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미궁 : 뿌리를 헤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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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곰사냥꾼
작품등록일 :
2019.07.25 17:55
최근연재일 :
2020.06.14 14:32
연재수 :
11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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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6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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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8
글자수 :
579,993

작성
20.05.17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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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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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쪽

저주받을(1)

DUMMY

“이런 자리를 마련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희의 임무가 임무이다 보니 언제나 오해가 쌓이는 경우가 있군요.”


실사 기간 중 개인적인 만남 자체를 거부하던 사제가 이제 실사가 끝나서인지 부담을 벗어버린 얼굴로 인사를 건네 왔다.


“아닙니다. 공무를 수행 중이신데. 괜한 오해가 생길만한 일은 피하는 것이 좋지요.

실례가 되는 이야기지만 저희가 긍정적인 결과를 기대해도 될까요?”


“모든 건 그분의 뜻에 달렸겠지요. 저희는 언제나 그분의 행하심을 따르고 불빛을 밝히는 종일뿐입니다.

그저 이곳에 그분의 불빛이 더 밝게 빛나는 것이 기꺼울 뿐입니다.”


“저희가 그 길에 함께할 수 있으니 즐겁게 따르겠습니다.”


가람은 표정에 드러나지 않았지만, 반금 전까지 불안했던 마음이 놓이는 것을 느꼈다.

사제가 말한 두리뭉실한 이야기는 일이 긍정적으로 검토될 것이라는 이야기였으니 말이다.

가람은 좀 더 밝아진 얼굴로 실사단 환송연에 모인 사람들을 돌아보았다.


“외진 곳이다 보니 준비가 넉넉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시작을 알리는 자리이니 이렇게 한 발더 나아갈 수 있게 된 걸 감사드립니다.

자! 모두 잔을 들어주시지요.”


이곳에 참가한 누구나 기대 이상의 이득을 얻게 되는 자리이다 보니. 모두 기쁨의 잔을 들었다.


“우리와 함께하시는 모든 분들과 경배를 받으시는 그분께 영광을.”


“영광을!”


환송연은 모두의 만족스러움으로 밝은 분위기를 이어가며 그렇게 끝이 났다.


******


환송연 다음날 실사단은 긍정적인 소식을 기대하라는 말을 남기고 베이드로 이동했다.

실사단이 떠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실사단 상대에 전념하느라 예정지 구역으로 침입한 몬스터가 없는지 전체적인 점검에 들어갔다.


“대장! 오랜만에 같이 작전 나가는 것 같군요.”


베이드에서 협력 탐사대로 투입된 대원들도 가람을 거리낌 없이 대장으로 부르고 있다.


“에일씨 저와 같이 투입되는 건 처음이지요?”


“네. 대장.

그 말로만 들었던 거미 인간을 제 두 눈으로 보는 거 맞지요?”


에일은 능숙하게 벽과 천장을 타고 오르는 모습을 기대하는지 가람의 장비로 눈길을 옮겼다.


“하하. 위험한 일이 생긴다면 그렇겠지요.

한데 우리는 정찰 나온 거잖아요.”


“아··· 그러네요.

케아툰 이주지 쪽은 별일 없겠네요.”


“네. 간단하게 케아툰 이주지에 들려서 주변 파악하고 돌아갈 거니 이번에는 이것저것 이야기나 하면서 가지요.”


가람은 누가 보기에도 간편해 보이는 기본 가죽 갑옷에 롱소드 한 자루를 착용하고 대원들을 이끌었다.

단순 정찰 임무치고는 인원이 많았지만, 이주지에 도착하면 소규모 팀으로 나뉘어 2차 작전을 진행하기로 해. 큰 의문 없이 작전을 이어갔다.


******


“사제님 표정이 밝아 보이십니다.”


“하하. 그러네요.

이 또한 그분의 뜻이겠지요.”


“신전의 일은 저도 잘 모르지만, 한동안 각 도시의 확장이 지지부진해 우려가 있었다고는 들었는데. 문제가 심각했었나 보군요.”


“여신께서는 말라가는 물길이 안타까워 손을 내밀어주시는 분이지요.

모든 것은 대순환에 의해 시작과 끝이 이어지지요.

그 끝을 아쉬워하며 내미시는 손길을 모든 존재가 열과 성을 다해 잡는다면 그 또한 여신께서 기꺼워하시겠지만, 모든 존재가 그분 마음과 같지 않으니.

현실에 안주하고 끝으로 향하는 흐름이 느려진 것만으로 만족하는 자식들이 문제이지 않겠습니까.”


“저희 인류는 그 전철을 밟지 않을 테니. 여신께 작은 기쁨을 드릴 수 있겠군요.”


“그분께서는 언제나 자식들의 삶이 이어지길 원하지 숭배를 원하시는 분이 아니지요.

인류의 나아감이 모든 문명에 귀감이 될 테니. 이 또한 그분의 뜻입니다.”


에코와 사제의 대화가 이어지다. 전방으로 정찰을 나갔던 실사단원이 돌아와 임시 휴식처에 이상이 없음을 전해왔다.

캅타인으로 향했을 때는 단순히 임시 휴식처로 여겨졌던 곳이지만, 캅타인의 도시화가 확정되면 임시 휴식처 또한 모든 세력에게 많은 이문을 안겨줄 중요한 거점이 될 것이었다.

가장 큰 고기는 이룸 탐사대에서 선점했지만, 그 외에 부위는 양보하고 싶지 않은지. 실사단을 이루는 집단 중 사제들을 제외하면 각 세력은 임시 휴식처의 규모와 주변 지형 등을 바쁘게 기록하고 꼼꼼히 탐사했다.


바쁘게 돌아다니는 사람들을 보며 한 사제가 입을 열었다.


“실사단은 올 때보다 갈 때가 더 바쁜 것 같군요.”


사제단 중 인류 출신의 사제가 고개를 끄덕이며 담담히 말했다.


“어쩌겠습니까. 이것이 우리 인류의 문명을 이룩한 힘이니 말입니다.”


실사단은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놓치는 것 없이 하나하나 꼼꼼히 왔던 길을 되짚어갔다.


******


아이언 실드 출신으로 실사단에 참가한 크롤은 야간 경계에 졸음이 다가오자 자신과 불침번을 서게 된 사제에게 인사를 건넸다.


“사제님도 이렇게 경계를 도와주시니 저희가 조금 짐이 덜어지네요. 감사합니다.”


“모두 그분을 위한 일인데. 조금의 수고로움이 무슨 대수겠습니까.”


“확실히 지구에서 신의 이름을 파는 것들하고는 다르시네요.”


“그분들도 그분들 나름대로의 신을 따르는 것이겠지요.

문명을 이루는 모든 사람은 각기 무언가를 따르고 의지하게 됩니다.

그 모든 것이 하나의 믿음이고 신이라고 여신께서는 말씀하셨습니다.”


“후··· 그 신이 인류를 위하기보다는 개인을 위하는 신인 것이 문제일까요?”


“그 믿음 또한 하나의 결과를 낳고 결과는 그 자신에게 닿겠지요.”


“그랬으면 좋···

사제님 잠시 무슨 소리가 들리는 것 같습니다..”


“무슨 소리가?”


“무언가 끌리는 소리 같은데요? 제가 확인하고 오겠습니다.

사제님은 잠시 이곳에 있어 주십시오.”


“형제님!”


크롤이 사제를 남기고 꺾어지는 통로로 들어서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

크롤이 탄환처럼 날아와 벽에 처박혔다.

사제가 당황에 크롤에게 다가설 때 뭉개진 찰흙처럼 바닥에 떨어진 크롤이 힘겹게 입을 열었다.


“··· ···”


사제는 웅얼거리는 크롤로의 입술을 바라보다 꺾어진 통로 너머에서 슬며시 고개를 내미는 그것과 눈이 마주쳤다.


“저주받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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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 저주받을(4) 20.06.07 177 1 8쪽
110 저주받을(3) 20.05.31 173 1 7쪽
109 저주받을(2) 20.05.24 183 1 7쪽
» 저주받을(1) 20.05.17 204 1 7쪽
107 갈림길(10) 20.05.10 188 1 6쪽
106 갈림길(9) 20.05.03 181 1 7쪽
105 갈림길(8) 20.04.26 194 1 6쪽
104 갈림길(7) 20.04.19 210 1 7쪽
103 갈림길(6) 20.04.12 201 1 7쪽
102 갈림길(5) 20.04.05 231 2 7쪽
101 갈림길(4) 20.03.29 207 1 8쪽
100 갈림길(3) 20.03.22 204 1 8쪽
99 갈림길(2) 20.03.15 203 1 6쪽
98 갈림길 20.03.08 225 1 8쪽
97 복귀 20.02.23 213 1 7쪽
96 실마리 (2) 20.02.16 219 1 7쪽
95 실마리 (1) 20.02.09 222 2 7쪽
94 희보와 비보(6) 20.02.02 212 2 8쪽
93 희보와 비보(5) 20.01.26 225 2 8쪽
92 희보와 비보(4) 20.01.19 233 2 6쪽
91 희보와 비보(3) 20.01.12 233 2 11쪽
90 희보와 비보(2) 20.01.04 253 3 11쪽
89 희보와 비보(1) 19.12.29 250 4 12쪽
88 사는 것이 기적이다 (4) +2 19.12.15 263 4 11쪽
87 사는 것이 기적이다 (3) +2 19.12.08 252 4 12쪽
86 사는 것이 기적이다 (2) +2 19.12.01 262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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