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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수문 (悲獸問)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드라마

오패론
작품등록일 :
2019.07.10 00:12
최근연재일 :
2019.12.07 03:04
연재수 :
2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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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34
추천수 :
136
글자수 :
103,979

작성
19.09.05 22:58
조회
2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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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글자
7쪽

칠 년 후: 비극의 서막 (3)

DUMMY

반면 권갑 청년은 그 어떠한 충격조차도 받지 않은 듯, 그저 무심히 상대들을 바라보며 서 있을 뿐이었다. 심지어 백응조차도 그 일련의 사태가 벌어지는 동안 줄곧 고고하게 청년의 어깨 위에 앉아 붉은 눈만 번뜩이고 있었으니... 그러나 희미하게나마 문석은 보았다. 방금 전, 청년의 몸 주위로 눈으로 좇을 수도 없을 만큼 빠르게 권영이 생겨나며, 주위에서 날아드는 세 줄기의 칼을 강하게 튕겨냈다는 것을... 더군다나 그것마저도 그리 큰 힘을 들인 게 아니라고 말하는 것처럼 청년의 표정에는 여유가 흘러 넘쳤다.


그 자세한 과정이야 어찌됐든, 부상 입은 동료들의 모습을 계속 숨어서 지켜 볼 수만은 없는 노릇이었으므로, 결국 문석을 포함해 숨어있던 나머지 조원들까지도 그 모습을 드러내야만 했다. 그런데 문석 일행이 상대를 견제하며 다친 동료들을 부축하려는 바로 그 순간. 문석이 갑자기 소스라치게 놀란 표정을 지으며 소리쳤다.


"아, 아니! 당신은?!”


그런 반응을 보이는 것은 비단 그 혼자만이 아니었다. 주위에 선 그의 부하들의 표정도 하나같이 똑같았던 것이다. 그리고 그런 그들의 시야가 향하는 곳에 청의 중년인이 서 있었다.


사실, 청의 중년인의 경우 사원 안으로 들어온 이래 계속 빛을 등지고 서있었기 때문에, 그로부터 멀리 떨어진 곳에 숨어 있었던 문석 일행은 지금까지도 그의 얼굴을 제대로 알아보지 못하고 있었던 상황이었다. 더군다나 방금 전에 직접적인 무력 행사가 오고 간 이후부턴 당사자인 권갑 청년에게 그 시선이 쏠렸으므로, 아무래도 청의 중년인을 향한 관심은 다소 덜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지금과 같이 가까이서 대치하며 상대를 찬찬히 살필 수 있게 된 문석 일행의 눈에는 너무나도 명확하게 보이고 있었다. 문석 일행, 아니 정파에 몸담은 이라면 누구나 잘 알고 있을 뿐더러 그들로부터 언제나 존경심 어린 시선을 받아왔던 사람... 그런 사람이 지금 청색 도포를 걸친 채 자신들의 눈 앞에 서 있다는 것을...


그러나 문석의 경악스런 외침에 답한 것은 청의 중년인이 아니라 권갑 청년이었다.


“옷을 보아하니 벽성방 놈들인 것 같군. 역시 쥐새끼들 마냥 숨어드는 그 재주만큼은 인정해 줘야겠어.”


여전히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있는 당혹감으로 인해, 문석은 조롱하는 듯한 청년의 말에도 대응할 생각을 하지 못한 채 더듬더듬 혼잣말을 이어갔다.


“당신... 도대체 무슨 짓을 꾸미시는...겁니까..."


그러자, 지금까지 아무 말도 없이 문석 일행을 바라보고만 있던 청의 중년인이 그제서야 입을 열었다.


"자네의 이름이 문석이었지, 아마? 음, 이런 식으로 만나게 되어 유감이구먼. 그래도 남의 대화를 몰래 엿들은 대가는 치러야 하지 않겠나? 자네가 알게 되면 곤란한 얘기이기도 하고 말이야."


곧이어 중년인은 다시 고개를 돌려 권갑 청년에게 눈짓했고, 이에 청년은 자신의 권갑을 조심스레 어루만지며 조금씩 문석 일행에게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이 권갑에 처음으로 묻히는 피가 네 놈들 같은 잔챙이들의 것이 되는 게 유감스럽지만, 이것 또한 운명이라면 어쩔 수 없는 것이겠지. 기왕 이렇게 된 것, 너희가 내게 한줌의 여흥이라도 줄 수 있었으면 좋겠군."


말이 끝남과 동시에 백응이 날아올라 사원 밖으로 나갔고, 청년은 주먹을 꽉 지며 내공을 끌어올렸다. 그리고 잠시 후, 청년의 두 주먹에 점차 희미한 백색 기운이 어리기 시작하더니,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손조차 보이지 않을 정도로 희뿌연 안개가 그의 팔 주위를 온통 뒤덮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문석의 입에선 경악에 가득 찬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저건 백무심권(白霧沁拳)?! 표호방가(豹號龐家)의 생존자가 아직까지 남아있었던 것인가?!”


그 때, 갑자기 청년이 문석의 부하 중 하나에게로 짓쳐 들며 주먹을 날렸다. 이에 깜짝 놀란 듯 재빨리 도를 들어 공격을 막아내려 하는 부하. 문석은 그런 부하를 향해 다급하게 외쳤다.


"안돼!"


그러나 문석의 외침이 무색하도록 청년의 주먹이 날아드는 속도는 그리 빠르지가 않았고, 덕분에 부하는 무난하게 그 주먹을 막아내는 듯 보였다. 더군다나 단 한번의 공격 이후, 청년은 재차 공격을 하지 않은 채 곧바로 신형을 뒤로 향했다. 이와 같은 청년의 행동에 문석의 부하는 빠르게 여유를 되찾으며 그를 비웃었다.


“하하, 그토록 잘난 체 하며 말하더니, 겨우 이 정도의 실력으로 떠들어대었던 것이더냐? 참으로 우습기 그지없...! 흐억?!”


그러던 찰나, 뜬금없이 부하의 몸 안에서 무언가 쉴 새 없이 터져 나가는 요란한 소리가 울려 퍼지더니, 갑자기 그가 입에서 한 사발의 피를 뿜으며 쓰러졌다. 이 모습을 보고 당황하여 급히 그에게로 달려가는 동료들. 불행히도, 그는 아직까지 의식이 남아 있긴 했지만 이미 오른쪽 상반신의 혈맥이 모두 끊어져 불구자가 되어버린 상태였다. 그리고 그런 그의 모습을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바라보는 일행을 향해 문석이 입을 열었다.


“백무심권(白霧沁拳)... 방금 봤던 하얀 안개는 단순한 내공의 표출이 아니다. 눈으로 볼 수 없을 만큼 작은 권기(拳氣)들이 마치 수없이 많은 수증기들처럼 몸을 둘러싸고 있는 것이지. 저 권기의 안개는 물리적으로 완벽하게 방어할 수 없을뿐더러, 모공을 통해 스며들어 대상의 몸 속 혈맥들을 철저하게 짓뭉개고 파괴하게 된다. 즉, 단순히 겉으로 드러나는 시전자의 권격을 막아내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소리지.”


문석의 설명에 경악스럽다는 표정을 지어 보이는 조원들. 그 모습을 지켜보는 권갑 청년의 얼굴에 조소가 피어 올랐다.


"하하, 역시 모두 같은 쥐새끼는 아니라는 건가? 네 녀석의 그 식견만큼은 인정해줄 수 밖에 없구나."


문석은 그런 청년의 말에는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심각한 어조로 되물었다.


"그렇다면 실로 그대가 표호방가의 생존자가 맞는다는 것인가? 하지만 어떻게..."


그 말에 청년의 표정이 순간적으로 굳는 듯 보였지만, 금새 그는 예의 그 차가운 조소를 되찾으며 입을 열었다.


“쓸데없는 잡설은 명을 재촉하는 법이지. 조금은 가지고 놀아줄 생각도 있었지만, 갑자기 이 짓 또한 지겨워지는군.”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청년의 팔을 둘러싸고 있던 운무가 더욱 더 진해지더니 어떠한 형상을 갖춰나가기 시작했다. 뱀. 그것은 마치 사람의 팔을 휘감은 채로 혀를 날름거리는 한 마리의 뱀과 닮아 있었다. 운무에 휩싸여 더더욱 위협적인 느낌을 풍기는...


작가의말

언제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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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마수(魔獸)의 길 (3) 19.12.07 38 1 8쪽
25 마수(魔獸)의 길 (2) 19.12.01 57 1 8쪽
24 마수(魔獸)의 길 (1) 19.12.01 49 1 7쪽
23 파문(波紋) (10) 19.11.17 76 3 11쪽
22 파문(波紋) (9) 19.11.17 66 3 12쪽
21 파문(波紋) (8) 19.11.09 128 3 12쪽
20 파문(波紋) (7) 19.11.07 106 4 7쪽
19 파문(波紋) (6) 19.11.04 111 5 9쪽
18 파문(波紋) (5) 19.11.02 141 4 9쪽
17 파문(波紋) (4) 19.10.27 165 5 13쪽
16 파문(波紋) (3) 19.10.24 166 4 11쪽
15 파문(波紋) (2) 19.10.20 177 5 9쪽
14 파문(波紋) (1) 19.10.16 213 5 8쪽
13 칠 년 후: 비극의 서막 (7) 19.10.13 229 5 11쪽
12 칠 년 후: 비극의 서막 (6) 19.10.11 288 6 8쪽
11 칠 년 후: 비극의 서막 (5) 19.09.30 256 6 7쪽
10 칠 년 후: 비극의 서막 (4) 19.09.27 260 6 9쪽
» 칠 년 후: 비극의 서막 (3) 19.09.05 299 5 7쪽
8 칠 년 후: 비극의 서막 (2) 19.08.13 406 7 8쪽
7 칠 년 후: 비극의 서막 (1) 19.08.03 500 7 9쪽
6 내게 남은 것 (5) 19.07.24 533 8 13쪽
5 내게 남은 것 (4) 19.07.21 570 8 7쪽
4 내게 남은 것 (3) 19.07.17 603 8 12쪽
3 내게 남은 것 (2) 19.07.14 706 9 8쪽
2 내게 남은 것 (1) 19.07.11 917 9 8쪽
1 서 (序) +2 19.07.10 1,060 8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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