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미궁 : 뿌리를 헤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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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곰사냥꾼
작품등록일 :
2019.07.25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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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6.14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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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0.11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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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흔적을 쫓아서 (1)

DUMMY

민아린이 찾아낸 것은 어느 상점의 창고로 보이는 곳에 들어앉아 있는 민아린보다 큰 금속 재질의 금고였다.

세월의 흔적이 많이 느껴지지 않아 금속 자체만으로 연구 가치가 있을 것으로 보였는데 전면의 상태를 보아서는 기대감을 더했다.

민아린은 약간 들뜬 얼굴로 가람에게 말을 걸었다.


“때깔 곱지 않냐? 내 생각에는 이 안에는 상당히 중요한 게 들어있었을 거야!

여기 창고 규모를 봐서도 상당히 잘나가는 상점이었을 테니까 그만큼 중요한 걸 보관 했었을 거야!”


“누나 잠시 진정해요. 정말 귀중한 물건을 보관하기 위해서 만든 금고인지 열기도 쉽지 않을 것 같은데요···”


“음··· 좀 그럴 것 같지?”


민아린이 입맛을 다시며 금고문을 두들겨 보았지만 둔중한 금속음만 들렸다.

민아린은 금고를 열어보겠다는 결의로 뒤에서 고개를 젓고 있던 민창운의 단창을 뺏어 들고 금고의 틈새라면 모든 곳을 찔러보며 힘을 줘 보았다.

하지만 금고문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이에 겨우 포기했는지 단창을 민창운에게 돌려주고 풀죽은 얼굴로 가람을 쳐다봤다.

왠지 가람이라면 그레이에게 물어서 방법을 찾아내지 않을까 싶은 기대감이 담겨 있었다.

가람이 어린애 같은 눈빛과 본인도 민아린이 더 낑낑댈수록 내용물이 궁금해져 그레이에게 방법을 물었다.


“그레이. 혹시 저 금고를 열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아쉽지만 우리 네크로맨시 학파에도 염동력과 관련한 마법은 없다네.

비슷하게 영혼을 실체화시켜서 부리는 마법이 있지만, 그건 지금으로서는 아직 준비가 되지 못한 마법이라 나로서도 아쉬운 마음이라네.-


“음··· 정말 방법이 없을까?”


이번에는 가람이 눈을 찌푸리고 금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구석구석을 살피다 금고 뒤쪽이 눈에 들어왔다.

금고 뒤쪽은 벽과 틈새가 잘 보이지 않게 붙어있었는데 그 사이로 불그스레한 녹이 언뜻 보였다.

가람은 여기에 희망을 걸고 공간 주머니에서 준비해온 빠루를 꺼내 들었다.


민아린이 순간 왜 아까 단창을 들고 헤맬 때 빠루를 꺼내지 않았는지 탓하는 눈빛을 보냈지만, 가람은 금고 뒤 틈새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어서 원망의 눈초리를 알아채지 못했다.

처음에는 가람이 혼자 힘으로 금고를 앞으로 밀어내기 위해 빠루에 힘을 실었지만, 틈새가 약간 벌어지기만 하고 금고를 보고 있던 다른 사람들은 별 차이를 느끼지도 못했다.


이번에는 민창운이 빠루를 받아들고 힘을 써봤지만, 그도 별다른 성과는 얻지 못했다.

저 금고만 벽에서 띄우면 될 것 같아서 입으로 ‘한 걸음만, 한 걸음만’ 중얼거리며 힘을 써봤지만, 꿈쩍도 하지 않았다.

민아린까지 빈 주먹을 쥐고 낑낑대고 있으니 포리마가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혼자 밖으로 나갔다.


나머지 일행은 포리마가 나갔었는지도 모르고 열심히 빠루 질에 힘을 쏟았다.

그렇게 한참을 금고에 매달려 있었는데 갑자기 쾅! 하는 소리와 함께 벽체가 흔들리는 느낌이 들었다.


민아린이 바닥이 무너진 걸로 생각하고 바닥만 보고 살피고 있을 때 가람은 소리가 들린 곳을 돌아보았다. 그곳은 방금까지도 일행이 열심히 빠루 질을 했던 금고 뒤편이었다.

그제야 가람도 떠오른 것이 있어서 일행을 잡아끌고 창고 밖으로 나섰다.


만물점의 내부는 공간 잘 정리되어 있어서 대충 방향만 기억해서 쉽게 창고 뒤편과 연결된 상점을 찾을 수 있었다.

일행이 상점 안으로 들어가자 금속 매대의 기둥을 들고 일행들에게 웃어 보이고 있는 포리마가 있었다.


“포리마. 혹시 그걸로 벽을 깨버리려고 하는 거야?”


“맞아요! 뭐 하러 꿈쩍도 안 하는 금고에 힘을 쓰고 있어요. 어차피 금고 뒤만 볼 수 있으면 무슨 방법이든 상관없잖아요.”


가람은 순간 ‘콜럼버스의 달걀’ 이야기가 떠올랐다.

목적은 그저 금고 뒷면을 확인하는 것이었다. 그 뒷면을 보기 위한 방법은 무엇이든 상관없었던 것이다.


가람이 포리마에게 같이 웃어주고 공간 주머니에서 슬레지해머를 꺼내 들었다.

포리마는 묵직한 슬레지해머를 보고 뭐 하러 탐사에 저런 도구까지 챙겨온 건지 준비를 해온 백기운의 생각이 궁금했는데 이렇게 활용할 곳이 생겨서 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생각을 접었다.


가람은 해머를 왼손으로 감아쥐고 오른손으로 해머 머리 아래를 잡았다.

이어서 허리를 틀며 해머 머리 부분을 대각선 위로 뛰어서 오른손은 왼손으로 끌어와 힘을 실어 당겼다. 자연스럽게 허리를 되돌리며 회전력을 실어 벽을 내려쳤다.


이전에 포리마가 내려쳤던 것과는 확연히 다르게 묵직한 충돌음이 1층 전체를 울렸다.

가람은 한 번으로 끝내지 않고 이어서 벽을 계속 내려쳤다.

세월이 지나 벽도 많이 약해져 있어서 였는지 외벽을 꾸민 벽돌 안에 있던 단단한 석재도 계속된 가람의 해머 질에 결국 깨져나갔다.


그렇게 처음에는 주먹만 한 구멍이 뚫리고 그 사이로 붉고 푸른 녹이 보이는 철판이 보이니 가람의 해머 질은 힘과 박자감을 더해 갔다. 결국 벽에는 사람 상체만 한 크기의 커다란 구멍이 뚫렸다.


가람이 계속된 해머 질로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히자 포리마가 옆에 붙어 자신의 손수건으로 가람의 이마를 꼼꼼히 훔쳐주고 있었다.

평소라면 민아린이 눈꼴사납다고 한 소리할 만 했지만 민아린의 눈은 녹이설은 금고 뒤판에 고정되어 있어서 눈에 보이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민아린은 민창운에게 뺏어든 빠루를 두 손으로 꼭 쥐고 있었는데 가람의 해머 질이 끝나자 민창운이 말릴 시간도 없이 달려들어 빠루로 무지막지하게 금고 뒤판을 내려치기 시작했다.


이때쯤 상점 입구에는 다른 구출대원들이 가람의 해머 질에 놀라 달려와 있었는데.

내려와 목격한 것은 미칠듯한 민아린의 빠루 질이라 침음성을 흘리고 있었다.

그리고 잠시 해머를 들고 있는 가람과 눈빛을 교환하고 몬스터의 습격이 아닌 것을 알고 다시 자신들이 돌아보던 구역으로 되돌아갔다.


가람은 구출대원들을 원래의 곳으로 돌려보내고 숨 쉴 틈 없이 이어지는 민아린의 빠루 질에 놀라며 자신이 생각했던 방법을 그레이에게 물었다.


“그레이. 여기 바닥이 ‘육신의 붕괴’를 버텨낼 수 있을까?”


-웜 사체의 충격은 이길 것 같지만 뿔 스네이크 수준은 힘들지 싶군.-


“음··· 웜 정도로는 부족 할 것 같은데··· 그러면 뿔 스네이크를 허공에 띄어서 폭발 범위에 바닥이 안 들어오게 하는 건 어떨까?”


-그렇다면 천장은 무너질 수 있어도 바닥은 무사하겠지?-


“그 정도면 시도해볼 만하겠다. OK!

창운이 형 2층하고 3층에 가셔서 1층에서 마법을 사용할 테니까 이 근처는 피해달라고 전해주세요.”


“알겠다. 빨리 전하고 올게!”


민창운이 가람의 말을 전하로 빠르게 올라갔다. 민아린은 가람의 이야기를 듣지 못한 듯 아직도 열심히 빠루를 찔러대고 있었다.

포리마가 가람 대신 민아린의 등판을 두들겨 빠루 질을 멈춰 세우고 민아린을 진정시켰다.


“근데 오빠. 마버을 쓸 거면 해머 질도 할 필요 없지 않았어?”


“해머 질이 필요하긴 했어. 건물 내구성이 어느 정도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마법을 잘 못 쓰면 우리가 건물에 깔릴 수도 있으니까. 우선 내구도를 확인해본 거지.”


“민망해서 그렇게 이야기하는 건 아니지?”


“음음··· 그건 아니니까. 넘어가자.”


“알았어. 우리 오빠가 민망해하면 안 되지!”


“에이! 아니라니까.”


포리마가 키득거리며 이제 진정이 된 민아린을 이끌어 뒤로 물러섰다.

가람은 민아린이 열심히 빠루 질 한 흔적을 바라보았는데. 녹이 슬어서 그런지 의외로 이곳저곳이 우그러져 있어서 뿔 스네이크를 사용하면 효과를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이제 중요한 건 최대한 금고의 뒤판에만 피해를 주어서 금고 안에 있을 물건의 피해를 줄이는 것이었다.


이 부분 조정을 위해 그레이와 대화를 이어갔다.

그렇게 민창운이 다른 구출대에 이야기를 전하고 돌아왔을 때는 ‘육신의 붕괴’ 범위에 거의 금고 뒤판만 범위에 들어오도록 그레이와 논의가 끝났다.

모든 준비가 끝나 일행이 뒤로 물러나 있는 것을 확인하고 공간 주머니에서 뿔 스네이크를 꺼내 들었다.

그리고 잠시 입을 풀어준 후 뿔 스네이크를 금고 뒤편을 향해 던져 올렸다.


“발현 육신의 붕괴!”


뿔 스네이크의 사체가 목표에 가까워졌을 때 그레이가 정확하게 마법을 발현시켰다.


가람은 요즘 들어 점점 선명해지는 마시르의 흐름에 이제 곧 혼자서 마법을 사용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기분이 들떴다.

마지막 마시르 문양의 형체만 인식하면 된다는 그레이의 조언에 매번 마법을 사용하며 집중을 해보았지만 아직은 쉽게 형체가 느껴지지 않았다.

당장이라도 마법을 난사하며 형체를 계속 확인하고 싶지만, 조장으로 책임감이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생각에 마음을 자제했다.


가람이 마시르에 신경이 쏠린 사이 뿔 스네이크는 마치 박격포가 쏘아지는 것 같은 낮은 울림소리와 함께 갈가리 찢어져 파편을 사방으로 날렸다.

바로 뒤이어 잿가루 공이 되었다가 서서히 흩어졌다


가람도 이렇게 마법을 수없이 사용하고 연습하다 보니 논리적으로는 그레이의 설명이 잘 이해되지 않았지만, 점점 자신의 왼손을 따라 마시르가 움직이는 느낌은 가람에게 화인처럼 기억에 남았다.

마법이 남긴 흔적은 천장에 상당한 충격을 주었는지 마법이 사라지고 나서도 돌 조각들이 떨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목표로 했던 금고 뒤판은 여기저기 손가락 두께의 구멍이 뚫려있고 전체적으로 안쪽으로 움푹 패어 있었다.


이번에는 민창운이 민아린에게 뺏어 두었던 빠루를 들고 앞으로 나섰다.

그리고 뒤판에 뚫린 구멍에 빠루를 끼워 뜯어내듯 젖혔다.

금고 뒤판은 안간힘을 쓰며 버티듯 금속음을 토해냈지만 민창운의 힘을 결국 버티지 못했는지 일부가 뜯어지며 속살을 보였다.

하지만 아직 무언가 꺼내기에는 좁아 민창운이 빠루를 옮겨가며 힘으로 뒤판을 뜯어냈다.


그렇게 구멍은 점점 넓혀져 가람이 상체를 집어넣을 수 있을 정도로 넓어졌다.

이 순간을 누구보다 기다렸던 민아린이 날듯이 뛰어 금고 안을 들여다보았다.

모두가 기대하던 금고 안은 채워져 있는 곳보다 비어있는 곳이 많았는데.

처음에는 실망한 표정을 짓던 민아린이 한구석에 보이는 누런 금속 상자를 보며 다시 눈빛을 빛냈다.

자신이 무작정 꺼내오기에는 가람이 걸렸는지 가람을 돌아보았다.


“누나 여긴 저나 창운이 형이 들어가긴 좁으니 누나가 들어가서 안에 물건을 꺼내 주세요.”


가람이 말이 떨어지다 기다림에 지쳤다는 듯이 벌어진 뒤판 사이로 상체를 밀어 넣었다.

금고의 크기가 민아린 키보다 클 정도로 내부 공간은 충분했는지 민아린은 다람쥐처럼 재빠르게 들어가 안에 있는 물건은 하나씩 조심스럽게 꺼냈다.


포리마가 물건을 넘겨받아 하나씩 바닥에 깔아 놓았다.

민아린이 모든 물건을 꺼내고 급하게 금고를 벗어났는데 영광의 손 덕분에 피부 내구성이 올라서인지 입고 있던 가죽 갑옷에 여기저기 흠집이 났는데도 갑옷이 가리지 않는 팔에는 조금 긁힌 자국 밖에 남지 않았다.

민창운이 동생에게 달려가 다친 곳이 없는지 꼼꼼히 살피고 있었다.


가람은 남매가 서로 챙기는 걸 보다가 금고에서 나온 물건을 살펴봤는데 대부분 삭을 대로 삭은 각종 서류철과 투반의 화폐로 보이는 것들과 몇 개의 금속 상자들이 보였다.

먼저 문서 내용을 확인을 위해 조심히 서류철을 펼쳐 그레이가 볼 수 있게 해주었는데.

한장 한장 넘길 때는 무언가 생각하는지 별말이 없다가 갑자기 그레이가 화를 내는 것이었다.


-이런 놈들이! 어떻게 이럴 수 있는지. 학파의 녹을 먹는다는 것들이 말이지!-


“왜? 무슨 일이야? 그레이 진정해봐.”


그레이가 화를 내는 것을 거의 듣지 못한 가람은 당황해 그레이를 말렸다.


“이 서류가 뭔데 그렇게 화를 내는 거야?”


-이건 학파 관리들이 뇌물을 받은 내역으로 보이는 군··· 관리직책들과 뒤에 붙는 숫자.

그리고 나열된 직책들이 꽤 요직들이니. 누가 봐도 뇌물 장부로밖에 볼 수 없겠군.

내가 학파를 이끌 때도 저 자리에 있던 인물들에 대해서 뒷말이 떠돌았는데. 결국 세상이 망하고 나서야 이런 증거가 드러났으니.

탓할 사람들이 이미 죽고 없으니 그저 내 속만 답답해지는군.-


“이제 와서 달라질 것도 없으니 조금 마음을 내려놓는 게 좋겠어···”


-그래야겠지···-


그렇게 가람은 획득물을 하나하나 확인해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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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 저주받을(3) 20.05.31 173 1 7쪽
109 저주받을(2) 20.05.24 183 1 7쪽
108 저주받을(1) 20.05.17 204 1 7쪽
107 갈림길(10) 20.05.10 188 1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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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 갈림길(6) 20.04.12 201 1 7쪽
102 갈림길(5) 20.04.05 231 2 7쪽
101 갈림길(4) 20.03.29 207 1 8쪽
100 갈림길(3) 20.03.22 204 1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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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 갈림길 20.03.08 225 1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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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 희보와 비보(5) 20.01.26 225 2 8쪽
92 희보와 비보(4) 20.01.19 233 2 6쪽
91 희보와 비보(3) 20.01.12 233 2 11쪽
90 희보와 비보(2) 20.01.04 253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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