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미궁 : 뿌리를 헤매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완결

곰사냥꾼
작품등록일 :
2019.07.25 17:55
최근연재일 :
2020.06.14 14:32
연재수 :
112 회
조회수 :
52,666
추천수 :
1,088
글자수 :
579,993

작성
20.05.24 17:42
조회
182
추천
1
글자
7쪽

저주받을(2)

DUMMY

실사단을 찾아온 손님은 거칠 것이 없었다.

마치 흔적 조자 지워버리겠다는 생각인지 야영지의 사방을 포위해 작은 틈 하나 보이지 않았다.

습격이 시작된 후 빠르게 상황을 인식했지만, 출구는 보이지 않았다.


“사제님. 상황이 심각합니다.”


신전을 떠나본 적이 없어서인지. 사제는 에코의 부름에 바로 답하지 못하고 잠시 머뭇거리다 말을 이었다.


“··· 에코님 이일을 어찌해야 할까요.”


“보통 놈들이 아닙니다. 어디로든 틈을 찾아야 합니다.”


사제가 급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주위를 살폈다.


“저희가 죽어 여신께 돌아가는 것은 어쩔 수 없으나 여기서 모두 전멸해 버리면 도시 계획이 취소될 겁니다. 그런 일은 막아야 합니다.”


에코는 당사자인 인류보다 더 격한 감적을 드러내는 사제가 이상해 보였지만, 에코는 사제들을 보호해 탈출시켜야 한다는 생각이 우선이라 생각이 길게 이어지지 않았다.


그나마 실사단의 빠른 대처로 야영지로 이어지는 좁은 통로에서 막아내며 겨우겨우 사방에서 파도처럼 밀려드는 몬스터의 공세를 버텨낼 뿐이었다.


수내부가 모여서 출구를 찾는 사이 급하게 등짐을 쌓아 만든 방책 뒤에 숨어 석궁과 창을 찔러 급한불을 끄고 있었다.


“에코 위원님 한 걸음당 한 명씩 목숨을 잃어가며 겨우 버티고 있습니다.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우리는 저것들의 규모도 알 수 없습니다. 정보가 있어야 어디로든 힘을 집중해서 출로를 뚫어보는데. 좁은 통로를 이점으로 버티는 만큼 우리도 적이 얼마다 되는지 알지 못합니다.”

“그렇다고 이대로 구석에 몰려 죽을 수는 없습니다!”


“방법이 없지 않습니까. 방법이!”


수내부들 또한 당장 적의 규모부터 주변 지형까지 명확한 정보가 없어 서로 답답해할 뿐이었다.


그때였다. 그나마 경계근무시간대가 아니라 습격 초기 피해가 적었던 세븐 에이전트의 운영 본부장 마타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이렇게 있는다고 없던 정보가 생기지 않는다는 건 모두 알고 계실 겁니다.”


“흠··· 하지만, 한 번의 시도로 모든 게 끝날수 있습니다. 답답하지만 신중해야 합니다.”


아이언 실드의 책임자는 마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현재 상황이 한 번의 시도로 무너질 수 있는 것을 경계했다.


“이대로 갇혀있는 것도 방법은 아니니. 저희가 유적지 쪽으로 길을 뚫어보겠습니다.”


에코는 자신이 꺼내지 못한 이야기를 먼저 꺼내 주는 것이 고마웠지만, 일의 성공 여부를 되물을 수밖에 없었다.


“가능하겠습니까?”


“이대로 앉아서 죽을 수는 없으니까요.

아직은 유적지 쪽이 가까우니 되돌아가 도움을 청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이렇게 사방을 포위한 것을 봐서는 우리는 다 죽이려는 목적일 테니 어떻게든 틈을 뚫어야지요.”


“안 그래도 좁은 통로에서 손발이 안 맞는 사람끼리 싸우는 건 위험하니···”


“그래서 저희끼리 나서 보겠습니다. 저희가 최선을 다해 길을 뚫어볼 테니. 뒤를 받쳐주세요.”


나머지 수내부도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 방법밖에 없겠군요. 그렇게 해봅시다.”


어려운 선택을 해준 세븐 에이전트에 다들 손을 내밀며 감사를 청했다.

그 뒤에 일은 빠르게 진행됐다. 사방에 흩어져서 통로를 막아섰던 인원 중 세븐 에이전트 소속의 대원들이 물러서는 대신 초기에 습격을 막아내다 잠시 휴식을 취하던 예비대가 다시 전방에 나서 통로를 봉쇄했다.


세븐 에이전트 대원들은 마타를 중심으로 적진 돌파를 시도한다는 이야기에 표정이 무거워졌지만, 현재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베테랑들이라 동요는 없었다.

그렇게 잠시 전열을 가다듬고 포지션을 잡고 뚫고 나가기로 한 통로 앞에 자리를 잡았다.


마타가 대원들 앞에 자리를 잡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를 시작으로 통로를 봉쇄하던 대원들이 뒤로 물러섰다. 인간들의 대응이 약해지자 동료의 시체를 방패 삼아 전방을 살피던 오크가 상황 확인을 위해 고개를 빼꼼히 드러냈다.

그런 오크를 반긴 건 검게 타오르는 후끈한 불덩어리였다.


마타가 세븐 에이전트가 내부적으로 키우는 마법사였는지 숨겨왔던 패를 꺼내놓았다.

마타의 정면으로 검붉은 불덩어리가 몸집을 키워 아이 머리만 한 크기가 됐을 때 빼꼼히 눈치를 보던 오크 머리 위로 날아들며 점점 줄어들었다. 그리곤 순간 불덩이가 깨져나가며 통로를 통째로 태워버리듯 사방으로 불꽃을 뿜어냈다.


“키엑!”


방금 전까지 오크를 중심으로 실사단을 압박하던 몬스터들이 온몸의 털과 피부를 태워버리는 불꽃에 익어가며 지들끼리 얽히며 뒤로 물러섰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몬스터들을 지배하고 있던 마법에 틈이 생겼는지 몬스터들은 통제에서 벗어나 벌겋게 익어버린 살갗이 벌어지는 고통에 반대편 통로로 도망쳤다.


마법 한 방으로 순간 혼란을 일으킨 마타가 거칠어진 숨을 가다듬으며 대원들을 이끌고 통로로 뛰어들었다.

나머지 실사단들도 통로를 봉쇄하고 있던 전력은 천천히 뒤로 무르며 세븐 에이전트의 뒤를 따라 통로로 뛰어들었다.


실사단은 좁아지는 통로를 내달리며 점점 앞뒤 상황을 알 수없게 되었다.

길은 외길이었지만 당장 눈에 보이는 사람은 앞 뒤로 한 두 명이었다.

그렇게 한참을 동료의 뒤를 따라 뛰었다.


실사단의 중심에서 보호를 받고 있던 사제단에도 몬스터들의 무기가 날아들었다.

외길 통로라 안심하고 앞선 동료의 등만 바라보고 뛰었지만, 중간중간 뚫려있는 천장 구멍에서 고블린들이 뛰어내렸다.


이제는 단순한 탈출극이 아닌 난전이 펼쳐졌다.

나보다 큰 것은 오크요. 나보다 작은 것은 고블린. 드렌 사제의 눈 앞에 보이는 것은 자신을 빼고는 모두 적이었다.

도시의 사제로 언제나 경전을 쥐던 손이라 싸늘한 손잡이가 익숙하지 않았지만, 살기 위해 휘둘렀다. 다행히 앞서가던 대원들의 활약이 있어서인지 몬스터들도 정상이 아니었다. 어디 한 군데는 칼로 베이고 둔기에 뭉개져 있었다. 개중에는 머리가 익어버려 적이던 아군이던 가리지 않고 도끼를 휘두르는 오크도 보였다. 그렇게 통제가 불가능한 몬스터들 사이에서 몽둥이를 휘두를 때였다.


“사제님!”


고블린이 쏟아졌던 머리 위에서 사람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생명의 미궁 : 뿌리를 헤매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이번 주에는 부득이하게 연재를 못 올리는 점 사과드립니다. 20.03.01 75 0 -
공지 연재 주기 관련 공지 드립니다. 19.10.25 96 0 -
공지 안녕하세요. 글쓴이입니다. 19.08.23 464 0 -
112 두번째 계단 (완결) +2 20.06.14 231 2 5쪽
111 저주받을(4) 20.06.07 177 1 8쪽
110 저주받을(3) 20.05.31 173 1 7쪽
» 저주받을(2) 20.05.24 183 1 7쪽
108 저주받을(1) 20.05.17 203 1 7쪽
107 갈림길(10) 20.05.10 188 1 6쪽
106 갈림길(9) 20.05.03 181 1 7쪽
105 갈림길(8) 20.04.26 194 1 6쪽
104 갈림길(7) 20.04.19 210 1 7쪽
103 갈림길(6) 20.04.12 201 1 7쪽
102 갈림길(5) 20.04.05 231 2 7쪽
101 갈림길(4) 20.03.29 207 1 8쪽
100 갈림길(3) 20.03.22 204 1 8쪽
99 갈림길(2) 20.03.15 203 1 6쪽
98 갈림길 20.03.08 224 1 8쪽
97 복귀 20.02.23 213 1 7쪽
96 실마리 (2) 20.02.16 219 1 7쪽
95 실마리 (1) 20.02.09 222 2 7쪽
94 희보와 비보(6) 20.02.02 212 2 8쪽
93 희보와 비보(5) 20.01.26 225 2 8쪽
92 희보와 비보(4) 20.01.19 233 2 6쪽
91 희보와 비보(3) 20.01.12 233 2 11쪽
90 희보와 비보(2) 20.01.04 253 3 11쪽
89 희보와 비보(1) 19.12.29 250 4 12쪽
88 사는 것이 기적이다 (4) +2 19.12.15 263 4 11쪽
87 사는 것이 기적이다 (3) +2 19.12.08 252 4 12쪽
86 사는 것이 기적이다 (2) +2 19.12.01 262 4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