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착한 이세계가 평행세계의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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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산우
작품등록일 :
2019.07.22 2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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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8.12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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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7.27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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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 이세계에서의 적응

DUMMY

ㅡ 콰과광!


넓은 공터에 마법이 지면에 충돌하며 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성운과 혜인이 있는 곳은 마법사관부 안에 있는 혜인의 사무실로, 겉에서 보면 평범한 방이었으나 안쪽은 마법을 걸어 널찍한 공터로 바꿔놓은 채였다.


성운의 기질이 깨어나는 것을 극도로 경계하는 상부의 눈을 피하기 위해 임시로 만들어진 곳이지만, 하루 몇 시간 씩 짬을 내어 연습하기엔 안성맞춤이었다.


“헉, 헉. 실장님···.”

“어허. 빨리 빨리 일어나!”


마법방어술로 간신히 막아내었으나 힘에 밀려 데굴데굴 굴러난 성운이 힘겹게 땅을 짚고 일어났다.

학창 시절 수재였다는 혜인의 말은 과언이 아니었다.

서글서글한 인상과 중요한 서류들을 들고 다니며 일정을 외우기도 하는 똑부러지는 성격 탓인지, 필기 과목에 두각을 보일 것 같았던 혜인은 의외로 실기 마법에 아주 능통했다.


오전 내내 혜인의 옆에 붙어서 밀린 과목들을 공부하고, 오후에 두 세 시간가량 마법을 실제로 쓰는 연습을 하는 성운은 말 그대로 죽을 것만 같았다.

마법을 쓴다는 것은 의외로 이론적인 부분이 차지하는 역량이 꽤 컸다. 이론적으로, 몸으로 어느 정도 이해를 하는 것이 제일 기초적인 것이었다.

단숨에 순간 이동을 쓰거나, 물건을 옮기거나, 하늘을 날아다니는 마법을 배울 줄 알았던 성운은 조금 풀이 죽었다.


“일어나! 그렇게 굼떠서 어떻게 다른 애들을 따라잡을 수 있겠어?”


혜인은 공부를 가르칠 때면 일부러 날을 세워서 말하고는 했다.


“다시 한 번, 간다! 마법을 막아내고 반격해. 알겠어?”


성운이 고개를 끄덕이기 무섭게 혜인이 마법을 쏘았다.


“으윽!”


성운이 다시 한 번 땅바닥을 굴렀다. 이미 얼굴과 몸은 흙투성이였다.

공격 마법을 튕겨내는 성질이 있는 두툼한 로브를 입지 않았다면 이미 이곳저곳에 상처가 나고 옷이 잘게 찢겼을 터였다.


“성운아!”


전과는 달리 쉽사리 일어나지 못하는 성운에게 혜인이 뛰어갔다.

성운은 입술을 깨물며 힘겹게 몸을 일으키려 하고 있었다.


“괜찮니?”


차갑던 목소리랑은 달리 이번엔 걱정이 가득한 목소리였다.

어쩐지 눈물이 날 것 같아서 성운은 고개를 아래로 떨구고 주억거렸다.


“아직은 너무 버거울까? 훈련 강도를 좀 낮출 수도 있어. 응?”

“아뇨. 일부러 더 굴려달라고 한 건 저인데요.”

“평생 마법을 써본 적도 없잖아. 벌써 방어술을 쓰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거야.”


성운이 원래 세계에 있을 때, 아이들이 성운을 피하며 은연중에 무시했던 것은 성운이 우등생이 아니었기 때문이라는 이유도 있었다.

부모도 다른 가족도 없이 겉도는, 공부도 못 하는 아웃사이더. 그것이 성운의 이미지였다.

그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성운은 더욱 더 열심히 노력하고 있었다.

새로운 학교에서는 누구보다 잘 해내서 더는 무시 받지 않으리라. 현재 성운의 목표였다.


“성운아.”


그것을 어렴풋이 눈치 챈 혜인이 성운을 부드럽게 불렀다.


“너 아주 잘 해내고 있어. 너무 자신을 몰아세우는 건 좋지 않아. 알겠지?”


사춘기의 애들은 아주 섬세하고 어려웠다. 속내를 짐작할 수 있다한들 조금이라도 아는 척을 해버리면 상처받아 꽁꽁 숨기 마련이다.

-성운의 자존심이 워낙 센 탓도 한 몫 했지만- 같은 동성이라면 조금 더 다가가기 쉬웠을 텐데. 혜인의 눈에 안타까움이 어렸다.


“괜찮아요. 한 번 더 갈게요.”

“공격마법의 법칙을 한 번 더 생각해봐.

방어술은 공격을 맞기 직전에 쓰는 게 아니라, 예상해서 막은 후에 공격을 하는 거야. 알겠지?”


가늘고 얇은 지팡이를 휘두르는 혜인은 지적인 선생님처럼 보였다.

실제로 꿈이 선생이었다는 혜인은 가르치는 것에 익숙했으며, 살면서 마법을 한 번도 써본 적이 없는 성운에게 가르친 지 사흘 만에 마법을 운용하게 만드는 데에 성공했다.

하지만 성운이 마법을 막아내는 것은 스스로의 본능이었다.

방어술을 완벽히 익혀서 자유롭게 쓴다기보다는 엉겁결에 튀어나오는 반사 신경처럼 공격 마법에 맞기 직전에 엄청난 출력으로 터져 나오고는 했다.

마법 방어술을 고학년에 접어들 쯤부터 배우는 것을 생각하면 아주 뛰어난 일이었으나, 성운은 만족하지 못했다.


‘상대방의 흐름을 느끼면서 내 힘을 폭발시킨다는 느낌으로···!’


성운은 혜인을 노려보았다. 주문이 따로 없는 무언 마법들이 주를 이루기 때문에 아무래도 눈치로 승부를 봐야할 것 같았다.


ㅡ!!!


‘앗!’


무언가, 말로 설명할 수는 없지만 몸으로 어떠한 힘을 느낀 성운이 방어막을 펼쳤다.

아까와는 확연히 다른 느낌이었다.


ㅡ쾅!


다시 한 번 마법이 성운과 충돌했으나 이번엔 밀려나지 않았다.


‘좋아, 바로 해제하고 이번엔 공격 마법을···!’


지팡이를 휘둘렀으나 공격 마법은 나가지 않았다.


“아, 진짜!”


답답한 마음에 소리를 지르며 지팡이를 몇 번 더 휘둘렀으나 회초리가 허공을 가르는 소리만 날 뿐이었다.


“에휴···.”


성운이 머리를 벅벅 긁으며 자리에 팍 주저앉았다. 혜인이 환하게 웃으며 뛰어왔다.


“성운아! 방금 방어술 성공한 거 맞지?”

“예,”


성운이 무뚝뚝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굳은 표정의 성운과는 다르게 혜인이 기쁜 듯이 환호했다.


“세상에, 정말 대단하다! 이렇게 빨리 배우게 될 줄은 몰랐어.”

“공격 마법은 못 썼잖아요.”


성운이 툴툴거렸다. 혜인이 넉살좋게 찰싹, 성운의 팔뚝을 때리며 말했다.


“그렇게 욕심내다가는 나중에 지친다? 처음부터 그렇게 잘할 수 있으면 다들 학교를 왜 다니겠니?”

“그래도요. 저는 다른 애들보다 입학도 늦잖아요. 뒤처져서 낙제생 취급 받기는 싫어요.”


요즘 들어 성운은 계속 불안해보였다. 수시로 떨어대는 다리나 늘 찌푸려진 얼굴, 아침에 얼굴을 마주할 때마다 제대로 자지도 못한 듯 피곤해 보이는 얼굴이 성운의 걱정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었다.

경장과 혜인이 밝은 얼굴로 ‘너는 정말 잘 하고 있다’며 격려를 해줘도 성운 스스로 느끼기엔 전혀 아닌 듯 했다.

예민한 아이구나, 그 사실을 직감한 두 사람은 숙소에서도 읽겠다며 교과서를 들고 가는 성운을 저녁마다 걱정스러운 얼굴로 바라보는 것이 요즘의 일상이었다.


“그래도 이게 공부보단 쉬운 것 같아요. 재미도 있고.”

“너무 긴장해서 마법이 안 나오는 것일 수도 있어. 내가 보기엔 그런 것 같은데.”

“마법이 그런 거에도 영향을 받아요?”

“물론이지. 네가 마음만 좀 더 편하게 먹는다면 훨씬 달라질 걸. 너무 초조해하지 마.”


완전히 마음에 드는 대답은 아니었겠지만, 그럭저럭 마음이 풀어진 듯한 성운이 아까보다는 밝아진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방어 마법부터 완벽히 익히자. 어때?”

“좋아요.”


성운이 다시 반대편으로 뛰어가서는 크게 팔을 흔들며 신호를 보냈다. 시작하자는 뜻이었다.


‘성운이의 기질 탓일까? 성운이는 만족하지 못하는 것 같지만 마법을 배우는 속도가 아주 빨라. 몸이 본능적으로 방어술을 쓰는 것도 전체적인 마법의 흐름을 배우게 되는 4학년부터나 가능한 일인데···.’


ㅡ슈우우웅


빠르게 힘을 모은 혜인이 순식간에 마법을 쏘았다.


ㅡ파앗


흐름을 읽어낸 성운이 역시 빠르게 마법을 막아냈다.

ㅡ팡


그 뿐만이 아니었다. 방어 마법은 아까와 달리 더욱 견고해져, 그대로 혜인의 공격 마법을 머무르게 하였다가 다시 튕겨내어 지면으로 명중시켰다.


ㅡ콰과광!


마법을 반사시키며 무언가 알 수 없는 힘이 더해져, 위력은 아까보다 훨씬 더 굉장했다.


“이게 무슨···?”


깊게 패인 지면을 바라보며 혜인은 알 수 없는 공황상태에 빠지는 듯 했다. 이 나이에 이런 식의 마법 구성이 가능한 사람이 있던가?

적용되는 수식에 따라 위력은 천차만별인 마법이었으나 성운은 그것마저 뛰어넘은 듯 보였다.

보기만 해도 위험한 이 방식의 마법은 학교에서 가르칠만한 수준은 절대 아니었다. 고급 전투에나 적용될 마법이라 아마, 실전으로 전투를 하는 특수부대에서나 가르칠 터였다.


“실장님?”


어리둥절한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는 성운을 보며 혜인은 그제서야 성운이 가졌다는 ‘기질’을 조금이나마 실감했다.

아직은 기질이 꽃피워지기 전이었지만, 조금 더 시간이 지나고 마법에 익숙해져 사용에 제한을 받지 않는다면 이 아이는 어느 정도까지 강해질까.

죽이고 싶지만 죽이지 못하는 상부의 움직임이 아주 조금, 이해가 갔다.


“어, 어어. 아주 대단해. 성운아. 어떻게 한 거니?”


혜인이 고개를 흔들어 허튼 생각을 지워버리고 성운에게 물었다.


“야구를 한다고 생각했어요. 저 운동신경은 좋아서 공부는 못해도 운동은 곧잘 했거든요.”


야구는 훔들이 활발하게 즐기는 스포츠였다.

일부 위훔들은 굳이 저렇게까지 흙바닥을 뛰어다닐 필요가 있는지도, 저 운동이 재미있는지도 모르겠다며 고개를 저었고 혜인 역시 야구에 대해서는 아는 게 거의 없었으나,

경장이 퇴근할 즈음부터 얼굴을 찌푸리면서도 굳이 TV를 끄지 않고 끝내 관람하는 것을 옆에서 곁눈질로 바라봐 대략적으로나마 알고는 있는 운동 종목이었다.


“야구를 한다고 생각했다구?”

“네. 투수가 상대편 타자에게 공을 던지면 방망이로 쳐내야하거든요. 공이 엄청 빨라서 투수의 몸짓과 전체적인 흐름을 잘 봐야 놓치지 않고 칠 수 있어요.”


그걸 마법으로 한 번 응용해본 거예요, 어렵지 않다는 듯 설명하는 성운의 말이 혜인에겐 굉장히 비현실적이었다.

그러니까 이 애의 말은, 이론은 전부 다 씹어 먹고 그냥 감으로 익혔다는 것인가?

허, 터져 나오는 한숨을 속으로 삼키며 혜인은 성운을 솔직하게 칭찬하기로 했다.


“대단해. 그런 방식은 나도 쓰지 못 할 거야.”

“네? 진짜로요?”


혜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이었다. 학창시절 내내 전교 10등 안을 놓치지 않았던 혜인도 구사할 수 없는 마법이었다. 혜인이 천재라기보다는 노력파인 탓도 있었겠지만.

혜인의 거짓말을 좀처럼 하지 못하는 성격과 뛰어난 마법 실력을 잘 알고 있는 성운은 눈에 띄게 동요했다.

학창 시절부터 수재였다는 사람을, 이곳에서 오래 산 어른을, 그리고 스승을 앞질렀다는 것은 굉장히 묘한 기분이었다.

이래도 되나 싶은 묘한 죄책감과 이긴 것에 대한 죄송함, 그리고 그것을 뒤덮는 기쁨 탓에 성운은 복잡하면서도 기쁜 표정이었다.


“공격 마법도 한 번 써봐도 돼요?”


공부에도 흐름이 있다. 잘 풀리는 순간 맥이 끊기면 감을 다시 찾기가 어렵다. 그러나 오늘 성운은 무리했다.

혜인은 조금 고민하다가 ‘대신 한 번만 더 해보고 오늘은 여기까지만 할 것’이라며 조건을 걸었고 성운은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공격 마법을 막고, 다시 반격. 막고, 반격!’


성운은 속으로 연신 중얼거리며 혜인을 바라보았다. 다시 한 번 빠르게 마법이 쏘아졌고, 성운은 익숙한 듯 막아낸 후 다시 지팡이를 휘둘렀다.


‘힘을 모아서 폭발시킨다는 생각으로···!!!’


힘이 모아지는 것 같기는 한데, 쏘아지는 게 잘 되지 않았다.


‘안 돼. 나가, 나가라고!’


성운은 지팡이를 잡은 손끝을 노려보았다. 힘이 응집되는 게 느껴져 손끝이 뜨거울 정도였으나 뭔가에 막힌 듯 쉽사리 나가지 않았다.


“성운아, 이제 그만 하자!”


마법이 나오지 않는 것을 확인한 혜인이 성운에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그 때, 갑자기 손끝에 모인 힘에서 무언가 서서히 흘러나가는 느낌이 들었다.


“아, 안 돼요! 오지 마세요!”


그 힘은 분명히 혜인을 향하고 있었다.

성운이 필사적으로 지팡이를 내림과 동시에 마법은 엄청난 속도로 튀어나갔고,


ㅡ쿵!!!!!


엄청난 중압감이 느껴지는 소리와 함께 폭발적인 소리가 공터를 메웠다.


“시, 시, 실장님!!!”


성운이 기겁해서 뛰어갔다. 흙먼지가 가득 일어 연기가 자욱했다.


“켁, 케켁, 실장님, 실장님!!!”


지진이라도 난 듯, 엄청날 정도로 갈라져있는 땅이 눈에 들어오자 성운의 눈에 눈물이 고이기 시작했다.


“죄송해요, 실장님. 괜찮으세요? 어디 계세요!”


눈가를 벅벅 닦아내며 혜인을 찾는 성운은 두려움과 혼란에 싸인 채였다.

공격을 한다는 것은 이런 의미였다. 상대방을 다치게 하는 일.

생각해보면 힘을 조절할 줄도 모르는 자신이 쓰기엔 너무나도 위험한 방법이었다.

‘폼 나는’ 마법을 써보고 싶어 혜인을 졸라 훈련을 강행한 자신이 원망스러웠다.


“실장님!!!”


결국 성운의 눈에서 눈물이 뚝 떨어졌다.


작가의말

제목이 너무 평범한듯 해서 바꾸려고 합니다.

평행세계의 이능력자 -> 도착한 이세계가 평행세계의 대한민국


읽어주시는 분들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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