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수업자 - The Smuggl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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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플레인Y
작품등록일 :
2019.07.28 20:59
최근연재일 :
2019.12.1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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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1.2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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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화 - 수많은 이름을 가진 자

DUMMY

수민은 남자의 팔을 붙들고 있는 사람이 누군지 바로 알아챈다.


“사... 삼촌! 어떻게...”


“피해라, 수민아! 어서!”


놀랍게도, 주경이 그의 두 손으로 남자의 오른팔을 꽉 붙든 채 버티고 있다. 하지만, 수민이 얼른 보기에도, 주경은 이를 악물고 버티고 있지만, 버티기에는 역부족이다... 그것보다도, 분명 주경은, 수민이 어떻게 되든 그건 수민 자신의 책임이라고 했을 텐데... 하지만 지금의 주경은 분명, 주경이 전에 한 말과는 정반대의 행동을 하고 있다!


“하지만, 삼촌...”


“분명히 말했지? 너 때문에 온 게 아니야!”


“이게 무슨...”


바로 그때, 남자는 주경의 얼굴을 보고는 비웃음 가득 섞인 웃음을 짓는다. 주경은 남자의 얼굴을 확인하자마자, 급격히 분노로 일그러진다.


“아니, 이게 누구신가. 김주명의 동생, 김주경이 아닌가? 잘 살아 있었군그래.”


“한 번에 알아볼 줄이야... 21년 전 에스토인들에게 우리를 공격하도록 사주한 놈이 네놈이로군?”


“흐흐흐... 용케 거기서 탈출했군. 하지만 네놈의 운도 여기까지다!”


“내가 그렇게 놔둘 것 같으냐!”


한껏 악을 쓴 주경은 이를 악물고 남자의 오른팔을 붙든 양손에 힘을 꽉 준다. 하지만, 수민은 불길한 직감을 한다. 남자가, 뭔가 심상치 않다...


“사... 삼촌! 조심해요!”


고함을 지르는 수민의 눈에, 남자의 주먹을 쥔 왼손이 묘한 움직임을 보인다. 여전히 오른팔을 붙들린 남자는, 입꼬리를 올리고 있다. 그런데 다음 순간...

EP29.jpg

파직-




한순간이다. 1초밖에 안 되는 순간이다. 마치 종이를 찢는 것 같은 가볍고 경쾌한 파열음이 들린다. 그리고 정적이 흐른다. 다음 순간... 수민의 눈은 믿을 수 없는 광경을 보고 있다.




주경의 몸통 한가운데가... 관통당했다. 그 남자의 왼손 주먹에. 남자의 오른팔을 힘을 다해 쥐고 있는 주경의 양손에는 힘이 점점 풀려 가고 있다. 주경의 입은 붉은 피를 토하고 있다. 여전히 주경의 두 눈은 남자를 노려보고 있다. 수민의 입은 다물어지지 않는다. 머릿속이 시커메진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생각조차 나지 않는다.




“주... 주경 씨!”




수민의 등 뒤에서 여러 사람의 목소리가 들린다. 수민은 뒤를 돌아본다. 암청색의 공간이 입을 벌리고 있다. 그 안에서 카르토와 카림이 얼굴을 내밀고 있다...




남자는 암청색 공간 안의 얼굴들을 보고도 전혀 동요하지 않고, 오히려 비웃음이 잔뜩 섞인 웃음을 짓더니, 곧바로 주경을 꿰뚫었던 그의 왼손 주먹을 재빠르게 빼낸다. 남자의 팔이 완전히 주경의 몸에서 빠져나가자, 주경은 마치 순식간에 쭈그러든 바람인형처럼, 그 자리에 힘없이 털썩 쓰러진다.




“사... 삼촌!”




수민은 주경에게 달려간다. 주경의 가슴팍은 피투성이가 되어 있고 가운데에는 커다란 구멍이 뚫려 있다. 아직 숨은 붙어 있다. 수민의 눈앞이 점점 흐려진다. 손을 들어 눈을 어루만진다. 눈이 축축하다.




“수... 수민아...”




“삼촌...”




“삼촌은... 삼촌은 걱정하지 마라. 말했잖니. 네 안전은 네가 챙겨야...”




주경의 목소리는 점점 작아져 가고, 입에서는 계속 피를 토하고 있다. 수민은 흐르는 눈물을 닦고는 남자를 노려본다. 남자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얼굴에 미소를 짓고 주변을 돌아본다. 그 얼굴을 당장이라도 후려갈기고 싶다. 하지만 그랬다가는 또 어찌 될지 모른다... 일단 기회를 노리자... 수민이 그렇게 입술을 깨물고 있는 사이, 남자는 벽 한쪽에 생겨난 암청색의 공간을 발견한다.








“호오... 혹시 모두 나를 찾아온 건가?”




남자는 암청색의 구멍에서 넘어온 일행을 보고도 태연히 말한다.




“저놈이다. 저놈이 필레스토 론도야!”




카림이 남자의 얼굴을 보자마자, 바로 얼굴을 붉히며 소리 지른다. 남자는 카림을 바로 보더니 비웃는 웃음을 짓는다.




“역시 그때 그대로로군, 아흐마드 카림!”




“너 이 자식, 주경 씨에게 무슨 짓을 한...”




카림은 분노에 가득 차 남자에게 달려들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카림은 순간 남자의 손에 마치 자석이 이끌려 가듯 끌려가 붙들린 후, 주먹과 발로 몇 번 맞고 걷어차인 다음, 한구석의 벽으로 던져진다.




“으... 으...”




“물러터졌군. 여전히 변함없이.”




태연한 남자의 모습과, 신음하는 주경과 카림을 번갈아 보는 호렌과 카르토는, 온몸이 불타는 듯하다.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암청색의 공간에서 나와 곧바로 남자를 향해 달려든다.




“네놈, 파디샤!”




분노를 가득 머금고 남자에게 달려들었지만... 그것도 잠시. 어떤 알 수 없는 강력한 힘이, 암청색의 공간에서 막 나온 모두를 덮친다. 그 압도적인 힘에, 모두가 갱도의 벽으로 던져진다. 카르토와 호렌을 포함해, 카림, 미터마이어, 발레리, 조셉 모두가.




“으... 으...”




“이제 몸으로 충분히 느꼈겠군. 왜 너희들 모두가 달려들어도 나를 못 이기는지 말이지.”




남자는 태연히 말한다. 호렌과 카르토는 몸을 일으켜 세워 보려 한다. 하지만 뭔가가 강하게 짓누르고 있다. 모두의 몸을.




“자, 그럼 이제 못다 한 이야기를 해 보도록 하지.”




남자는 쓰러져 있는 일행 중에서도, 특히 가슴에 커다란 구멍이 생겼음에도 아직 숨을 쉬고 있는 주경을 보며 웃은 다음 말한다.




“내가 목표한 ‘신’이 되기 위해서는, 막대한 양의 베라네가 필요했지. 엄청난 양의 베라네를 모아 만들어진 액체 상태의 농축된 베라네를 복용하니, 불로불사를 얻었고, 강력한 초능력을 얻을 수 있었지. 그것으로는 모자라. 그 농축된 베라네를 수없이 모으고, 정제 과정을 거쳐, 결정을 이룬 ‘슈퍼 베라네’를 만드는 거지. 그것을 사용하면, 우주의 법칙을 다루는 ‘신’이 될 수 있다. 수많은 종족들의 기록을 뒤져 보니, 수만 년 전의 과거에 하나 있었다고 했는데, 지금은 어디 있는지 찾을 수 없다는군.”




“당연하지. 너 같은 놈이, 그런 걸 얻을 리가 있겠어?”




“닥쳐라!”




호렌이 남자를 향해 몸을 일으켜 말대꾸를 하자, 남자는 호렌을 향해 손을 뻗는다. 호렌의 몸이 붕 뜬 다음 다시 벽에 처박힌다.




“역시, 하등한 것들은 나의 원대한 이상을 몰라보는군. 그래서, 나는 그것을 새로 만들기로 했다. 수백 년에 걸쳐 베라네를 모았고, 이제 그 결실을 눈앞에 두고 있다. 너희들이 봤을 정제공장이 바로 농축 베라네를 만든 곳이며, 슈퍼 베라네를 만들 곳이지.”


남자는 이어, 팔짱을 끼고, 자신이 이루어 가는 이상에 도취된 듯, 고개를 꼿꼿이 들고, 일행을 쳐다보지도 않으며 말한다.




“자, 너희들은 지금 이렇게 생각하겠지. 내 눈앞에 있는 이놈의 계획을 막으려면, 지금 가지고 온 베라네를 안 주면 된다고. 하지만 소용없다. 조금 전에 이미 저장 탱크에 들어가서 정제 준비를 하고 있거든.”




말도 안 된다... 수민의 머릿속이 다시 시커메진다. 분명히 얼리버드 호에서 내려놓기만 했을 뿐 거기서 뭘 더 한 건 없는데, 이미 저장 탱크에 들어갔다고?




“그리고 탈출해서 내가 하는 일을 알리려고 하나 본데, 그것도 소용없다. 방금 너희들이 타고 온 우주선들은 파괴되었다.”




이게 무슨 소리인가... 우주선들이 파괴되었다고? 그것도 방금? 어떻게?








“이럴 수가...”




미터마이어의 얼굴빛이 사색이 된다.




“진짜야. 파괴되었어, 방금.”




“서... 선배님, 그게 무슨...”




“우리 세관선의 신호가 없어. 심지어 얼리버드 호도.”




“......”




모두의 얼굴색이 어두워진다. 우주선이 파괴되었다니... 게다가 여기는 용암지대가 섞인 사막지대다... 탈출할 방법은 이제 없다는 뜻이다.




“아... 안돼...”




미터마이어의 절망이 가득 섞인 목소리를 음미하며, 남자는 미소짓는다. 주위를 돌아본다. 땅바닥에 널브러진 모두가 신음을 흘리며 허우적대고 있다. 어두운 바닥에 널브러진 수민의 일행과 세관 단속반은, 멀리서 보면 누가 누구인지도 분간이 안 갈 지경이다.




“가장 깊은 곳에서 나오는 절망, 그리고 출구가 없는, 끝없는 추락... 이 모든 것들은 보기 좋지. 하등한 것들의 진짜 몸부림을 볼 수 있어서 말이야.”




수민의 오른손은 점점 통증이 심해져 온다. 그 남자가 밟고 있는 게 아닌데도. 가슴도 점점 답답해져 온다. 아까처럼 그 남자가 그의 가슴을 누른 게 아닌데도. 그것보다도 조금 전까지 분명 옆에 쓰러져 있던 아이샤가 또 보이지 않는다. 어떻게 된 것인가? 설마 저 남자가 또 무슨 짓을 해 버린 건 아닌가... 저 남자라면 충분히 그럴 수 있을 것이다... 생각만 해도 분하다. 곁에 쓰러져 있는 삼촌만 해도 그렇고, 생각만 해도 그의 가슴 속 깊은 곳에서 화가 끓어오른다!




“아, 내가 너희들한테 이걸 아직 안 보여 줬군. 어차피 저승길 갈 거, 특별히 보여 주는 건데 말이지.”




남자는 매우 자랑스러워하는 얼굴을 하며, 웃음기를 가득 흘리며 말한다.




“이 방에는 그동안의 성과물인 농축된 베라네가 보관되어 있지. 이제 여기서 조금만 더 모아서 여러 가지 공정을 거치게 되면, ‘슈퍼 베라네’가 탄생하는 거다.”




남자가 손짓하자, 그의 등 뒤에 있는 철문이 천천히 열리기 시작한다. 남자는 이미 자신이 신이 되기라도 한 것처럼, 얼굴에 웃음을 가득 띠고, 다 이루었다는 듯한 웃음을 짓는다. 이윽고 철문이 완전히 열린다. 그런데...




“어... 뭐야? 여기 있던 농축된 베라네 용기들은 다 어디 간 거야?”




남자의 목소리가 떨리기 시작한다. 방금 전까지 넘쳤던 자신감과 거만함은 바람에 날리듯 사라져 버린다. 그의 눈에는, 텅 비어 버린 방만이 보일 뿐이다. 분명히 보안 장치를 철저히 해 놓았건만, 없어져 버린 것이다.




“반드시 찾아서 돌려놓으리라! 그리고 훔쳐간 자들에게는 저주를 내릴 것이니!”




남자는 조금 전까지의 근엄함은 내다 버리기라도 한 듯, 악을 박박 쓰며 소리 지른다. 수민은 욱신거리는 것을 참은 채, 가만히 남자를 노려본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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