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미궁 : 뿌리를 헤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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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곰사냥꾼
작품등록일 :
2019.07.25 17:55
최근연재일 :
2020.06.14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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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9,9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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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8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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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림길

DUMMY

가람은 베이드에 도착해 짐을 풀기도 전에 운영 위원회의 호출을 받았다.

전하는 말로는 무사귀환을 축하하고 도와줄 것이 없을지 논의해보자는 내용이었지만, 다른 뜻도 있을 것이다.


“형 운영 위원회도 급하게 돌아가는 것 같은데 어떻게 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아마 위원회가 목적은 둘 중의 하나겠지?

이미 우선권을 갖은 삼족오는 탐사 후에 유지도 불가능할 정도로 망가진 상태니.

한입 베어 물만큼 달콤해 보이면 직할 탐사대를 통해서 직접 참여를 선호할 거다.

먹고는 싶은데 아직 덜 익은 포도 같다면 세븐 에이전트나 아이언 실드와 연이 닿은 운영위원들이 넌지시 참가권을 주고 이익을 나눠 갖겠지.”


“그렇겠지요? 어쨌든 우리 탐사대를 끼워준 것도 상황 파악용으로 쓰기 적당한 패였으니까요.”


“그때는 그랬지만, 지금은 그들 생각대로 하긴 힘들겠지?”


뉘앙스가 달라진 김진우의 마지막 말에 가람이 김진우의 표정을 눈에 담았다.

처음 던전에 들어와서 오랜만에 해후했던 김진우의 얼굴은 작은 가족을 이끄는 단단하지만, 피로한 가장의 모습이었다.

하지만 지금 보이는 얼굴은 목표에 한발씩 가까워지는 정치가의 얼굴 가져 보였다.


“그사이에 많이 달라졌나 보네요?”

가람의 여러 가지 생각을 담았다.


“그래···

많이 달라졌다. 아마 네가 처음 왔을 때와도 다르고 리자드맨을 토벌했을 때하고도 다르고 이번 구출대 출발 전과 후도 달라졌지.

책임져야 하는 하는 게 많아졌다. 할 수 있는 이게 많아졌지. 그리고 해야 하는 것도 많아졌어.”


가람은 단단하지만, 그 뒤로 깊이 생각이 많아 보이는 얼굴을 보니 생각이 많아졌다.


중요한 부분을 전해 들은 김진우와 조안나 그리고 가람까지 해 이룸 탐사대의 간부들은 조합으로 향했다.


******



“이렇게 급하게 부른 점 양해 부탁하네.

자네들도 알다시피 베이드의 한 축이 무너진 상황이라 급하게 부를 수밖에 없었다네.”


회의실에 들어서니 운영위원 에코 네그리드 아크가 사과를 건넸다.


“무리한 요청이었단 걸 따지고 싶었는데. 이렇게 먼저 사과하시니 어쩔 수 없네요.

다음에는 저희도 숨돌릴 시간을 주셨으면 해요.”


조안나가 이제 우리도 이런 대우를 받을 정도는 아니라는 걸 못 받듯이 베이드 운영위원을 상대로 웃으며 그렇게 대화를 풀어나갔다.

가람은 직접 현장을 다녀온 경험자지만, 이 자리에서는 치밀하게 서로의 이득을 판단하고 지키기 위해 얻기 위해 수많은 단어의 공방이 지나갔다.


“정리해보지요.

저희에게 유적의 우선권은 없지만, 유적 내에 우호 세력이 있다는 건 인정하셨고, 그들의 도움 없이는 탐사와 계발에 어려움이 따른 거라는 부분 동의하시지요?”


“동의하지.

단, 우리의 동의하에 자네들이 이득을 봤다는 것도 사실이지.”


“그건 부정하지 않겠어요.

하지만 이번 유적의 분배에 저희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것도 인정하셔 해요.”


“음··· 여기까지 협의가 잘 됐다고 생각하는데.

그렇게 무리한 권한을 요구하는 건 아직 이룸 탐사대에는 이른 결정 아닌가?

성장 속도를 생각하면 몇 년 후에는 당연한 일이겠지만, 아직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지금까지 가람과 같이 한발 물러서 조용히 듣고 있던 김진우가 무겁게 입을 열었다.


“며칠 전이라면 그 말씀이 맞습니다. 아직 이룸에는 그런 힘도 권한도 없었지요.

하지만, 저희에게 이제 명분이 생겼습니다.”


“명분 말인가? 어떤?”


“이번 유적 탐사를 시작으로 삼족오와 전략적인 협력관계를 이어가기로 했습니다.

아이언 실드 덕분이긴 한데. 강제 흡수보다는 협력관계를 택하더군요..”


“흠··· 한 가지 걸렸던 부분이 역량이었는데. 뭐 꼬투리 잡을 게 없어졌군.

이번 일에 대해서 우리가 한발 물러서지.”


김진우는 평소와 달리 본인이 본격적으로 나선 것에 비해 간단하게 손을 들어버린 에코를 보고 그제야 굳힌 표정을 풀었다.


“의외군요. 좀 더 강하게 나오실 줄 알았는데. 말입니다.”


“나도 슬 뒤를 생각해야 할 나이이니 어쩌겠나.

던전이 지구처럼 그저 명분과 말솜씨로 버틸 수 있는 곳이라면 나도 더 강하게 나갔겠지.

하지만 여긴 던전 아닌가. 명분에 힘도 갖춘 상대라면 나도 몸조심해야지.”


“유적 탐사 그 뒤를 보신 건 아니고요?”


“허허. 이거 늙은이를 너무 몰아붙이는 거 아닌가?

물론 이번 유적이 단순히 유적으로 끝나지 않을 거라는 건 나도 알고 자네도 아는 일이니.

여기까지만 하지.”


‘운영위원이 저렇게 쉽게 인정하는 걸 봐서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거겠지?’

가람은 대화 내용만 봐서는 김진우가 도시 운영 위원회를 상대로 너무 강하게 나간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었지만, 유적에 들어가 있는 사이 이룸 탐사대에도 많은 일이 있었던 것 같았다.


“아. 그리고 처음에 해야 했는데. 내가 마음이 급했군.

가람군 고생 많았네. 운영위원이라는 자리를 떠나서 한 인간으로서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네.

이제 우리 인류가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게 되었어.”


가람은 작은 미소로 답했다.


******


가람이 오랜만에 보는 마차 밖 도시 풍경을 돌아보다 말을 꺼냈다.

“삼족오는 어떻게 된 거예요?”


“그렇게 됐어. 소식이 끊겼을 때부터 남은 인원들이 불안해하더라.

탐사대장까지 참여한 탐사인데 영 진행이 매끄럽지 못한 거지.

그러다 이번에도 실패했다는 소식을 듣고 내부적으로 이야기가 많았다는군.

함께하자는 이야기도 그쪽에서 먼저 나온 거고.”


“대장! 내가 그쪽 애들하고 친해진다고 끊은 영수증이 한 다발이야!

너무 저절로 됐다고 말하지 말아 줄래!”


“알지. 이게 다~ 조안나 덕분이야.”


“뭐. 한국 속담에 엎드려서 절받기? 라고 하더니.

딱! 맞네. 흥!”

조안나가 삐졌다는 듯이 창밖으로 고개를 돌렸다.


“누나 고생하셨어요.

진우 형이 말은 저렇게 해도. 누구보다 누나한테 의지하잖아요.

그러니까 화 풀어요.”


가람까지 나서자 조안나가 못 이기는 척 다시 고개를 돌렸다.

“그나저나. 가람이 네가 다시 나선다고?”


“그래야지요. 기운이 형도 케아툰도 절 믿고 있잖아요.”


“네가 말린다고 들을 성격도 아니니.

내가 해줄 수 있는걸 해줘야겠지. 이번에는 절대 수적으로 밀리지 않게 해줄게.

베이드 모든 탐사대를 통째로 옮겨서라도 말이야.”


조안나가 이번에는 단단히 벼르고 있었는지.

정말 말 그대로 베이드 탐사대 모두를 끌어들일 것 같았다.


그 뒤 이룸 탐사대가 주체하는 3차 원정이 차곡차곡 준비되었다.

이룸에서 컨트롤 할 수 있는 중소 탐사대 위주로 참여자가 모집되었고 총인원 534명 단일 유적 탐사 인원으로는 베이드가 생긴 뒤로 최대인원이 참가했다.

준비 과정에서 삼족오 탐사대 흡수를 노리던 아이언 실드의 뒤 작업이 있었지만, 조안나를 중심으로 인맥 관리를 진행했던 효과로 뒤 작업 정도는 가볍게 누를 수 있었다.

그리고 이번 탐사를 통해 인류 두 번째 도시가 탄생할 거라는 입소문이 퍼져 그 주도권을 쥐고 있는 이룸 탐사대의 인기는 범인류적인 기대를 모으고 있었다.

그중에서도 마시르 문제로 가족을 잃었던 사람들의 참여가 고무적이었다.

그들에게 이익을 조건으로 거는 뒷공작은 힘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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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 갈림길(9) 20.05.03 181 1 7쪽
105 갈림길(8) 20.04.26 194 1 6쪽
104 갈림길(7) 20.04.19 210 1 7쪽
103 갈림길(6) 20.04.12 201 1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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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 갈림길(2) 20.03.15 203 1 6쪽
» 갈림길 20.03.08 225 1 8쪽
97 복귀 20.02.23 213 1 7쪽
96 실마리 (2) 20.02.16 219 1 7쪽
95 실마리 (1) 20.02.09 222 2 7쪽
94 희보와 비보(6) 20.02.02 212 2 8쪽
93 희보와 비보(5) 20.01.26 225 2 8쪽
92 희보와 비보(4) 20.01.19 233 2 6쪽
91 희보와 비보(3) 20.01.12 233 2 11쪽
90 희보와 비보(2) 20.01.04 253 3 11쪽
89 희보와 비보(1) 19.12.29 250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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