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TT : 2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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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삼(久渗)
작품등록일 :
2019.07.10 12:43
최근연재일 :
2019.09.27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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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9.05 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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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쪽

엔드 게임 (2)

DUMMY

이경호는 전반기 끝나기 전에 징계성 2군 행을 통보받았다가 위저즈와의 3연전을 앞두고 1군으로 복귀했다.

그러나 그 징계가 무엇 때문이었는지 잘 알기에, 벌써부터 경기에 내보내리라고는 쉽게 예상하는 사람이 없었다.


- 어떻게 봐야 할까요, 진위원님?


- 음······, 뭐, 팀 케미스트리를 망치고, 또 언론에도 다뤄질 만큼 그 뭐라고 할 까요. 태도 그런 것들이 확실히 좋지 않았죠. 하지만 결국 이 상황에서는, 1년차에 바로 신인왕을 받고 지금까지 계속 OPS는 8할 정도를 찍어줬던, 더구나 일단 장타율 만큼은 5할을 넘기는 괴물같은 위력을 보여 줬던 이경호를 쓸 상황이기는 하죠.


- 하지만 경기 감각이······.


- 들어보니 2군 무대에서도 확실히 맹타를 휘둘렀다고 하더라고요. 하지만 이번에 만약 정말로 이경호가 치게 되면, 뭐 아처즈 입장에서는 경기를 잡게 되겠지만 또 다른 문제에 직면하겠죠.


- 역시 팀 분위기겠죠?


- 아처즈에는 지금 중심을 잡을 고참이 없습니다. 상당히 젊은 팀이죠. 호크스처럼요. 하지만 호크스에는 팀을 오랫동안 지켜온 베테랑이 있지만 아처즈는 그게 없거든요. 대부분 트레이드로 온 선수들이죠. 그래서 팀이 융화되지를 못하는 것 같습니다. 그게 지금 아처즈가 후반기 내리 연패를 당했던 이유이기도 하고요.


- 6연패 뒤 1승, 다시 5연패 뒤 1승. 상당히 좋지 않았습니다.


- 네, 네. 그런 상황에서 이경호가 만약 대타로 나와 승리로 이끈다. 이럼 팀 전체가 한 명의 선수에게 끌려갈 수밖에 없는······, 뭐 그런 분위기가 나오는 거죠. 하지만 한편으로는 흥미롭네요.


- 어떤 점이 말인가요?


- 이경호는 태도나 그런 부분에서 늘 구설수를 달고 다니지만, 타격 실력만큼은 확실하지 않습니까? 그리고 동갑내기. 어쩌면 앞으로 라이벌 구도가 될 수도 있는, 그런 선수들이 지금 만난 거거든요.





이상군은 덕아웃에서 방망이를 붕붕 휘두르며 나오는 이경호를 보고 철민에게 말했다.


“저놈 빠른 공에 세다. 컨택도 나쁘지 않고.”


그러나 철민은 알 듯 말 듯, 묘한 웃음을 지었다.


“니 그거는 무슨 뜻이고?”

“예?”

“방금 웃은 거.”

“아, 얼마 전 생각이 좀 나서요.”

“뭐가.”

“제 친구요. 2군에서 저놈 맞췄다고 하니까 같은 팀 선배들까지 막 좋아했다고······.”

“뭐. 1년 차에 신인왕 받았다고 건방이 처 올라갈 때로 올라갔던 기지.”

“원래 그런 놈이었습니다.”

“아, 니 동갑이제?”

“예.”

“붙어 본 적······, 있지 아마? 너거 우승할 때.”

“예. 그때 친구가 홈런 하나 맞았죠.”

“빠른 공으로?”

“그런데 좀 몰린 공이었습니다.”

“잡을 수 있겠나?”

“예.”


자신 있는 확답. 이상군은 새삼 놀랐다. 이 녀석이 이렇게 자신감에 넘치는 녀석이었던가?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걱정이 됐다.

최근의 활약. 그게 독이 되어서는 안 되는데. 자신감이 자만으로 바뀌어서는 안 되는데.

차라리 오늘 이경호한테 한 대 시원하게 큰 거 맞았으면 하는 생각이 순간 들었다.


‘아니, 아니. 씨발 지금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고. 그래. 자신감이고 자만감이고, 일단 잡을 수 있으면 다 때려잡아야지.’


그는 철민의 어깨를 툭툭 치며 내려왔다. 그리고 마운드에는 포수와 철민만 남았다.


“어쩔 거야? 공.”

“음······, 저 녀석. 몸 쪽, 바깥 쪽 가리지 않고 다 잘 쳐내잖아요.”

“그러니까.”

“그럼 뭐, 남는 곳은 가운데 밖에 없네요.”

“뭐? 미쳤어?”

“하하. 절대 존으로 주지 않을 겁니다. 우리한테는 볼 세 개가 남아 있잖아요? 저 쪽은 하나면 끝이고.”

“그렇지.”

“그럼 쫄리는 쪽은 이경호죠.”

“음······. 그럼 처음에는······.”


마운드에서 철민과 포수가 간단한 상의를 하고 있는 사이 이경호는 심호흡을 하며 포수가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마운드에 있는 철민을 바라보았다.

투수? 자신들과 붙었을 때도 분명 1이닝 정도 투수를 했었다. 그러나 그때는 그리 대단한 공은 아니었다.

그런데 지금은 주위에서 마구 칭찬을 하고 있었다.

그는 속으로 코웃음을 쳤다. 고교시절 에이스였던 놈은 포수를 하고, 겨우 1이닝 땜빵이나 나오던 놈이 이제 마무리로 마운드에 섰다.

자신은 그 에이스의 150대 후반의 공을 담장 밖으로 쫓아내 버렸다.

그런데 겨우 땜빵 쯤이야.


그런 거만함. 오만함. 그것이 이경호라는 선수를 말해주는 특징이었다.

언제나 숙일 줄 모르고 자신의 뜻대로 한다. 그래서 타 팀은 물론 같은 팀의 선배들에게도 따돌림을 받는다.

그러나 그는 상관하지 않았다.

어차피 돈을 벌려고 하는 짓. 자신의 성적만 잘 챙기면 다른 이들의 사정 따위는 아무런 관심이 없었다.

그게 고교시절, 아니, 야구를 시작했을 때부터 이경호가 다짐했던 것이다.


징계성 2군행? 하지만 결국은 자신을 다시 불렀다. 속죄의 기회를 주겠다는 거창한 이유였지만, 사실은 지금 팀의 타선이 개판 아니었던가?

결국 아쉬웠던 거다. 그래서 자신을 부를 수밖에 없었고.

지금 이 기회에서 못 친다고 해도 자신을 다시 2군으로 돌려보낼 수는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대충 칠 생각은 없었다.


그날, 그 때. 3학년 마지막 대회. 그는 우승을 해야 했다. 그래서 드래프트 지망을 거부하고, 대학 진학을 한다. 1학년을 마치고 자퇴. 그리고 육성 선수로 입단.

그것이 원래 그가 어느 팀과 약속했던 사항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그가 마지막 대회에서 우승을 해서, 커넥션이 있는 대학에 진학할 수 있는 자격을 갖췄을 때의 이야기였다.

그는 실패했다.

홈런을 때려냈지만, 겨우 한 번이었다. 나머지 타석은 모두 침묵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언제나 말했다. 팀은 졌지만 자신만큼은 이겼다고.

그렇게 늘 주장했지만 사실은 그의 속마음은 아니었다. 적어도 그날만큼은 두용에게, 그리고 철민에게 졌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오늘. 빚 하나는 갚아주지. 니 새끼들이 망쳐놓은 내 계획에 대한 빚 말이야.’


마침 포수가 들어온다. 그는 포수에 신경 쓰지 않고 철민만을 쳐다보았다. 그런데 땀을 닦으려는 듯 모자를 벗는 철민.

그는 머리를 한 번 쓸어 올리더니, 이내 이경호를 보고 씩 웃었다.

그 웃음은 달리 설명할 필요가 없었다.

조소. 경멸. 정확히 그를 얕잡아보는 웃음.

당연히 이경호는 발끈했다.

감히 나를? 2군에서 빌빌대다가 어쩌다 운이 좋아서 이제야 1군에 올라온 놈 주제에. 감히 나를?

그런 생각이 드는 것이 당연했다.

철민의 웃음기가 사라지지 않는다. 뭐야. 나 정도는 쉽게 잡을 수 있다는 거냐? 네가?

이가 갈린다. 다시 그 대회가 생각난다.

그때도 그랬지. 첫 타석에서 홈런을 때린 뒤 한껏 자신감에 가득 찬 그에게 철민이 말했었다.


- 이야. 운이 좋네. 몸 안 풀렸을 때 몰린 공을 홈런 때리고. 아니지. 그것도 뭐 네 실력이지. 어쨌든 축하한다.


- 뭐 이 새끼야?


- 앞으로 홈런, 안타 없다. 그렇게 알아.


- 이 새끼가 진짜. 지고 있는 놈이 아가리만 터나? 그래 계속 털어봐.


- 너, 너무 뻔하잖아. 정말로.


그때 심판이 두 사람에게 구두 주의를 줬다. 이경호는 씩씩거렸지만 철민은 재빨리 마스크를 벗고 심판에게 사과 인사를 했다.

그런데 마스크를 벗은 채 이경호를 바라보는 철민의 얼굴에서 웃음이 피어올랐다.

그래. 그 웃음. 지금의 웃음과 같다.

그리고 이경호는 정말로 철민의 말대로 다음 타석에서는 아무 것도 해보지 못했다.

더구나 지고 있는 상황에서 결국 심판에게 판정 항의를 하다가 퇴장. 그렇게 경기를 끝까지 마치지도 못했다.


‘이 개새끼. 오늘 그 웃음. 영원히 치워주마.’




철민은 싱글싱글 웃으며 이경호를 쳐다보았다. 그러면서 재빨리 각 주자의 위치나 그들이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살폈다.


‘3루에 똥차. 2루와 1루는 어쨌든 빠른 발. 이제 쉬프트는 없다. 이 상황에서 이경호에게 바라는 건······, 역시 큰 거 하나지.’


심판이 철민과 포수에게 물었다. 부상을 입은 그 스윙의 스트라이크 판정에 대해 아처즈 감독이 가벼운 항의를 하고, 그 과정에서 설명을 하면서 경기가 조금 지연됐으니 연습구 몇 개 필요하냐는 질문이었다. 그러나 철민은 고개를 저었다.

그렇게 경기 재개 콜이 떨어지고, 철민은 마운드에서 자세를 잡았다. 그런데 초구는 의외로 이경호에게 던지는 것이 아니라 3루 주자 견제였다.

얼마 떨어져 있지 않았음에도 갑자기 날아드는 견제구에 3루 주자는 황급히 베이스에 슬라이딩을 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3루 견제. 이번에는 그리 멀리 떨어져 있지 않았기에 그냥 살짝 뛰어 베이스로 돌아올 수 있었다.


공을 돌려받은 뒤, 포수가 내는 사인을 이번에는 계속 거부했다. 결국 포수가 타임을 요청하고 마운드로 올라갔다.


“인마. 너 왜 그래? 처음 계획대로 일단 3루 견제 두 번은 다 했잖아?”

“그냥 시간 좀 끌려고요.”

“뭐?”

“그래야 제가 속으로 겁먹은 것처럼 보이지 않겠어요?”

“그럼 너 지금 이 상황에서 안 쫄았냐?”

“아, 약간 두근거리기는 하는데. 그렇게 막 겁이 나지는 않는데요.”


포수는 기가 찼다. 뭐 이런 강심장이 있나. 단지 허풍인가? 그러나 말을 하는 것이나 표정으로 보아 그런 것 같지도 않다.


“1루 주자 좀 확인해 주세요. 아마 방금 전보다 더 벌어질 겁니다.”

“1루? 1루 견제 가게?”

“네. 이경호에게 바라는 건 큰 거 한 방. 그리고 1루 주자 입장에서는 안타가 나오면 한 베이스라도 더 많이 가고 싶을 겁니다. 발이 빠르잖아요.”

“그렇지.”

“근데 제가 계속 3루 주자만 일단 신경 쓰고 있으니까, 어쩌면 자기도 모르게 밖으로 더 나갈 수도 있겠죠.”

“음······.”

“이건 보너스 같은 거죠. 1루 주자 잡으면 좋고, 안 잡으면 뭐 그게 그거고.”

“알았다, 인마. 그럼 3루 견제 한 번 더 한 다음에?”

“네.”


마운드에서 다시 홈으로 복귀하는 포수에게 이경호가 비아냥거리며 말했다.


“아이고. 잔뜩 쫄았구만, 쫄았어. 뭘 그렇게 이야기를 오래 합니까? 어차피 저 바깥으로 날아갈 건데. 아니면 그냥 포볼로 보내 주시던가.”


그러자 포수가 씩 웃으며 턱짓으로 철민을 가리켰다. 이경호는 자연스럽게 철민을 쳐다보았다.

그런데 또 웃고 있다.

진짜 이 자식들 뭐야? 절로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까 던지라고. 날려 줄 테니까.

하지만 이번에도 3루 견제.


이쯤되면 모두가 비슷한 생각을 할 것이다. 3루 견제로 안 그래도 느린 주자를 더 붙어있게 만든다. 혹시나 외야로 공이 나가더라도 홈 승부를 해볼 수 있게 만들기 위해.

그리고 그것으로 이경호의 초조함을 불러일으킨다.

결국은 이경호를 잡기 위한 작전. 모두가 그렇게 생각을 했다. 당연히 이경호도 마찬가지였다.


포수가 사인을 보낸다. 그리고 다시 고개를 두 번 젓더니 결국 이제야 고개를 한 번 끄덕인다.

그러나 역시 처음에는 다시 3루 주자를 노려본다. 3루 주자는 슬슬 짜증나기 시작했다.


‘야이, 씨. 적당히 해라. 좀.’


3루 주자가 슬그머니 돌아오려는 시늉을 하자 당연하게도 모두 철민이 또 3루 주자에 신경을 쓴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 순간, 철민의 몸이 정말 빠르게 1루 쪽으로 돌았다. 그리고 재빨리 던진 견제구!

슬슬 리드를 키워가던 1루 주자는 갑작스럽게 돌아버린 철민의 행동에 당황해 빨리 돌아가려다가 그만 발이 미끄러졌다.

덕분에 아주 여유 있게 그는 아웃이 될 수밖에 없었다. 만약 그의 발이 미끄러지지 않았다면 아웃을 장담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어쨌든, 철민의 그 행동이 그를 놀라게 했고 또한 그것 때문에 실수를 불러 일으켰다고 할 수 있었다.



- 아! 1루 견제! 갑작스러운 1루 견제! 아웃! 이건 큽니다. 정말 큽니다!


- 그렇죠! 자, 이렇게 되면 만약 이경호 선수가 좀 부담스럽다고 하면 그냥 내보내도 되는 거고. 또 볼넷으로 밀어내기 상황은 없으니까 볼 배합적인 측면에서도 아주 유리한 거죠!



갑작스럽게 2사 2, 3루로 변한 상황. 아처즈는 당연히 탄식을 했다. 이제 이경호 말고는 딱히 상대에게 위압감을 줄 수 있는 타자도 없다.

또한 이경호의 머리 역시 복잡해졌다. 어차피 볼넷을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상대는 자신에게 계속 유인구 승부를 할 것인가? 아니면 허를 찔러 바로 들어올 것인가.


‘꼬물 꼬물, 미꾸라지 새끼처럼 도망이나 가겠지.’


그런데 공을 받아드는 철민이 또 같은 웃음을 보였다.

이 새끼가 진짜! 열이 머리끝까지 오른 이경호. 그리고 이번에야 철민은 포수의 사인에 고개를 젓지 않고 그대로 자세를 잡았다.


슬라이더냐, 싱커냐. 어떤 공으로 날 속이려 들 셈이냐? 안속아. 어차피 도망갈 놈이잖아.

그런데 공이 가운데로 온다.

뭐야, 내가 그렇게 만만해 보였냐?

이 새끼 어디 한 번 죽어봐라!


이경호는 공을 똑바로 노려보고 온 힘을 다해 배트를 휘둘렀다.

만약 그의 머리가 냉정했다면, 그는 차분히 좀 더 공에 신경을 썼을 것이다.

그러나 이미 그는 철민의 도발에 철저히 말려든 상태. 그렇기에 그걸 가리지 못했다.


뭔가 맞았는데. 뭔가 공에 맞았는데. 그게 자신의 방망이는 아니다. 자신의 방망이는 애꿎은 공기만 거칠게 갈랐을 뿐이다.

그 맞았다는 느낌이 자신의 몸에 전해졌다. 두툼한 살집으로도 커버가 되지 않는 고통.

그러거나 말거나 포수는 떨어진 공을 주워 배를 부여잡고 끙끙대고 있는 이경호의 몸에 살짝 가져다 댔다.


“어이구. 괜찮냐? 근데 너 아웃이다.”


몸에 맞았지만 스윙 아웃, 삼진. 크게 몸 쪽으로 휘어지는 공을 정면승부라 생각하고 그냥 휘둘렀던 것이 만들어낸 결과였다.


잠실을 뒤덮은 환호성에 이경호는 자신의 기침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고통스러운 가운데 억지로 고개를 들어 마운드를 쳐다보았다.

그곳에는 모자를 벗어 덤덤한 얼굴로 고개를 살짝 숙이며 사과를 하는 철민이 보였다.

그런데 그는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건 실수가 아니다.

전부······, 저 놈이 노린 거라는 생각.


여전한 고통 속에서도 방망이를 찾았다. 손에 방망이를 들고 마운드로 뛰어나갈 때, 몇 발자국 가지 않아 그의 돌진이 저지되었다. 뒤에서 포수가 황급히 끌어안더니 이경호를 내팽개쳐버린 것이다. 그리고 그는 급하게 이경호의 손에 들린 방망이를 가리켰다.

동시에 아처즈의 덕아웃, 위저즈의 덕아웃에서 선수들이 뛰어 나왔다. 물론 그리 심한 벤치 클리어링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아처즈의 선수들도 속으로는 꼴좋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처즈 코칭스태프 몇몇이 억지로 이경호를 일으켜 잡았고, 심판은 인상을 팍 구기며 그 자리에서 이경호에게 퇴장을 명령했다.

무기를 들고 상대에게 달려가는 것은 당연히 그 즉시 퇴장감이기 때문이다.

이경호는 발악을 하면서 난리를 쳤지만 다수의 힘을 이길 수는 없었다. 더구나 몰려나왔던 선수들은 싸울 생각은 하지 않고, 서로 그냥 대화를 나누고 있다.

아니, 이경호의 눈에는 그런 그들이 오히려 화기애애하게 보일 정도였다. 그런데 그때 저만치에 있던 철민이 보였다.

갑자기 철민은 손을 슬쩍 들었다. 그리고 중지와 엄지를 맞대더니, 딱.

철민의 별명의 유래가 된 영화에서 나온 그 핑거스냅 흉내를 냈다.


한 마디로, 철민은 이경호에게 이 경기장에서 꺼지라는 뜻을 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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