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과 전설의 후예들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최무운
작품등록일 :
2019.07.11 18:25
최근연재일 :
2022.05.04 06:00
연재수 :
468 회
조회수 :
358,131
추천수 :
5,240
글자수 :
2,717,716

작성
19.09.12 06:00
조회
1,257
추천
13
글자
12쪽

동행.(3)

DUMMY

60. 동행.(3)




청성산은 또다시 붉게 타올랐다.


-척척척!


정소은이 이끄는 화령수호대 좌군은 천천히 산을 올라가 정문 앞에 전과 같은 대형으로 열을 맞추어 섰다. 그들은 이번에도 전처럼 열을 맞추어 전혀 흐트러짐 없이 차례대로 진군했다.


-후다닥!


“빨리! 빨리!”


“서둘러 움직여라!”


청성파에서도 바쁘게 움직였다. 비상 종소리가 나자 그들은 일제히 건물에서 쏟아져 나와 자신들의 자리를 찾아 움직였다. 그들도 이미 한 번 방어해 본 경험이 있어 제자리를 빠르게 찾아 들어갔다.


“예!”


“모두 제자리에 들어갔습니다.”


청성파 중간 간부들이 보고하는 소리가 화령교 진영에까지 들렸다. 화령교 무사들이 정문 앞에 도착하자 그들도 병력배치를 끝냈다. 제법 빠른 움직임이었다.


-척척!


양쪽에서 모든 병력의 배치가 끝나자 이번에도 정소은이 먼저 앞으로 나섰다.


“그 동안 별일 없었습니까? 소녀는 저번에 환영해 주신 덕분에 잘 지냈습니다. 이제 다시 길 안내를 부탁드리려고 하는데 준비는 되었는지 여쭤보러 왔습니다.”


정소은은 포권을 취해 먼저 인사하고 나서 정문 위에 있는 청성파 간부들을 향해 내공을 넣어 말을 날렸다.


-척!


“하하하! 또 오셨구려! 어려운 걸음을 하셨는데 마땅히 우리가 안내해 드려야 하겠지만 저번에 사소한 다툼으로 본인이 지금 몸이 심히 좋지 못해 어려울 것 같습니다. 이해해 주시길 바랍니다.”


청성파 문주인 가진중이 정소은의 말을 받았다. 장지성이 보기에 두 사람은 전투를 하러 대치하고 있는 사람 같지 않았다. 두 사람의 말은 어떻게 들으면 서로를 반기는 것 같기도 했기 때문이었다. 장지성은 이런 대규모 전투는 처음 보기에 말 속에 엄청난 뼈가 숨어 있다는 것을 아직 제대로 잡아내지 못했다. 정성파 문주는 저번 전투를 핑계 대며 정소은의 말을 가뿐하게 받아 넘겼다.


“아! 그러셨군요. 빨리 나으시기 바랍니다.”


정소은은 고개를 살짝 숙이며 말했다. 그 동작은 아주 예의 있어 보이기까지 했다. 상대가 몸이 좋지 않다는 말을 듣고 빨리 완쾌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는 표현이었다.


“허허허! 고맙습니다. 여러 가지 일로 바쁘실 텐데 미천한 본인까지 신경 써 주시다니 무척 세심하시군요.”


두 사람이 서로 대치상태라는 것을 애써 외면하는 것 같은 대화가 계속 이어졌다. 장지성은 상대에게 밀리지 않으려는 대장들의 치열한 기싸움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처음이다 보니 두 사람의 그저 일상적인 인사로만 보일 뿐이었다. 그 때문에 장지성은 지금 상황이 잘 이해되지 않았다. 서로 전투를 하러 왔으면 한 판 붙으면 그만인데 굳이 이런 대화를 주고받을 필요가 있는지 의심스러웠다.


장지성은 이런 대화 하나에 부하들의 사기가 달려 있다는 것을 아직은 알지 못했다. 정소은은 상대에게 길 안내를 부탁한다는 구실을 들어 상대를 겁박하고 있었다. 정소은이 상대를 압박하는 말을 듣고 있는 부하들에게 그녀의 자신만만함이 그대로 전해졌다. 자신들의 대장이 상대를 압도할 정도로 당당하게 나오자 그녀의 부하들도 당연히 상대를 압도할 자신감이 점점 차오르기 시작했다.


반면 청성파 문주인 가진중도 정소은의 도발을 가볍게 받아 넘기고 있었다. 청성파 부하들도 문주의 유창한 말솜씨에 전투력을 끌어 올리고 있었다. 가진중은 자신을 낮추는 것 같았지만 그 핑계로 상대의 도발을 유연하게 빠져나오고 있었다. 청성파 부하들은 정소은이 자신들의 문주를 겁박할수록 오히려 상대를 향한 증오심은 더 타올랐다. 그런 장면이 아직은 장지성에게는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도 곧 깨달게 될 것이다. 이런 작업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말이다. 혼자 일대 일로 대결한다면 이런 과정은 전혀 필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부대 간의 전투는 이런 작업이 필수이다.


“덤벼라!”


“이놈들아! 모두 죽여 버리겠다.”


“전에 희생되었던 우리 동료들의 복수를 해 주겠다.”


문주의 말을 들은 청성파 부하들은 간간히 소리치며 도발했다.


“기다려라! 이놈들아! 이 형님이 곧 가겠다.”


“후후후! 내 검이 울고 있다. 기다려라!”


화령교 무사들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그들도 의지를 불태우고 있었다. 정소은과 청성파 문주인 가진중과의 대화가 이어질수록 분위기는 점점 험악해져 갔다. 장지성은 대장 두 사람은 아주 부드럽게 대화하고 있는데 반해 부하들은 점점 흥분상태로 변해가자 의아했다. 정소은이 말한 대로 두 문파간의 사이가 정말로 좋지 않다고 생각했다. 부하들끼리도 서로를 원수처럼 대하고 있었다.


“그런데 더 이상 신경 쓰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보시다시피 분위기가 조금 험악하군요.”


정소은이 드디어 본론으로 들어갔다.


“그렇습니다.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분위기가 이상하게 흘러가는 군요. 저는 두 문파가 친하게 지냈으면 하는데 말입니다.”


가진중은 이번에도 구렁이가 담 넘어가듯 슬쩍 넘어갔다.


“저도 그것을 바라고 있습니다. 그럼 안으로 잠시 들어갈까 하니 길을 양보해 주시기 바랍니다.”


정소은은 공격할 뜻을 보였다. 부하들의 표정을 보니 이미 공격할 준비는 끝난 것 같았다.


“하하하! 안으로 들어오시려고 하시니 당연히 제가 직접 안내해 드려야 하지만 조금 전에 말씀 드렸듯이 몸이 불편하여 제 소동을 시킬까 합니다. 아! 그런데 어디 갔나 봅니다. 보이지 않는군요.”


가진중도 도발해 왔다.


“하하하!”


“으하하하!”


가진중의 말에 청성파 부하들은 일제히 비웃음을 터뜨리며 정소은을 야유했다.


“저런 놈들이!”


“기다려라! 곧 죽여 주겠다.”


화령교 부하들도 흥분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척!


“호호! 그럼 몸도 안 좋으신데 조심하십시오.”


정소은이 마지막으로 예의를 차렸다.


“감사합니다.”


가진중도 포권으로 같이 예의를 보였다.


-척척척!


“뒤로 가요!”


정소은은 가진중과 마지막 대화를 나누고 장지성에게 손짓했다. 이젠 공격이다.


“예!”


장지성은 정소은을 따라 천천히 뒤로 이동했다.


“작전은 어제 이미 들었으니 아시고 계시죠?”


정소은이 물었다.


“그렇소!”


장지성은 간단하게 대답했다. 정소은의 작전은 1분대를 보내 전과 똑같은 공격을 할 것이라는 신호를 청성파에게 먼저 보내는 것이다. 그런 다음 2분대가 공격을 시작 할 때 자신과 장지성이 정문 위로 재빨리 뛰어 올라 청성오성의 오행진을 상대해 저들의 허점을 노린다는 작전이었다.


“좋아요!”


-끄떡!


정소은은 말하면서 옆에 있는 부장을 향해 고개를 끄떡여 공격신호를 보냈다.


“예! 1분대 공격하라!”


부장이 드디어 공격 명령을 부하들에게 내렸다.


“1분대 공격!”


“가자!”


“와아!”


이미 흥분하고 있었던 화령교 무사들은 일제히 몸을 날려 청성파 정문을 향해 달렸다.


-챙챙챙!


“이놈들아! 이번에는 용서하지 않겠다.”


“모두 각오해라!”


화령교 부하들은 달리면서 일제히 검을 뽑아들며 소리쳤다.


“저놈들의 전술이 달라지지 않았구나! 이번에도 전과 같이 반드시 청성파를 지켜야 한다. 이미 서신을 중원의 각 문파에 보내 두었다. 이번만 제대로 방어해 내면 그들이 달려와 줄 것이다. 꼭 방어해야 한다. 너희들은 정문을 지켜라. 우리는 밀리는 곳을 지원하러 가겠다.”


청성파 문주 가진중은 화령교 부하들이 공격해 오는 모습들과 뒤에서 대기하는 화령교 부하들을 면밀히 살피더니 말했다. 그의 눈에는 화령교의 공격이 전과 별로 달라 보이지 않았다. 다만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었는데 그것은 화령교 대장인 정소은의 옆에 다른 복장을 한 남자가 있다는 것이었다. 그 남자 때문인지는 몰라도 정소은의 태도가 전에 봤을 때보다는 더 당당해 보였다. 착각이라고 애써 생각했지만 그럴수록 불안감은 떨쳐지지 않았다. 하지만 막상 저들의 공격이 시작되자 그런 불안감은 사라졌다. 남자가 정소은과 함께 뒤로 빠지는 것을 보니 그는 정소은의 시종 정도일 것이라 여겼다. 그런 생각을 한 이유는 화령교의 공격이 전과 별로 달라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가진중은 중원 각 문파에 서신을 보내 두었다는 말을 의도적으로 하며 제자들을 안심시켰다.


“알겠습니다. 사부님! 놈들의 공격이 전과 똑같으니 문제없습니다.”


첫째 진장혁이 자신감을 보였다.


“그래! 그래도 조심하도록 해라. 체력 안배도 잘하도록 하고.”


사부가 당부했다.


“알겠습니다.”


“예! 사부님!”


청성오성은 모두 힘차게 대답했다.


“좋다. 우리도 가자!”


-휙!


가진중은 대답하고 자신의 자리를 찾아 옆쪽으로 이동했다.


-휙휙!


가진중의 두 사제도 가진중과는 다른 쪽으로 이동해 자리를 잡았다. 이번에도 정문 위에는 청성오성만 남게 되었다.


“사제들! 오늘 이곳에서 우리의 뼈를 묻자! 싸워서 청성파의 기세를 보여 주자.”


청성오성만 남게 되자 진장혁이 사제들에게 소리쳤다.


“당연합니다. 저는 이미 청성파에 저의 목숨을 바친 지 오래 되었습니다. 놈들은 이곳을 절대로 지나갈 수 없습니다.”


둘째 장도진이 주먹을 불끈 쥐며 크게 소리쳤다.


“그렇습니다. 놈들은 이곳을 지나갈 수 없습니다.”


“맞습니다.”


나머지 진장혁의 사제들도 주먹을 쥐며 반드시 청성파를 지킬 것을 선언했다.


-휙휙휙!


“하하하! 네 놈들의 목이나 걱정해라!”


하지만 곧이어 화령교 무사들이 들이닥치자 그들은 곧바로 대항에 나서지 않을 수 없었다. 화령교 1분대는 전과 똑같은 공격을 시도했다. 부대를 세 개로 나누어 양쪽 벽과 정문 위쪽을 공략하는 것도 같았다. 정문 위쪽은 좁은 구역이라 인원이 적었지만 부장은 1분대의 고수들을 배치해 상대하도록 했다. 두 번째는 정소은이 나설 예정이라 상대의 힘을 많이 빼 놓아야 했다. 부장은 그런 것까지 세밀하게 신경 썼다.


“오너라! 기다리고 있었다.”


“이놈들아! 이번에도 빈손으로 돌아가야 할 것이다.”


청성파 무사들의 기세도 만만치 않았다. 전에 한 번 화령교의 공격을 물리친 경험이 있었기에 당당하게 맞섰다. 그들은 화령교의 공격에 전혀 굴리지 않았다.


“이얍!”


-휙휙휙!


-챙챙챙!


“받아라!”


“죽어라!”


드디어 양쪽의 혈전이 시작되었다. 화령교는 벽을 뛰어 오르며 위에서 방어하고 있는 청성파 무사들을 향해 검을 날렸다.


“내려가라!”


“어림없다.”


-챙챙챙!


청성파 무사들도 곧바로 대응하며 검이 부딪치는 요란한 소리가 산에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어떠세요? 저 진 본 적 있어요?”


정소은이 물었다. 세 곳에서 전투는 일제히 벌어지고 있었다. 양쪽 벽에서는 화령교 무사들이 뛰어 올라 위에 있는 무사들을 공격하는 단조로운 방식이었지만 정문 위쪽에는 상황이 달랐다. 화령교 무사들이 안으로 들어가 청성오성의 칠십이파오행검진을 상대해야 했다.


-휙휙휙!


“하압!”


“이얍!”


-챙챙챙!


청성오성은 이번에도 활약이 대단했다. 1분대에서도 가장 강한 무사들이 그들과 대결을 펼치고 있었지만 청성오성은 굳건히 잘 버텼다.


“이얍!”


-휙!


-푹!


“헉!”


-후다닥!


“뒤로!”


심지어 화령교 무사 한 명이 대결을 시작하자마자 어께에 검이 찔려 뒤로 물러나기까지 했다. 물론 그의 빈자리는 곧바로 뒤에서 대기하던 다른 무사로 채워졌지만 부상자가 화령교에서 먼저 생겼다는 것은 공격하는 화령교 입장에서는 별로 좋지 않은 징조였다.


“저 진은 오행사상을 기본으로 만들어진 진입니다. 오행의 상생상극의 원리에 따라 만들어졌군요.”


장지성은 단번에 청성오성이 펼치고 있는 진의 정체를 파악해 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검과 전설의 후예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468 강물만 흐르고.(3) +3 22.05.04 276 5 12쪽
467 강물만 흐르고.(2) 22.05.02 222 6 12쪽
466 강물만 흐르고. 22.04.27 226 5 11쪽
465 갈등.(12) 22.04.25 206 6 9쪽
464 갈등.(11) 22.04.22 213 5 8쪽
463 갈등.(10) 22.04.20 209 6 10쪽
462 갈등.(9) 22.04.18 202 6 9쪽
461 갈등.(8) 22.04.15 213 5 10쪽
460 갈등.(7) 22.04.13 206 5 10쪽
459 갈등.(6) 22.04.11 207 6 12쪽
458 갈등.(5) 22.04.06 217 5 12쪽
457 갈등(4) 22.04.04 206 5 10쪽
456 갈등.(3) 22.04.01 223 7 11쪽
455 갈등.(2) 22.03.30 219 6 9쪽
454 갈등. 22.03.28 225 6 11쪽
453 추격(12) 22.03.25 242 7 11쪽
452 추격(11) 22.03.22 252 4 9쪽
451 추격.(10) 22.03.21 253 7 8쪽
450 추격(9) 22.03.18 254 7 10쪽
449 추격.(8) 22.03.16 227 5 10쪽
448 추격(7) 22.03.14 237 7 11쪽
447 추격(6) 22.03.11 246 5 10쪽
446 추격.(5) 22.03.09 243 4 11쪽
445 추격(4) 22.03.07 258 6 9쪽
444 추격.(3) 22.03.04 259 7 12쪽
443 추격(2) 22.03.02 261 6 13쪽
442 추격. 22.02.28 255 6 12쪽
441 승부수.(12) 22.02.25 250 7 12쪽
440 승부수.(11) 22.02.23 250 6 10쪽
439 승부수.(10) 22.02.21 251 8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