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과 전설의 후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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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무운
작품등록일 :
2019.07.11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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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5.0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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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4.0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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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인연은 깊어지고.(6)

DUMMY

291. 인연은 깊어지고.(6)




넓은 산이 사람들로 채워지고 있었다. 마치 약속이나 한 것처럼 다섯 개의 문파가 산으로 모여 들었다.


“오늘은 저들이 공격을 하지 않을 모양입니다.”


기성수가 침묵을 깼다. 일행은 장지성의 당부 이후로 잠시 소강상태에 빠졌다. 모두 새로 나타난 적들을 살피느라 정신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먼저 상인 복장을 한 새로운 무리들은 세 번째 무리의 맞은편에 자리를 잡았다. 마치 자신의 상대는 세 번째 문파라고 선언하는 것 같았다. 또 세 번째 문파도 그들이 나타나자 서둘러 전투 준비에 들어갔다. 결국 네 개의 문파는 서로의 적을 찾아 자리를 잡은 것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하나의 문파가 더 있다는 것이었다. 그들이 어느 곳에 자리를 잡느냐가 장지성 일행의 관심을 끌었다.


승복을 입은 문파도 구종진이 속한 문파와 같은 편이라 예상한 장지성의 예측은 틀리지 않았다. 승복을 입은 그들은 구종진 진영을 아무런 방해 없이 지나쳐 두 문파의 중간 지점에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즉 승복을 입은 문파는 구종진 부대와 상인 복장을 한 문파 사이에 자리를 잡은 것이었다. 결국 세 개의 문파가 나란히 자리 잡고 위쪽에 있는 두 개의 문파와 마주보고 있는 형국이 되었다. 누가 보더라도 적과 아군이 확연히 구분되는 배치였다. 그런데 그렇게 위치를 잡다보니 어느 듯 시간은 흘러 저녁이 가까워지고 있었다. 그들이 자리를 잡아가는 과정을 묵묵히 보던 기성수가 먼저 한 마디 했다.


“그렇겠군요. 저들도 정비를 해야 할 것이니 지금 바로 공격하지는 못할 것입니다. 또 날도 곧 어두워 질 것입니다. 산에서 밤은 빨리 오니까요.”


장지성이 대답했다.


“사람 잔뜩 긴장하게 만들어 놓고 결국 아무 일도 없는 것입니까?”


화씨가 투덜거렸다.


“왜? 한 판 했으면 좋겠어?”


손씨가 재빨리 화씨의 말을 받았다.


“그런 게 아니라 오늘 하루 종일 이곳에서 가만히 있으려니 좀이 쑤시잖아!”


화씨가 투덜거리며 대답했다.


“사람하고는! 급한 성질은 알아 봐줘야해! 좀 차분하게 기다려!”


김씨가 나서며 핀잔을 줬다.


“나만 그런 것은 아닐 걸! 저길 봐! 다른 사람들도 비슷해!”


화씨는 신정의 부하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어디? 별로 그런 것은 보이지 않는 걸! 핑계 대지마!”


손씨까지 나서며 화씨를 몰아 붙였다. 세 사람은 오늘 전투가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걸 알자 여유가 생긴 모양이었다. 평소처럼 서로 장난스럽게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정말로 그날은 아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 새로 나타난 문파들은 자리부터 잡느라 위쪽은 신경도 쓰지 않았다. 위쪽도 바쁜 움직임이 포착되기는 했지만 정비하느라 정신없는 아래쪽을 먼저 공격할 시도는 하지 않았다. 아래쪽이 자리를 잡으면서도 상당히 질서 있는 행동을 보였기 때문이었다. 또 동왕의 병력이 그들이 자리를 잘 잡을 수 있도록 보호하며 안내하는 모습들도 있었기에 그냥 차분히 기다렸다. 숫자도 부족한데 섣불리 공격을 감행했다가 실패하면 위쪽은 그것으로 끝인 것이었다.


그래도 위쪽의 움직임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태양이 서쪽으로 넘어가 주변이 어두컴컴해 질 무렵 바람왕 진영에서 한 무리의 사람들이 건너편 세 번째 문파로 건너가는 모습이 장지성의 눈에 보였다. 장지성은 그 무리 속에 바람 왕 양호연도 같이 있는 것을 보았다. 장지성은 두 문파가 드디어 서로 연합을 하여 방어를 하려는 모양이라고 생각하고 더 자세하게 알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더 알려면 그들을 미행해 따라 가야 하는데 그러면 신정의 부하들에게 들킬 가능성이 많았다. 물론 그들 몰래 가려면 못할 것도 없었다. 장지성에게 그 정도는 별로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렇게까지 해서 장지성에게 얻을 것이 없었기에 그냥 자리만 지키고 있었다. 게다가 장지성 일행은 저녁을 먹고 난 후 할 일도 있어 그런 것에는 별로 주의를 기우리지 않았다. 그렇게 그날은 긴장만 잔뜩 한 채 별다른 성과도 없이 지나가 버렸다.


본격적인 전투는 다음 날 시작되었다.


“전진하라!”


“진격하라!”


“앞으로!”


-척! 척! 척!


날이 밝자마자 아래쪽에 있던 세 개의 문파가 동시에 움직이기 시작했다. 시간은 아침을 겨우 끝냈을 때였다. 아래쪽에 있던 세 개의 문파는 아침을 끝내자마자 심상치 않는 움직임을 보이더니 곧바로 산을 향해 전진해 오기 시작했다.


“놈들이 온다. 제 자리를 지켜라!”


“공격해 온다. 방어 준비를 하라!”


위쪽도 비상이 걸리기는 마찬가지였다. 공격해 올 것이라는 것은 이들도 당연히 예상하고 있었을 것이다. 장지성 일행도 예상하고 있었던 것을 이들이 못했을 리는 없을 것이다. 아래쪽에서 정비를 마치고 공격을 시작하자 위쪽에서도 재빨리 대비를 시작했다.


“정신 똑바로 차려라. 제자리를 지켜라.”


신정이 명령하는 목소리도 들렸다.


“예! 대장님!”


“예!”


신정의 부하들도 힘차게 대답했다.


“드디어 놈들이 옵니다. 긴장되는 군요.”


기성수가 말했다. 말하는 그는 긴장된다는 말만 하는 것이 아니라 표정에서도 그것이 그대로 묻어났다.


“예! 네 분 모두 어제 밤에 연습한 대로 움직여야 합니다. 절대로 검진의 대형을 흩트리지 않아야 합니다.”


장지성이 네 사람에게 주의를 줬다. 어제 밤에 대기하면서 장지성은 세 사람에게 검진 연습을 시켰다. 장소가 좁아 제대로 된 연습이라고 할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나름 성과는 있었다. 초식은 밤이고 또 거리가 가까워 펼치기 어렵다고 판단해 장지성은 보법 위주로 연습을 시켰다. 어떤 방위를 먼저 선점해야 하는지 또 검을 휘두를 때는 어떤 움직임을 보여야 하는지 등을 자세하게 설명해 주었다. 세 사람도 자신들의 목숨이 달린 일이기에 장지성의 설명을 하나라도 놓치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해 경청하며 연습에 임했다. 덕분에 세 사람의 검진은 좀 더 단단해 졌다. 기성수의 위치도 잡아 주었다. 그렇게 네 사람은 검진을 통해 하나의 움직임을 가지게 되었다. 물론 그 동안 계속 연습해 왔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알겠습니다.”


“예!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대로 움직일 것입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세 사람도 자신감을 보였다. 전투가 시작되어도 자신들이 그것을 극복할 수 있는 무기가 있다는 것이 그들에게 자신감을 불어 넣어 주었다. 게다가 장지성과 함께 있다는 것도 자신감을 가지는 것에 보탬이 되었다. 자신들이 어려운 상황이 되면 장지성이 반드시 도와 줄 것이라는 믿음이 그들을 더 단단하게 했다.


“좋습니다. 이곳은 우리가 유리한 지형입니다. 일단은 이곳에서 방어를 합시다. 그러다가 천천히 뒤로 이동하도록 합시다.”


장지성이 네 사람에게 말했다.


“알겠습니다. 전투가 시작되면 저에게 지시를 주십시오. 제가 세 사람에게 전달하겠습니다.”


기성수가 장지성의 말을 받았다.


“알겠습니다. 기대인이 세 분의 뒤에 있으니 움직이는 방위도 잘 살펴봐 주십시오. 이탈하는 분이 있으면 즉시 말해 주시고요.”


장지성이 당부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렇게 하겠습니다.”


기성수가 대답했다.


“길을 점령하라. 저들이 길로 오지 못하도록 하라!”


“예!”


“알겠습니다.”


신정과 신정의 부하들은 장지성이 일행들과 대화하는 사이에도 분주히 움직였다. 적들이 길을 뚫고 들어오면 가장 위험하니 신정은 길에 가장 많은 신경을 많이 썼다.


“내려가라. 길을 막아라!”


“예!”


산으로 난 길에 병력을 투입한 쪽은 신정뿐만 아니었다. 건너편 문파에서도 길을 방어하기 위해 병력을 보냈다.


“두 진영이 모두 길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군요.”


김씨가 그 장면을 보더니 한 마디 했다.


“당연하지! 길이 뚫리면 뒤로 돌아가 공격할 수도 있어.”


손씨가 나섰다.


“그렇지! 길은 절대로 뚫려서는 안 되는 곳이야.”


화씨도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길에 병력이 집중되고 있군요. 이거 우리의 계획에 차질이 생길 수도 있겠습니다.”


기성수가 장지성에게 말했다. 장지성과 기성수는 어제 밤에 전투가 시작되면 길 쪽으로 움직여 사원으로 다시 올라가 산 뒤쪽으로 몸을 피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런데 길에 병력들이 집중되면 그것이 어려울 수도 있었다. 기성수는 그것을 우려해 장지성에게 말을 한 것이었다.


“전투가 시작되면 어떻게 될지 모릅니다. 저렇게 방어하고 있어도 적들에게 뚫릴 수도 있습니다. 저들이 길 쪽을 집중 공격한다면 말입니다.”


장지성이 대답했다.


“그러면 길 쪽으로 집중 공격하기를 바라야 하는 것입니까?”


화씨가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주변에는 신정의 부하들이 잔뜩 긴장한 상태로 대기하고 있었기에 큰 소리로 말하면 곤란할 수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건 저들에게 달려 있습니다. 이제 움직이기 시작했으니 조금 더 두고 봐야 하겠습니다.”


장지성이 대답했다.


“전에 공격했을 때보다 두 개의 문파가 더 늘어나 세 개가 되었습니다. 놈들의 공격도 조금 달라지겠죠?”


김씨가 물었다.


“그럴 것입니다. 지금 저들의 움직임을 보니 동왕의 문파는 여전히 우리를 공격할 모양입니다. 그리고 상인 복장을 한 문파는 우리 옆쪽을 공격할 것 같습니다. 문제는 승복을 입고 있는 문파인데요. 저들은 두 문파 가운데에서 움직이고 있어 어떻게 공격할지 아직 감이 잡히지 않습니다.”


장지성이 아래쪽 상황을 보고는 일행들에게 설명했다.


“혹시 승복을 입은 저들이 길을 공격하는 것이 아닐까요?”


김씨가 물었다.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길은 저들이 모두 들어서기에 너무 좁습니다. 아마도 저들 모두가 공격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장지성이 대답했다.


“대열을 유지해라.”


구종진의 목소리가 아래쪽 멀리서 들렸다.


“예!”


부하들의 힘찬 대답도 들렸다.


“전에 대인과 대결했던 저 사람은 여전히 우리를 공격할 모양입니다.”


기성수가 그 소리를 듣더니 한 마디 했다.


“예! 저들은 우리를 노리고 있군요.”


장지성이 대답했다. 기성수의 말처럼 구종진의 부대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신정의 부대를 향해 전진해 오고 있었다. 누가 봐도 그들의 목표는 신정의 부대라는 것을 단번에 알 수 있을 정도였다.


“이번에도 또 대인과 결투하는 것 아닙니까?”


화씨가 말했다.


“뭐 이번에도 대인이 이길 것이니까 문제없어. 저들은 또 패배해 달아날 수밖에 없을 거야.”


손씨가 끼어들었다.


“이번에는 병력이 더 많은데 그렇게 될까?”


김씨는 조금 부정적이었다.


“그런 것은 신경 쓰지 마시고 우리의 일에만 집중하십시다. 한 명이라도 잘 못하면 여기서 모두 죽을 수도 있습니다.”


장지성이 세 명에게 주의를 줬다. 이젠 전투가 벌어지기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 공격하는 쪽도 모두 무인들이라 걸음이 빨라 방어진지까지는 금방이었다. 장지성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기 위해 세 사람에게 계속 주의를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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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6 강물만 흐르고. 22.04.27 226 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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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4 갈등.(11) 22.04.22 213 5 8쪽
463 갈등.(10) 22.04.20 209 6 10쪽
462 갈등.(9) 22.04.18 202 6 9쪽
461 갈등.(8) 22.04.15 213 5 10쪽
460 갈등.(7) 22.04.13 206 5 10쪽
459 갈등.(6) 22.04.11 207 6 12쪽
458 갈등.(5) 22.04.06 217 5 12쪽
457 갈등(4) 22.04.04 206 5 10쪽
456 갈등.(3) 22.04.01 223 7 11쪽
455 갈등.(2) 22.03.30 219 6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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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1 추격.(10) 22.03.21 253 7 8쪽
450 추격(9) 22.03.18 254 7 10쪽
449 추격.(8) 22.03.16 227 5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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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6 추격.(5) 22.03.09 243 4 11쪽
445 추격(4) 22.03.07 258 6 9쪽
444 추격.(3) 22.03.04 259 7 12쪽
443 추격(2) 22.03.02 261 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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