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환한 네크로맨서는 평범히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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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락귀족
작품등록일 :
2019.07.22 23:31
최근연재일 :
2019.08.15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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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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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8.06 2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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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14- 회유하다

DUMMY

그녀는 눈썹을 꿈틀였다. 이철호의 말은 매력적이다. 그러나 그녀가 정성껏 가꾼 숲을 버릴 만한 가치가 있을 거라고 묻는다면 아니었다.

그녀가 사람을 좋아하는 건 맞다. 그만큼 숲도 좋아한다. 만약 누군가 양자택일을 하라고 한다면 숲을 택할 거다.

사람과의 관계는 복잡했고, 숲은 단순하니까.


“전 별로라고 생각해요.”

“어째서지?”

“숲도 사람도 좋지요. 하지만 인간은 단순하지 않답니다.”

“복잡하다 이 말인가?”

“네. 차라리 사람들에게 신경 쓸 바에야 혼자 틀어박혀 있겠어요.”


이철호는 잠시 그녀를 응시했다. 수틀리면 무력을 쓰겠다는 표시였다. 그녀는 겁을 내면서도 굽히진 않았다. 이철호는 그녀를 회유할 방법을 떠올렸다. 간단했다. 집사 스켈레톤에게 눈치를 줬다.


그러곤 이철호는 박수를 두 번 정도 쳤다. 집사 스켈레톤은 다시금 차를 끓였다. 절도 있고 고풍스런 움직임. 화려하기 짝이 없다.


집사의 텅 빈 안와에서 굳은 의지가 느껴졌다. 자신의 차로써 아녜스를 공략하여, 주인에게 충성하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다.

집사는 자신의 기술을 선보였다. 공중으로 띄운 주전자에 뜨거운 물을 정확히 쏘아 보냈다. 그것을 유려한 솜씨로 받아냈다.

차를 따른다. 능숙한 손놀림으로 비웠다. 십 수 잔의 차가 순식간에 완성되었다. 아녜스는 이게 웬 떡이냐는 듯 마셨다.


“참 맛있네요.”

“매일 이렇게 차를 차려주지.”

“고백인가요?”

“아니.”

“참 아쉽게 됐네요.”

“여하튼 내가 원하는 건 간단해. 이 숲을 넘기는 것과 네가 협조하는 것.”

“한 가지가 늘었네요.”


그녀가 피식 웃었다. 저 남자는 항상 급해보였다. 무엇을 할 때도 번갯불에 콩 구워 먹 듯 처리하려는 성향이 강했다.

필요이상으로 냉혹하기도 했다. 욕심도 많았다. 그러나 모든 것에 진심이었다. 그녀는 동의했다.


“알겠어요. 근데 대체 제가 뭘 도와드리면 되는데요?”

“많이 필요할 테니까. 그때마다 부르지.”

“제가 그렇게 시간이 많은 줄 아세요?”

“많잖아. 하는 게 없는데.”

“참 정곡을 잘 찌르시네요.”


이철호는 아녜스라는 카드를 얻었다. 그녀는 자칭 신인 메이오세아와 마드레드보다 더 쓸만했다. 그들은 가진 힘에 비해 무능한 데 반해, 그녀는 그들보다 약한 대신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유능했다.

일단 공간 마법의 권위자라는 것부터 그렇다. 그녀가 해석하지 못하는 공간은 거의 없다시피 했다.

그는 게이트도 마찬가지 일거라 생각했다. 그는 어떻게 만든 공간인지 모르지만, 그녀라면 해석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졌다.


“여하튼 약속한 거죠?”

“그래. 매일 끓여주지.”


그녀는 차를 음미했다. 많은 차들이 그녀의 눈앞에 있었다. 굳이 욕심내서 빠르게 마실 필요가 없다.

그럼에도 빠르게 사라졌다. 그는 숲을 바라보며 잡생각을 했다.


이윽고 그녀가 테이블에서 일어났다. 잔에서 차가 전부 비워져 있었다. 집사는 그것을 모두 수거하더니 사라졌다.


“그럼 깨울게요.”

“그래. 이것 좀 정리 좀 하고.”


그는 테이블과 의지를 부패시켰다. 그것들은 순식간에 썩는다. 한 줌의 흙더미로 전락했다. 이철호는 손을 털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아녜스가 손가락을 튕겼다. 사람들이 좀비처럼 으어거리며 정신을 차렸다. 그들의 땀이 바닥을 흥건하게 적셨다.

그들이 있던 곳에 진흙탕이 만들어져 있었다.


“허억······!”

“사람 살려!”

“그것만은 안 돼!”

“으갸아아아악!”


다들 악몽에서 깬 듯 눈을 혼몽한 상태에서 벌떡 몸을 일으켰다. 다들 거친 숨을 들이쉬고 내쉬었다.

그들은 잠시 멍하니 있더니, 볼을 꼬집었다. 자신이 살아있는지 확인하려는 것이다.


“살았다.”

“어, 살았네.”

“우와아아악!”


그들은 생존에 환호했다. 꼼짝없이 죽는 줄로만 알았다. 미련이 많은 인생들이었다. 하고 싶은 게 많았고, 하지 못한 게 많은.

그들은 엎어져 휴식을 취했다. 진흙 같은 바닥이 신경 쓰이긴 했지만, 그것들은 미래의 자신들에게 맡겨두기로 했다.


“으아, 요즘에 왜 이렇게 이상한 것들만 나오냐.”

“그러게 말입니다.”

“변종 보스 몬스터에, 괴상한 숲에. 미쳐버릴 거 같네.”

“낸들 알겠습니까.”


그들은 자신들의 신세를 한탄했다. 그들이 요즈음 느끼는 감정은 자신들이 너무 약하다는 사실이었다.


“그나저나 다음에도 이런 게이트가 나오진 않겠지?”

“그런 소리 마십쇼. 괜히 소름끼치잖습니까.”

“으으······.”


그들은 이내 수습하고 보스 몬스터를 찾을 채비를 마쳤다. 묻은 진흙들을 닦아내고, 완전히 제정신이 돌아올 때까지 앉아서 휴식을 취했다. 그런 김에 점심 겸 저녁도 먹었다.

이철호는 그들을 보며 참 태평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아녜스가 평범한 마법사였다면, 환각이 실제로 일어났으리라.

그들은 이내 일어나 전진했다.


“출발한다!”


전호연이 싫은 티를 내며 외쳤다. 이 미친 숲에서 당장이라도 벗어나고 싶었으나, 공대장으로서의 체면과 S급 헌터로 승급하기 위한 커리어 때문에 차마 그러지는 못했다.


“하아······.”


그들은 한 번 크게 데이고 나니 매우 소극적으로 움직였다. 까마귀 우는 소리만 들어도 불안한 얼굴을 했고, 가끔씩 풀숲이 들썩일 때면 기절하는 사람도 있었다.

이윽고 아무 일 없이 아녜스의 오두막에 도착했다. 오두막엔 커다란 까마귀가 앉아 있었다. 딱 봐도 심상치 않은 모습.


“전투 준비!”


헌터들은 싸울 준비를 했다. 그들은 숨을 크게 들이켰고, 사기를 진작시키기 위해 탱커들이 포효를 내질렀다.

까마귀는 고개를 내려 그들을 응시했다. 붉은 눈에 그들이 비췄다. 그들은 그대로 굳어버렸다.


까아아악!


이내 까마귀는 하늘을 날았다. 헌터들은 그것에 셋은 죽으리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까마귀는 그대로 사라졌다.


-저희 꼬망이는 참 귀여운 앤데, 왜 그렇게 다들 무서워할까요?


그들의 행동을 보고 투명마법을 쓴 아녜스가 의문을 제기했다. 이철호는 진심이냐는 듯 그녀를 바라봤고, 그녀는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그에게 답했다.

그는 고개를 절레 저었다.


-몰상식하게 굴지만 않으면 우리 아이가 쪼아댈 리가 없는데 말이죠. 안 그래요?

“역시 과학이군.”


이철호는 쉬면서 봤던 인터넷 뉴스를 떠올렸다. 우리 애는 안 물어요라는 극성 애견인들이 절로 떠올랐다. 로그 오브 라이잔도의 야스옹과 다를 바 없다.

그러나 그는 까마귀, 꼬망이가 싸움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었다. 이내 꼬망이가 소형화된 상태로 아녜스의 어깨 위에 올라탔다.

그녀와 꼬망이는 죽이 잘 맞았다.


“진입한다.”


헌터들은 오두막에 불덩이를 몇 개 쏘았다. 그러나 나무들이 그랬듯 흠집도 나지 않았다. 그들은 마법을 퍼붓는 것을 보기하곤 천천히 오두막 내부로 진입했다.

그들은 침을 꿀꺽 삼켰다.


어떤 괴물이 도사리고 있을지 의문이었기 때문이다. 탱커들은 방패를 들었고, 힐러는 힐을 준비했다.


끼이익.


문이 열렸다. 불길한 소리를 내며. 헌터들은 빠르게 돌입했다. 그러나 없다. 보스도, 가구도. 그저 식어버린 독약 같은 게 땅바닥에 흐르고 있었을 뿐이다.


“전호연 공대장님! 이상합니다. 여기 보스 몬스터가 없는데요?”

“뭐? 그럴 리가 없잖아. 다시 확인해 봐!”

“역시나 없습니다. 잠시만요! 여기 지하실이 있는데요? 이거 들어가 봐야 하나요?”

“지하실이라니······.”


전호연이 질색이라는 얼굴로 오두막을 바라봤다. 그야말로 공포의 숲이나 다름없다. 전호연은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공대장으로서 솔선수범을 보이기 위해서다.


“확실하네.”


지하실 문은 돌로 되어 있었고, 상당히 낡아보였다. 군데 군데 핀 어두운 색감의 버섯은 손을 데는 것조차 불길하게 만들었다.


“으음······.”


전호연은 열지 말지 고민했다. 열었다가 무슨 이상한 게 나올지 모르기에. 고민 끝에 전호연은 문을 열기로 했다.

숲을 돌아다니는 것보다 차라리 지하실에 들어가는 게 낫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윽고 문을 열었다. 퀴퀴한 냄새가 알싸하게 풍겼다. 전호연은 코를 붙잡았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그를 심각하게 만든 것은,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어둠이 그를 반기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공대장님 믿습니다!”

“역시 공대장님, 저희들을 위해 먼저 들어가시려고 한다니 감동입니다!”

“아, 아니. 그게 아니고.”

“들어가시고 안전한 지 알려주신다고요?”

“이야, 호탕하십니다.”


전호연은 뭐라고 웅얼거렸으나, 여론에 밀려 들어가게 됐다. 그는 우거지상을 지으며 천천히 사다리를 타고 내려갔다.

한 줌도 들어오지 않는 빛. 저기 위에만 번뜩이는 빛. 전호연은 당장이라도 올라가는 상상을 했다.

하지만 어림도 없지. 공대원들은 위에서 그를 지켜봤다. 위험하면 힐을 써주기 위해서.


“후우······.”


전호연은 몸과 고개를 360도로 돌리며 위협이 없나 지켜봤다. 전호연쯤 되는 헌터면 어둠 속에서도 물체들이 선하게 보이거늘, 일반인이 된 것처럼 시야가 캄캄했다.

그는 천천히 발을 뗐다. 공대원들이 하나 둘 내려왔다. 그들은 손을 잡고 찾아다녔다.


이윽고 횃불이 타오르는 방을 발견했다. 보통 체스트룸이라고 불리는 곳. 그들은 어리둥절했다.

하지만 이유가 어찌 되었든, 좋은 일이었음에 틀림없었다. 또한 그들은 당장이라도 이 어둠속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체스트룸이다! 다들 얼른 와라!”


헌터들과 짐꾼들이 모두 체스트룸에 모였다. 그들은 모두 상자에 집중했다. 언제나 ‘상자깡’은 재밌는 법이다.

상자가 열렸다. 금빛으로 환하게 빛났다. 그들은 기대를 하며 내용물을 봤다.


“이게 뭐야?!”


그러나 이해할 수 없는 게 나왔다. 차잎이 잔뜩 들어있던 것이다. 아녜스는 그것을 군침을 삼키며 바라봤다.

그는 고개를 저었다. 자꾸 해달란 대로 해주면 버릇이 나빠진다.


-아깝다.

“주는 것만으로 만족해라. 어차피 저거 먹어봤자, 마력도 안 늘어나잖아.”

-저런 건 청량한 맛이 끝내준다고요.


그녀는 툴툴댔다. 하지만 그도 어느 정도 갖고 싶은 마음은 있었다. 저런 것을 구해다주면 집사 스켈레톤들이 좋아하기 때문이다.

결국 그는 100g 정도를 구매하기로 결심했다. 의지투영으로 복제하면 간단한 일이다. 마력 증진 효과는 못 보겠지만, 저걸 먹는다고 늘어날 마력이 아니었다.


“이거 마력 증진 효과가 있는데요?”

“진짜야?”

“이번에도 대박이군!”


차잎을 의문스런 눈빛으로 보다 조금 먹어본 헌터가 말했다. 그들은 탐욕스런 눈빛으로 차잎을 바라봤다.

전호연은 기분이 좋아 보였다. S급 헌터의 꿈과 승진이 머지않았기 때문이다.


“레이드 끝! 드디어 집이다!”


그들은 포탈을 타고 이동했다. 아무도 모를 거다. 사실 보스 몬스터가 게이트의 소유권을 양도한데다가, 곁에 있었다는 사실을.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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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17- 하렌. 19.08.10 382 13 9쪽
17 16- 전투짐꾼 19.08.08 434 13 11쪽
16 15- 토벌 19.08.07 425 11 11쪽
» 14- 회유하다 19.08.06 487 16 11쪽
14 13- 기만의 마녀 아녜스 19.08.05 528 16 10쪽
13 12- 격류의 탑 19.08.04 592 16 10쪽
12 11- 신한준. +2 19.08.03 682 13 9쪽
11 10- 한국 헌터 협회장 +1 19.08.02 769 14 12쪽
10 9- 리치 19.08.01 832 12 9쪽
9 8- 경매 19.07.31 861 17 11쪽
8 7- 보상 19.07.30 1,003 1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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