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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의 아이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문낭호
작품등록일 :
2019.07.30 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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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0.30 2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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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0.08 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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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샤타르將棋 (5)

DUMMY

만장 콘크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투구를 벗어 들었다. 그러자 땀에 젖은 금빛 머리칼 위로, 뿌옇게 김 같은 것이 올랐다. 만장 콘크뿐만이 아니라, 그 주변에 만장 콘크를 따라 투구를 벗어든 케시크들의 머리 위로도 김이 솟았다.


“거 참...”


만장 콘크는 눈앞에 보이는 성벽 위로 솟구친 백기들을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스윽 훑어 보았다.


“진짜인지, 함정인지.”

“혹시 모를 일이 걱정이면, 당분간 경계를 튼튼히 하면 될 일이야, 나의 안다.”


머리천장 수부타이가, 만장 콘크와는 다르게 얼굴 가득 웃음꽃을 피우며 말했다. 만장 콘크는 태평하게 이야기하는 자신의 안다 수부타이를 탓하듯이 곁눈질로 보았다가, 성을 향해 다가가는 케시크의 등을 바라보았다. 성 가까이까지 다가간 케시크가 뭐라고 소리치기 시작하자, 만장 콘크는 고개를 저으며 품에서 작은 쪽지 하나를 꺼내들었다. 다 펴고 난 뒤에도 간신히 손바닥 비슷할 정도로 작은 서신이었다.


“우리의 세첸께서 하신 말씀이지만, 진짜 이렇게 될 줄은 몰랐는데.”


머리천장 수부타이가, 여전히 김이 솟고 있는 머리를 손을 들어 흩으면서 말을 몰아 만장 콘크에게 가까이 다가왔다. 그리고는 위태롭게 안장에서 몸을 뻗어, 만장 콘크에게 기대다시피 고개를 들이밀어 서신을 들여다보았다. 만장 콘크는 자기 안다의 행동에 눈살을 찌푸리면서도, 서신을 틀어 수부타이가 보기 쉽게 해주었다. 그러자 머리천장 수부타이는 서신의 내용을 굳이 소리까지 내며 읽어 내렸다.


“어디, 아르배바즈에 다다르면 공성 할 필요가 없을 것이니, 후속부대가 도착할 때까지 대기하라. 아르배바즈 영주는 성벽에 백기를 내 걸 것이다.”


서신을 다 읽은 머리천장 수부타이는, 빼었던 몸을 다시 세우며 감탄성을 내었다.


“우리의 세첸은 여전하시군. 항복할 줄은 어찌 아신게야?”

“글쎄. 나의 안다, 이제 만날 테니 왜 항복했는지 들어보면 알지 않겠나?”


만장 콘크는 그렇게 말하며, 활짝 편 오른손을 높이 들어올렸다. 그것을 본 십장과 백장들이 목소리를 높이자, 얼마 지나지 않아 천장들이 말을 달려 만장 콘크에게로 왔다. 후방에 조금 처져서 오고 있는 두 천장을 제외한 여덟 천장이 모두 모여 들었다. 머리에서 김을 뿜어내는 여덟 천장을 한 번 쓱 훑어본 만장 콘크는, 간단히 이곳에 군진을 세우라고 지시했다.


“만장 콘크, 아르배바즈에 입성은 하지 않습니까?”


천장 후치테가 작은 손을 들어 올리며 물었다. 그에 만장 콘크가 흘끔 천장 후치테를 보자, 천장 후치테는 조금 기죽은 얼굴로 슬그머니 들어 올렸던 손을 내렸다.


“아르배바즈가 어째서 항복했는지 아직 모르지 않나, 천장 후치테. 아르배바즈 영주의 마음을 확실히 알 길이 없으니, 굳이 위험하게 아르배바즈에 발을 들이진 않을 것이다.”


만장 콘크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다른 천장 하나가 또 손을 번쩍 치켜들었다. 만장 콘크는 골치가 아프다는 듯이 고개를 내저었다. 전장을 돌아다니는 아르트 케시크의 천장답지 않게 하얀 얼굴에 주근깨가 피어올라, 젊은 천장들 사이에서도 가장 어려보이는 천장이었다.


“무슨 질문이라도 있나, 천장 타닐.”

“네, 만장 콘크. 그러면 경계는 어느 수준으로 합니까?”

“공성을 벌이고 있다고 생각하고 하게들.”


만장 콘크가 한숨을 삼키며 그렇게 대답했지만, 천장 타닐의 손은 내려가지 않았다.


“더 있나, 천장 타닐.”

“천호들 군진 간격은 어떻게 합니까?”


만장 콘크는 대답하지 못하고, 골치가 아프다는 듯이 한 손으로 이마를 감싸 쥐었다. 천장 타닐이 만장 콘크가 왜 그러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이, 여우처럼 가는 눈으로 머리천장 수부타이를 보며 눈치를 살폈다. 그러자, 옆에서 그 광경을 보고 있던 머리천장 수부타이가 간신히 웃음을 참는 표정으로 말했다.


“서로 친한 만큼 붙이면 되겠구나, 천장 타닐.”


그 말을 듣고서야 천장 타닐은 손을 내려 들었다. 하지만 표정은 한층 심각해진 채로, 하소연하듯이 말했다.


“머리천장 수부타이, 저는 천장 타림이 뒤에 있어, 가까이 할 천호가 없는데 어쩝니까?”


그 말을 들은 천장들 사이에서 웃음이 와 하고 터져 나왔다. 다만 만장 콘크만이 골치 아파 죽겠다는 듯이 머리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다섯 살배기 꼬마들처럼 그만 굴고, 얼른 천호로 돌아가서 군진이나 세우세들!”


그 와중에 그런 만장 콘크의 눈치를 살핀 천장 하노르가 목소리를 높이자, 다들 웃음을 터트리며 자신들의 천호를 향해 흩어졌다. 만장 콘크는 잔뜩 미간을 찌푸린 채로 흩어지는 천장들을 훑어보다, 머리천장 수부타이가 웃는 얼굴로 다가오자 눈을 가늘게 떴다.


“자드 놈만 문제가 아니군, 나의 안다.”

“전장이라도 웃음은 있어야지, 나의 안다.”


만장 콘크가 끙, 하고 앓는 소리를 내며 다시 시선을 아르배바즈로 향한 케시크에게 향했다. 그 케시크는 어느 정도 말이 끝났는지, 말머리를 돌려 만장 콘크 쪽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그리고 천호로 돌아간 천장들의 지시로 막 군진을 세우는 일이 시작되었을 때 즈음, 그 케시크가 만장 콘크의 앞에 말을 세웠다.


“만장 콘크, 아르배바즈 영주 갈린게렐의 말을 가지고 왔습니다.”


만장 콘크가 고개를 끄덕이자, 케시크가 말을 이었다.


“갈린게렐은 원래 난에 동조할 뜻이 없었으나, 주변 영지들이 모두 나르 두르의 뜻에 따라 영지의 안전을 위해 어쩔 수 없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우리가 여기까지 이르렀으니, 그것은 해소가 되었고?”


만장 콘크가 말을 덧붙이자, 케시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만장 콘크가 정리하지 못해 사납게 자라난 수염을 만지며 생각에 잠겼다. 그 사이, 이번에는 머리천장 수부타이가 입을 열었다.


“그래서, 별다른 조건을 대지는 않던가?”

“그런 말은 없었습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성문을 열고 나와, 만장님을 만나 이야기하고 싶답니다.”


만장 콘크는 잠시 하얀 깃발이 가득 늘어선 아르배바즈의 성벽 위를 올려다보다가, 다시 케시크를 보고 말했다.


“알겠다. 그러면 이쪽이 군진을 세우고 나면, 아르배바즈 영주더러 이쪽에 방문하라 전하라.”


만장 콘크의 말에, 머리천장 수부타이도 케시크도 걱정스레 눈살을 찌푸렸다. 먼저 항복 의사를 전한 아르배바즈 영주의 입장에서 보자면, 만장 콘크의 말이 너무하게 느껴질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나의 안다, 괜히 아르배바즈 영주의 반감을 사지 않겠나?”

“어째서 그리 생각하나, 나의 안다?”

“그야, 별다른 보장도 없이 적진으로 뛰어들라는 얘기 아닌가. 먼저 항복한다 했으니, 어느 정도는 살펴 줘도 되지 않겠나, 나의 안다.”


머리천장 수부타이의 말에, 만장 콘크는 단호하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른 항복도 아니야. 나르 두르에게 맞서던 이도 아니고, 코앞에 우리 화살이 들이밀어지니 항복한 인사일세. 속마음이 어떨지 알 수 없으니, 내 처사가 과하다 하진 못할걸세, 나의 안다.”


만장 콘크의 말에 머리천장 수부타이가 앓는 소리를 내었지만, 더 반박할 말을 내놓지는 않았다. 만장 콘크의 말도 그리 틀린 것은 아닌 까닭이었다. 세첸 네르구이가 전한 서신에도 항복할 거라고 적혀있긴 했지만, 이쪽에서 보자면 지금껏 적이던 이가 이유도 모르게 갑자기 항복을 해 온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러니 다른 간계가 있지는 않은지 의심하는 만장 콘크의 생각이 잘못된 것은 아니었다.


결국 케시크는 만장 콘크의 말을 가지고 다시 아르배바즈를 향해 달렸다. 아무래도 맘에 걸린다는 듯이, 머리천장 수부타이가 아르배바즈를 향해 말을 달리는 케시크의 등과 만장 콘크의 얼굴을 번갈아가며 바라보았다.


“나의 안다, 쉽게 갈 일을 괜히 돌아가는 것 아닌가 걱정일세.”

“나의 안다 수부타이, 전장에서 쉽게 가려하면 안 되는 거, 자네도 잘 알잖나.”


걱정 어린 머리천장 수부타이의 말에도, 만장 콘크는 전혀 흔들림이 없었다. 결국 머리천장 수부타이는 무어라 더 말을 붙이지 못하고, 그저 아르배바즈로 향한 케시크만을 바라보았다.


그로부터 얼마쯤 지나, 케시크가 제법 지친 얼굴로 돌아와 말했다.


“나의 만장 콘크, 아르배바즈 영주 갈린게렐의 말입니다. 원하시는 바를 잘 알겠으며, 이쪽에서 준비를 마친 뒤 말을 전해주면 즉시 성문을 열고 직접 오겠답니다.”


그 말에, 머리천장 수부타이가 오히려 놀라서 케시크에게 되물었다.


“흔쾌히 그러겠다 하던가?”

“네, 머리천장 수부타이. 기다렸다는 듯이 그러겠노라 해서, 저도 조금 놀랐습니다.”


케시크의 말에 만장 콘크가 흡족하게 웃으며, 케시크에게 군진을 세우는데 가지 않고 쉬어도 좋다고 했다. 만장 콘크의 말에 케시크가 미묘하게 웃으며, 자리를 떠났다. 그 뒷모습을 보며, 머리천장 수부타이가 중얼거렸다.


“이제 십장쯤 된 것 같은데, 백장들 등쌀에 쉬라고 한들 쉴 수 있겠나. 붙잡아뒀으면 모를까.”

“그것까진 내가 어쩔 수 없는 거 아니겠나, 나의 안다.”


만장 콘크의 웃음기 어린 말에, 머리천장 수부타이는 고개를 내저었다. 그러면서, 한마디 덧붙이기를 잊지 않았다.


“나의 안다 콘크, 그러니 자네가 천장 자드에게 뭐라 하지 못하는 게야.”

“그건 또 무슨 소린가, 머리천장 수부타이.”

“스스로 잘 생각해 보시지요, 만장 콘크.”


만장 콘크가 불편하다는 듯이 눈살을 찌푸리며 머리천장 수부타이를 쳐다보았지만, 머리천장 수부타이는 아무 말도 않고 편안한 얼굴로 아르배바즈를 바라보았다. 머리천장 수부타이가 별 반응을 보이지 않으니, 별 수 없이 만장 콘크도 시선을 아르배바즈로 향할 수밖에 없었다.


여기저기서 목책을 세우느라 호령하는 소리와, 말뚝을 박느라 시끌벅적하고 요란했다. 두 시진이면 군진을 다 세우고도 남을 것이니, 그때쯤 다시 케시크를 보내어 아르배바즈의 영주를 불러들이면 될 것이었다.


겉으로 드러내어 표시를 내지는 않았지만, 만장 콘크는 아무래도 아르배바즈의 영주인 갈린게렐을 만날 일이 적잖이 기대 되었다. 한 호경의 거점도시라고 불릴 정도로 큰 도시의 영주가 항복을 하는 것이다. 그 의미가 작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더더욱 조심하게 되는 것일지도 몰랐다.


만장 콘크는 그러한 기대감을, 눈치 좋은 그의 안다에게도 들키지 않도록 꾹 내리눌렀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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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5 15. 샤타르將棋 (8) 19.10.11 25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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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 샤타르將棋 (5) 19.10.08 24 0 11쪽
121 15. 샤타르將棋 (4) 19.10.07 22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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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 14. 복호伏虎 (4) 19.09.24 23 0 13쪽
110 14. 복호伏虎 (3) 19.09.23 27 0 11쪽
109 14. 복호伏虎 (2) 19.09.22 26 0 14쪽
108 14. 복호伏虎 (1) 19.09.21 28 0 12쪽
107 13. 칸汗;王 (完) 19.09.20 26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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