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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수문 (悲獸問)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드라마

오패론
작품등록일 :
2019.07.10 00:12
최근연재일 :
2019.12.10 23:05
연재수 :
2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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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11
추천수 :
147
글자수 :
108,395

작성
19.10.11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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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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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글자
8쪽

칠 년 후: 비극의 서막 (6)

DUMMY

어마무시한 의미를 내포한 청년의 말. 그러나 이 곳에 모인 사람들 중에 그런 그의 말을 단순한 허세라고 여기는 이는 단 한 명도 존재하지 않았다. 실제로 청년의 가문은 능히 그 모든 것을 실현할 수 있는 힘과 능력을 지니고 있는 곳이었으니깐. 그래서였을까? 청년의 말이 다 끝나고 난 후에도 방 안에는 그저 짙은 침묵만이 내려 앉아 사람들의 마음을 무겁게 억누르고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정작 그 침묵의 원인을 제공한 당사자인 청년은 연신 입가에 희미한 미소를 띄어 올린 채였다. 그는 한동안 주변 문주들의 표정을 관찰하는 듯싶더니, 얼마 후 다시 밝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하하하, 그건 어디까지나 그런 문파들이 존재할 경우에 한한 이야기이니 그렇게 굳은 표정들 하고 계실 필요는 없으십니다. 더군다나 오늘부로 우리 여섯 세력은 한 형제나 다름없는 사이가 될 테니깐요. 아니 그렇습니까, 선배님들?"

"여, 여부가 있겠나..."

"호호··· 공자, 당연한 소릴 다 하십니다. 저희 화성문(火星門)은 언제든 귀 가의 우군이 되어드릴 것이옵니다."

"본 문 또한 그리할 것이오, 소가주."


청년의 말에 급히 동조하는 문주들. 그런 그들의 모습에 청년은 흡족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하하, 이렇게 각 성(省)을 상징하는 다섯 문파들이 본 가와 정식으로 손을 잡고 함께 사파에 맞서기로 해주시니, 이 소생은 실로 천군만마를 얻은 기분입니다. 그런 의미로 소생이 여기 모이신 여러 선배 문주님들께 술 한 잔씩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말을 끝냄과 동시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는 흑의 청년. 곧이어 그는 탁자 주위를 한 바퀴 돌며 자리에 앉은 다섯 명의 문주들에게 술을 따라 주기 시작했다. 그런데 왜일까? 청년이 직접 따라주는 술을 받기 위해 술잔을 들어올리는 문주들의 손이 미세하게나마 떨리고 있는 것은... 그리고 이와 같이 그들로부터 표출되는 알 수 없는 떨림 때문이었는지, 방 안에 짙게 깔린 어색한 분위기는 청년이 다시 자리에 앉은 후에도 쉽사리 옅어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순간, 뚱뚱한 체형의 노인이 애써 분위기를 전환시키려 한 듯 넉살스런 어조로 청년에게 말을 걸어왔다.


"허허, 그러고 보니 자네, 긴히 할 얘기가 있다고 우릴 불러 모은 게 아니었던가? 그러지 말고 어서 그 얘기부터 좀 들어보세. 이 노부는 자네 입에서 흘러나올 얘기의 내용이 무엇일지 심히 궁금하여 도저히 참을 수가 없구먼."

"그렇지 않아도 지금 그에 대한 말씀을 드리고자 하던 참이었습니다. 앞서 언급 드렸던 바와 같이, 최근 사파 세력들의 움직임이 매우 심상치가 않습니다. 아마도 여기 계신 문주님들 또한 충분히 그들의 동향에 대해 이상한 낌새를 알아차리셨을 거라 생각합니다. 뭐, 그러한 이유로 본 가에서는 최근 몇 주 간 벽성방의 도움을 받아가며 줄곧 사파 세력들의 움직임을 추적해오고 있었답니다. 그리고 그 결과... 드디어 밝혀냈습니다. 그들이 향하고자 하는 최종 목적지가 어디인지를..."

"최종 목적지? 도대체 거기가 어디입니까, 소가주?"


청년의 말에 들뜬 목소리로 소리치는 황의 장삼의 장년인. 그리고 단지 겉으로 강하게 표출되지만 않았을 뿐, 자리에 앉은 나머지 문주들의 눈빛 속에도 장년인과 같은 강렬한 호기심이 잔뜩 깃들어 있었다. 그런 그들의 시선을 마주하며, 청년이 진지한 표정으로 다시 입을 열었다.


"명선장(銘腺莊)입니다."

"...?!"

"아직까지 절천문(折天門)과 목유제가(木類制家)에선 그 어떤 뚜렷한 행동도 취하고 있지 않습니다만, 그 외 사파의 다른 주요 문파들 내에선 이미 인원 파견을 위한 준비가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아니, 잠깐. 만약 자네 말이 사실이라면 어서 우리 정파 측에서도 무인들을 파견해 명선장을 도와야 하지 않겠나?"


청년의 말을 듣던 중 다급하게 외치며 끼어드는 뚱보 노인. 그러나 한참 동안 청년은 이에 대해 아무런 대답도 내어놓지 않았다. 그리고 그렇게 약 반 각 가량이 흘렀을까? 무겁게 닫혀 있던 청년의 입이 그제서야 다시 열렸다.


"우리 정파 측으로부터의 지원군은... 없을 겁니다."

"아니, 그게 무슨 소립니까? 지원군을 보내지 않으시겠다니요?"


자색 도포의 중년인이 미간을 찌푸리며 되묻자, 청년은 말없이 품 속에서 한 장의 종이를 꺼내어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이에 청년의 바로 오른편에 앉아있던 여인이 호기심을 참지 못한 듯 빠르게 종이를 낚아 채어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고, 이후 순식간에 청년을 제외한 방 안의 모든 이들의 시선이 그녀가 들고 있는 종이 위로 집중되었다.


잠시 후, 종이에 적힌 내용을 모두 다 읽고 난 여인이 여전히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으며 청년을 향해 입을 열었다.


"공자... 여기에 쓰인 내용들... 정말 참이옵니까?"

"벽성방에서 직접 보내온 내용이니 아마도 사실일 것입니다."

"이, 이런..."

"왜 그러나, 서 문주. 무슨 일이라도 있는 겐가?"

"..."

"어허, 답답허이. 그러지 말고 어서 말 좀 해보게나."


자신을 닦달하는 뚱보 노인의 말에도 한참을 머뭇거리던 여인은, 더듬더듬 종이에 적힌 내용들에 대해 언급해 나가기 시작했다.


"명선장이... 사파 세력들과... 손을 잡았다고 합니다."


그녀의 얘기에 순간적으로 얼어붙은 듯 입만 떡 벌리고 있는 문주들. 여인은 그런 그들의 모습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자신의 말을 이어갔다.


"이 서찰 안에는 명선장의 장주 명윤과 절천문의 문주 용소월(湧蘇月)이 은밀하게 만났다는 정황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또한, 명선장은 아마도 이후 파견될 사파 세력들에게 공격을 받고 있는 척 위장하여 정파에 도움을 청해올 것이며, 이는 우리 측 정예들을 그곳으로 유인하여 한번에 몰살시키려 할 목적일 가능성이 높다고도 적혀있습니다."

"명선장은 도대체 우리 정파와 무슨 원한을 졌길래 이 같이 파렴치한 짓을 저지르려 한단 말입니까? 그러고 보니 그 동안 줄곧 중립의 입장을 표방해오던 것도 모두 다 이를 위한 연기였군요! 으윽, 이런 표리부동한 놈들 같으니라고!"


매우 흥분한 듯 벌개진 얼굴로 소리치는 황의 장년인. 이에 산발 노인 또한 화를 억누르는 듯 이를 부득 갈며 답했다.


"이유랄게 뭐 있겠나? 상인 놈들의 본성이 다 그러한 게지. 그 놈들의 머릿속에는 온통 자신들의 잇속에 대한 것들로만 가득 차 있으니깐 말이야. 하지만 이토록 야비한 함정까지 준비하면서 정파를 공격하려 할 줄은 몰랐구먼. 쯧쯧... 그 놈들, 우리 정파의 정보력을 너무 무시했던 까닭에 무리수를 둬버린 게야. 어차피 이렇게 된 이상 묵과하지 말고 명선장과 사파 놈들의 코를 납작하게 해줄 필요가 있네."

"삼보 어르신의 말씀이 옳습니다. 저들이 더 이상 정파를 무시하지 못하도록 우리의 힘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자색 도포의 중년인까지 산발 노인의 말에 동조하며 탁자를 내려치자, 청년은 갑자기 묘한 미소를 입가에 머금으며 말했다.


"다른 분들의 생각도 동일하신지요?"


문주들은 이 같은 청년의 질문에 대하여 무언의 긍정을 하는 듯, 그저 조용히 고개만 끄덕이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그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청년이 다시 입을 열었다.


"그렇다면 조만간 명선장의 존재가 이 세상에서 지워지겠군요. 자신들이 사냥하려 했던 늑대들의 송곳니가 도리어 스스로의 목에 박힌 채로."


여전히 온화해 보이는 그의 얼굴. 그러나 이 순간 그의 눈빛만큼은 알 수 없는 열기로 번뜩이며 방 안 가득 스산함을 더하고 있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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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마수(魔獸)의 길 (4) 19.12.10 50 3 10쪽
26 마수(魔獸)의 길 (3) 19.12.07 86 3 8쪽
25 마수(魔獸)의 길 (2) 19.12.01 88 3 8쪽
24 마수(魔獸)의 길 (1) 19.12.01 80 3 7쪽
23 파문(波紋) (10) 19.11.17 99 4 11쪽
22 파문(波紋) (9) 19.11.17 88 4 12쪽
21 파문(波紋) (8) 19.11.09 150 3 12쪽
20 파문(波紋) (7) 19.11.07 126 4 7쪽
19 파문(波紋) (6) 19.11.04 131 5 9쪽
18 파문(波紋) (5) 19.11.02 165 4 9쪽
17 파문(波紋) (4) 19.10.27 189 5 13쪽
16 파문(波紋) (3) 19.10.24 190 4 11쪽
15 파문(波紋) (2) 19.10.20 200 5 9쪽
14 파문(波紋) (1) 19.10.16 240 5 8쪽
13 칠 년 후: 비극의 서막 (7) 19.10.13 257 5 11쪽
» 칠 년 후: 비극의 서막 (6) 19.10.11 314 6 8쪽
11 칠 년 후: 비극의 서막 (5) 19.09.30 281 6 7쪽
10 칠 년 후: 비극의 서막 (4) 19.09.27 285 6 9쪽
9 칠 년 후: 비극의 서막 (3) 19.09.05 328 5 7쪽
8 칠 년 후: 비극의 서막 (2) 19.08.13 437 7 8쪽
7 칠 년 후: 비극의 서막 (1) 19.08.03 534 7 9쪽
6 내게 남은 것 (5) 19.07.24 567 8 13쪽
5 내게 남은 것 (4) 19.07.21 606 8 7쪽
4 내게 남은 것 (3) 19.07.17 640 8 12쪽
3 내게 남은 것 (2) 19.07.14 754 9 8쪽
2 내게 남은 것 (1) 19.07.11 982 9 8쪽
1 서 (序) +2 19.07.10 1,130 8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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