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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수문 (悲獸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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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패론
작품등록일 :
2019.07.10 00:12
최근연재일 :
2019.12.07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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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03,979

작성
19.07.21 0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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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쪽

내게 남은 것 (4)

DUMMY

#3

명선장에서 약 칠 리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한 한 작은 객잔(客棧). 비록 주변의 화려하고 거대한 객잔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초라함이 느껴지긴 했지만, 그 내부만큼은 항상 많은 인원들로 넘쳐나는 곳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인기의 비결로는 크게 세 가지를 들 수 있었다.


첫 번째로, 이 곳의 음식은 싸고 맛있었다. 일반적인 객점과 비교하여 음식 가격이 절반 정도 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저렴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질과 양에선 오히려 다른 객잔들을 훨씬 능가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런 높은 수준의 음식을 제공하는 객잔이 비록 드물긴 해도 주변에 아예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이 첫 번째 이유는 그저 부수적인 요소에 불과하다고도 말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보다 중요한 두 번째 이유는 바로 이곳의 주인장에게서 찾을 수 있었다. 그렇다면 혹시 주인장의 외양이 출중하기라도 한 것일까? 아니면 더할 나위 없이 친절한 성품으로 유명하다던가? 그러나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이러한 두 가지 추측 모두 이 곳의 주인장에게는 전혀 해당사항이 없는 말들이었다. 그는 털북숭이에 산적 같은 외모를 지녔고, 거기에다 항상 욕을 입에 달고 살 정도로 거친 입담의 소유자였으니...


그럼 도대체 왜 그에게 사람들의 관심과 이목이 집중되었던 것일까? 사실 그 까닭은, 바로 그가 과거 무림에서 지녔었던 그 위치와 명성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몽전날수(夢翦辣手) 초문(礁紊). 꿈조차 베어버릴 만큼 매서운 손속을 지녔다는 뜻의 별호에서 드러나듯, 그는 오래 전 천하를 주유하며 많은 악인들을 죽여 온 자였다. 서초성(西超省) 일대를 떠들썩하게 했던 살인마들인 악살쌍괴(樂殺雙怪) 공요(恐搖), 공미(恐迷) 남매를 단칼에 쳐죽였는가 하면, 형유성(炯類省) 서북부 산간지대에서 활동하던 악명 높은 도적단인 병촌단(倂忖團)을 혼자서 몰살시킨 전력까지 있었다.


그러나 그렇게 명성을 쌓아가던 그는 십오 년 전 홀연히 그 모습을 감추었다. 곧바로 그의 잠적을 두고 사람들 사이에서 여러 가지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삼대악인(三大惡人) 중 두 명의 협공을 받아 죽은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사랑하는 여인을 만나 가정을 꾸린 게 틀림없다는 이도 있었다. 하지만 기억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점차 풍화되어 간다고 했던가? 초문의 이름이 주는 흔적 또한 그렇게 조금씩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퇴색 되어가는 듯 보였다.


그러던 어느 날. 충격적인 소문이 천하를 휩쓸었다.


「초문이 어느 작은 객잔의 주인이 되어 살아가고 있다!」


비록 천하에서 가장 강한 여덟 명이라는 비천팔룡(飛天八龍)에 비할 수는 없었지만, 초문의 경지는 이미 온 세상을 진동시키고도 남음이 있었다. 그런 경지의 초절정 고수가 일개 작은 객잔의 주인으로 살고 있다는 얘기는 자연히 많은 이들에게 호기심을 불러일으킬 수 밖에 없었고, 결국 초문이 주인장으로 있다는 그 문제의 객잔으로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일각에서는 조용히 살고자 하는 초문의 삶을 괜히 뒤흔들어 그의 분노를 야기하게 되는 건 아닌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다행히도 지금까지 초문이 불쾌한 기색을 보였던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다만, 그의 앞에서 절대 하지 말아야 하는 행동이 한 가지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대협(大俠)이나 의인(義人)과 같은 말로써 그의 과거 행적을 칭송해선 안 된다는 것이었다. 초문은 자신을 두고 대협이라 부르는 이들을 만날 때면 항상 이렇게 말하곤 했다.


"미친 놈들. 사람을 죽인 놈한테 무슨 협객이냐, 협객은! 비록 그 자식들 행동이 마음에 안 들어서 죽이긴 했지만, 그것도 엄연히 따지고 보면 살인이었던 것을..."


계속해서 본인 입으로 그렇게 말하니, 지금은 사람들도 그를 거창한 호칭으로 부르기 보단 그저 초 선배, 혹은 초 잔주(棧主)라고만 부를 뿐이었다. 또한 초문도 그들을 대함에 있어 결코 위엄을 내세우지 않았으며, 그저 어느 동네에서나 쉽게 찾아볼 수 있을 법한 나이 든 아저씨의 모습으로 스스럼 없이 그들에게 다가가곤 했다. 그 결과, 현재는 초절정고수 초문의 모습을 보기 위함이 아니라 그저 편안한 객잔 주인으로서의 초 노야를 만나기 위해 이곳을 찾는 이들도 꽤 늘어난 상황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초문의 존재조차도 사람들이 이 객잔을 찾는 가장 큰 이유는 아니었다. 사실, 세 번째 이유이자 결정적인 원인은 바로 객잔 이름의 유래와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었다. 춘풍객잔(春風客棧). 봄바람이 불어오는 객잔. 이러한 객잔의 이름을 처음 듣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음과 같은 말을 내뱉을 것이다.


"초 노선배 같은 외모에 춘풍객잔이란 산뜻한 이름이라니... 너무 어울리지 않는군."


하지만 객잔 주방을 단 한 번이라도 들여다 본 적이 있는 이들은, 저마다 고개를 끄덕이며 춘풍이란 이름을 수긍하곤 했다.


"내 마음에 마치 봄바람이 불어오는 듯 하구나. 아아, 춘풍객잔이란 이름이 이토록 잘 어울리는 곳이 있었던가!"


도대체 주방에는 무엇이 있었기에, 사람들이 이같은 반응을 보이게 되는 것일까? 사실 그 해답은 그리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이 모든 게 한 명의 주방장에게서 비롯된 것이었으니...


꽃처럼 어여쁜 십팔 세 처녀. 그녀의 이름은 초은혜(礁誾暳)였다. 초문은 항상 그녀를 자신의 딸로 소개하곤 했지만, 정작 그 말을 믿는 이는 거의 없었다. 흉신악살 같은 외양의 초문에게서 초은혜처럼 아리따운 미녀가 튀어 나오기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웠기 때문이랄까?


마치 한 송이의 물망초를 연상시키는 초은혜의 청초함은 언제나 뭇 남성들의 마음을 뒤흔들곤 했다. 그런 그녀의 모습을 한 번이라도 더 보겠다는 일념 하에, 수많은 사내들이 춘풍객잔으로 향하는 발길을 차마 끊지 못했다.


그리고 그 중에는 매일 객잔을 이용할 수 있을만큼의 형편이 되지 않아 밖에서 문 틈새로나마 초은혜를 보려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들로 인해 춘풍객잔 앞은 항상 누추한 행색의 사내들로 가득하였고, 이러한 이유로 가끔씩 초문은 주변 다른 객잔들로부터 원성을 듣기도 했다. 그러나 그럴 때면 초문은 항상 이렇게 말하였다.


"저긴 어느 누구의 영역도 아니지 않소? 그런 곳에 자기들 발로 자기들이 서 있겠다는데, 내가 무슨 권리로 그것을 저지할 수 있겠소?"


그리고 언제부턴가 하루종일 춘풍객잔 밖에 서서 팔짱을 낀 채로 묵묵히 자리를 지키는 한 소년이 있었다. 처음에 초문은 그 소년에 대해 그저 여러 구애자들중 한 명이 데리고 온 아이라고만 여겼을 뿐, 전혀 신경조차 쓰지 않고 있었다. 며칠 후, 그 소년이 직접 자신을 찾아와 뭔가를 요구하기 전까지는...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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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마수(魔獸)의 길 (3) NEW 1시간 전 1 0 8쪽
25 마수(魔獸)의 길 (2) 19.12.01 37 1 8쪽
24 마수(魔獸)의 길 (1) 19.12.01 34 1 7쪽
23 파문(波紋) (10) 19.11.17 65 3 11쪽
22 파문(波紋) (9) 19.11.17 55 3 12쪽
21 파문(波紋) (8) 19.11.09 115 3 12쪽
20 파문(波紋) (7) 19.11.07 94 4 7쪽
19 파문(波紋) (6) 19.11.04 99 5 9쪽
18 파문(波紋) (5) 19.11.02 129 4 9쪽
17 파문(波紋) (4) 19.10.27 154 5 13쪽
16 파문(波紋) (3) 19.10.24 155 4 11쪽
15 파문(波紋) (2) 19.10.20 164 5 9쪽
14 파문(波紋) (1) 19.10.16 200 5 8쪽
13 칠 년 후: 비극의 서막 (7) 19.10.13 213 5 11쪽
12 칠 년 후: 비극의 서막 (6) 19.10.11 271 6 8쪽
11 칠 년 후: 비극의 서막 (5) 19.09.30 236 6 7쪽
10 칠 년 후: 비극의 서막 (4) 19.09.27 240 6 9쪽
9 칠 년 후: 비극의 서막 (3) 19.09.05 278 5 7쪽
8 칠 년 후: 비극의 서막 (2) 19.08.13 386 7 8쪽
7 칠 년 후: 비극의 서막 (1) 19.08.03 478 7 9쪽
6 내게 남은 것 (5) 19.07.24 505 8 13쪽
» 내게 남은 것 (4) 19.07.21 541 8 7쪽
4 내게 남은 것 (3) 19.07.17 575 8 12쪽
3 내게 남은 것 (2) 19.07.14 669 9 8쪽
2 내게 남은 것 (1) 19.07.11 857 9 8쪽
1 서 (序) +2 19.07.10 995 8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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