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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수업자 - The Smuggl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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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인Y
작품등록일 :
2019.07.28 20:59
최근연재일 :
2019.09.1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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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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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8.1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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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3화 - 베라네

DUMMY

“아... 아, 베라네! 알고... 알고 있지.”


호렌의 말을 듣고 있는 셋 중, 카르토가 어색하게, 더듬거리며 입을 연다.


“당연히 알 거라고 믿고... 말이야.”


“당연히 알고말고. 그 뭐냐...”


수민 역시 뭔가 말하려다가, 마주 앉은 주경을 잠깐 살핀다. 주경의 표정이 뭔가 이상해 보인다. 수민은 잠시 후 더듬거리며 말한다.


“그... 너희들도 잘... 알지?”


수민은 이렇게 말하고 나서 고개를 돌리며 표정을 살핀다. 수민과 카르토는 슬슬 주경의 눈치를 살피고 있다. 심지어 카르토는 평소 말이 많은 편인데도, 지금은 애써 말을 아끼고 있다. 당연히, 주경은 굳은 얼굴로 옆에 앉은 호렌을 자꾸만 돌아본다. 애석하게도 호렌만 이 상황을 아직 파악하지 못한 듯하다.


“왜 그렇게 다들 얼어붙은 거야!”


호렌은 수민과 카르토를 번갈아 보며 목소리를 높인다.


“너희들, 지금 이게 얼마나 흥분되는 건지 몰라? 지금까지 우리가 의뢰받은 계약건 중에 가장 큰 거라고! 단 한 번의 거래로 돈방석에 앉을 좋은 기회야! 모르겠어?”


호렌이 열변을 토했지만, 아무도 유의미한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여전히 주경은 심각한 표정으로 테이블을 응시하고 있고, 수민과 카르토는 주경의 눈치를 살피고 있다.


잠시 후, 주경이 한동안 굳게 닫았던 입을 연다.


“내가 곰곰이 생각해 봤는데... 나는 이 거래를 안 했으면 좋겠다.”




주경의 무게를 가득 담은 말에, 거래 이야기를 처음 꺼낸 호렌은 물론이고, 수민과 카르토도 놀란 눈으로 주경을 바라본다. 어색한 분위기가 잠시 테이블 전체에 흐른다. 마치 하늘을 짙게 가려 버린 안개같이. 시간이 되자 주문했던 음식이 테이블에 차례차례 도착한다. 그렇게 다들 식사를 앞에 놓고 있지만, 식기에는 손도 대지 않고, 식사에는 영 관심이 없다는 듯 어색하게 앉아만 있다.


“아, 아니... 거래를 안 했으면 좋겠다니, 그게 무슨... 무슨 말이죠?”


조금 시간이 지나자, 카르토가 어렵게 입을 연다.


“더군다나 호렌은 어렵게 말을 꺼낸 건데...”


“방금 전에도 말했다시피, 이건 저희한테 다시 없을 큰 건이에요.”


호렌은 주경을 보며, 간절하면서도 잔뜩 불만 섞인 목소리로 말한다.


“쉽게 포기할 수는 없어요.”


“내 입장은 분명히 말했어. 다른 건 몰라도 이 거래는 아니야. 안 했으면 좋겠어.”


호렌의 진심 섞인 말에도 주경의 태도는 단호하다.


“내가 괜히 이렇게 말하는 게 아니라는 걸, 너는 알겠지?”


주경의 시선이 마주앉은 수민을 향한다. 수민은 주경의 눈빛만으로도 주경이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 수 있다.


“네, 알고 있죠.”


수민은 조금 무겁게 대답한다.


“삼촌은 너희 아버지에게 항상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어. 삼촌이 항상 틈만 나면 네게 하는 말 또한, 거기서 크게 벗어나지 않아.”


“네... 그게 뭔지는 잘 알고 있죠.”


수민은 주경이 항상 말하는 게 뭔지 잘 안다. 수민은 주경으로부터 귀에 못이 박이도록 들었다. 아버지가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무엇이 아버지를 죽음으로 내몰았는지를.


“자기 안전은 자기가 잘 챙겨야 한다는 것, 또 신뢰가 중요하다는 것...”


“그거 말고 더 많이 강조하던 게 하나 있을 텐데...”


“네... 맞아요. 마약은 절대, 무슨 일이 있어도 다루면 안 된다고 했죠.”


“잘 아는구나. 내가 왜 이 거래를 반대하는지도 잘 알 거다.”


주경의 말에 다들 머리를 한 번씩 갸우뚱한다. 지금 이게 무슨 말을 하는 건가 하는, 황당해하는 얼굴을 하고 있다. 특히 거래에 대해 처음 말을 꺼낸 호렌은, 마치 입안에 똥을 가득 머금은 것처럼, 불쾌함으로 일그러지는 얼굴을 감출 수 없는 듯하다. 카르토 역시, 한숨만 푹푹 쉬며 어색하게 세 사람을 번갈아 바라보고 있다.


이윽고, 이 광경을 보다 못한 수민이 입을 연다.


“그래도 삼촌, 베라네는 마약이 아니잖아요.”


“물론 그건 알지. 베라네는 초능력을 일깨워 주는 물질일 뿐이지.”


주경은 수민의 말에 수긍하는 듯 말하면서도, 그 말투는 한층 더 단호해진다.


“하지만 잘 들어라... 베라네는 마약보다도 더 위험한 거야!”


“아니, 삼촌, 아무리 그래도 그렇게 무턱대고 위험하다고만 하시면...”


“수민아, 아직 네가 잘 몰라서 그러는 거다.”


주경은 여전히 말투는 단호하지만, 조금은 누그러진 목소리로, 하지만 수민을 똑바로 보고 말한다.


“지금부터 베라네가 왜 마약보다 더 위험한 건지, 가르쳐 줄 거다.”


주경은 앞에 놓인 물을 한 번 마시고는, 표정을 고치고, 수민, 카르토, 호렌을 한 번씩 돌아보고 말한다. 셋은 앞에 놓인 스테이크, 케밥 등의 음식을 먹다 말고 주경을 바라본다.

“지금으로부터 약 15년 전에 이런 일이 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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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민은 표정의 변화 없이 잠자코 듣고 있고, 카르토는 초조한 눈빛으로 주경을 보고 있고, 호렌은 여전히 똥 씹은 얼굴을 하고 있다. 하지만 셋 다, 일제히 주경의 입을 주목한다.


“언론에는 잘 보도되지 않아서 많은 사람들은 잘 모르고 있는 사건이야. 아마 여기 식당에서 식사하는 사람들 중에 이 사건을 아는 사람은 아마 나밖에 없을 거다.”


“주경 씨가 말하는 사건이란...”


“도대체 무슨 사건이죠?”


“밀수업자 중에 ‘브루넬 무어’, ‘아흐마드 카림’, ‘웡잉라이’라는 사람들이 있었지. 세 사람은 동업자였는데, 원래도 마약 밀매로 돈을 벌던 사람들이었어.”


“그런데 어떻게 그 사람들을 잘 아세요?”


수민이 주경에게 묻자, 주경은 바로 대답한다.


“아, 너희 아버지와 나는 그 사람들과 한때 거래 관계였어. 그때가 아마 내가 네 나이 때였을 거야. 그래서 그 이후로도 자주 연락하고 지냈지. 그런데 이 사람들은 더 많은 돈을 벌 욕심에 베라네 밀거래에 관여하기 시작했어. 돈은 꽤 많이 들어왔던 것 같아. 월수입이 40억 리라까지 간 적도 있으니까. 마약 거래를 할 때의 2배 이상이었지. 그러다가 베라네에 직접 손을 댔어. 그 사람들은 호기심을 이기지 못했던 것 같은데, 처음에는 좋아했지. 만나는 사람마다 붙들고 이야기했던 것 같아. 오랜만에 만난 내게도 그런 이야기를 했으니까.”


“무엇 때문에 그랬는데요?”


“그 사람들 말로는, 베라네를 섭취하고 나서 처음에는 몸속에서 에너지가 자꾸 샘솟더라는 거야. 그렇게 해서 6개월 정도 섭취하니까, 초능력이 생겼다는 거지. 그 사람들 말로는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은 힘을 얻었다고 했는데, 내가 들어 보니까 그렇게까지 강한 능력은 아니었어.”


“무슨 능력인데요?”


“체력 회복이 좀 빨리 된다든가, 아니면 사물의 크기를 작게 한다든가 하는 것이었는데...”


“뭐 그런 것도 쓰기에 따라서는 요긴하게 쓸 수 있는 능력인데요.”


카르토가 주경의 말에 끼어든다.


“제 능력도 별 볼 일 없어 보이는데, 사업할 때 정말로 잘 쓰고 있다고요.”


카르토는 그렇게 말하며 옆에 앉은 수민을 돌아보고 이를 내보이며 웃는다. 수민 역시 고개를 끄덕인다.


“그런데 요점은 그게 아니야. 잘 들어 보라고.”


주경의 목소리가 다시 굵어진다.


“원래 그 사람들은 종사하는 일은 좀 더러워도 사람은 좋았어. 누구에게나 인사를 잘 하고, 온화한 성격이었지. 그런데 베라네를 섭취한 이후부터 사람이 바뀌었어. 나 혼자의 개인적인 의견이 아니라, 그 사람들을 만나는 모든 사람들이 그런 이야기를 했어. 난폭해졌고, 걸핏하면 시비를 걸고, 술을 더 자주 마시고, 술만 마시면 술주정을 부리고, 그렇게 됐지. 그리고 모아 놓은 돈은 도박이나 유흥으로 탕진했고. 결국, 마지막에 가서는 모두 비참한 죽음을 맞이했지. 한 명은 완전히 폐인이 되어 죽었고, 한 명은 도박판에서 자기 능력을 자랑하다가 싸움이 벌어졌고, 거기서 칼을 맞고 죽고 말았어. 또 한 명은 난동을 부리다가 사살당했지. 이 사건들은 주목받지 못했고, 금방 사람들의 머리에서 잊혔지.”


“......”


“하지만 나는 그 사건 속에 숨은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 베라네를 섭취한 이후로, 그들은 변했던 거야. 베라네는 그들에게 힘과 능력을 준 대신, 그들을 점점 나락으로 떨어뜨린 거야!”




“말도 안 돼요.”


호렌이 입안 가득 불만을 머금은 채로 말한다.


“만약에 베라네가 원인이라고 하면, 제가 보아 온, 베라네를 섭취하고도 수백 년을 별 탈 없이 산 사람들은 설명되지 않아요. 그리고...”


호렌은 수민을 돌아보며 목소리를 높여 말한다.


“너, 생각 잘 해라! 네가 만약 다른 마음을 먹는다면, 너는 기회도 잃고, 돈도 잃고, 친구도 잃는 거야! 알겠어?”


수민은 속으로 한숨을 푹 쉰다. 어느 쪽을 따르든 한쪽은 자신에게 실망하게 될 것이다...


“물론 자네 말도 맞지.”


주경이 손을 들어 호렌을 제지하며, 다시 입을 연다.


“비교적 무탈하게 살다 간 사람들도 있어. 자네들 종족이라면 한 수백 년은 되겠군. 하지만, 적어도 내가 알 수 있는 범위 안에서의 정보에 따르면, 베라네에 손을 댄 사람들은 불행하게 될 확률이 그렇지 않을 확률보다 훨씬 커. 특히 특수부대원이나 방첩기관 요원 중에 그런 사례가 많았지.”


“그걸 일반화하면 안 되죠.”


“성급한 일반화가 아니야. 억측도 아니지. 이미 베라네에 대해 깊게 관심을 둔 사람들은 모두 알고 있는 사실이라고!”


주경은 표정을 바로 하고, 수민의 얼굴을 바로 보며 말한다.


“자! 삼촌은 네게 충분히 말해 줬다. 이 삼촌이 왜 베라네를 다루는 것에 대해 반대하는지를, 그리고 네 아버지가 무엇 때문에 돌아가셨는지를!”


어느 새 주경은 목에 핏대를 세우고, 목소리는 올라가 있다. 입에서는 가끔씩 거친 숨이 나온다.


“네... 네.”


“귀에 못이 박이도록 들었다고 해도 좋다. 네가 내 뜻을 알아줄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해!”

“잘 알겠어요.”


수민은 주경에게 풀이 죽은 듯하면서도, 아랫입술을 깨물며 말한다. 주경은 수민을 다시 본다. 주경의 눈이 흔들린다.


“삼촌이 너무 소리를 질러서 미안하구나. 이제 선택은 네 몫이니 잘 결정하거라.”




“삼촌, 저는 이미 결정했어요.”




수민의 말에도 주경은 아무 말이 없다. 카르토와 호렌 역시 아무 말 없이 주경과 수민을 번갈아 본다. 수민은 천천히, 그러나 또박또박 말한다.


“물론 삼촌의 뜻이 뭔지는 잘 알지만, 저는 그래도 이 거래를 포기할 수 없어요.”


수민은 말을 마치고, 주경의 표정을 찬찬히, 조심스럽게 살핀다. 주경은 말없이 앞에 놓인 음식을 먹다가, 수저를 놓고 말한다.


“그렇구나.”


“......”


“네 뜻이 정 그렇다면... 네 뜻을 따라야지.”


주경의 입에서 나온 뜻밖의 말에, 수민은 순간 자기 자신이 잘못 들은 건 아닌가 하고 머리를 긁적인다. 카르토와 호렌도 멀뚱멀뚱, 주경만 바라본다.


“네? 삼촌... 지금 뭐라고 하셨죠...?”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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