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성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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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시현kain
작품등록일 :
2019.07.22 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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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0.1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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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8.0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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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 3 성좌라는 것 -完-

DUMMY

악마의 몸이 무너져 내리자 매개체 역할을 하던 것이 나타났다.


강혁이었다.


정확히는 텅 빈 강혁의 몸을 조종하는 것이라고 해야겠지.


【당신의 격이 낮아 대상을 직관 할 수 없습니다.】


놈은 꼭 우아한 귀부인처럼 사뿐한 동작으로 착지해 눈웃음을 쳤다.


조로아스터 중 어느 놈이 내려왔을지 궁금했는데 놀랍게도 본인이 직접 강신한 모양이다.


앙그라 마이뉴.


별칭 세상의 모든 악.


선악의 이원론을 기본으로 하는 조로아스터교 최고의 악신으로 세상 모든 악하고 더러운 것의 어머니.


절대악을 대표하는 성좌중 하나인 그녀가 눈앞에 있었다.


혹시 유성아가 달려들까 걱정스러워 고개를 돌려봤지만, 강신한 상태와 싸워봐야 본인만 손해라는 정도는 알고 있는지 눈에 힘을 주고 노려볼 뿐이었다.


“오랜만이군요. 흑백.”


“그래 오랜만이네. 별로 반갑지는 않다.”


“그건 저도 마찬가지랍니다. 그날 이후로 다시는 볼일이 없어서 얼마나 기뻤는데 *** 이런, 필터링에 걸리는 군요.”


이걸로 두 번째다.


처음 신성을 되찾았을 때 아레스도 나에 대한 무언가를 말하려 했지만, 필터링에 걸렸었다.


“뭐, 그런 것은 아무래도 좋습니다. 그 사이 머리까지 멍청해진 게 아니라면 제가 강신한 이유정도는 알고 있으시죠?”


그녀는 내 손위에서 소용돌이치는 마기의 덩어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악마가 죽은 후 흩어지는 마기를 억지로 끌어 모은 것.


정확한 개념은 아니지만 억지로 말한다면 악마의 영혼이나 심장쯤 되는 것이다.


“뭐, 돌려달라고? 난 또 나 몸보신 하라고 보내준 줄 알았지.”


“당신도 성좌라면 적당히 권위를 가지고 행동하세요. 아랫것들이 당신의 행동이나 말투를 보고 성좌를 어떻게 생각하겠습니까?”


“이기주의에 쾌락주의자. 지들 멋 대로에 스테이지 진행이 마음에 안 들면 신성까지 때려 박아서 이야기를 비트는 이상한 새끼들이겠지.”


“한 번 땅에 떨어지고도 입은 살아있군요.”


“그 땅에 떨어진 놈 하나 맘대로 못하는 게 입만 살았네.”


딱 보기에도 불쾌한 얼굴이었다.


“아무튼 그거나 내놓으시죠.”


“싫은데?”


“정녕 저희랑 전쟁을 해보시겠다는 건가요?”


“오, 조로아스터의 절대 악 계열의 성좌들? 무시무시하지. 전부 나한테 얻어맞은 놈들이잖아?”


“...당신은 아무래도 지금도 전성기 때처럼 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보네요?”


명확할 정도로 짜증서린 얼굴에 확신이 섰다.


“야 앙리.”


그녀는 갑자기 애칭으로 불리자 당황했는지 몸을 흠칫 떨었다.


“넌 연기에 소질이 없다고 말했잖아.”


딱 거기까지 말하고는 나는 마기의 덩어리에 신성을 부어넣었다.


사실 내가 떨어진 곳이 마수의 숲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부터 이상하기는 했다.


단순히 시간을 벌 목적이라기에는 그곳은 내가 회복할 최적의 장소이기도 했으니까.


“이까짓 걸로 내 호의라도 사보려고 했냐?”


순백의 불꽃이 마기를 정화하는 모습을 본 앙리의 표정이 차갑게 얼어붙었다.


“그래, 넌 진짜로 화나면 오히려 표정이 없어지지. 신성을 얻고 성좌에 오르고도 못 고친 네 나쁜 버릇이야. 도발하는 걸 보니까 이걸 나한테 먹이고 싶은가본데. 난 너희가 원하는 행동을 해줄 생각도 없고, 너희한테 이딴 걸 받고 싶지도 않아.”


마기에 절어있던 강혁의 몸이 신성을 견디지 못하고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당신...”


“나는 분명 너희와 휴전을 했어. 세상 모든 성좌를 하늘에서 떨어트리는 것은 포기했고, 또 지금은 성좌들을 이해하기도 해. 나름 공감하기도 했지.”


이미 강혁의 몸은 절반 이상이 사라져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내가 너희를 용서한건 아니거든. 나는 어떤 성운에도 소속될 생각이 없어. 너희가 어떤 짓을 했는데? 원한도 증오도 남지 않았더라도 내가 너희에게 호의를 보일 날은 절대로 없을 거야.”


“...당신은.”


“그러니까 꺼져.”


신성의 불꽃이 한층 커다랗게 불타고 강혁의 몸이 완전히 부스러졌다.


손 위에는 마기가 완전히 정화된 순수한 기운만이 남아있었다.


마수와 신수들을 쓰러트리며 얻은 영단을 모두 합쳐도 이것과는 비교도 안 될 것이다.


이것은 레플리카가 아닌 진짜 악마의 힘을 품었으며, 재물로 바쳐진 NPC들과 플레이어들의 영혼의 힘까지 머금고 있는 보물이니까.


어쩌면 이것까지 온전히 흡수한다면 격이 한 단계 정도는 더 오를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이것을 직접 사용할 생각은 없다.


“이번에 탑에 개입하면서 신성도 많이 잃었을 텐데 거기서 보고나있어라.”


나는 그녀가 가장 싫어할 방법으로 이것을 사용할 것이다.


“야, 유성아.”


왜 부르냐며 눈을 부라릴 줄 알았는데, 왜인지 유성아는 얌전했다.


“이거 너 해라.”


【성좌 세상의 모든 악이 무슨 짓이냐며 당신을 규탄합니다.】


필요 없다며 버릴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그녀는 의외로 순순히 심장을 받아들였다.


다만 그녀는 그것을 바로 삼키지는 못하고 주저하다 입을 열었다.


“...동료를 믿는 게 아니라고 했지? 결국 그럼 나와 네가 뭐가 다르다는 거지?”


아무래도 싸움이 시작되기 전에 내가 한 말이 마음에 걸리는 모양이었다.


“나는 어떤 상황에서도 내가 이기는 것을 의심하지 않는다.”


“뭐?”


“처음 만났을 때도 말했는데 기억 안 나냐? 너의 심상은 패배로 가득해. 너는 강하지만 덜 아프게 패배하는데 익숙할지언정 아프더라도 승리를 거머쥐는 법은 모른다.”


유성아는 걸리는 것이 있는지 뜨끔한 얼굴이었다.


“너는 말이다. 꼭 싸워서 져도 괜찮은 사람처럼 싸워. 당장에 집중하지 않는 건 아닌데. 조금 불리하거나 예상 밖의 일이 일어나면 바로 전의가 줄어들지. 싸우기는 하겠지만 지더라도 문제는 없다. 그런 느낌이야.”


유성아는 아무 말도 없이 입술을 꽉 깨물고 있었다.


“내가 여기에 도착했을 때도 넌 그런 느낌이었다. 너보다 몇 수는 아래인 놈들이랑 싸우고 있는데 아직 도저히 싸우지 못할 상태도 아닌데 너한테서는 이기려는 의지가 느껴지질 않았어.”


잠시 유성아의 반응을 살피고 말을 이었다.


“격이니 힘이니 하는 것 이전에 너는 그게 문제다. 차라리 죽기 살기로 도망치는 것보다 못해 그래서는 힘의 차이가 어지간히 나는 게 아니라면 이길 수 없어.”


“...마음가짐 문제라고?”


“간단하게 말하면 그렇지.”


유성아는 인정하고 싶지 않은 듯 했지만, 부정도 하지 않았다.


은연중에 자신에게 그런 부분이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있었겠지.


그녀는 잠시 생각하더니 뭔가가 떠올랐다는 듯이 자신의 손을 바라보며 물었다.


“그런데 이건 왜 준거냐?”


“응?”


“쟤 엿 먹으라고.”


하늘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하자 잠시 멍하던 유성아는 이내 피식 미소 지었다.


“뭐야 그게.”


그렇게 오래 된 사이는 아니지만, 처음으로 본 그녀의 독기가 빠진 모습이었다.


*


성아와 헤어진 뒤 합류하자 나래와 나리가 삐져있었다.


“소현아 우리가 싸우는데 도움이 안 된 건 알아. 그래도 그게 그렇게 강해질 수 있는 거면 나나 언니한테 줄 수도 있는 거 아닐까?”


평소와 다른 조곤조곤 타이르는 말투가 꼭 성질 나쁜 꼬마라도 대하는 것 같아서 조금 기분이 나쁘다.


“나리야 그러지마, 바쁘셨겠지. 따로 떨어진 우리는 걱정도 안 될 정도로 바쁘셨으니까 아주 생각도 못하셨겠지.”


아무래도 내가 수인 아이들에게 오러를 가르친 것과 성아에게 악마의 심장을 건네준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이었다.


그러면서도 이쪽을 힐끔 거리는 것이 꼬리도 없는데 꼭 여우같다.


“신수님 이 분들이 수련 중에 계속 말씀하셨던 그 분들인가요?”


수인 아이들 중 유독 흰 털을 가진 여우 꼬마가 끼어들었다.


오러를 가르칠 때 유독 배우는 것이 빨라 부대장을 맡긴 아이 소월이었다.


물론 나는 수련 중에 나래와 나리에 대해서 말한 적은 한 번도 없다.


아이 치고는 눈치가 빠른 소월이 적당히 보충해 준 것이다.


나래와 나리가 조금 기분이 좋아졌는지 정말이냐는 얼굴로 나를 바라봤다.


미소로 응답해주자 둘의 표정이 조금 밝아졌다.


“무슨 소리냐 소월. 신수님께서는 그런 말씀을 하신 적 없으시다. 저분을 모함하지 마라.”


그리고 이어서 끼어든 것은 수인 아이들의 대장으로, 내게 처음 질문을 던졌던 아이이기도 한 늑대 소년 흑아였다.


흑아는 솔직한 것이 장점이지만 분위기를 그 만큼 조금 마이 페이스인 아이이기도 했다.


웃는 얼굴 그대로 고개를 저었다.


나래와 나리의 표정이 다시 썩어 들어갔다.


사람이 그렇게 죽었는데 장난을 치는 것을 보니까 아직 실감이 나질 않는 것 같았다.


“너희 것도 챙겨왔거든.”


진짜로 화난 것도 아니겠지만, 저 애들한테 줄 영단도 챙겨오기는 했다.


슬슬 필요할 시기가 되기는 했으니까.


“오러는 오늘부터 가르쳐 줄 거고. 어차피 악마의 심장은 너희가 먹으면 못 견디고 죽어.”


오러를 가르쳐준다는 말에 나래는 기분이 좋아졌지만 의문이라는 듯이 물었다.


“탑 공략도 해야 하는데 오러 라는 건 그렇게 쉽게 배울 수 있나요?”


아무래도 탑을 오르면서 수련까지 할 자신이 없는 모양이었다.


“너희는 재능이 있는 편이니까 아마 수련에만 전념하면 두 주 정도 걸리겠지.”


“수련에만 전념이요?”


“그래, 한 며칠 탑 공략은 쉴 거야.”


“네? 그래도 되요?”


“소현아 장난인데 무리해서 공략까지 쉴 건 없어.”


나래는 놀란 것 같았고, 나리는 당황한 모양이었다.


“너희 수련이 아니어도 며칠 쉬려고 했어 어차피...”


다른 놈들도 탑을 올라갈 상태는 아니고, 무심코 내뱉을 뻔 했지만 애들 앞에서 할 말은 아닌 것 같아 두 번째 이유를 들었다.


“어차피 무기도 새로 장만해야하고 또 너희도 가끔은 쉬어야지.”


“어...? 우리 별로 안 힘든데?”


나리가 그렇게 말했지만, 육체가 강하진 만큼 티가 안날뿐이다.


육체의 피로만이 피로는 아닌 법이다.


그동안 어린 몸으로 내가 시키는 훈련도 소화했고, 내 공략 페이스에 맞춰서 행동했는데 지치지 않았을 리가 없다.


나는 성좌지만 이 애들은 아니었으니까.


딱 적기였다.


금호 길드는 망했고, 다른 길드는 반파상태다.


유성아도 심장의 기운을 받아들이는데 시간을 쓸 것이다.


오러를 다룰 수 없으면 다음 층으로 가기 힘들기도 했고, 부러진 무형검을 대신할 것도 찾아야한다.


또 수인 아이들을 이곳에 버려두고 갈 수는 없으니 이것저것 처리할 절차도 있다.


이렇게 상황이 잘 맞는 경우는 거의 없다.


무엇보다 꼭 그런 이유가 아니더라도


“가끔씩은 쉬어도 괜찮아.”


원래 너무 달리기만 한 말은 목적지까지 가지 못하는 법이다.


작가의말

n357_kimtaein03 님이 추천글을 작성해주신 덕분인지 선작 많이 늘었습니다! 인기 작가분들에 비하면 한 없이 부족한 글 솜씨인데 추천해주시는 분이 계서서 감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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