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TT : 2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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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삼(久渗)
작품등록일 :
2019.07.10 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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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27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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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8.2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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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놈, 이상한 공 (3)

DUMMY

영규는 두용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린 후에 덕아웃에서 쉬고 있는 한진에게 다가갔다.


“어때?”

“공?”

“어.”

“좋아. 연습 때보다 더 잘 되는 것 같다.”

“그래도 패스트볼은 한 바퀴 돌면 위험할 거야.”

“나도 알아, 내 똥볼은. 하하. 어쩌다 내보낸다고 해도, 패스트볼은 자제할 거야. 까짓거. 도루하고 싶으면 하라지.”

“두용이 캐칭은 어때? 어색하지 않아?”

“오른손에 낀 미트?”

“어.”

“어디 내가 그런 거 가릴 처지냐? 괜찮아. 더구나 저기 3번에게 던진 초구. 그건 나도 깜짝 놀랄 정도였어. 내 자랑같이 들리지만. 하하. 그런데 그걸 턱 잡더라고.”

“음······.”

“그럼 된 거지. 뭐. 이왕 나온 김에, 한 방 큰 거 날려주면 좋고.”


그 말을 들은 영규가 의미심장한 웃음을 띠었다.


“왜 그래?”

“그렇게 될 거야.”

“뭐?”

“너도 알잖아. 정경태 성격.”

“아. 하하하하. 청개구리놈.”

“나이가 들어서 성격이 죽었는지는 모르겠는데, 여전히 신인한테는 밑 보이고 싶지 않을 걸?”

“흠······. 결국에 적어도 처음에는 곧 죽어도 빠른 공 승부?”

“그렇겠지.”

“그런데 두용이가 정말로 그렇게 빠른 공에 강하냐?”


그 물음에 영규는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솔직히 말해서, 스윙 스피드는 한창 때 정구 이상이야.”

“정구? 김정구?”

“어. 어떻게 저렇게 만들었는지······.”

“뭐?”

“아, 아니. 아니야. 그냥······, 운이 좋게 딱 근육이 잘 만들어졌다고.”


그러자 이번에는 한진이 의미심장한 웃음을 띠었다.


“너도 이상하게 생각했지?”

“뭐?”

“투수로 들어온 놈이······, 아 물론 그런 어깨 근육이나 등 근육은 투수에게도 좋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원래부터 타자를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것 같지 않아?”

“음······. 너도 그렇게 생각했어?”

“저놈 등 만져보고 딱 그렇게 생각했지. 저놈 어쨌든 정통파 폼이었잖아? 그러면 날개 뼈 위쪽 근육이 부풀어 오른다고. 그런데 저놈은 아래쪽이 너무 발달되어있어. 그것도 일부러 시간을 들여 키운 것처럼 부드러움을 갖춘 채로. 넌 그게 가능하다고 생각해?”

“적어도 한국에서는······, 불가능하지.”

“그래! 저 나이까지 시간을 들여서. 프로 직행이면 포지션에 따라 뺑이 쳤을 거고, 그게 아니라 대학을 갔어도 프로와 별반 다르지 않았을 거야. 그런데 투수를 뛰면서 저런 운동을 혼자서 매일 했다는 건······.”

“도대수가 가르쳤다고 하더라.”

“그러니까! 그게 이상하다는 거지. 그 인간이 그런 인간이었어?”


그 물음에 당연히 영규는 고개를 저을 수밖에 없었다. 한 번도 만나보지는 못했지만, 2군에 있을 때부터 지겹도록 나이든 선배들에게 들었던 그 이름. 보통은 이런 패턴이었다.

신인들이 훈련을 힘들어한다. 그러면 그 시절의 도대수를 알고 있는 최고참, 혹은 코치가 그의 일화를 꺼내며 너희가 하는 훈련은 아무 것도 아니라고 말한다.

그리고 선수생활을 하던 도중에 그의 아래에서 생활을 하다가 결국 망가진 선수들의 이야기들도 들었다.

그게 지금 영규와 한진의 나이 대 선수들이 알고 있는 도대수라는 사람이었다.

다만 그들이 신인이라는 자리를 막 벗어났을 시절, 그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갑작스레 야구판에서 잠시 떠났다고만 들었던 그런 사람이었다.


“아니었지. 적어도 우리가 들었던 도감독은.”

“뭐 이제 늘그막에 정신 차리고 마지막 꿈을 실어 선수 한 명을 키운다. 설마 이런 감동 스토리는 아닐 거 아니야.”

“글쎄다······.”

“뭐 어쨌든, 네 말대로 저 녀석이 큰 거 한 방 날려주면 좋고.”




◆◆◆◆




“음, 이봐. 너무 선수들에게 부담을 준 거 아니야?”


감독의 물음에 이상군도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정대협에게 들은 바로는, 정한진의 너클의 완성도가 상상이상이었고, 그것은 이상군도 미처 예상하지 못한 것이다.


“어쩔 수가 있습니까? 너클을 예상하고 최대한 지켜보면서 투구수를 늘려보려 했는데, 1번하고 2번한테는 하나도 안 던진 거 보면, 이쪽이 이미 그럴 걸 미리 예상했다고 봐야지요. 더구나 제구가 아예 지멋대로도 아인 거 같고.”


흔히들 너클볼은 던지는 투수도 어디로 갈지 모른다고 말한다. 그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적어도 칼 제구, 혹은 핀 포인트라 부르는 그런 제구는 결코 할 수 없다. 말 그대로 바람과 공기의 영향에 따라 지 멋대로 변하는 공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예 가는 길까지 모르는 것은 아니다. 만약 그런 공이라면 애초에 경기에 써먹을 수가 없다.

투수는 던지는 방향을 확실하게 정한다. 즉 존의 한 가운데를 보고 던지면서 스트라이크 존에 들어가기를 바라는 그런 공이고, 대부분은 그렇게 들어간다. 바로 그렇기에 너클로도 스트라이크를 노리고 던질 수 있는 것이다.

다만 어설픈 너클볼러는 바로 그것이 되지 않는다.

일정하지 않는 릴리즈 포인트. 그것 때문에 공의 방향이 흔들려버린다. 공이 나가야 할 길부터 제멋대로 정해져버리기에, 그런 투구로는 애초에 너클로 스트라이크를 잡기가 힘들다.

그러나 한진은 달랐다.

그는 일정했고, 적어도 방향은 확실하게 컨트롤 할 수 있었다.

그렇게만 되면 일단 다음 문제는 그것을 받는 포수의 문제고, 또한 치는 타자의 문제다.

술 취한 것처럼 흔들 흔들거리는 공이 일단 존 안으로는 들어온다. 그걸 치는 타자는 미치게 되는 것이다.

치지 않으면 스트라이크. 친다고 해도 좋은 타구를 장담할 수 없다.

그야말로 운. 운에 모든 것을 맡겨야 하는 더러운 공이 바로 너클인 것이다.


그렇기에 각 타자의 너클 대응 방법도 다르다.

그냥 평소대로, 가장 편한 자리에 서서 그냥 일반 공이다 생각하고, 또 잘 맞기를 기도하면서 휘두르거나 아니면 배터박스 가장 앞으로 가서 어쨌든 최대한 변화의 변수를 줄여가며, 그래서 한번만 변화하기를 바라면서 공을 보고 치는 방법 밖에는 없다.

그것은 보통 너클이 110km 근처에서 속도가 형성되는 공이기에, 끝까지 기다렸다가 들어오면서 또 한 번 변하기 전에(물론 그것마저 확실한 것은 아니다) 먼저 쳐내겠다는 발상인 것이다.

즉, 앞의 것은 일반적인 패스트볼 대응법이고 뒤의 것은 변화구 대응법과 흡사하지만 공통점은 단 하나. 제발 크게 변화하지 않기를 ‘기도’하는 것이었다.


이번에 올라온 용병 타자 스웬든은 후자의 방법을 택했다.

그는 원래 최대한 깊은 곳에서 기다렸다가 그의 힘과 스피드를 믿고 휘두르는 타입이었지만 상상 이상의 너클이라는 말에 그 방법을 택했다.

더구나 문제는 미국에서 뛰다가 올해 계약한 그도 제대로 된 너클볼 투수는 야구 인생 최초라는 것이다.


그는 내심 한진을 살짝 무시했다.


‘그래봤자 얼마나 대단하겠어? 본토의 너클 달인들에게 배운 것도 아니고.’


그렇게 애써 무시를 했다. 그러나 그의 몸은 이미 배터박스 가장 앞으로 와 있었다.


‘일단 너클이라니 앞에 서기는 했다만, 밋밋하면 바로 날려버리는 거지.’


불행하게도, 그의 호기로운 그 다짐은 단 일구 만에 깨어졌다. 바깥쪽으로 오던 공이 안쪽으로 들어오자 그는 배트를 당겨 힘껏 휘둘렀다. 그러나 그 순간 이미 한진이 던진 공은 다시 한 번 휘어버렸고, 제대로 포인트를 맞추지 못한 타구가 되고 말았던 것이다.

빗맞은 공은 야속하게도 가까운 하늘로 솟구쳐 팝플라이가 되어버렸다.


“Shitball!”


치자마자 터져 나온 욕설. 참으로 적절한 욕이 아닐 수 없었다. 그에게는 한진의 너클이 똥보다 더러운 공이었고, 또 그가 한 욕은 좌절이나 두려운 무언가를 봤을 때 하는 욕설이었기 때문이다.


위로 떠오른 그 똥덩이를 두용이 가볍게 잡았다. 똥? 아니, 호크스 입장에서는 똥이 아니라 보물과도 같은 것이었다.


단 1구만에 상대 4번을 잡은 한진은 자신감에 가득 찼다. 그 뒤로 5번, 6번도 처음 보는 황당한 공에 속수무책이었다. 그렇게 두 번째 이닝을 겨우 6구만에 끝낸 한진은 새삼 벅차오르는 가슴을 스스로 다잡았다.


‘아직 한 바퀴도 돌지 않았어. 아직이다, 아직.’




3회. 호크스의 첫 타자가 범타로 물러났고 다음 타자가 볼넷을 얻어 오늘 첫 출루를 만들어냈다. 그리고 오늘 선발 포수로 출전한 두용의 첫 타석.

마운드 위의 정경태는 이상군이 당부했던 말을 떠올렸다.

저 신인 녀석은 빠른 볼에 비정상적으로 강할 것이다. 그는 그것이 두용과 같이 고교시절을 보냈던 철민의 증언(?)이라는 것도 떠올렸다.

물론 철민이 던진 엄청난, 157의 공을 쳐내기는 했다. 그러나 자신이라고 또 같은 결과를 맞이하라는 법은 없다.

철민처럼 157을 던질 수는 없지만, 그래도 정경태 본인의 최고 구속도 154까지 나오고 평균 속도 역시 148에서 150 사이를 오가는, KBO 안에서는 빠른 공을 가지고 있는 투수라고 할 수 있었다.


‘새파란 신인 놈한테, 그리고 3년 동안 방망이 안 잡았다가 이제와 다시 잡은 녀석 앞에서 도망가는 건 체면이 안서지.’


나이가 들면서 인간관계에서의 적극성이나 호승심 같은 것은 줄었기에 이전의 그 3인방이 설칠 때도 가만히 있었기는 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자기 위에 일운이 있었기에 더 참을 수 있었고 무시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라운드 위에서는 다르다.

그는 여전히 호승심에 가득 차있고, 또한 물러서는 것을 지독히 싫어한다. 그가 완패라고 인정하기 전 까지는.

그렇기에 언제나 공격적인 투구를 하고, 또한 구위가 좋기에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그래봤자 신인이라고. 철민이 녀석은 너무 힘을 줘서 로케이션에 신경을 못 썼던 거야. 자, 한 번 봐라. 이게 1군 선발의 공이다.’


그렇게 마음먹은 정경태는 두용을 향한 1구에 오늘 가장 강한 힘을 줘서 날려 보냈다. 그리고 그 위치도 절묘했다.

바깥쪽에 정확히 걸치는 포심! 구속은 153km. 두용은 가만히 그 공을 보고 있었다. 그리고 전광판에 찍힌 속도를 확인하더니 그냥 배터박스에서 나와 가볍게 몇 번 휘두르기만 했다.


‘새끼. 놀랐냐? 손도 못 대겠지?’


정경태는 꼼짝하지 못하는 두용을 보고 어깨를 한 번 으쓱 했다.


‘자, 다시 바깥쪽으로 하나 더 넣어 볼까?’


이번에도 같은 공. 그러나 이번에는 살짝 빠져버렸다. 정경태는 못내 아쉬워 하며 심판을 바라보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심판의 결정은 단호했다.

이번에도 휘두르지 않고 가만히 있었던 두용. 그를 보니 정경태는 지난 경기에서 보았던 모습과는 사뭇 다른 그 행동에 약간의 위화감 같은 것을 느꼈다.


‘근데 이번에도 안 휘둘러? 저번에는 무슨 멧돼지마냥 모든 공에 다 휘두르더니만. 무슨 지시를 받은 거냐? 아니면 긴장해서 그런 거냐?’


생각이 많아지기 시작한다. 지난 경기로 인해 분명히 두용의 스윙 스피드가 장난이 아니라는 것은 알고 있다.

그러나 오늘은 초구부터 조용하다. 적극적인 스윙이 없다. 그는 여러 경우의 수를 생각했다.

주자가 있어서 병살을 두려워하는 것일까? 신인이라면 충분히 그런 생각을 해볼 수 있다.

하지만 정경태 본인은 굳이 나누자면 플라이볼 투수지 땅볼 투수가 아니다. 땅볼을 유도할 수 있는 공은 기껏해야 떨어지는 체인지업 하나. 그의 커브는 카운트를 잡기 위한 공이다.


‘멀리 쳐낼 수 있는 공. 그나마 외야 플라이 확률이 높은 공. 커브를 노리나?’


정경태는 생각을 더 정리할 시간을 벌 겸 견제구를 던졌다.


‘아이 씨. 뭘 이렇게 고민해? 어차피 저 놈은 내 공을 잘 몰라. 그러니까 일단 한 번은 모든 공을 지켜볼 수 있으면 보라는 지시를 받았겠지. 어설프게 건드려서 병살까지 걸리느니, 삼진이 차라리 낫다 이거 아니겠어?’


한 번 더 견제.

그러면서 정경태는 깨달았다. 자신은 신인이라고 두용을 약간 무시하고 있었지만, 맞으면서 배트에 금이 갔는데도 펜스까지 날려버린 힘. 그리고 157km에 타이밍을 맞출 수 있는 스피드.

그것이 우연하게 일어난 일이 아니라면.

그게 온전히 두용의 능력이라면.

저도 모르게 지금 그 누구보다 두용에 대한 경계심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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