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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의 아이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문낭호
작품등록일 :
2019.07.30 01:11
최근연재일 :
2019.10.30 2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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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9.26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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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복호伏虎 (6)

DUMMY

만장 콘크는 말의 목을 껴안다시피 한 채로 말을 몰고 있었다. 만장 콘크가 가장 사랑하는 말인 카르는 아니었지만, 아르트 케시크의 목장에서 자란 말답게 잘 훈련되어있었다. 그리고 타고났는지 훈련을 받은 건지는 모르지만, 제 등 위에 탄 사람이 흔들림이 적도록 걷는 법을 아는 녀석이었다.


원래 중경의 초원말들은 훈련하지 않아도 오른쪽 앞 뒷발을 함께 내밀고, 뒤를 이어 왼쪽 앞 뒷발이 함께 내미는 식으로 걷는 경우가 많았다. 아르트 케시크를 비롯한 초원의 기병들은 이렇게 걷는 말들을 선호했다. 위아래 흔들림이 적어 오래 달려도 쉽게 지치지 않았고, 말 등에서 무기를 쓰기에, 특히 활을 쏘는 데에 편했다.


하지만 그렇다고는 해도, 훈련이든 무엇이든 항상 함께하던 애마에 비할 바는 못 되었다. 못내 아쉬운 마음에, 만장 콘크는 쩝 하고 입맛을 다셨다.


어쩔 수 없었다. 만장 콘크뿐만 아니라, 머리천장 수부타이를 비롯한 다른 천장들 모두 아끼는 말은 두고 올 수밖에 없었다. 지금 만장 콘크를 주축으로 아르트 케시크들이 벌이고 있는 기동은, 말이나 사람이 모두 몹시 혹사당하는 것이었다. 그것도 사람이라면 모를까, 말이라면 수명이 줄어들 정도의 기동이니. 자기가 아끼는 말을 끌고 올 케시크는 아무도 없었다.


아르트 케시크의 열 개의 천호 중 여덟 개의 천호가 울란보데타르에서 출발한지 오늘로 닷새째. 동원된 말만도 케시크 한 사람 당 최대 다섯 마리로, 거의 3만 마리에 달했다. 그 중에 오늘만 몇 백 마리쯤 되는 말이 탈진하여 무리를 이탈했다. 정확하게 숫자를 파악하기도 힘들 정도였다.


다행인 것은, 뒤 따르고 있는 두 개 천호가 평상시의 기동속도로 진군하며, 뒤처진 말들이나 병사들을 수습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물론, 정작 그 천호를 이끌고 있는 두 천장이나 케시크들은 내심 불만일 테지만.


만장 콘크는 고삐를 쥐지 않은 빈손으로 입을 가린 가리개를 만지작거렸다. 가죽을 검은 광택이 돌 때까지 잘 무두질해, 만장 콘크의 입에 맞게 만든 것이었다. 모래먼지를 막기 위해서도, 또 이렇게 추워진 날에 찬바람이 목과 폐를 침범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도 꼭 필요한 것이었다.


“만장!”


뒤에서 부르는 소리에, 만장 콘크는 가리개를 손으로 붙잡은 채 고개를 돌렸다. 상대도 가리개를 하고 있어 목소리가 울리는 데다, 온 사방에 말 달리는 소리가 가득하니 어지간히 소리를 크게 내지 않고는 들리지도 않을 지경이었다.


“만장 콘크!”


덕분에 만장 콘크는 목소리만으로는 누군지 알아듣지 못하고, 투구에 꽂힌 끝이 붉은 흰 깃털과 다른 케시크들 보다 한 뼘은 큰 활을 보고서야 간신히 머리천장 수부타이임을 알아보았다.


“안다!”


만장 콘크도 가리개와 소음을 감안하여 목소리를 높였다. 혹시라도 대답을 듣지 못했을까봐, 부르는 소릴 들었다는 의미에서 가리개를 붙잡고 있던 손을 들어올렸다. 그것을 확인한 머리천장 수부타이가 말의 속도를 더 붙여서 만장 콘크에게 가까이 다가왔다. 그렇다고 소음이 사라진 것도 아니고, 가리개를 뗄 수 있는 것도 아니라, 머리천장 수부타이는 다시 악을 쓰다시피 목소리를 높였다.


“정찰대! 탐보! 적 발견!”

“거리는!”

“반 각(=약 8분)!”


선두에 서서 달리고 있던 만장 콘크는, 서서히 속도를 줄이며 손을 높이 치켜들었다. 그것을 보고, 머리천장 수부타이는 속도를 완전히 줄이다시피 하며 대열의 후미까지 쳐졌다. 그 대신에, 만장 콘크가 손을 치켜 든 것을 볼 수 있는 거리에 있던 천장 셋이 말을 몰아 가까이 다가왔다. 하지만 그들이 먼지나 찬바람을 막기 위해 다들 꽁꽁 싸매다시피 하고 있어, 만장 콘크는 누가 누군지 알아보기가 힘들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모두를 알아 볼 수 없는 것은 아니었다. 만장 콘크는 주먹 쥔 손을 위로 치켜들고, 손가락 세 개를 펴보였다. 그것을 본 천장 둘이 즉시 원래 대열로 돌아가고, 남은 천장 하나가 가리개 위로 보이는 푸른빛이 도는 보라색 눈을 반짝이며 가까이 다가왔다.


“후치테! 선도! 반 각!”


만장 콘크의 목소리는 충분히 우렁찼다. 확실히 알아들었다는 뜻에서, 천장 후치테는 주먹 쥔 손을 한 번 들어올렸다.


천장 후치테는 곧장 속도를 조금 늦춰 만장 콘크에게서 떨어지며, 손가락 다섯 개를 모두 편 채로 손등이 뒤로 향하도록 치켜들었다. 천장 후치테의 천호는, 그 신호를 발견한 즉시 모두 속도를 줄이지도 않은 채로 옆을 달리는 다른 말로 갈아탔다. 천장 후치테 또한, 옆의 빈 말의 고삐를 잡아채었다. 많이 지친 말들은 이미 후미로 쳐져 있으니, 선두에 가까운 이곳에서 달리고 있는 말은 거의 문제가 없다고 봐도 좋을 터였다.


천장 후치테는 거의 공중제비를 돌다시피 뛰어, 가벼운 몸놀림으로 말을 옮겨 탔다. 경번갑도 제법 무거운 편인데도, 그런 무게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했다.


천장 후치테는 말을 옮겨 타자마자, 등자를 딛고 서서 뒤를 돌아보았다. 십장들이 먼저 제 부하들을 살펴 확인하고, 그 십장들이 확인했다는 의미로 오른손으로 투구를 잡았다. 그것을 확인한 백장들 또한 오른손으로 투구를 잡자, 천장 후치테가 그 모두를 확인하고 말을 재촉해 속도를 높이기 시작했다.


아르트 케시크의 거대한 집단에서, 천장 후치테의 천호는 누구 하나 부딪히는 일 없이 자연스럽게 대열을 빠져나왔다. 그리고는 순식간에 천호의 속도를 구보에서 습보를 넘나들 정도까지 높였다.


목표가 어디인지 확인하는 일은 어렵지 않았다. 대열을 앞서며 정찰을 벌이고 있는 백호가 있었고, 그 백호 소속인 십장들이 붉은 깃발을 든 채 앞서 달리고 있었다. 그러니 천장 후치테는 붉은 깃발들만 쫓아 달리면 되었다.


곧, 얼마 지나지 않아 천장 후치테는 적진을 발견했다. 천장 후치테는 적진을 훑어보며 오천호기만 넷을 보았고, 곧 적들이 적어도 1만은 되는 군세임을 알아챘다. 천장 후치테는 서호군의 일반적인 편제로 보았을 때, 대략 1만쯤 되는 보병에 기병이 2천쯤은 붙어있을 거라는 것도 눈치챘다.


“궁전(弓箭)! 궁전!”


천장 후치테는 즉시 활을 빼들며 외쳤다. 그것을 놓치지 않고 들은 아르트 케시크 하나가 천장 후치테를 뒤이어 소리쳤고, 천장 후치테의 명령은 빠짐없이 빠르게 천호 내로 퍼졌다.


천장 후치테는 구태여 화살 얼마를 쓰라고 말하지 않았다. 그럴만한 여유도 없었다. 천장 후치테는 허리 옆으로 비껴 멘 전동에서 화살 다섯을 뽑아 활을 쥔 왼손에 쥐었다. 그리고는 다시 화살 셋을 빼어들고는, 시위에 먹였다.


첫 화살은 소리살이었다. 천장 후치테가 알려주기라도 하겠다는 듯 소리살을 쏘아내자, 그 뒤를 이어 천장 후치테의 천호들이 쏘아낸 화살들이 날아올랐다. 천장 후치테는 그 화살들을 눈으로 쫓지도 않고, 즉시 손에 쥔 다음 화살을 시위에 먹였다. 천장 후치테의 활시위는 몹시 빠른 곡을 연주하는 거문고의 현처럼 퉁겼다. 어지간한 아르트 케시크의 천장들도 흉내 내기 힘들 정도의 속사였다. 그 몇 번 눈을 깜빡일 정도의 잠깐 동안에, 순식간에 여덟 발의 화살이 적진을 향했다.


아르트 케시크들은 제 천장을 닮기 마련이라서인지, 천장 후치테의 천호에 소속된 이들의 속사 또한 다른 천호들보다 훨씬 뛰어났다.


천호 하나가 쏘아냈다고는 믿기 힘들 정도로 많은 화살이 적진을 덮쳤다. 진형을 갖춘 채 기다리고 있던 서호군의 입장에서는, 갑작스레 벼락이라도 맞은 것 같았다. 약속이라도 한 듯이 진형의 전방으로 집중된 화살 세례에, 방패를 치켜들고 대기하고 있던 보람도 없이 보병 대열이 무너져 내렸다.


날아든 화살이 못해도 수 천발은 되었던 데다, 버들살에 도끼살이 구분도 없이 날아드니 어쩔 수 없었다. 창병을 보호하려 앞으로 나선 방패병들 뿐만 아니라, 창병들의 손실도 적지 않았다. 무게를 못 이겨 방패를 놓치는 바람에 화살꽂이가 되버린 병사도 적지 않았고, 방패 틈사이로 파고든 화살에 쓰러진 이도 적지 않았다.


천장 후치테가 보기에, 적 만호를 지휘하는 이가 누군지는 몰라도 설마하니 집중사격 한 번에 대열이 이렇게까지 무너지리라고 생각하지는 못한 모양이었다. 적 전열의 후방에 대기하고 있었을 적의 기병이 서둘러 대열을 돌아 나오는 것이 보였다.


천장 후치테는 잠깐 사이, 몇 가지의 대응을 고민했다. 먼저 적 대열이 얼마나 두꺼운지 감안해 보았다. 그 뒤로는 무너진 대열이 회복되는 데 얼마나 걸릴지를. 자신들이 전력으로 돌격한다면 얼마나 걸릴지, 그리고 적 기병이 대열을 돌아오기까지는 얼마나 걸릴지를.


생각은 짧았고, 천장 후치테는 쉬이 결론을 내놓았다.


“전속 돌격!”

“전속 돌겨어어억!”


다른 천호의 부장 자리도 마다하고 천장 후치테의 백장으로 남은 훌린무르[;발자국]가 어느새 다가왔었는지, 천장 후치테의 명령을 목소리 높여 따라 외쳤다. 흘낏, 천장 후치테의 눈이 백장 훌린무르에게 향했다가, 안장 옆에 메어둔 편곤(鞭棍)을 꺼내들며 다시 앞으로 향했다.


적 전열은 바로 십 수 보 앞에 있었다.


땅에 쓰러진 채, 얼굴을 잔뜩 일그러트린 적병의 얼굴이 또렷이 보였다. 절망한 것 같기도 했고, 어쩔 줄 몰라 하는 것 같기도 했다.


뭐, 아무렴 어때.


천장 후치테는 편곤을 치켜들었다. 천장 후치테가 올라 탄 말이, 앞으로 일어날 일을 알고 우렁차게 울었다. 천장 후치테의 흥분이 말에게로 전해갔듯이, 말의 흥분 또한 천장 후치테에게로 전해져왔다.


좋아.


먼저 가마, 자드, 타림!


벼락이 내려치는 것 같은 소리와 함께, 천장 후치테의 쇠도리깨가 얼굴을 일그러트리고 있던 적병의 얼굴을 으스러트리고 지나갔다. 그와 동시에, 사방에서 천장 후치테가 만들어낸 소리와 같은 소리가 울려 퍼졌다.


대열의 두께가 예측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천장 후치테는 거추장스러운 가리개를 벗어 버렸다. 덕분에 천장 후치테의, 얼핏 보면 순진한 아이 같아 보이기도 하는 미소가 드러났다. 그 와중에도, 천장 후치테와 후치테의 천호는 멈추지 않았다.


“내 이름을 피로 새겨라! 케시크 후치테가 왔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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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5 16. 남호南護 (8) 19.10.29 23 0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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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2 16. 남호南護 (5) 19.10.21 21 0 11쪽
131 16. 남호南護 (4) 19.10.19 22 0 13쪽
130 16. 남호南護 (3) 19.10.18 21 0 11쪽
129 16. 남호南護 (2) 19.10.17 22 0 12쪽
128 16. 남호南護 (1) 19.10.16 22 0 12쪽
127 15. 샤타르將棋 (完) 19.10.15 22 0 16쪽
126 15. 샤타르將棋 (9) 19.10.14 22 0 12쪽
125 15. 샤타르將棋 (8) 19.10.11 23 0 12쪽
124 15. 샤타르將棋 (7) 19.10.10 23 0 10쪽
123 15. 샤타르將棋 (6) 19.10.09 21 0 12쪽
122 15. 샤타르將棋 (5) 19.10.08 21 0 11쪽
121 15. 샤타르將棋 (4) 19.10.07 21 0 10쪽
120 15. 샤타르將棋 (3) 19.10.06 22 0 14쪽
119 15. 샤타르將棋 (2) 19.10.04 25 0 13쪽
118 15. 샤타르將棋 (1) 19.10.03 22 0 13쪽
117 14. 복호伏虎 (完) 19.10.01 22 0 14쪽
116 14. 복호伏虎 (9) 19.09.30 19 0 13쪽
115 14. 복호伏虎 (8) 19.09.29 19 0 10쪽
114 14. 복호伏虎 (7) 19.09.28 19 0 11쪽
» 14. 복호伏虎 (6) 19.09.26 24 0 11쪽
112 14. 복호伏虎 (5) 19.09.25 24 0 11쪽
111 14. 복호伏虎 (4) 19.09.24 22 0 13쪽
110 14. 복호伏虎 (3) 19.09.23 26 0 11쪽
109 14. 복호伏虎 (2) 19.09.22 24 0 14쪽
108 14. 복호伏虎 (1) 19.09.21 26 0 12쪽
107 13. 칸汗;王 (完) 19.09.20 26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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