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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서자인 다크 엘프는 드루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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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꾼
작품등록일 :
2019.07.21 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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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0.25 2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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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0.23 2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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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지하의 또 다른 마을.

DUMMY

따뜻한 아침 햇살 속에서 루안과 케비어가 집으로 돌아왔다.

그 둘은 변화된 앞마당 앞에 서서 온몸이 굳어졌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냐.”


항상 평정심을 유지하던 루안은 이번만큼은 곤혹스러운 목소리를 냈다.


“...”


케비어는 아무 말 없이 정면을 주시하며 눈을 휘둥그레 떴다.


“그 뭐시냐.”


나는 루안의 시선을 피했다.


“건강을 위해 유기농 농사나 작게 지을까 하고.”

“작게?”


루안이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의 반응은 당연했다.


분명 드루이드는 멋진 직업이다.

잡초가 무성하고 돌부리만 있던 땅에 수많은 식물을 자라나게 하였으니까.

다만, 내가 상상하던 것과는 차원이 달랐다.


잭과 콩나물처럼 하늘 높이 솟구치거나.

아름답고 균형 있는 작은 밭이 만들어질 줄 알았다.


하지만.


“...하프, 네가 뭔 짓을 했길래 저렇게 된 거냐.”


눈앞에 있는 건 밀림이었다.

잡초와 약초 식물이 마치 갈대밭처럼 무성하게 자라났다.


담장 넘어서도 꾸불꾸불 튀어나올 정도.


또 이 세계의 호박은 자생 방식이 다른지, 이끼가 낀 굵직한 나무줄기가 주택을 완전히 감산 채 주렁주렁 호박을 맺고 있다.


밀림 속 폐가.

그러한 느낌이 강했다.


머리 위의 후긴이 혀를 차는 소리를 냈다.


ㅡ아무렇게나 심으니까 이래 되지.

“나도 이런 혼종이 나올 줄은 몰랐어.”


설마 잡초를 포함, 저렇게 무럭무럭 자랄 줄 누가 알았겠는가.

루안은 관자놀이를 꾹꾹 눌렀다.


“렌, 네 힘이 대단하다는 건 알고 있다. 혹 해가 될까 숨기고 있다지만, 네가 이렇게 대놓고 보이면 어쩌자는 것이냐.”

“잠깐의 실수였습니다.”


다음에는 잡초를 뽑고, 씨앗을 가지런히 심어야겠다.


“...아직 갚을 빚도 많건만.”


루안의 진짜 속마음이 나왔다.


나는 손을 뻗어 갈대밭처럼 솟아오른 약초들을 만져보았다.

린호의 설명으로는 약초 꽃은 한 송이에서 두 송이가 끝이라고 했다.

하지만 지금 피어난 꽃은 마치 장미처럼 곳곳에 피어나 있다.

이파리도 길쭉하다. 짙은 마나의 향기도 느껴진다.

원래 이런 것일까?


“그래도 이것들을 팔면 돈 좀 되겠죠.”

“무슨 꽃인데?”


케비어가 질문을 해왔다.

식물에 무지한 그는 여기에 피어난 것들이 상당히 비싸다는 걸 모를 것이다.

나는 케비어와 루안을 보며 말했다.


“포션 원료 및 치료에 쓰이는 약초들입니다.”


* *


농부 복장을 했다.

밀짚모자에, 가죽신을 신고 멜빵 방지를 한 채 장갑을 낀 손으로 조심스레 꽃을 수집했다.


루안과 케비어는 밤새 어딘가를 갔다 온 모양인지 피곤해 잠을 청하고 있었다.


약초를 수집해 가방에 꽉꽉 채워 넣었다.


약초의 꽃잎과 이파리, 그 수준에 따라 가격이 달라진다고 하니, 일단 샤린이 있던 꽃가게에 가봐야 할 것 같다.


그곳에서 감정을 받아보고 팔 수 있다면 팔아야겠지.

머리 위에 있던 후긴이 말했다.


ㅡ더럽게 많네.

“그러게.”


가방에 꽉꽉 채워 넣었음에도 감당이 되지 않았다.

나는 강철 호박 하나를 따다가 단검으로 내려찍었다.


“...단단해.”


손이 저리다.

단검으로 내려찍고도 호박은 깨지지 않았다.

흠집이 조금 날 뿐.


“무기로 썼다는 말이 있던데 정말이구나.”


머리에 후려치면 한방에 훅 갈 거 같다.

나는 손에 힘을 해방했다.

곰의 손바닥이 튀어나왔다.


고통에 인상을 찌푸리면서도 손가락에 툭 튀어나온 손톱으로 호박을 도려냈다.


안에 달곰한 향기가 흘러나왔다.

맛을 보니 달달한 꿀을 먹는 거처럼 일품이다.


“맛있어! 비싼 이유를 알겠네.”

ㅡ나도, 나도!


호박 일부를 후긴에게 내밀자, 후긴이 집어먹고는 몸을 떨었다.


ㅡ맛있네!


나는 호박 껍질과 씨를 수집했다.

일단 팔고 오는 게 좋을 거 같다.


“이왕 가는 김에 로제의 저택에 들러야겠어. 지하 투기장이 어디에 있는지 물어봐야 하니까.”


그곳만 알면 경매장도 연결될 테니, 보다 많은 아이템을 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후긴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ㅡ모르는 거냐? 네가 소설 속에서 언급한 내용이잖아?

“오크 우두머리인 발칸 때 잠깐 나온 거야. 실제로는 어떤 곳인지는 나도 몰라.”


작중 설명으로는 범죄가 막연한 곳···. 이라고만 묘사되어 있다.

그 후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았기에, 실제로 어떤 곳인지는 나도 모른다.


ㅡ그럼 못 찾는 거네?

“그래서 로제에게 묻는 거야.”


나는 짐가방을 들었다.

편안한 여행용 복장으로 갈아입고, 강철 호박의 껍질과 씨 가방에 넣었다.


자리를 옮겨 페르마 영지의 시장거리에 나왔다.

가장 먼저 찾아간 곳은 샤린이 있던 꽃가게였다.

다만 오늘은 휴일인지 문이 닫쳐 있다.


“다른 곳으로 가봐야 하나.”


아쉬운 마음에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가까운 가게라도 찾아갈 생각이었다.

그때, 용병들이 천막이 덮인 수레를 끌고 갔다.

로브를 깊게 뒤집어쓰며, 얼굴을 완전히 가린 수상한 이들이다.


그 때문일까?

순찰하던 경비대가 그들을 불러세웠다.

검문하듯이 하더니, 용병들이 품에서 돈주머니를 꺼내어 경비대에게 주었다.


잠시 후 수상한 용병들은 무사히 통과되었다.


수레가 내 옆을 스쳐 지나갔다.

그때 인간의 언어가 아닌 다른 언어가 들려왔다.


-엄마, 엄마!

-더럽고 추악한 인간 놈들!

-여보, 우리는 이제 어찌 되는 거죠?

-놈들은 우리를 구경거리로 만들 생각이야.


들려오는 말소리들.

[메시아 시스템]이 그 모든 걸 번역해 들려주었다.


시선이 자동으로 지나가는 수레로 향했고, 수레가 덮인 천막 사이에서 무언가가 실오라기 같은 것이 떨어져 내렸다.


허리를 숙여 그것을 잡고 들어 올렸다.


털?


황금색 털이다.

시선을 다시 수레로 향했을 때.

용병들과 함께 골목길로 들어가는 게 보였다.


설마 이런 퍼런 대낮에 사람을 납치했을 리는 없을 테고.

도대체 정체가 뭐지?


ㅡ왜 그래?

“뭔가 범죄의 향기가 풀풀 풍겨서.

ㅡ뭐?


나는 오크 사건 때를 떠올렸다.

그러고 보니 오크들을 결투장에 보내지 않았던가.

이번에도 그렇지도 모르겠다.

발걸음을 옮겼다.


골목길에 접어들었다.


밝은 대낮임에도, 주변의 빨랫줄과 건물과 건물 사이에 덮은 천막 때문에 어두워 보인다.


빈민가의 가난한 아이들이 뛰어놀고 있다.

일부러 나에게 부딪쳐 물건을 훔치려는 아이들을 재빨리 피했다.


더욱 깊숙이 옮기자, 요염한 여인들이 벽에 기대어 나에게 손짓했다.

나는 그들을 무시했다.

더욱 깊이 들어가자, 폭력을 행세하며 돈을 갈취하는 자, 약에 찌든 자들이 보인다.


이거, 길을 잘못 들었나?


모퉁이를 돌 때, 수레가 멈췄다. 어딘가 창고 같은 곳에 넣는 것이 보였다.


로브를 뒤집어쓰고, 가면을 쓴 이들이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아무리 봐도 수상해.


나는 벽에 기대어 서며 호기심에 엘프의 청력을 끌어올렸다.


“이번 물건은?”

“마수의 숲에서 데리고 온 놈들이야.”


마수의 숲?

나는 미노타우로스를 떠올렸다.

그러고 보니 그 녀석, 마수의 숲에 있을 터였다.

후긴의 말로는 계약했기에, 내가 내린 명령에 수행할 것이며, 또한 주종관계로 인해 소환마저 가능하다고 한다.


문제는 소환하는 데 마나 소모가 크니, 직접 데리고 오는 게 가장 좋다고 했다.


“몬스터?”

“수인이다.”


수인?

로브에 하얀 가면을 쓴 자들이 천막을 걷어냈다.


수레는 쇠창살로 덮여 있고, 그 안쪽에는 인간의 형성을 하였으나, 짐승과 뒤섞인 모습을 하고 있는 존재들이 있었다.


꾀죄죄한 털과 짐승의 귀를 가진 자들.


“수인 수렵은 금지가 아니던가?”

“오크 탈옥 사건 이후로 몬스터는 영지 내로 끌고 금지되었어. 오히려 통제되기 쉬운 수인은 눈감아주더군.”


나는 눈을 가늘게 뜨며 수레 안, 건장한 수인 사내 하나를 쳐다봤다.

호랑이와 같은 황금색 털 줄무늬, 머리와 턱, 목 주변을 백색 갈기를 가진 자다.


그에게서 심상치 않은 기운이 느껴졌다.


저놈, 오크 우두머리보다 더한 놈 아니야?


그의 품에는 자신의 아내로 보이는 여인을 안고 있었다.


ㅡ호족(虎族)이네.

“호족?”


호랑이 종류에 속하는 수인 일족일까.


“상당히 강한 놈이야. 이번엔 무패의 크로우가 질지도 모르지.”

“허, 웃기는 소리를 하는군. 그런 놈을 너희가 잡았다고?”

“진짜라니까? 가족을 인질로 삼았던 게 상당히 도움이 컸어.”


자세히 보니, 노인, 남녀, 아이 할 거 없이 모두 수레에 갇혀 있다.


“게다가 ‘네메시스’의 다섯 수장 중 하나, 론덴님께서 특별히 허락하신 일이다.”

“음···. 좋아. 통과.”


수레가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창고 문이 닫힌다.


혹시 저기가 지하 투기장으로 향하는 길인 걸까?


나는 발걸음을 옮겼다.


창고의 정문에 등을 기댄 사내가 나를 쳐다봤다.

하얀 가면을 쓴 인물인데, 입가를 좁히는 것이 의아한 표정을 짓는 거 같았다.


“다크 엘프?”


사내가 주변을 둘러본다. 그리고 나를 쳐다보더니 인상을 찌푸렸다.


“게다가 어리군. 혼자 온 건가? 무슨 일이지. 설마 엘프가 약이 필요해서 온 건 아닐 테고.”


이놈들이 말하는 약은 내가 아는 약과는 상당히 거리가 멀 것 같았다.

예를 들면.

마약이라던가.


“아니면 새벽의 마을에 들어가기 원하는 건가?”


새벽의 마을? 이건 처음 듣는다.

나는 의아함에 사내를 쳐다봤다.


사내는 딱히 뭔가를 숨기려 하지 않았다.

오히려 대놓고 말하는 뉘앙스를 풍겼다.


“그곳에 출입하고 싶으면 말만 해.”


그렇담 나도 숨길 마음이 없었다.


“새벽의 결투장에 대해 아십니까? 경매장 역시 볼일이 있습니다.”


사내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인가 보지? 투기장과 경매장 모두 새벽의 마을에 있는 거잖아. 출입이 가능해지려면 출입증이 필요해. 단, 출입증이 없다면 돈을 대신 내야 하고. 게다가 여기는 뒷문이야. 출입구는 반대편 골목이고.”


정말로 숨길 생각이 없는 건가?

하긴 퍼런 대낮에 경비대에게 뇌물을 준 인물들이다.

아마 이 영지에서, 아니, 국가 차원에서 암묵적으로 묵인해 주는 무언가가 있겠지.


하지만 마을?

단순 투기장과 경매장이 아니라?

내 소설 속 설정과는 다르다.

나는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


“돈만 주면 출입할 수 있습니까?”

“가능은 하지. 돈만 준다면. 다만 조건이 있어.”


사내가 손가락으로 나를 가리키며 말했다.

정확히는 내 얼굴을 가리켰다.


“가면을 써야 해.”

“가면?”

“그게 규칙이니까. 상대의 비밀은 그 누구도 알아서는 안 돼.”

“...”


별로 까다로운 건 아니다.


“출입비가 얼맙니까?”

“은화 10닢.”


더럽게 비싸네.


“원한다면 뒷문으로 출입해도 돼. 단.”


사내가 검지와 엄지로 동그라미를 그렸다.


“돈은 더 줘야 해. 은화 15닢.”


나는 한숨을 내쉬며 품속에서 돈을 지불했다.

그는 창고 문이 아닌, 발밑의 하수구로 향하는 배수로를 열었다.


“돈도 받았군. 그럼 들어가.”

“잠깐만, 거기로 들어가란 말입니까?”

“걱정하지 마, 여기는 조직원들이 들어가는 길이라 깨끗해. 특별히 제공해주는 거야.”


나는 배수로 밑을 내려다봤다.

지하로 향하는 깔끔한 돌계단이 보인다.


“가면은? 원한다면 팔아줄 수도 있어. 하나당 은화 5닢.”

“안 사요.”


미쳤다고 사겠는가?

사내가 아쉽다는 표정을 지었다.


“가면은 있나? 가면과 출입증이 없다면 돌아가야 해. 그리고 다시 들어갈 때는 돈을 지불해야 하고. 그게 규칙이야.”

“가면이라면 있습니다.”


나는 가방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커다란 호박을 꺼내 들었다.


ㅡ그게 가면?

“그게 가면인가?”


후긴의 말에 나는 혀를 내둘렀다.

사내는 의아함에 묻는다.


커다란 호박이 어떻게 가면이 될 수 있느냐겠지.

나는 씁쓸한 표정으로 호박을 쳐다봤다.


나 혼자 할로윈 기분을 좀 내야 할지도 모르겠다.


* *


계단을 타고 내려갔다.

상당히 깊다.

무려 5분 동안 계속 내려가기만 했다.


지하 수백 미터는 파놓은 거 같다.


내려가는 동안 곰의 손바닥으로 호박을 손질했다.

역삼각형 눈 모양을 만들고, 삐쭉삐쭉 입 모양을 만들었다.


어느새 출입구로 보이는 철문에 도착했다.

나는 호박을 머리에 뒤집어쓰고 철문을 열어젖혔을 때.

눈 부신 빛이 찾아왔다.

시야는 금방 적응이 되었고, 지하에 있는 거리를 볼 수 있었다.


“...이건 마을이 아니라 도시잖아.”


지하 깊은 곳.

햇빛이 닿지 않는 그곳에는 거대 도시가 펼쳐져 있었다.

사방이 시장 거리처럼 보인다.

다양한 천막이 처져 있고, 상가처럼 보이는 건물들이 줄지어 세워져 있다.


길거리에서는 온갖 물품들을 팔려는 상인들이 가면을 쓰고, 그것을 사는 손님들도 탈을 쓰며 정체를 숨겼다.


용병으로 보이는 자, 귀족으로 보이는 자.

그리고 범죄자로 보이는 자들이 상당하다.


왜 새벽의 마을이라는지 알 거 같다.

빛이 없어 주변에 횃불과 화로, 그리고 마나석을 이용한 불빛만이 주변을 밝혀주고 있다.


은은한 불빛 속에서 모두가 화려하거나 위압감이 있는 가면을 썼다.

거리를 걷던 이들이 잠시 멈춰서 나를 보며 비웃었다.


“호박?”

“저건 또 무슨 웃긴 호박이야?”

“저건 가면이라고 할 수 있나?”


나는 우스워 보이는 호박탈을 쓰고 있었다.

마치 할로윈 파티에 온 잭 오 랜턴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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