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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내 딸이 너무 귀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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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박이좋아
작품등록일 :
2019.07.27 23:25
최근연재일 :
2019.09.14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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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8.22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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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문

DUMMY

"아빠. 노리터가 모예요..?"


연두의 입에서 나온 말은 다소 충격적이었다.

놀이터를 모른다고? 한 번도 가 본 적이 없다는 말인가?

아니, 그 이전에 모른다는 건 들어본 적도 없다는 거잖아.

나는 당황감을 감추지 못하고 연두를 바라봤다.


'사실이야.'


연두는 한없이 순수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정말 순수하게 처음 듣는 단어에 대해 궁금해하는 표정.

그야 당연했다. 연두가 거짓말을 할 이유 따위는 없으니까.


잘근.


나는 무의식적으로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알고 있었어.'


연두가 어떤 환경에서 지냈는지는 알고 있었다.

처음 연두를 봤을 때의 모습이 전부 말해 줬으니까.

오랫동안 자르지 않은 머리카락, 꾀죄죄한 옷과 몸, 그리고 병원에서 발견한 몸의 멍들, 또래에 비해 뒤떨어지는 언어 구사력까지.

그 모든 것들을 생각하면 직접 보지 않더라도 짐작할 수 있었다.

어떤 환경에서 연두가 자라왔을지. 어떤 일들을 당했을지.


'하지만.'


지금 와서야 깨닫는 점이 있었다. 아직 내가 아는 것들은 일부분일 뿐이라는 걸.

나는 연두가 놀이터라는 단어를 모를 거라고는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조금만 생각해 보면 모르는 것도 당연했다.


'연두는 외삼촌에 의해 갇혀 지냈고, 학대를 받으며 자랐으니까.'


그 와중에 외삼촌이 한 번이라도 놀이터에 데려갔을 리는 없었다.

아니, 애초에 밖에 데리고 나간 적도 극히 드물지 않을까.

당시의 연두의 모습을 고려하면 제삼자에게 학대 의심으로 신고당해도 이상하지 않으니.

그렇게 생각하면 신기할 정도였다.

그런 환경에서 자랐으면서, 지금 수준의 언어를 구사하는 게 말이다.


'제기랄.'


문득 화가 치밀어올랐다.

이번에는 외삼촌을 향해서가 아닌, 나 자신을 향해서였다.

나는 착각하고 있었다. 연두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어쩌면 꼴에 자부심을 느낀 건지도 모른다.

나보다 연두를 잘 알고 이해하는 사람은 없다고 생각하며.


'연두의 과거를 단정 짓고 있었던 거야.'


지금의 밝은 모습에 가려진 연두의 과거를 전부 헤아리지 못했던 것이다.

그래서 너무 화가 났다. 연두에 대해 속속들이 알고 이해할 수 없다는 사실에.

이렇게 딸이 단어 하나 모른다는 것에도 충격을 받는 아빠라는 게.


"아빠..?"


연두는 고개를 갸우뚱하며 대답없는 나를 또 불렀다.

아차. 표정관리를 할 필요가 있었다.

평소에 내 사소한 표정 변화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연두였으니까.

그것도 외삼촌과 지내면서 생겨난 습관이겠지만.

나는 가까스로 미소를 띠며 대답했다.


"응, 연두야."


한편, 옆에서 시은이 엄마도 다소 당황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하기야 다섯 살짜리 아이가 놀이터를 모른다는 건 쉽게 받아들이기 힘들겠지.

오해의 소지가 있는 발언임은 확실했다. 대충이라도 상황을 수습할 필요가 있을 듯했다.

결국 나는 입을 열었다.


"보통 집에서 놀아주거든요."

"아.."

"어린이집도 이제 이틀째라 연두가 다른 아이들에 비해 모르는 단어나 상식이 좀 많을 거예요. 놀이터도 위험할까 봐 한 번도 안 데려갔고요. 보시다시피 연두가 좀 말라서요."


최대한 그럴듯하게 둘러대긴 했는데, 뭔가 도둑이 제 발 저린 느낌을 지울 수는 없었다.

어쨌든 주사위는 던져졌다. 내 말을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그녀의 몫이었다.

그런데 뜻밖의 대답이 돌아왔다.


"아이, 참.. 그러면 어떡해요!"

"네?"

"애들이 놀이터를 얼마나 좋아하는데. 조금 말랐다고 집안에만 두면 더 안 좋다니까요?"


우려와는 달리 그녀는 한치의 의심도 없어 보였다.

이상하네. 내가 봐도 내 말은 설득력이 높지 않았는데.


'순수한 건가?'


바로 내 말을 믿는 걸 보니 순수한 사람인 거 같았다.

아직 어려서 그런지 몰라도.

뒤이어 그녀는 연두를 향해 말했다.


"아빠가 맨날 집에서 포로로만 틀어 줬구나, 연두."


그녀는 고개를 절레절레 젓더니 내게 말했다.


"안 되겠다. 특별히 오늘만 조금 놀다가 들어가요."

"네?"

"여기 바로 앞에 놀이터 엄청 잘 돼 있거든요. 전혀 위험하지 않으니까 걱정 안 하셔도 돼요!"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는 곧바로 발걸음을 내디뎠다.

잠깐만. 나는 가겠다고 한 마디도 안 했는데?

이 여자 의외로 행동력이 뛰어나다.


"와아..! 엄마 최고!"

"시은이 너 오늘만이다..?"

"네!"


그 모습을 보고 나는 피식 웃으며 모녀를 따라 발걸음을 옮겼다.

뭐, 상관없겠지. 저렇게 좋아하는데.

연두에게 놀이터가 어떤 곳인지도 빨리 알려주고 싶고.

나는 연두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가자, 연두야. 놀이터가 뭔지 알려줄게."

"네에! 그런데 아빠."

"응."

"포로로는 모에..."

"쉬잇..!"


나는 다급히 연두의 말을 가로막았다.


"집 가서 알려줄게, 연두야. 집 가서."

"네."

"일단 우리 놀이터 가자. 완전 재밌는 곳."

"노리터 재미써요..?"

"응, 하늘만큼 땅만큼 재밌어."

"히히."


하마터면 큰일 날 뻔했다.

연두가 초통령 포로로를 모른다는 것까지 들켰다면, 나는 의심의 여지 없이 나쁜 아빠 등극이었으니까.

다행히 조금 떨어져서 걸어서인지 듣지 못한 거 같았다.


"휴우.."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연두의 손을 잡고 놀이터로 향했다.



***



"우아..."


연두는 놀이터에 들어서자마자 입을 벌리며 감탄사를 내뱉었다.

태어나서 처음 놀이터를 본 연두는 지금 어떤 기분일까.

문득 일곱 살 때 아빠와 처음으로 어린이대공원에 갔을 때가 생각났다.


'그때의 내 기분이려나.'


물론 나는 걷기 시작할 때부터 놀이터를 집처럼 드나들던 녀석이었다.

하루 종일 흙바닥에서 뒹굴며 놀고 그 위에서 딱지치기를 하다가 해가 질 무렵에야 집에 갔다.

그렇게 놀이터를 전전하던 내가 아빠의 손을 잡고 처음 어린이대공원을 갔던 날.

어릴 적 기억은 흐릿하지만, 나는 그 날만큼은 아직도 똑똑히 기억한다.


'새로운 세상이었으니까.'


놀이터보다 훨씬 큰 데다가 난생처음 보는 동물들과 놀이기구까지.

그곳은 나로서는 정말이지 신세계였다.

그리고 그 날은 내 인생에서 몇 안 되는 즐거운 기억 중 하나로 남아 있었다.


'아마 연두에게는.'


이 놀이터가 그런 장소이지 않을까.

일곱 살 때 그 날의 내가 느꼈던 기분을 지금 느끼고 있지 않을까.

연두는 한동안 멍하니 놀이터를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아빠.."

"응."

"여기가 노리터예요..?

"맞아. 어때? 재밌어 보이지?"


연두는 활짝 웃으며 대답했다.


"네에!"


좋아하는 모습이 뿌듯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아팠다.

이럴 줄 알았으면 진작에 데려왔어야 하는 건데.

아니, 자책은 그만하기로 하자. 지금은 해야 할 게 있으니까.

나는 웃으며 시은이 엄마에게 말했다.


"사람도 없고 좋네요."

"맞아요. 자주 비어 있더라고요."

"그럼 애들 그네부터 태워 줄까요?"

"좋죠, 그네!"


나는 연두를 그네에 데리고 갔다.

능숙하게 그네 위에 올라타는 시은이와 달리, 연두는 우물쭈물했다.

처음 와 보는 거니까 당연했다.


번쩍.


"꺄아!"


나는 과감하게 연두를 들어 그네 위에 올려줬다.

그리고는 말했다.


"연두야, 여기 줄 있지."

"네에."

"양손으로 줄 꽉 잡아야 돼. 알겠지?"


연두가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그네를 밀어줄 차례였다.


"읏차!"


나는 입으로 효과음을 내며 그네를 밀어줬다.

연두는 무서운지 눈을 질끈 감았다.


"괜찮아, 연두야. 안 떨어지니까 눈 떠도 돼."

"여, 연두 안 떠러져요..?"

"응. 줄만 세게 잡으면 절대 안 떨어져."


연두는 그제야 줄을 꼭 잡은 채 눈을 떴다.


흔들. 흔들.


앞뒤로 흔들리는 그네에 맞춰 연두가 움직였다.

내가 피식 웃음을 지었다.

연두의 표정만 봐도 엄청 재밌어한다는 걸 알 수 있었으니까.

그래도 나는 확인차 물었다.


"재밌어, 연두야?"

"네, 아빠!"


그러나 그 즐거운 분위기는 오래가지 못했다.

옆에 생태계 파괴자가 나타났으니까.


쒸잉. 쒸잉.


소리부터 남달랐다.

놀이터 선배답게 시은이의 그네는 하늘로 치솟을 거 같았다.

그와 반대로 연두의 그네는 앞뒤로 살짝 움직이는 정도였다.

내 탓이었다. 혹시라도 떨어질까 봐 조마조마해서 엄청 살살 밀었으니까.

결국 연두의 입에서 한 마디가 나왔다.


"우아..."


아마 연두는 이 감탄사를 두 가지 상황에 쓰는 듯했다.

무언가를 보고 놀랄 때와, 부러울 때.

지금은 후자의 경우로 보였다.


"연두야."

"네."

"좀 더 세게 밀어줄까? 괜찮겠어?"

"아빠 힘둔데..."

"하하, 아냐. 아빠 하나도 안 힘들어. 대신 꽉 잡아야 한다?"


연두는 침을 한 번 꼴깍 삼킨 뒤 대답했다.


"네!"



***



그네 타기가 끝난 뒤, 연두는 놀이터를 하나하나 알아가기 시작했다.

굳이 내가 붙어서 하나하나 설명해 줄 필요는 없었다. 옆에 든든한 놀이터 선배 시은이가 있었으니까.

나와 시은이 엄마는 의자에 앉아 둘이 노는 모습을 지켜봤다.


스윽.


자연스레 나는 핸드폰을 꺼내 들어 연두를 카메라에 담았다.

시은이는 몸소 시범을 보이며 연두에게 하나하나 설명해 줬다.


"우아.. 시으나. 진짜 잘한다..."

"너도 할 수 있어! 여기 꼭 잡고 매달리면 돼."

"연두도 할 수 이써..?"

"응. 우리 동갑이잖아."

"동..갑..?"

"응."


100% 확신한다.

연두는 동갑이라는 단어를 모르고 있다고.

어쨌거나 연두는 용기를 얻은 건지 구름사다리에 매달렸다.


스르륵.


"꺄!"


그러나 팔힘이 없어서인지 곧바로 떨어져 버렸다.


퍽.


"아야.."


연두가 놀이터 바닥에 넘어지는 걸 보고 나는 깜짝 놀라 일어났다.


"괘, 괜찮아, 연두야?"


다행히 사다리가 매우 낮아서 다치지는 않은 거 같았다.

연두는 곧장 일어나더니 웃으며 대답했다.


"연두 갠차나요..!"

"휴우.."


다음 탐험은 미끄럼틀이었다.

타기만 하면 돼서 그런지, 연두는 구름사다리보다 미끄럼틀이 훨씬 마음에 든 거 같았다.

물론 안전해서 내 마음에도 들었다.


슈르륵.


"미꾸럼틀 완전 재미써!"

"그럼 또 탈까?"

"으응. 아빠아! 연두 한 번만 더 탈래요..!"


나는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연두 타고 싶은 만큼 타도 돼."

"히히, 네!"


지켜보는 것만으로 즐거워지는 느낌이었다.

그와 동시에 머릿속으로 생각했다.


'비록 오늘은 놀이터지만.'


앞으로는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즐거움을 잔뜩 누리게 해 주겠다고.

그때 옆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크크, 아주 눈에서 꿀이 뚝뚝 떨어지네요."


맞다. 나만 앉아있는 게 아니었지.

연두에게 집중하다 보니 잊어먹고 있었다.

그녀가 웃으며 말을 이었다.


"신기해서 그래요. 그렇게 사랑스럽게 쳐다보시는 게."

"그야, 아빠니까.."

"치, 저는 엄마인데도 계속 그런 눈빛으로는 못 보는데요. 시은이."


하긴, 그럴 수도 있겠다. 가끔 말 안 들으면 얄미울 때도 있을 테니.

연두가 아직 그런 적이 없어서 100% 공감할 수는 없지만.

나는 대충 대답했다.


"놀이터에서 노는 모습을 처음 봐서 그런가 봐요."

"헉. 그러고 보니 큰일인데요?"

"왜요?"

"이제 연두도 맨날 놀이터 가자고 할 수도 있는데."

"하하, 그럼 매일 와야죠. 지금까지 못 온 만큼."


어쩌다 보니 대화가 이어졌다.

그러던 와중 나는 별생각 없이 질문을 던졌다.


"결혼을 일찍 하셨나 봐요?"


어려 보인다고 생각해서인지 무의식 중에 나온 질문이었다.

그녀는 미묘하게 보이는 미소를 짓더니 대답했다.


"그랬죠.."


그 즉시 나는 말실수를 했다는 걸 직감했다. 자세한 건 알 수 없지만.

그리고 내가 한 질문은 그대로 되돌아왔다.


"저도 저지만, 결혼 일찍 하신 건 매한가지인 거 같은데요?"

".. 그러네요."


괜히 얘기 꺼냈네. 분위기만 이상해졌다.

나와 마찬가지로 분위기가 어색해졌다는 생각을 한 걸까.

얼마간 이어진 침묵 끝에 그녀가 먼저 입을 열었다.


"참! 아직도 통성명을 안 했네요. 저는 신세연이라고 해요."

"아, 네. 저는 이주원이라고 합니다."

"그렇구나. 연두는 일 끝나고 데리러 오시는 거예요?"

"네."


통성명을 통해 가까스로 다시 대화가 이어졌다.

그때였다.

말문이 턱 막히게 만드는 질문이 귀에 들어왔다.


"혹시 실례가 안 된다면, 무슨 일 하시는지 여쭤봐도 될까요?"


작가의말

선작, 추천, 코멘트 부탁드려요!

그리고 하늘에다다님, Hadahan님, n4058_aazz1018님, hty0919님, g6941_leewotjd8님, 쿠라스님 과분한 후원 너무 감사드립니다!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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