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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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17 0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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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50년에 우리가 알던 국가체계는 붕괴했다. 빈익빈 부익부가 심화되어 대부분의 사람들은 가난해졌고 소비가 줄었다. 매출이 줄어든 대기업들은 그것을 회복하기 위해 과도하게 마케팅 비용을 지출했고 그러면서도 낮은 단가를 유지하기 위해 수요도 없는 물건을 대량생산하기 시작했다. 결과는 물론 도산이었다. 기업의 시대가 몰락하자 미국과 중국, 그리고 인도의 부동산 시장이 붕괴하면서 세계경제는 리먼사태나 경제대공황이라고 일컬어지던 때와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거대한 침체가 시작됐다.


처음에는 자살하거나 굶어죽는 시체들이 길거리에 쌓여갔다. 그 다음은 폭력시위자들이 생겼다. 직장인들은 상사와 사장을 죽이는 일이 다반사였고, 노숙자들이 집주인을 죽여 집을 차지하는 일이 일상이었다. 정부는 그들을 체포하려 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 수가 너무 많아 감당할 수 없었다. 이것을 수습하려고 경찰과 군인을 동원해 진압하려 했는데 이마저도 수포로 돌아갔다. 이것을 시민혁명으로 볼 것인지 폭도들의 반란으로 규정할 것인지 해석하는 시각이 달랐기에, 경찰과 군인들마저 진압 도중 내분이 일어나 서로 죽이기 바빴기 때문이다.


국가마다 비보가 들렸다. 시위대가 행정부와 의회를 장악하고 기존의 정권을 무너뜨렸다. 마르크스가 유일하게 틀렸다고 평가받는 가설은 프롤레타리아 혁명이다. 노동자들이 지주들을 죽이고 모든 생산시설에 대해 지분을 공평하게 나눠갖고 일한만큼 돌려받는 세상이 온다는 그 가설이 지금에 와서 도래한 것일까? 그러나 법과 선거가 아니라 살인으로 정권을 교체한 정부에 권력의 정당성이 있는 것인지는 여전히 의견이 분분했다.


권력자들을 향한 분노는 그 다음에 소수민족을 향했다. 티벳이나 위구르족, 인디언이나 아보리진(호주에 유럽 이주민들이 오기 전의 토착민들) 같은 사람들 말이다. 그 다음은 노인과 장애인, 여성에게 향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들을 일컬어 ‘노동없이 배려받는 계층’이라고 손가락질하면서 분위기는 험악해졌다. 그렇게 낙인찍힌 자들과 그들의 가족, 그리고 남들을 죽일 용기가 없는 선인들은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서 다른 나라로 망명하는 것이 세계적인 현상이었다. 그 규모는 세계적으로 15억 명으로 추산할 정도로 많았기에 이것을 인구대이동이라 불렀다. 이것을 계기로 특정민족이 특정국가나 영토를 점유하는 현상은 사라졌다. 한반도의 서울에 위치한 어느 가정집의 이웃은 한국인이 아닐 확률이 매우 높았다. 해당 시대의 역사학자 I.H.kal은 이것을 이렇게 평가하기도 했다.


“민족은 난민이 됐다. 욕망과 분노라는 화산 때문에.”


그 와중에도 폭도들은 점차 놀라운 모습으로 조직을 갖췄고, 그렇게 탄생한 정치체계는 안정을 잡아갔다. 경제학자들은 당시 일어난 ‘시민연합혁명’의 원인을 폐쇄무역주의로 인한 경제침체로 보고 국가별로 지역을 통치하는 것을 경계했다. 거기에 신흥집권층으로 부상한 기업인, 농업인, 노동단체와 환경단체들도 국경을 허물 것을 주장했다. 모두 더 큰 시장에서 더 큰 이익을 볼 거라는 계산이 섰기 때문이다. 시민연합이 세운 정부는 지리와 문화, 경제적 여건에 부합하는 지역연합을 구축했다. 다만 일부는 연합이나 국가로부터 독립한 소규모 중립정부를 만들기 시작했다.


미래의 과학은 비약적으로 발전했는데, 기술의 으뜸은 단연 ‘마인드 스캐너’ 기술이었다. 전기신호로 자기장을 감지하는 초전도양자간섭장치기술이 극도로 발달했는데 그것을 이용해 개발한 마인드스캐너는 인간의 뇌를 스캔해서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이었다. 그것은 검사대상의 마음을 그대로 추출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진단받는 사람의 현재 생각이나 무의식상태를 시각으로 구현한다던가, 그의 현재능력과 잠재능력을 수치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인드 스캐너는 챔핀코(지금의 중국, 한국, 일본과 러시아의 극동지방 일부가 연합한 정부)에 위치한 ‘밸류 컴퍼니’에서 개발했다. 그들은 전세계에서 손에 꼽힐 정도의 초국적 기업이었는데, 마인드 스캐너를 이용해 수집한 인간 정보를 올리칸(북미에서부터 남미에 이르는 방대한 연합정부)의 방산업체 ‘팍스’에도 수출했다. 팍스는 인간 정보를 AI에 결합해 인간보다 우수한 판단을 내리고 감정도 느끼는 로봇 ‘디벨로이드’를 개발해 판매했다. 디벨로이드들은 가장 먼저 전쟁에 투입됐고, 현재는 돈 있는 자의 필요에 따라 어디서나 쓰이고 어디에나 버려졌다.


일반적으로 과학은 사회의 필요에 따라 개발되지만 스캔기술은 역으로 정치와 사회문화에 영향을 줬다. 대부분의 지역연합은 스캔을 이용해 17살이 되는 청소년들에게 ‘직업탐색검사’를 실행한 뒤, 적합하다고 판단하는 교육방식과 직업을 정해주고 있다.


직업탐색검사를 시행한 시민은 여섯가지의 특성에 따라 옐로우, 블루, 그레이, 화이트, 바이올렛, 레드로 구별되는 네임카드를 어깨에 이식한다.


옐로우는 삶에 대한 의지가 없고 직업을 가질만한 어떤 경쟁력도 없다고 판단되는 사람으로 세금으로 운영되는 정부의 복지시설에서 자립활동에 대한 교육을 받고 의식주 활동을 보장받는다.


블루는 뛰어난 신체적 능력이나 지능은 없지만 기초적인 사회생활이 가능하고, 지시된 대로 수행하는 반복작업을 남들보다 덜 지루해하기 때문에 건설이나 공장 등의 하급 노동자로 살아간다.


그레이는 남들보다 지능이 우수하여 행정부 중간관료나 기업의 중간 관리자로 들어가는 교육을 받는다. 만약 그레이스쿨에서 뛰어난 성적을 받을 경우 화이트나 레드 출신만 지원할 수 있는 소설가, 기자 등의 특수분야에 중복 지원이 가능하다.


화이트는 예술적 영감이 남달라 그림, 음악, 무용, 조형 등의 예술가로 활동할 수 있다. 특이한 점은 화이트임에도 스쿨에서 능력을 인정받지 못할 경우 옐로우처럼 복지시설로 가서 특수교육을 받는 경우가 있다.


바이올렛은 남들보다 월등한 신체능력을 가지고 있는 자로, 건설 등의 상급 노동자, 상급 치안담당관, 군인 간부, 격투기 및 운동 선수 등을 할 수 있다. 여기서도 스쿨이 그의 희망사항을 인정할 만큼 능력이 뛰어난 경우 무용 등의 육체를 활용한 예술가로 지원할 수 있다.


레드는 지금까지와는 조금 다른 영역이다. 검사대상이 가지고 있는 잠재능력과 선천적 능력이 육체, 의지, 지능 어느 한군데 모자람 없이 뛰어나서 사회발전에 이바지할 것이 틀림없는 사람에게 부여되는 색이다. 레드로 판정받은 이들은 다른 사람들이 가는 학교와는 다르게 ‘아키텍쳐 스쿨’ 이라는 곳을 가게 되고 정치가, 외교관, 기자, 군 통수권자 등의 고위직에 진출한다.


사람들은 이렇게 직업탐색과정을 거쳐 어깨에 색깔이 부여된 네임카드를 이식하고 거기에 맞는 직업을 찾아간다고 해서 이것을 NC(Name Card)시스템이라고 불렀다.


혼돈의 시대였다. 계급과 재산에 대한 경쟁이 극도로 심화되어 생명의 가치가 인플레이션 현상처럼 낮아진 사회였다. 국가가 붕괴한 뒤 치안은 불안정해져 자신의 안전을 스스로 지켜야 했고, 다른 사람의 안전까지 보장하기에는 여유가 없었다.


삶의 기준을 누군가 알려줄 수 없는 세상에서 운명에 이끌려 각자의 방법으로, 각자의 동기로, 각자의 목적으로 치열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었다. 론리 져스틴도 그런 전쟁같은 생을 살게 될 한 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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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 그래도 역사는 돈다 1 19.11.12 26 1 7쪽
92 눈물 3 19.11.11 27 1 9쪽
91 눈물 2 19.11.10 25 1 7쪽
90 눈물 1 19.11.09 34 1 10쪽
89 야만의 협상 4 19.11.07 26 2 7쪽
88 야만의 협상 3 19.11.06 31 1 14쪽
87 야만의 협상 2 19.11.05 23 1 8쪽
86 야만의 협상 1 19.11.04 24 1 12쪽
85 골고다 프로젝트 5 19.11.04 25 2 10쪽
84 골고다 프로젝트 4 19.11.01 32 1 7쪽
83 골고다 프로젝트 3 19.10.31 47 1 10쪽
82 골고다 프로젝트 2 19.10.30 27 1 11쪽
81 골고다 프로젝트 1 19.10.29 26 1 10쪽
80 진실의 늪 4 19.10.28 44 2 6쪽
79 진실의 늪 3 19.10.27 32 2 10쪽
78 진실의 늪 2 19.10.26 24 1 9쪽
77 진실의 늪 1 19.10.25 36 2 8쪽
76 적과의 동침 6 19.10.24 35 1 8쪽
75 적과의 동침 5 19.10.24 28 1 8쪽
74 적과의 동침 4 19.10.22 24 1 11쪽
73 적과의 동침 3 19.10.22 56 1 8쪽
72 적과의 동침 2 19.10.21 27 1 11쪽
71 적과의 동침 1 19.10.19 26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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