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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서자인 다크 엘프는 드루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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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꾼
작품등록일 :
2019.07.21 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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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0.25 2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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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0.03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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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말의 시작.

DUMMY

저택의 방안.

옆구리에서 고통이 사라지기 시작했을 때쯤, 어느덧 밤이 되어 있었다.

옆에는 백색 복장의 늙은 신관이 나의 이마를 어루만져 주었다.


“열은 내린 모양입니다.”


그리고 선반 위에 성수를 올려두었다.


“또 루안 도련님께서 일을 저지르셨더군요. 치료는 끝났으나, 뇌와 신경이 그것을 받아들이는 되는 시간이 걸릴 겁니다. 안정을 취하시길 바랍니다.”


신관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손수건으로 땀을 닦는 것이 상당히 고생한 모양이다.


나는 침대에 누워 신관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고맙습니다.”


신관이 나를 보며 멈칫하더니 곤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이내 부드럽게 미소 짓는다.


“제가 해야 할 일이니까요. 그럼 편안한 밤 되시기를.”


신관이 걸음을 재촉해 방을 빠져나갔다.

내가 보인 반응이 원본과는 달라 당황스러웠나 보다.


“내가 왜 이런 꼴을 당해야 하는 거냐.”


아무것도 모르는 낯선 세상에 떨어져, 기억에도 없는 가족들에게 천대받고 있다.


도대체 그 메시아라는 신은 무엇을 바라는 것일까?


곰곰이 생각에 빠져 있을 때, 긴 귀가가 움찔거렸다.


작은 벌레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바람에 휘날리는 풀잎 소리가 귀를 간지럽혔다.


감미로운 선율에 마음이 편안해졌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창가로 향했다.


“예쁘네.”


어두운 밤, 잘 가꾸어진 정원에서 반딧불이가 날아다녔다.

은은한 초록빛이 어둠 속을 작게 밝혀 준다.


그리고 그런 정원 한가운데 있는 낯익은 소녀.

황금빛 머리카락과 푸른색 눈동자, 무덤덤한 표정의 그녀가 반딧불이를 향해 손을 뻗고 있었다.


그녀를 보고 있자니 가슴에서 알 수 없는 감정이 꿈틀거렸다.


답답하고 막막한 느낌.

아, 알겠다.


이 몸뚱이의 주인.


“짝사랑했던 거냐.”


모습만 봐도 알겠다.

일기장에 나와 있는 루비아 셀리아스.

루안의 약혼녀였다.


다크 엘프 렌은 그녀를 짝사랑하고 있었다.

루안을 그토록 싫어했던 이유도 이 때문일 터.


내가 어색한 표정을 짓고 있을 때, 소녀가 인기척을 느꼈는지 고개를 들어 올렸다.


창가를 내려다보는 나와 그녀의 푸른색 눈동자가 마주쳤다.


* *


다음 날 아침, 나는 침상에 앉아 있었다.

머리가 복잡해 두 눈을 감고 명상했다.


소설을 쓸 때마다 복잡한 머리를 정리하는 방법이기도 했다.


마음을 가다듬었다.


어제 있었던 혼란스러운 감정들을 내려놓았다.


그래, 이건 내 감정이 아니야.

이 몸뚱이의 감정이지.


이 몸의 소유권은 나에게 있다.

사이코패스인지, 소시오패스인지는 몰라도, 남 괴롭히기 좋아하는 녀석의 몸뚱이를 빼앗았다고 자책할 필요는 없다.


이는 메시아라는 빌어먹을 신이 행한 일이니까.


“후우···.”


살며시 눈을 떴다.

머리가 어느 정도 맑아졌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


나는 선반 위에 있던 성수가 담긴 작은 병을 보다가 주머니에 넣었다.

신관이 통증이 있을 때마다 마시라고 준 성수였다.

찢어졌던 일기장을 다시 수복하며 적혀 있는 내용을 읽어내렸다.


“애는 애구만.”


형님인 루안의 약혼녀, 루비아 셀리아스에게 첫눈에 반했다는 내용이 서술되어 있다.

그리고 손님으로 온 그녀의 하인에게 생떼를 부린 것까지 적혀 있다.


폐를 잘도 끼치는구만, 다크 엘프 녀석.

왜 루안이 이 녀석을 그토록 싫어하는지 알 거 같다.


다행히 마음을 정리해서인지 큰 동요는 없다.


나는 일기장을 덮어버렸다.


“지금은 이런 걸 신경 쓸 때가 아니야.”


다시 창가를 쳐다봤다.

내려다보이는 정원, 그곳에 있는 잔디 위의 덩굴.


“저거 내가 소환한 거지?”


어렴풋이 생각났다.

몸에서 기운이 빠져나가더니, 나무 덩굴이 나를 지탱해주었다.


덕분에 크게 다치지는 않았다.


이 다크 엘프의 힘이라는 걸까?

하지만 일기에는 이와 같은 힘이 있다는 기록은 없었다.


“한 번 소환해 볼까?”


똑똑-.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문을 바라봤고, 허락을 내리려는 찰나, 거칠게 문이 열렸다.


“오! 하프, 잘 있었냐?”


나는 상대방을 바라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10대 후반의 사내가 서 있다.


나와 같은 은발과 금안.

루안의 무표정한 얼굴과는 달리, 껄렁껄렁한 모양새.

귀족으로서 품위고 뭐고 다 버린 양아치 같은 스타일의 남자.


케비어 아르티오

나와 동갑이지만, 먼저 태어난 형님 되시겠다.


그가 나에게 다가왔다.

그리고 정수리를 눌렀다.


“이야, 이놈, 이제는 인사도 안 하네. 하프 주제에 건방지구만.”


너무 노골적이다.

루안은 그래도 어느 정도 선이라도 지켰건만, 이놈은 완전히 나를 깔보고 있다.


실제로 일기장에서는 그의 악질적 괴롭힘이 적혀 있었다.


당혹스러움과 불쾌감.

전 주인 몸뚱이의 감정이다.

나와는 무관한 감정에 휘둘리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무슨 일로 왔습니까?”

“셀리아스 가문의 영애가 저택에 있다지? 어때, 그녀에게 잘 보이고 싶지 않아? 함께 대련하는 모습을 보여주자고.”


속마음은 다를 것이다.

그냥 나를 놀려주려고 하고 있다.


“거절합니다.”


아직 상처 회복이 되지 않았다.

또한 이 집안사람들은 렌을 제외하고 육체 단련이 잘 된 이들이다.

다시 대련한다면 똑같은 결과가 나올 것이다.

이나 뼈가 나가지 않는 것만으로도 천만다행이겠지.

내가 거절의 의사를 밝히자 케비어는 인상을 구겼다.


“잘 보이고 싶지 않아? 네가 좋아하는 셀리아스 가문의 영애라고.”


케비어의 말에 그를 힐끔 쳐다봤다.


상당히 불쾌한 표정.

보아하니 잘 보이고 싶은 건 본인인 모양이다.


케비어도 루비아라는 귀족 영애에게 관심이 있나 보다.


“별로요.”


나는 어제 있었던 힘을 실험하고 싶었다.

판타지 속의 마법 스킬, 그것을 현실 속에서 직접 사용한다면 얼마나 매력적이겠는가.

나도 모르게 어린아이처럼 흥분하고 말았다.

취미로나마 웹소설을 읽고 썼지만, 이제는 그 힘을 사용할 수 있다.


“잠깐이면 되잖아!”


케비어는 일기장에 적혀 있는 것보다 더욱 철이 없는 소년이었다.


케비아기 적의를 보였다.

나의 멱살을 잡고 억지로 끌고 가려 했다.


그때였다.


[자동 방어에 돌입합니다.]


어제와 같은 감각에 사로잡혔다.

몸속에서 알 수 없는 기운이 빠져나갔다.

동시에 내 등 뒤에서 무언가가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


“어, 어? 이건 뭐야!”


케비어가 비명을 질렀다.

나는 케비어의 손을 바라봤다.

케비어의 손에 무언가에 감겨 있다.


나무 덩쿨이다.


나는 눈을 휘둥그레 뜨며 뒤를 쳐다봤다.


창가 옆, 장식으로 되어 있던 화분.


그곳에서 나무 덩굴이 뻗어 나와 케비어의 손을 휘감고 있었다.


아하! 스킬을 쓰는데 흙과 식물이 필수 조건인 건가?


게다가 위험해지면 자동으로 방어하는 스킬인 듯하다.


“미친, 진짜 되네.”


황당하다.

자동 방어 스킬이라니.


“하프, 이거 뭐야···!”


케비어가 겁을 먹었다.

갑자기 튀어나온 나무 덩굴이다.


그것도 식물이라기보단 살아 움직이는 촉수 같다.

식물이 살아 움직이는 건 영화 속에서만 봤지, 현실에서 대놓고 보고 있자니 끔찍했다.


“어, 그 뭣이냐···."


나는 그의 시선을 피하며 말했다.


“저주받은 화분 같은 게 아닐까요.”

“지랄 마! 너 무슨 짓을 한 거야!”


케비어가 나무 덩굴을 풀려고 애를 썼다.

나는 뒤로 물러섰다.


나무 덩굴이 서서히 풀리기 시작하며 바닥에 축 늘어졌다.

그러면서도 혈관과 근육이 있는 것처럼 겉 부분이 꿈틀거렸다.

움직임이 나의 의사를 방영하는 듯하다.


“히이익···!”


케비어가 겁에 질렸다.

그는 나와 화분에서 뻗어나온 비정상적인 길이의 나무 덩굴을 쳐다봤다.


“마법사! 마법사!”


케비어는 급히 자리를 떴다.

나는 황당한 표정으로 시선을 화분으로 향했다.


대박이네.


흔히 판타지에서 나오는 식물을 다루는 자들.


초목과 동물, 자연을 숭배하며 또한 지배하는 직업군.


“드루이드.”


그것이 나의 직업군인 모양이다.


* *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내 소설 속이 아니다.


내 소설 속에서는 드루이드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내 방에는 케비어, 루안, 아버지 카심이 서 있었다.


마법사들 또한 방에 찾아왔다.

깨진 화분과 비정상적으로 뻗어나온 덩굴을 바라보며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마법사 하나가 식은땀을 흘리며 입을 열었다.


“마나가 내포된 나무 덩굴입니다.”


그는 단검으로 덩굴 일부를 베어내 만지작거렸다.

나무 덩굴에서는 피처럼 수액이 흘러내렸다.


“수액에 마나마저 담겨있군요. 자세한 건 조사해봐야 할 거 같습니다. 이런 식물을 소환할 수 있다니. 이건···.”


모두의 시선이 나에게 집중되었다.


“고대 드루이드들이 행하는 마법과 흡사합니다. 하지만 다크 엘프의 혈통이 그럴 리는 없을 텐데, 혹, 뭔가 이상한 약물을 식물에 주입한 적이 있습니까?”


나는 고개를 저었다.

그럴 리가, 내가 가진 건 치료사가 준 성수뿐이다.


“그렇군요, 좀 더 조사해봐야 알 거 같습니다. 내일 아침 항구를 통해 서대륙에 있는 마탑에 보내도록 하죠. 이곳에서는 조사할만한 실력자들이 없습니다.”

“그만큼 가치가 있는 건가?”


카심이 힐끔 나를 쳐다보며 중얼거렸다.

역시 냉혈한 아버지.

나를 도구 취급하는 구만.

마법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마나가 담긴 식물은 드루이드를 제외하곤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그 희귀성은 남다르지요.”


마법사가 나를 쳐다보며 탐욕스러운 눈빛을 내비쳤다.


마치 내 몸을 해부해보고 싶다는 눈빛 같다.

그때 케비어가 말했다.


“지금 그럴 때가 아니잖아요, 아버지! 봐요. 제 팔을!”


케비어가 자신의 팔을 가리켰다.

시퍼런 멍이 들어 있다.


나무 덩굴이 세게 쪼여서 그런 거겠지.


“저놈, 사람을 공격했다고요. 다크 엘프 주제에!”


유치원생도 아니고 아버지에게 쫄라 되는 모습이라니, 귀한 집에서 너무 오냐오냐 키웠다.


“케비어.”


루안이 케비어를 쏘아봤다.

케비어는 움찔거리며 고개를 숙였다.

루안은 나를 바라보다가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카심에게 말했다.


“일단은 이 사실은 숨기도록 하죠.”

“이유는?”

“희귀한 만큼, 렌을 노릴 녀석들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아버지 앞에서는 이름을 부르는 거냐?

나는 아니꼬운 표정으로 루안을 노려봤다.


“아무래도 셀리아스 백작가와의 약혼이 진행 중입니다. 약점을 보여서 좋을 게 없습니다.”


경쟁 가문에서 나를 노린다는 의미겠지.

카심은 마법사를 쳐다봤고, 마법사는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당주님의 명에 따르겠습니다.”

“좋다, 당분간은 모두 입 다물고 있도록.”


모두가 끄덕였다.

그때, 창가에서 묘한 인기척이 느껴졌다.


시선을 돌려보니, 닫친 창가로 까마귀 한 마리가 난간에 내려앉아 있다.

카심이 말했다.


“시간이 늦었구나. 셀리아스 가문의 영애와 아침 식사를 하려무나.”


루안이 나를 힐끔 쳐다봤다.

동정 어린 시선이다.


루안은 알고 있었나 보다.

다크 엘프 렌이 그의 약혼녀에게 마음을 품고 있다는 것을.

루안이 뜸 들이다가 입을 열었다.


“렌, 너도 같이 가자꾸나.”

“...”


나는 인상을 찌푸렸다.

느낌이 이상하다.


약혼녀 앞에서 자랑질하려는 건 아닐 테고, 말투에 배려심이 담겨 있다.

그러고 보니 지금까지 루안이 한 행동들이 마음에 걸린다.


가문의 당주, 카심 아르티오가 루안을 보며 말했다.


“렌을 데려갈 필요가 있겠느냐?”

“형수가 될 여자입니다. 인사 정도는 나뉘어야지요.”


카심은 고민 끝에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다. 렌, 너도 식사 자리에 참가하거라. 단, 실수하지 마라.”


그 말에 가슴 속이 울렁거린다.


감정을 제어해야 한다.

나는 심호흡을 했다.


루안과 카심, 케비어와 마법사가 방을 나갔다.


케비어가 나가기 전 나를 보며 손으로 목을 긋는 시늉을 하며 중얼거렸다.


‘넌 나중에 뒈질 줄 알아.’


저 녀석 정신 연령이 어떻게 되는 거야?


나는 어이없는 표정을 지을 때였다.


툭-! 툭-!


까마귀가 창가를 향해 부리를 콕콕 찌르고 있다.

나는 그 까마귀를 쳐다봤다.


다시 부리를 쿡쿡 찌른다.


창가를 열어달라는 듯한 동작이다.


창가로 다가가며 생각에 빠졌다.

영화나 게임, 소설 속 드루이드들은 동물과 대화가 통한다고 하던데, 혹 이 경우에도 가능할지 궁금했다.


작은 호기심이 동할 때, 까마귀가 부리를 열며 말했다.


ㅡ문 열어, 멍청아!

“...”

ㅡ안 열어?


까마귀가 말하고 있다.


역시 판타지 세계.

까마귀가 말하는 것도 흔한 일인 걸까?

이제 더는 놀랄 것도 없었다.

나는 황당함에 창문을 열었다.


까마귀가 안으로 들어오고는 테이블 위에 앉았다.


ㅡ빌어먹을, 천상에서 내려오고 네놈을 찾는데 얼마나 고생한 줄 알아?


찾아왔다고?

나는 까마귀를 보며 멍한 표정을 지었다.

욕을 내뱉는 까마귀가 불평하고 있다니.


혹시 꿈일까 싶어 볼을 잡아당겼지만 아프다.


“너는 또 뭐야?”


나의 물음에 까마귀가 목에 힘을 주며 말했다.


ㅡ나? 메시아님이 보내주신 신수(神獸), 후긴.


까마귀가 나를 보며 눈을 가늘게 떴다.


ㅡ너를 구해주러 온 조력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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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말

내일은 아침에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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