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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철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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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호
작품등록일 :
2019.07.10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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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선군 이하응(興宣君 李昰應)(3)

DUMMY

#흥선군 이하응(興宣君 李昰應)(3)




창덕궁 인정전 서쪽 의정부.

기다란 탁자가 놓인 실내에 영의정 조인영을 비롯해 우의정 박영원과 형조판서 홍종음 등 조정 대신들이 무거운 얼굴로 둘러 앉아 있었다.

“종친을 정삼품 참의에 임명하다니 이걸 이대로 두고 봐야 하는 겁니까.”

대사헌 이돈영의 이야기에 나란히 있던 대사간 임백수가 떨떠름한 얼굴로 말을 받았다.

“그것도 평시서에 없는 직책을 억지로 만들어서 말입니다.”

“맞습니다.”

예상한 대로 흥선군 이하응을 정삼품 참의에 임명해 폭리를 취한 악덕 상인들을 잡아들이도록 한 일을 가지고 조정 내부에서 말들이 많았다.

이런 중요한 일을 대신들과 한마디 상의도 없이 결정해 일방적으로 통보를 한 데다가, 무엇보다 종친에게 도성 내에 치안을 담당하는 포도청 인원들을 통솔하는 권한을 줬으니 당연한 반응이었다.

“이건 그동안 이어져 오던 불문율을 깨는 일입니다.”

잔뜩 상기된 얼굴로 열변을 토한 이돈영은 가운데 자리에 앉아 눈을 감은 채 가만히 이야기를 듣고 있는 영의정 조인영을 보며 말했다.

“영상 대감은 이 일을 어찌 생각하십니까?”

다른 대신들의 시선이 가슴에 와 꽂히는 것을 느끼며 조인영은 속으로 긴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고는 어지러운 속마음을 숨기지 않은 채 가라앉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난들 관례에 어긋난 일이라는 걸 왜 모르겠소.”

“그렇다면 이대로 가만히 있어서는 안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냥 있지 않으면 경이 직접 주상 전하께 흥선군에게 내린 관직을 거둬들이라고 말씀이라도 드릴 거요?”

조인영의 물음에 처음 말을 꺼낸 이돈영이 우물거리면서 대답을 하지 못했다.

“그, 그건······.”

지금 이 순간에도 의금부에 차려진 국문장에서 김좌근을 비롯한 안동 김문 인사들이 온갖 고초를 겪고 있을 정도로 흉흉한 분위기인데, 섣불리 주상의 심기를 건드렸다가 무슨 일을 당할지 몰랐다.

다른 대신들 역시 불만을 드러내면서도 먼저 앞에 나서기는 부담스러운지 괜히 헛기침을 하며 슬쩍 시선을 피했다.

그걸 보며 조인영은 이럴 줄 알았다는 듯이 씁쓸한 표정을 지으면서 이야기를 했다.

“가뜩이나 안동 김문의 문제로 조정이 뒤숭숭한데 흥선군 일을 거론한다면 주상 전하의 심기를 어지럽힐 뿐만 아니라 상황을 더욱 시끄럽게 만들 뿐이오. 그러니 일단은 그냥 넘어가도록 합시다.”

“하지만 자칫 이게 선례가 되어 그동안 이어져 오던 원칙이 무너지는 건 아닌지 우려스럽습니다.”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상황 파악을 하지 못하고 계속 미련을 가지는 모습에 조인영은 눈썹을 찌푸리고는 살짝 언성을 높였다.

“이렇게 융통성이 없어서 어찌하려는 건가? 거센 비바람에 함부로 꼿꼿이 맞섰다가는 뿌리째 뽑혀 나간다는 걸 알아야지. 지난 조회에서 의정부와 비변사도 폐지하겠다고 말하신 분이 바로 주상 전하일세. 그런데 지금 경들이 뭐라고 한들 제대로 귀담아 들으실 것 같은가!”

“······.”

“자네들 말대로 정삼품의 높은 관직이지만, 그래 봤자 임시직일 뿐이네. 폭리를 취한 악덕 상인들을 벌하고 나면 다시 원래 자리로 돌아올 텐데 뭘 그리 신경을 쓰는 겐가?”

“정말 그리될까요?”

대사간 임백수가 의심을 보이자 조인영이 짧게 혀를 차며 말을 이었다.

“처음부터 한시적인 일을 맡기기 위한 벼슬이지 않나. 만약 주상께서 다른 생각이 있으셨다면 아예 평시서의 장으로 임명하셨겠지. 안 그런가?”

“하나 성과를 보인다면 다른 관직을 하사하실 수도 있지 않습니까.”

“물론 그럴 수도 있겠지. 하나 자네들이 보기에 이제 막 이립이 된 데다가 경험 또한 일천한 흥선군이 닳고 닳은 도고 상인들을 상대해서 제대로 성과를 낼 가능성이 얼마나 된다고 생각하나?”

“그야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 애송이인데 뭘 할 수 있겠습니까.”

“그러니까 저희들이 이번 인사를 더 반대하는 겁니다.”

불만을 드러내는 대신들을 보며 조인영이 입가에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이런 중임을 처음 맡아 보는 흥선군이니 의욕은 넘칠지 몰라도 실제로 일을 처리하는 데 어려움이 많을 걸세. 그리된다면 일방적으로 인사를 밀어붙인 주상 전하의 입장이 아주 난처해지지 않겠나.”

의도를 알아차린 대신들은 무릎을 치며 탄성을 내뱉었다.

“아!”

“그런 방법이 있었군요.”

“그리되면 주상께서 독주를 하시는 것에 제동을 거는 빌미로 삼을 수 있으니, 우리들한테는 오히려 잘된 일일 걸세.”

“듣고 보니 그렇군요.”

“이리 깊은 뜻이 있으셨다니 저희들은 그것도 모르고 속을 끓이며 안달복달을 했습니다.”

“그러게 말입니다.”

임금인 태수한테 넘어간 주도권을 가져올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에 대신들의 표정이 크게 밝아졌다.

“소나기는 피해 가는 것이 상책이라는 말도 있지 않소. 기다리면 기회가 올 테니, 그때까지 자중하면서 상황을 지켜보도록 합시다.”

“알겠습니다.”

“그리하지요.”

방 안에 앉아 있는 대신들 가운데 누구 한 명도 흥선군 이하응이 맡은 일을 문제없이 잘 해낼 거라고 생각하는 이가 없었는데, 나이도 젊은 데다가 지금까지 보여 준 것이 아무것도 없는 인물이었으니 당연한 태도였다.

하지만 대신들의 생각과 달리 흥선군 이하응은 의욕만 앞서는 애송이가 아니라 때를 기다리며 조용히 엎드려 있던 잠룡이었다.


한편 이런 가운데서도 의금부에서 벌어지고 있는 국문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계속 이어졌다.

처음에는 무죄를 주장하며 끝까지 버티던 죄인들이 고문을 이기지 못하고 하나둘 자백하기 시작하면서 그동안 안동 김문이 저지른 수많은 죄들이 낱낱이 드러났다.

그리고 이걸 바탕으로 총위영 병사들을 각 지방으로 내려 보내서 백성들의 고혈을 짜내 몰래 상납을 해 왔거나 매관매직을 통해 부당하게 벼슬을 하게 된 지방관들을 모조리 다 잡아들였다.

“이게 다 안동 김문이 지금까지 권세를 이용해서 부당하게 쌓은 재산이란 건가?”

태수의 물음에 판의금부사 이홍이 머리를 숙이며 대답했다.

“지금까지 밝혀낸 것들만 정리한 것이옵니다.”

“아직 다 찾아내지도 않았는데 이렇게나 많다고?”

“그렇사옵니다.”

거의 서책 하나로 만들어 온 재산 목록을 내려다보면서 그는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이 헛바람을 내뱉었다.

국법을 어기고 도성 안에 아흔아홉 칸이 넘는 대저택을 짓고 사는 건 물론이고, 쌀을 썩혀서 버릴 만큼 많은 곡식과 포목 그리고 온갖 금은보화를 창고 가득 쌓아 두고 있었다.

그리고 곡창지대인 경기도와 황해도에 안동 김문의 땅을 밟지 않고는 바깥을 돌아다닐 수 없다고 할 정도로 어마어마한 토지를 소유하고 수천 호에 달하는 소작농을 부렸다.

여기에 나와 있는 것들만 합쳐도 일 년 국가 예산의 서너 배는 족히 넘어가는 규모였다.

이렇게나 많은 부가 한 집안에 쏠려 있으니 국고가 텅텅 비고 백성들이 가난해질 수밖에 없었다.

다시금 조선을 개혁하기 위해서는 안동 김문을 뿌리 뽑지 않고는 불가능하다는 걸 확실히 깨달았다.

“정말 많이도 해 먹었군.”

혼자 중얼거리는 소리를 들었는지 앞에 부복해 있던 이홍이 살짝 고개를 들었다.

“무어라 하셨는지요?”

“아무것도 아닐세.”

자신도 모르게 속마음이 입 밖으로 나와 버린 태수는 괜히 헛기침을 한번 하고는 말을 이었다.

“백성들의 고혈을 짜내고 온갖 부당한 방법으로 끌어 모은 재물이니 목록에 있는 것들을 몽땅 압수해서 국고로 귀속시키고 남은 재산들도 하나도 빼 놓지 말고 전부 다 찾아내도록 하라.”

“알겠사옵니다.”

안동 김문이 소유한 막대한 재산은 이제부터 다가올 국난을 대비하기 위해 조선을 통째로 개혁하는 데 필요한 자금으로 쓰일 예정이었다.

세도를 부리며 국정을 어지럽히던 안동 김문 세력을 척결하고 동시에 엄청난 자금을 손에 넣게 됐으니, 이거야말로 일석이조가 아닐 수 없었다.

“그리고 보고드릴 것이 하나 더 있사옵니다.”

“말해 보게.”

시선을 받은 판의금부사 이홍은 잠시 주저하다가 이내 그의 눈치를 보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김좌근과 전 한성판윤 김홍근 그리고 다른 여러 안동 김문의 인사들이 모의를 해서 이번 간택에 김문근의 여식을 새로운 중전으로 추대하려고 했던 증거를 잡았습니다.”

뜻밖의 이야기에 태수는 눈에 힘을 주며 물었다.

“그게 사실인가!”

“예. 간택에 관여한 궁인들을 매수한 증거를 잡았고 일부러 궁합을 안 좋게 꾸며서 후보에 오른 다른 처자들을 떨어뜨리려고 했다는 자백을 받아 냈습니다.”

“궁합을 속였다고?”

“그러하옵니다. 아뢰옵기 송구하오나 다른 처자들의 사주에 남자 아이가 없어 중전으로 맞아들이면 대통(大統)을 잇지 못할 거라는 이야기를 대왕대비마마와 두 분 대비마마께 했다고 합니다.”

“허어.”

대를 이어서 자자손손 권력을 쥐기 위해 안동 김문이 간택에서 모략을 꾸밀 거라는 건 짐작하고 있었지만, 이런 비열한 방법까지 쓸 줄은 몰랐던 태수는 기가 막힌 얼굴로 헛바람을 내뱉었다.

그러다가 문득 떠올린 생각에 눈동자를 번득였다.

감히 국가 중대사에 개입해서 대왕대비를 비롯한 왕실 어른들을 속이고 자신들의 잇속을 차리려고 한 거였기에, 이건 명백한 대역죄에 해당하는 일이었다.

지금 추궁을 받고 있는 죄목에 대역죄가 추가된다면 안동 김문의 인사들은 중벌을 면하기 어려울 터였다.

그렇게 되면 정국은 더욱 차갑게 얼어붙을 테고 조정 대신들이 바짝 엎드려 몸을 사리는 동안 큰 반대 없이 개혁을 위한 밑바탕을 깔아 놓을 수 있을 거였다.

머릿속으로 계산을 모두 끝낸 태수는 정색을 하고는 손바닥으로 앞에 있는 서안을 세게 내려치며 분노를 터트렸다.

“국정을 어지럽히고 사리사욕을 채워 수많은 백성들을 도탄에 빠뜨린 것도 부족해서 이런 천인공노할 짓을 벌이다니 이건 대역죄에 해당하는 일일 것이야!”

대역죄라는 말에 이홍은 바짝 긴장한 채 머리를 숙였다.

“이건 도저히 묵고할 수 없는 일이니, 관련자들을 모조리 다 색출해 내서 사실을 밝혀내도록 하라!”

“명대로 하겠사옵니다.”

굳은 얼굴로 대답을 하며 이홍은 이제 안동 김문의 시대가 완전히 끝났음을 확신할 수 있었다.


“대왕대비마마, 탕약을 드실 시간이옵니다.”

상궁의 말에 대왕대비가 옆으로 누워 있던 몸을 힘겹게 일으켰다.

그간 마음고생을 많이 한 탓인지 주름진 얼굴에 안색까지 초췌하여 누가 보아도 기력이 떨어진 것이 완연하게 느껴졌다.

양옆에서 궁녀의 부축을 받아 자리에 앉은 대왕대비는 탕약을 마시다 문득 이상한 점을 느끼고 물었다.

“장 상궁은 어디로 갔느냐?”

원래 대왕대비의 수발을 드는 것은 장 상궁의 몫이었다.

대왕대비전에 일하는 다른 상궁과 궁녀들도 많지만 그중에서도 그녀의 수족이나 다름없이 여겨지는 것이 장 상궁이었으므로, 이런 때에 함부로 자리를 비운다는 것은 드문 일이었다.

시선을 받은 상궁이 곧장 대답을 하지 못하고 머뭇거리자 무언가 일이 있음을 알아차린 대왕대비의 눈초리가 날카로워졌다.

“바로 고하지 못할까.”

아무리 노쇠하였다 하더라도 근 오십 년이 넘게 대궐에 기거하면서 내명부를 다스렸던 대왕대비였다.

한갓 상궁 따위가 그 기백을 감당해 낼 리가 만무하였으니, 곧장 숨기고 있던 말을 토해 낼 수밖에 없었다.

“의금부에 불려 가 조사를 받고 있습니다.”

“뭐야?”

대번에 대왕대비의 얼굴에 노기가 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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