.17 632 8 12쪽
3 내게 남은 것 (2) 19.07.14 745 9 8쪽
» 내게 남은 것 (1) 19.07.11 967 9 8쪽
1 서 (序) +2 19.07.10 1,119 8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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