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수업자 - The Smuggl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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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플레인Y
작품등록일 :
2019.07.28 20:59
최근연재일 :
2019.12.1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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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8.1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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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5화 - 실종(2)

DUMMY

“마카란 아가씨, 당신 알고 있는 것 맞아?”


호렌은 어느새 자기 앞에 선 젊은 인간 여성에게 말한다. ‘마카란’이란 인간 외 다른 종족들이 인간을 부르는 말. 여성은 조용히 고개만 끄덕인다.


“어떻게 알고 있다는 거지? 무슨 예지 능력이나 투시 능력 같은 거라도 있는 거야?”


호렌의 말에도 여성은 그저 무언지 모를 미소만 지을 뿐이다.


“아니, 어떻게 알고, 어떻게 도와줄 거라고 말을 해 줘야 할 거 아니야? 정말 알고 있는 거 맞아?”


“아, 알고 있다니까.”


여성은 계속 모호한 표정으로 말한다.


“그러면, 지금 좀 말해 주겠어? 마카란 아가씨.”


호렌은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한다.


“당신한테는 별일 아닐지 몰라도, 이건 내게 지금 급한 일이라고.”


“알았어. 일단은 햇볕이 따가우니까, 어디 카페 같은 데라도 들어가자고.”


여성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바로 옆에 있는 건물로 들어간다. 호렌도 여성을 따라 카페 안으로 들어간다.




카페 ‘레드 클라우드’. 라보 중심가에 있는 4층짜리 빌딩의 1층과 지하 1층을 사용하고 있는 카페로, 커피도 유명하지만, 특히 이 가게의 비법 재료를 넣은 아이스티 ‘레드 클라우드 티’로 유명한 곳이다. 또한, 이 주변에서는 비즈니스 장소, 만남의 장소로도 많이 사용되는 곳이기도 하다.


레드 클라우드의 지하 1층. 마치 지하 토굴 같은 분위기로 조성된 방에는, 지상보다 넓은 공간에 테이블이 여러 개 놓여 있고, 테이블마다 사람들이 앉아 있다. 한쪽에는 큰 문이 하나 있는데, 가끔 사람들이 그곳으로 오고 간다. 그리고 그 문 근처에 있는 2인용 원형 테이블. 호렌과 선글라스를 쓴 여성이 마주 앉아서 레드 클라우드 티를 마시며 말하고 있다.


“내 생각에... 그 사람들은 아마 녹아서 사라진 것 같아.”


“아니, 사람이 그렇게 녹아서 사라진다든가 하는 게 말이 돼?”


“물론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불가능하겠지.”


여성은 가끔씩 다른 곳을 보며 말한다.


“하지만 내가 들은 것에 따르면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야. 초능력자 중에 그렇게 해서 몸을 감출 수 있다거나 할 수 있는 경우가 있었지.”


“이건 그런 것들과는 상황이 다른 거라고.”


호렌은 한숨을 푹 내쉬며 앞에 놓인 잔을 한 번에 반 정도 마신다.


“1분도 안 되는 시간에, 두 명이 순식간에 사라졌단 말이야. 녹는다는 건 그렇게 빨리 되는 게 아니야. 그렇다면 어떻게든 흔적이 남을 텐데, 그런 흔적조차도 남지 않았어.”


“그 사람들이 그런 능력자였을 수도 있겠지.”


“아니야. 그 사람들에게 그런 능력은 없어.”


호렌은 딱 잘라 말한다. 그리고 여성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보며, 목소리를 높여 말한다.


“당신, 정말 알고 있는 게 맞기는 한 거야?”


“마... 맞아! 알고 있다고.”


“그러면, 왜 말을 금방 안 하는 거지? 혹시 알고 있다는 게 거짓말 아니야?”


“아... 아니야! 아니라니까.”


여성은 고개를 가로저음과 동시에 손을 내저으며 말한다.


“그렇다면, 혹시 나한테 뭔가를 숨기고 있는 거 아니야?”


“그런 것도 아니라니까.”


“아까는 알고 있다며? 그런데 왜 지금은 추측성으로 말을 하는 거지?”


“그... 그러니까... 나도 확실한 건 아니지만, 예전에 경험한 게 있어서 혹시 그거하고 비슷한 게 아닐까 해서...”


“그럼 아까부터 그렇게 말했어야지!”


호렌은 자기도 모르게 큰 소리로 말하고는, 마치 속에 있는 모든 것을 쏟아내기라도 한 듯, 허탈하게 푹 한숨을 내쉰다.


“사람이 그렇게 흐리멍덩해서야 어디 되겠냐고.”

EP5.png

호렌은 잔의 나머지를 다 비운다. 문득, 카페 안이 조금 춥다고 느낀다. 하지만 실제로 춥지는 않다. 시원하긴 해도 추운 정도는 아니다. 하지만, 온몸을 은근히 휘감는 오싹한 느낌이 전해져 온다. 어디서 오는지 모를 불쾌한 느낌. 호렌은 잠시 앞에 앉은 여성을 본다. 두 눈에 의심을 담고서, 그 여성을 찬찬히 훑어본다. 순간 호렌은 고개를 젓는다. 아니다. 아닐 것이다. 내 앞에 앉은 이 여자일 리가. 어딘가 순수해 보이기까지 하는 이 여자일 리가... 설마.

호렌은 옆을 본다. 큰 문이 있다. 지하로 통하는 문이다. 그래. 여기가 바람이 통하는 곳이라서 그런 거겠지... 그저 느낌뿐일 것이다. 그 서늘한 느낌은. 호렌은 여성을 순간적으로나마 의심한 것에 미안하다는 생각까지 든다. 호렌은 다시 여성을 똑바로 응시하고 입을 연다.


“그러면 당신이 경험한 것에 대해 한번 말해 봐.”


“아... 알았어.”


여성은 떨리는 목소리로 말한다.


“시간 없으니까, 요점만 말했으면 좋겠군.”


“내가 몇 년 전에 경험한 건데...”


여성은 천천히 말한다.


“좀 빨리 말하지 못하겠어? 나는 급하다고!”


“그러니까... 그때도 아마 비슷했을 거야. 한적한 주택가에서 일어났던 일인데...”


“말해 봐.”


“아직도 기억해. 무엇보다도 그 사람들의 인상착의가 대단히 특이했거든. 한 사람은 뭐라고 하지... 지구의 18세기 시절의 죄수복이라고 하면 되나?”


“그게 뭔데? 마카란 기준으로 말하면 못 알아들어.”


“그러니까... 흰색하고 검은색 줄무늬가 있는 옷인데, 상의하고 하의가 다 그랬어. 또 한 명은 복장은 아주 평범했는데, 머리 오른쪽은 밀고, 오른쪽은 길게 길렀지. 어쨌든 그 사람들이 길을 가는데, 나하고 마주친 그 순간에 갑자기 땅속으로 녹아내리듯 사라진 거야. 나는 순간적으로 놀라서 땅바닥에 엎드렸어. 하지만 별 일 아닐 거라고 생각하고, 다시 내 갈 길을 갔지.”


여성은 잠시 말을 멈추고 레드 클라우드 티를 한 모금 마신다. 호렌은 초조한 얼굴로 여성을 노려본다. 그의 눈은 여성에게 빨리 말을 하라고 분명히 말하고 있다.


“그런데... 한 3분쯤 후였나? 내가 지하철을 타려고 지하도로 들어갔을 때... 내 눈을 믿을 수 없었어. 내가 주택가에서 봤던 그 사람들, 줄무늬 옷의 남자와 반쪽 삭발의 남자가 걸어 다니고 있었던 거야. 혹시 잘못 봤나 싶어 눈을 몇 번 감았다가 다시 봤는데, 그 사람들이었어. 확실히 그 사람들이었지.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쉽게 상상하기는 어려웠던 것 같아. 사람이 녹아내리는 능력이 있다고 해도 어떻게 그렇게 짧은 시간 안에 완벽하게 다시 나타날 수 있었던 건지 말이야.”


“이봐, 그냥 요점만 말해. 시간이 없다니까?”


호렌은 여성에게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한다.


“그래서... 그래서 있지. 그 두 사람의 뒤를 밟아 봤는데... 역시나, 인적이 드문 곳으로 가니까 또 주택가에서 본 것처럼 스르르 녹아서 땅속으로 사라지더라고.”


잠깐... 아까 수민과 카르토는 순식간에 사라진 건데, 지금 이 여성이 하는 말은... 스르르 녹아서 사라졌다고?


“뭔가 안 맞는 것 같은데.”


“내 기억이 정확하지 않아서 그래. 하지만 두 사람이 위에서 아래로 녹아 내려가는 능력이 있던 건 사실이야.”


“당신 정말 흐리멍덩한 인간이네. 애초에 그 기억도 그냥 갖다 붙이기만 한 거 아니야?”


“아... 아니라니까! 정말이라니까.”




호렌은 붉어진 얼굴을 하고 여성을 응시하다가, 주위를 돌아본다. 마침 두 사람의 바로 옆 테이블에서 혼자 커피를 마시는 남성 한 명이 눈에 띈다. 잘 정돈된 금발 머리에 반팔 셔츠를 입은 사람이다. 왼팔 어깨에 써 있는 ‘Customs’ 글씨. 그 사람은, 다름 아닌 아까의 관세청 직원 미터마이어다. 하지만 호렌도, 미터마이어도 지금은 서로가 누구인지 모른다. 하지만 호렌으로서는 그 ‘Customs’라는 단어가 신경 쓰이지 않을 수 없다. 호렌은 모르지만, 그 자리에 수민이 없다는 게 참으로 다행이 아닐 수 없다.


“선생, 말 좀 물읍시다.”


호렌은 조심스럽게, 먼저 미터마이어에게 말을 건다.


“무슨 일이지요?”


“혹시 옆에서 저희가 하는 이야기를 들으셨는지요?”


“아... 쭉 듣고 있었죠.”


미터마이어는 망설임도 없이 바로 대답한다.


“충분히 일어날 만한 일들이지요. 제가 겪은 것과 매우 비슷한 케이스지요.”


“혹시 무슨 일인지 간단히라도 말씀하실 수 있는지요?”


“방금 들은 것과 완전히 똑같은 능력을 사용했지요. 저것과 비슷한 능력을 사용하는 사람들과 종종 만나게 되거든요.”


“아, 하긴 직업이 그러시니.”


순간 미터마이어도, 호렌도, 여성도 모두 섬칫 하고 놀란다. 미터마이어는 ‘이 이레시아인 보통이 아닌데’ 하는 눈으로 호렌을 흘깃흘깃 본다. 호렌은 ‘내가 무슨 말을 했지’ 하고 자기 입을 슬며시 가린다. 여성 역시 여전히 선글라스를 쓴 채로, 입술을 실룩이며 두 사람을 번갈아 본다. 그렇게 서로가 말없이 서로의 눈만 흘깃흘깃 훔쳐보는 잠시간의 어색한 시간이 흐른 후.


“이봐... 당신.”


여성이 호렌을 보고 말한다.


“혹시 저 문으로 나가면 있는 지하도에 실마리가 있을지도 몰라.”


지하도? 호렌은 여성을 본다. 선글라스를 쓰고 있어 무슨 표정을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상하다. 아무리 봐도 이곳 라보, 아니 페리에 행성에는 초행길인 것 같은데, 어떻게 이 지하도를 알고 있는 것인가? 들어가 보지도 않았을 텐데 여기가 지하도로 가는 문이라는 건 어떻게 아는 걸까? 역시 이 여성은 이상하다. 그래도, 일단은 믿어 보기로 한다.


“알았어... 가자고.”


“당신이 좀 앞장서 줬으면 좋겠는데.”


“아... 알겠어.”


호렌이 먼저 지하도의 문을 열고 나가고, 여성도 따라 나간다. 미터마이어는 앉아서 두 사람이 나가는 것을 지켜본다. 두 사람이 완전히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그는 가만히 두 사람의 뒤를 바라본다. 마치 먹잇감을 멀리서 바라보는 매처럼. 생각 같아서는 두 사람의 뒤를 당장이라도 쫓아가고 싶지만 그러지는 않는다. 그는 갈 길이 머니까.




약 5분쯤 후, 레드 클라우드에서 이어지는 지하도. 보통의 지하도는 내부에 전등 같은 게 있어서 그리 어둡지는 않지만, 이곳은 다르다. 전등 같은 것도 없고, 그 외의 조명이 될 만한 것도 보이지 않는다. 완전한, 그야말로 칠흑이다.


어느 정도 왔을까.


“이봐, 당신.”


호렌은 뒤돌아보고 여성에게 말을 건다. 반응이 없다.


“내 말, 들리는 거야?”


호렌은 다시 말한다.


여전히,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아니 호렌의 목소리의 메아리만 벽에 부딛쳐 들려 온다, 처음부터 호렌 혼자 이곳에 들어온 것처럼.


“듣고 있으면 대답을 해!”


목청껏 고함을 질러 본다.


“......”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호렌의 머릿속에서 문이 하나 열린다. 이 상황은... 그렇다. 설마 이 여성도 갑자기 사라져 버린 것인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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