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

독점 부검 스페셜리스트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새글

연재 주기
가프
작품등록일 :
2019.07.23 16:48
최근연재일 :
2019.08.21 14:05
연재수 :
37 회
조회수 :
422,782
추천수 :
11,661
글자수 :
200,874

작성
19.08.14 14:05
조회
10,308
추천
377
글자
18쪽

최악의 시신-2

DUMMY

일급 비상.

국과수는 아연 긴장에 휩싸였다. 먼저 전송된 현장 사진 때문이었다. 일착은 창하의 핸드폰이었다.

“......!”

창하 눈동자에 지진이 일었다. 지금까지 일어난 미궁 살인과는 갈래가 달랐다. 인체가 분리되고 박살난 시신이었다.

“이 선생.”

피경철이 달려왔다.

“선생님.”

“일 났네. 연속 미궁 살인이야.”

그의 얼굴은 하얗게 질려 있었다.

“차 팀장님에게 연락 받았습니다.”


“현장사진은?”

“그것도...”

“이거야 원...”

“피 선생님.”

오래지 않아 소예나가 들어섰다. 피경철을 찾아나섰다가 창하 방으로 간 걸 안 것이다.

“큰 부분은 대략 수습했지만 파편 잔해가 곳곳에 널려서 인근 3개 경찰서 감식팀과 경찰청 과학수사대가 아직도 수색 중이라더군.”

“......”

“대체 어떤 놈이 이토록...”

피경철이 치를 떤다.


“차가 들어와요.”

소예나가 창밖을 가리켰다. 경찰차 두 대를 앞세우고 시신이 도착했다. 어시스턴트들이 분주하게 움직인다. 동시에 창하 방의 전화기도 요란하게 울렸다. 백 과장이었다.

“긴급 부검이네. 이 선생을 참석 시키라는 소장님 지시네.”

“알겠습니다.”

창하가 방을 나섰다. 부검에 지정된 검시관은 피경철이었다. 소장과 과장은 사안의 중대성에 따라 자동으로 입회를 했다.

“억!”

부검실로 들어서던 피경철이 주춤 흔들렸다. 부검대 두 개가 붙어있다. 시신은 하나가 아니라 둘이었다. 하나는 온전하지만 남은 하나는 완전 분해 수준이었다.


“이 선생님.”

채린이 창하를 구석으로 잡아끌었다. 그녀의 얼굴은 창백하게 질려있었다. 경찰과학수사센터의 핵심 차채린. 그 어떤 잔혹 범죄 앞에서도 꿋꿋하던 그녀가 왜 이토록 사색이 된 걸까? 그 답은 피살자의 나이에 있었다.

“선생님이 말한 대로 36세예요.”

36세.

그녀는 넋이 나간 듯한 표정이었다. 창하가 두 손으로 어깨를 잡고 흔들었다. 그제야 그녀의 정신줄이 제 자리를 찾았다.

“DNA가 나오는 바람에 잊고 있었어요. 아니, 어쩌면 잊고 싶었는지도 모르죠. 그런데 이렇게 적중이 되었잖아요?”

“......”

“9차 마방진... 역시 그건가요? 그렇다면 다음 희생자는 77세?”

“아마...”

“그 다음은 78세? 다음은 38세?”

“예.”

“맙소사, 선생님은 대체 어떻게 안 거예요?”

“의사잖아요? 수학 좋아했고요.”

“저도 과고 출신이에요. 수능에서 수학 만점 맞았다고요.”

“혈흔 현장검증 생각나요?”

“혈흔?”

“그때 현장수사관들, 너무 선명한 발자국에 홀려 숨은 혈흔을 놓쳤잖아요?”

“......?”

“팀장님도 그랬을 겁니다. 마방진 따위 모를 리 없지만 심장적출과 세대별 희생자라는 더 큰 분위기에 홀린 거죠.”

“맙소사.”

그 사이에 이장혁 검사가 도착하고 경찰청장과 경찰과학수사센터장이 들어섰다.


“대체 어떻게 된 건가?”

경찰청장이 물었다. 주차장에서 센터장의 보고를 받은 것으로는 충분하지 못했던 것.

“공사비 문제로 법적 시비에 휘말리면서 공사가 중단되는 바람에 흉물이 된 22층짜리 빌딩에서 터졌습니다. 공포 호러물 찍어서 연봉 십수 억을 올리던 36세 유튜버라는데 친구와 함께 들어가 촬영을 하다가 당한 모양입니다. 특이하게 나선형 계단구조가 22층까지 이어지는 빌딩입니다. 그 22층에서 떨어지면서 돌출된 구조물에 연속 충돌, 각 층마다 신체일부와 잔해가 떨어져 나갔습니다.”

채린이 경과설명을 했다.

“유튜버?”

“1층 로비에서 촬영 중이던 친구는 우리가 도착했을 때까지 목숨이 붙어있었지만 구급차에 싣는 과정에서 사망했습니다.”

“맙소사.”

시신을 본 청장이 고개를 돌렸다.


“희생자는 두 사람이지만 1층의 친구는 횡경막 손상이 없고 낱낱이 분해된 희생자는 미궁 살인의 트레이드 마크 확인이 가능해서...”

채린이 시신의 몸통 부분을 가리켰다. 배꼽으로 상하구분이 가능한 몸뚱이 늑골 아래의 횡경막. 이제는 낯익은 손상이 또렷하게 보였다.

“촬영 중이었다면 범인 모습이 잡혔나?”

“오는 길에 화면 확인을 했지만 희생자의 낙하모습 뿐이었습니다.”

“다른 목격자나 CCTV는?”

“목격자는 탐문 중이고 CCTV 역시 인근 건물과 차량 블랙박스를 중심으로 탐문 중입니다.”

“미치겠군. 단 하루 사이에... 대체 근무를 제대로 하는 거야 뭐야?”

청장이 핏대를 올리는 사이에 부검실 불이 꺼졌다.


“뭔가?”

청장이 목청을 높였다. 그러자 나직한 창하 목소리가 그 귀를 파고 들었다.

“부검 시작합니다.”

이번 부검도 창하의 것이었다. 피경철의 의견이었다. 단 한 건으로 범행 수단과 범인의 신장, DNA 등을 특정해낸 창하. 그렇기에 피경철이 보조를 자처했으니 누구도 이의를 달지 않았다.

딸깍!

다시 불이 들어왔다. 모두의 시선이 창하에게 쏠렸다. 창하는 시신을 조합하고 있었다. 시신 덩어리는 크고 작은 걸 합쳐 수십 조각이었다. 완전하게 박살났기에 제 자리를 찾는 것도 어려웠다. 창하는 10여 분만에 조합을 끝냈다. 미국 대참사 현장의 경력을 갖춘 방성욱의 경험치 덕분이었다.

“......!”

원장과 백 과장 눈에 경련이 스쳐갔다. 정말이지 신기가 아닐 수 없었다.


그 사이에도 창하는 능수능란하게 움직였다. 분해된 시신이라고 루틴을 버릴 수는 없었다. 혹시라도 범인의 흔적이 남았을 수 있었다. 외표 검사를 마치고 피범벅이 된 머리 부분을 체크한다.

눈동자를 까며 전율하는 창하. 이 희생자 또한 공포상태가 아니었다.

‘후우.’

숨을 고른 창하가 횡경막 아래의 손상에 시선을 고정시켰다.

“손상 윤곽도 화면 준비해주세요.”

창하가 말하니 원빈이 벽의 화면을 켰다. 화면에 기존 희생자들의 손상 단면도가 나온다.

“2번 희생자, 5번 희생자의 손상 단면을 보십시오.”

창하가 화면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저기서 살인도구로 쓰인 건 오른손입니다. 손상의 사이즈와 볼륨이 이 희생자와 가장 근접한 형태죠? 참고로 이 순서는 발견 순서가 아니라 제가 추론한 사망시각 순입니다.”

창하가 설명을 덧붙였다.

“무슨 뜻이에요? 그럼 다음 희생자는 3번, 6번 희생자의 형태와 윤곽도로 죽는다는 건가요?”

“앞선 희생자들... 같은 수법의 손상과 심장적출 외에도 한 가지 공통점이 더 있더군요.”

“그게 뭐요?”

청장이 물었다.

“음력 보름을 전후한 죽음입니다.”

“음력?”

“달이 있는 밤. 기상청에 확인해 보셔도 좋습니다.”

“......?”

“그러니...”

화면을 보던 창하가 착잡하게 뒷말을 이었다.

“아홉 번째 희생자는 이미 발생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나이는 아마도 77세. 다만 발견되지 않고 있을 뿐.”

“......!”

창하의 선언에 부검실은 패닉에 빠지고 말았다. 검경은 다각적인 분석을 하고 있었다. 희생자들의 지역, 나이, 성별, 성향, 직업 등 모든 공통분모를 동원한 분석이 그것이었다. 그중에는 날짜도 있었다. 다만 그것은 양력기준이었다.

“젠장!”

아이패드로 확인한 채린이 또 한 번 낭패감에 젖었다. 창하의 말이 맞았다. 희생자들은 음력 13일에서 17일 사이에 몰려 있었다.


“그리고 또 하나...”

“또 하나?”

이어지는 창하의 말에 모두의 촉이 반응을 했다.

“어쩌면 희생자들의 방위는 모두 서쪽에 속할 것 같습니다.”

“서쪽이라고요? 그건 아닌 것 같은 데요? 지도를 기준으로 서쪽에서 일어난 건은 고작 두 건 정도예요.”

채린이 고개를 저었다.

“한국 지도가 아니라 한 지역을 중심으로 잡아보십시오.”

“한 지역?”

다시 채린의 손이 아이패드 위를 날아다녔다. 그리고, 오래지 않아 그녀의 이마에 식은땀이 맺혀버렸다.

“뭔가?”

청장이 답을 재촉했다.

“이 선생님 말이 맞습니다. 전체가 아니라 한 지역 단위로 나누면 전부 서쪽...”

“......!”

“이, 이것...”

청장이 이마를 훔쳤다. 이제는 등골에도 얼음장이 맺힌 그였다. 족집게처럼 현상을 분석해 내는 창하. 수천 명의 수사인력이 간과한 의문들을 간단히 벗겨내고 있으니 아찔할 뿐이었다.


“그러니까 이 선생 말은 이미 한 명이 더 희생되었을 거다?”

청장이 물었다.

“틀리면 좋겠지만, 제 판단은 그렇습니다.”

따가운 분위기 속에서 절개가 시작되었다. 몸통만 달랑 남은 가슴부위를 열었다. Y를 그릴 것도 없으니 I 형태로 내리그었다.

내장기관은 엉망이었다. 22층에서 추락하면서 여러 충격을 받은 몸통. 남은 폐와 간, 비장을 체크한다.

"......!"

비장이 터졌다. 지난번과 다르지만 얽매이지 않았다. 경우가 다른 것이다. 22층에서 추락하면서 몇 번이고 충격을 받은 비장. AI로 움직이는 인조인간이라고 해도 멀쩡하기 어려웠다.

창하는 흔적으로 남은 심낭과 혈관 등에 집중했다. 집념의 결과 폐와 간에서 다시 미세한 흔적을 찾아냈다.

“한 번 보시죠.”

확대경을 피경철에게 넘겼다.


“지난번 희생자와 비교해 차이가 있습니다. 힘이 작용한 방향과 손상 단면 말입니다. 혈관의 절단면이 우에서 좌로 좁아지고 있습니다.”

“잠깐만...”

피경철은 조금 더듬었다. 압도적인 힘으로 ‘뜯어낸’ 손상. 인간의 위력으로는 불가한 일이니 피경철조차도 익숙치 않은 것이다.

“그렇군. 소장님도 보십시오.”

피경철이 자리를 비켜주었다. 소장도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그래야 창하가 더 지지를 받을 수 있었다.

“으음...”

소장 입에서 신음이 나온다. 뒤 이어 체크한 백 과장도 마찬가지였다. 손상의 방향은 상향이다.

전에는 전혀 고려치 않았던 것들. 창하의 분석이 있은 후에 보니 확실히 보였다. 가해를 한 범인은 희생자보다 작거나, 혹은 낮은 자세에서 공격을 한 것.

또 하나의 사체는 경부질식압박사였다. 오직 목에만 손상이 있었다. 부검결과도 그랬다. 단숨에 목을 거머쥐었다. 어찌나 강한 힘인지 설골이 으스러졌을 지경이었다.

하지만 심장은 그대로 있었다.


“왜지?”

청장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미궁 살인마는 심장 콜렉터. 그런데 심장에 손도 대지 않은 것이다.

“혈전 때문입니다. 마음에 들지 않은 거죠.”

심장의 단면에 이어 관상동맥을 잘라본 창하가 이유를 밝혔다. 심장 혈관에 혈전이라는 때가 끼었다. 이 사람은 심근경색 초기이자 당뇨가 있었다. 당은 혈액검사로도 확인이 되었다.

퇴짜!

미궁 살인마의 기준에 들지않은 것이다.


“DNA 검사 넘기세요.”

두 희생자의 몸에서 채취한 면봉을 원빈에게 넘기면서 부검이 종료되었다.

“유튜버의 카메라에 담긴 영상이 회의실에 준비되었습니다. 가시죠.”

소장이 청장을 모셨다. 창하의 합류는 물론이었다.


“선생님.”

부검대 청소를 하던 원빈이 광배를 건드렸다.

“왜?”

“우리 이 선생님 죽여주지 않습니까? 부검 중입니다. 단면을 보십시오, 전체가 아니라 지역 단위로 사건을 보세요. 완전 일당 백 아닙니까? 다들 낑낑거리기만 하던 미궁살인을 착착 파헤쳐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걱정이다.”

광배의 표정은 뜻밖에도 어두웠다.

“그렇죠? 저렇게 잘난 분이 국과수에서 썪을리 없으니 곧 사표를...”

“그게 아니야.”

“아니면요?”

“상황은 다르지만 옛날 방성욱 과장님 오셨을 때와 판박이야. 그분도 국과수 오기 무섭게 실력으로 평정해 버렸거든.”

“그게 뭐요?”

“모난 돌이 정 맞는다는 말 몰라?”

“선생님.”


“우 선생, 이 선생님 좋아하지?”

“그럼요. 실력파에 인성도 좋고 쿨하고...”

“그럼 잘 보좌해. 국과수가 진실을 밝힌다고? 개소리. 누구라고 말 못하지만 개중에는 진실을 덮고 조작하려는 사람도 있어.”

“......”

“그런 사람들은 다른 사람이 잘 되는 꼴 보기 싫지. 더구나 새로 온 신참 따위.”

“선생님.”

“나야 정년 몇 년 안 남았지만 우 샘은 이 선생님 하고 비슷한 나이잖아? 내가 도와줄 테니 작은 힘이나마 잘 보좌해서 본원 원장님으로 만들라고.”


원빈을 돌아보는 광배 시선은 진솔함으로 반짝거렸다. 그가 보조하던 방성욱. 빛나는 부검실력에도 불구하고 허무하게 에볼라에 감염되어 메스를 놓은 사람.

다시는 그 전철을 밟고 싶지 않았다.


***


화면이 나왔다.

유튜버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불 꺼진 폐건물은 삭막했다. 외관 골조공사는 거의 끝났다지만 곳곳에 튀어나온 철근과 가림막들. 나선형 계단구조로 22층에서 1층 로비까지 내려다보이는 화면은 지옥의 입구처럼 절망스러워보였다.

공포호러물 촬영으로는 그만이었다. 화면은 계단을 따라 내려간다. 유튜버의 친구가 카메라를 맡은 것이다.

까마득한 22층 계단참에 선 유튜버는 의기양양하다. 오늘 방송분량의 대박을 확신하는 눈치였다. 그놈의 별풍선 때문에 금지선을 넘은 것이다. 출입금지의 팻말과 함께 둘러놓은 쇠사슬...


“오늘 배경 죽이죠?”

그의 멘트가 나왔다. 죽음 따위는 생각 해본 적도 없는 표정이었다. 하긴 저 밖에는 그가 타고 온 아우디가 서있다. 적게는 수억에서 많게는 20억까지의 연봉수입을 올리는 유명 유튜버. 오늘밤에 쌓일 별풍선을 생각하며 자일을 묶었다. 22층 꼭대기에서 자일을 타고 내려올 계획이었다.

위험천만하다. 공사가 마무리되지 않았으니 곳곳의 상황을 알 수 없는 곳. 그러나 돈과 인기몰이라는 욕심 앞에 그런 것은 의미가 없었다.

“이거 아무나 하는 거 아닙니다. 저 오늘을 위해서 폭풍 트레이닝에 근력강화까지 무려 40일을 투자했습니다. 이런 제 노력, 꼭 알아주셔야합니다.”

유튜버가 헬멧을 집어들었다.


“레디?”

스피커를 켜둔 핸드폰에서 친구의 목소리가 나온다.

“오케이...?”

스피커에 대고 답하느라 유튜버의 모습이 잠시 사라졌다.

“이 부분입니다.”

채린의 설명이 나왔다. 회의실의 눈동자들은 화면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유튜버가 새처럼 낙하하고 있었다.

“뭐야?”

1층 친구의 비명 같은 목소리가 들린다. 19층의 난간에 튕긴 유튜버가 20층까지 솟아오른다. 거기서 벽을 치고 다시 추락하다 14층에서 퍽, 다시 튕겼다가 8층에서 퍽, 6층에서 퍽.


퍽퍽퍽...


구조물에 충돌할 때마다 유튜버의 몸은 허망하게 분리되어 나갔다.

“악, 아악!”

친구의 비명과 함께 카메라가 중심을 잃는다. 이제 카메라는 먼지 가득한 1층 로비의 바닥을 가리킨다. 언제 떨어졌는지 유튜버의 팔뚝 하나가 보인다. 옆에는 빈 헬맷이 있고 텅 하는 충격음과 함께 카메라가 흔들린다.

충격음의 원인은 유튜버의 몸통이었다. 믿기지 않게 분리된 몸통이 화면에 잠시 비치는 것으로 영상은 마감되었다. 카메라를 찍던 친구도 당한 것이다.

“웁!”

경창청장은 결국 구토를 하고 말았다.


“그렇다면 통화 중에 당했다는 건데?”

센터장이 물었다.

“그렇게 보입니다. 하지만 카메라에는 아무 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나온 건?”

“보시다시피 엉망인 현장입니다. 쓰레기에 먼지에 잡동사니에... 머리카락이 떨어졌다고 해도 찾기 어려운...”

“족적은?”

“공교롭게도 어제와 오늘 낮, 건물 채권단 20여 명이 들어와 현장상태를 살피고 갔답니다. 게다가 인근의 불량 학생들이 아지트로 쓰기도 하고요. 로비와 피살현장 부근에 너무 많은 발자국이 어지러워서 애를 먹고 있습니다.”

“DNA 매칭은?”

“범인 DNA가 변이가 심한 쪽인데 우리 청에 등록된 데이터 중에는 일치하는 사람이 없는 것으로 나왔습니다.”

“산 너머 산이로군. 대통령께서 낭보를 기대하고 계신데...”

“말이 나온 김에 수사인력 보강을 요청합니다.”

“보강요청?”

청장이 고개를 들었다.


“이창하 선생님 말입니다. 현장수사에 참가할 수 있도록 배려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채린의 시선이 소장을 겨누었다. 경찰청장을 옆에 두고 있으니 모종의 압박이었다. 그렇잖아도 창하를 합류 시키고 싶던 채린. 타이밍을 잡은 것이다.

“수사에 꼭 필요한가?”

청장이 물었다.

“예, 탁월한 부검실력에 현장분석력, 사건분석까지 큰 도움이 되는 분입니다. 이번 희생자의 나이까지 맞혔지 않습니까?”

“소장님은 어떻습니까?”

채린이 답하자 청장이 소장을 바라보았다. 부검의의 업무와 인사에 관한 권한은 경찰청장이 아니라 소장의 권한이었다.

“그러시죠.”

소장의 허락이 떨어졌다. 소장과 과장의 표정은 밝지 못했다. 둘은 이미 세 곳의 현장을 다녀왔다. 그러나 아무런 단서도 잡아내지 못했다. 그 책임감 때문에 표정이 무거운 것이다.


모두의 표정이 그랬지만 채린만은 밝았다.

“차 팀장, 뭐가 그렇게 좋아?”

복도로 나오자 장혁이 물었다.

“안 좋으면? 이 선생님 모시고 현장답사하게 생겼는데...”

채린은 기다렸다는 듯이 응수했다.

“너무 그러지 마세요. 소장님과 과장님도 다녀왔다면서... 제가 부담스럽습니다.”

창하가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아뇨. 선생님이 현장에 가면 뭔가 건질 것 같아요. 뜬 구름만 잡다가 범행도구 밝혀낸 부검처럼 말이에요.”

“너 과학수사센터 에이스라면서 과학수사를 하자는 거냐? 아니면 감으로 수사하자는 거냐?”

장혁이 괜한 딴죽을 건다.


“아무래도 상관없어. 범인만 잡을 수 있다면.”

채린의 응수는 거침이 없었다. 그녀는 결국 창하를 자신의 차량에 욱여넣는데 성공하고 말았다. 피경철이 부검보고서 작성의 마무리를 맡아준 덕분이었다.

“그럼 갑니다.”

채린이 시동을 걸었다. 조수석 창하의 손에는 여덟 희생자들의 사건발생장소 사진이 한가득 들렸다. 하나하나 넘기며 촉을 세운다. 긴장이 백 배 상승한다.


백택8안.


8이 상징하는 숫자까지도 무수히 곱씹어본 창하였다.

산소의 원자번호가 8. 태양계의 행성도 8. 불교의 팔정도와 음양의 세계관을 나타내는 팔괘. 팔진도와 팔방미인.

그러나 아직 살인마와 만나지 못한 창하.


그건 과연 어떤 능력일까?

현장에 가면 살인마의 흔적이 저절로 보일까?

랩에서 쓰는 지시약처럼 저 놈이 범인이야 하고 선명하게 구분을 해줄까?

그러면 좋을 텐데...

생각하는 사이에 첫 현장이 가까워졌다.


작가의말

힘내라 이창하.

쓰다보니 오늘도 분량이 많아졌습니다.

(재밌어요)도 많이 눌러주시면 고맙습니다.

(^.^)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6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부검 스페셜리스트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제목변경 만렙 신참검시관 -->부검 스페셜리스트 ! NEW 6시간 전 490 0 -
37 비커 속의 신생아 폐 NEW +17 8시간 전 4,377 209 14쪽
36 빼박 증거를 들이밀다-2 +147 19.08.20 7,228 297 14쪽
35 빼박 증거를 들이밀다-1 +39 19.08.19 8,837 328 14쪽
34 백택의 메스-2 +17 19.08.18 9,292 341 13쪽
33 백택의 메스-1 +14 19.08.17 9,001 375 16쪽
32 예지 작렬-3 +18 19.08.17 9,139 391 13쪽
31 예지 작렬-2 +15 19.08.16 9,719 352 11쪽
30 예지 작렬-1 +19 19.08.15 10,315 303 12쪽
» 최악의 시신-2 +16 19.08.14 10,309 377 18쪽
28 최악의 시신-1 +10 19.08.13 10,340 399 16쪽
27 전면에 나서다-2 +16 19.08.12 10,552 351 14쪽
26 전면에 나서다-1 +35 19.08.11 10,624 350 11쪽
25 미궁 살인 시신 집도를 맡다-2 +17 19.08.10 10,282 381 12쪽
24 미궁 살인 시신 집도를 맡다-1 +16 19.08.10 10,160 386 9쪽
23 살인현장을 지배하다-3 +17 19.08.09 10,480 315 11쪽
22 살인현장을 지배하다-2 +16 19.08.08 10,646 357 12쪽
21 살인현장을 지배하다-1 +11 19.08.07 11,145 324 12쪽
20 진실규명 첫걸음-2 +5 19.08.06 11,329 297 11쪽
19 진실규명 첫걸음-1 +11 19.08.05 11,750 305 11쪽
18 팩트 폭격 +10 19.08.04 11,860 321 12쪽
17 신들린 사인분석-3 +16 19.08.04 11,365 321 9쪽
16 신들린 사인분석-2 +26 19.08.03 11,304 323 12쪽
15 신들린 사인분석-1 +13 19.08.03 11,367 328 12쪽
14 예지자들의 유품-2 +10 19.08.02 11,773 280 11쪽
13 예지자들의 유품-1 +15 19.08.01 11,980 314 12쪽
12 파란의 신참 검시관-3 +8 19.07.31 12,128 310 12쪽
11 파란의 신참 검시관-2 +8 19.07.30 12,341 275 12쪽
10 파란의 신참 검시관-1 +9 19.07.29 12,215 334 11쪽
9 능력치 이식-3 +10 19.07.28 12,125 282 11쪽
8 능력치 이식-2 +17 19.07.27 12,190 263 11쪽
7 능력치 이식-1 +5 19.07.26 12,566 231 12쪽
6 치명적이고 치명적인-2 +16 19.07.25 12,629 237 13쪽
5 치명적이고 치명적인-1 +14 19.07.24 13,553 237 12쪽
4 낡은 대리석 부검대의 영령 +10 19.07.23 14,684 267 11쪽
3 운명의 콜을 받다-2 +7 19.07.23 15,427 304 12쪽
2 운명의 콜을 받다-1 +13 19.07.23 17,882 312 11쪽
1 아름다운 카데바? +17 19.07.23 19,863 284 3쪽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가프' 작가를 후원합니다!

  • 보유 골드: 0 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