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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의 아이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문낭호
작품등록일 :
2019.07.30 01:11
최근연재일 :
2019.10.30 2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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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0.09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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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샤타르將棋 (6)

DUMMY

대산맥을 뚫고 내려오는 강인데도, 산양강은 거대했다. 제국의 초원에 흐르는 다른 큰 강들과 비교한다고 하더라도, 크게 차이가 나지 않을 듯 했다. 보긴에웨르는 연신 주변을 보며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자신이 본 중에 가장 좁은 곳의 강폭만 따져도, 몇 마장을 될 법 해 보였다.


그리고 아무래도, 널찍하고 굴곡 없는 초원 위에 흐르는 강과는 다른 멋이 있었다. 지금 일행이 지나고 있는 곳만 해도 그랬다. 강을 거슬러 오르고 있는 군선의 왼편을 보면 거의 깎아지를 듯한 절벽이 서 있었고, 반대편을 보면 넓은 사장(沙場)과 그 너머로 꽤 넓게 평원이 펼쳐져 있었다. 수확을 마치고 텅 비어 있는 논밭들도 보였고, 논밭들 뒤로는 일찍부터 밥을 짓는지 연기가 오르는 마을도 보였다.


“나와 계셨습니까, 한승어사.”


배의 난간에 기대어 있던 보긴에웨르가 그 소리에 고개를 돌리자, 쾌활하게 웃는 얼굴을 한 이가 보긴에웨르를 바라보고 있었다.


“일찍 눈이 떠져서요. 참교(參校)께서도 일찍 일어나셨습니다.”


그러자 참교가 소리 내어 웃으며 말했다.


“저야 교대 때문에 억지로 깬 거지요.”


참교의 말에, 보긴에웨르도 웃음으로 답해주었다.


참교는 가산군주 개염지가 토문성의 수사에게서 빌린 이 군선의 선장이었다. 수사는 마중까지 나오겠다고 한 사람치고는 그다지 마뜩찮아 보이는 표정이었지만, 별다른 말없이 군선 중 하나를 빌려 주었다. 그리고 자신을 참교 임규(林揆)라고 소개한, 보긴에웨르가 바라보고 있는 참교의 배에 올라 산양강을 거슬러 오르기 시작한 지가 어느덧 닷새째였다.


“뱃멀미하시는 분은 용태가 좀 어떠십니까? 큰 배가 아니라 아무래도 좀 흔들림이 심하지요?”


임규는 어느새 웃고 있던 얼굴을 바꾸어, 잔뜩 걱정하는 투로 말했다. 보긴에웨르는 손사래를 치며, 많이 좋아졌다고 해주었다. 임규가 말한 뱃멀미를 하는 이는 마모치누아로, 실제로 배를 탄 지 몇 각이 지나지도 않아 뱃멀미를 시작하긴 했다. 하지만 그렇게 심하지는 않아, 뱃전에 나오지도 못 할 정도는 아니었다. 다만, 개염지와 보긴에웨르 둘 다 마모치누아의 얼굴을 다른 이들에게 보이지 않는 편이 좋겠다 여겼다. 결국 마모치누아는, 뱃멀미를 핑계로 군선에 오른 이래 뱃전에는 단 한 번도 나오지 못했다.


보긴에웨르는 이 친절한 산왕국의 참교도, 전혀 모르고서 뱃멀미하는 일행을 걱정하는 말을 하는 것이 아니리라 짐작했다. 초원에서 말을 달리는 제국에서 왔지만, 보긴에웨르도 뱃멀미에 대해서 모르지는 않았다. 강을 거슬러 올라가고는 있지만, 군선은 지금껏 흔들림이 그리 심하지 않았다. 참교의 말대로 큰 배가 아니라선지 없다고 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확실하게, 방에서 나오지도 못할 정도로 뱃멀미를 앓을 정도는 아니었다.


“좀체 나아지질 않지만, 괜찮을 겁니다, 참교.”

“오늘 내일 중에 닿는 포구에 잠시 머무를 예정입니다. 정 용태가 심각하면, 반나절에서 하루쯤 뭍에 내렸다가 가는 것도 나쁘지 않아요.”

“저희에 대한 배려는 감사합니다만, 참교, 그것은 가산군주께 여쭙는 것이 좋겠군요.”


보긴에웨르가 웃는 낯으로 건넨 말에, 임규는 난처하다는 듯이 웃어 보였다. 하기야, 일행은 산왕국의 국외인인데다 마모치누아와 살바르의 신분 또한 개염지에 비해 모자람이 없었다. 하지만 당장 산왕국의 참교인 임규로서는, 개염지에게 이러한 말을 해야 한다는 것은 상당히 부담되는 일일 것이었다.


“한승어사, 옳으신 말씀입니다. 제가 한 번 여쭈어 보도록 하지요.”


임규는 그렇게 말하고는, 보긴에웨르에게 인사를 건네었다. 그리고는 다른 이가 맡고 있는 선루(船樓) 쪽으로 사라졌다. 보긴에웨르는 임규의 뒷모습을 지켜보다가, 다시 고개를 배 바깥으로 돌렸다.


그 사이, 보긴에웨르가 보았던 부락은 저만치 뒤로 밀려나 있었다. 보긴에웨르는 고개를 빼어 잠시 그 부락을 보았다가, 다시 고개를 돌려 배가 향하는 앞쪽을 보았다. 강의 지형이 극적으로 바뀌는 지점에 이르고 있었다. 강이 휘도는 방향이 바뀌며, 절벽이 서 있던 쪽은 점점 낮아지고, 사장과 평원이 있던 쪽은 점점 높아졌다. 그리하여 어느 정도 배가 지나고 나자 절벽이 서 있던 쪽은 사장과 평원이 되고, 그 반대쪽은 완전히 절벽이 되었다.


제국, 그중에서도 보긴에웨르가 나고 자라, 지금까지 머무른 중경에는 이렇게 극적으로 지형이 바뀌는 일이 드물었다. 그러니, 보긴에웨르는 이러한 풍광의 변화가 그저 신기하고 놀랍게 다가왔다.


“뭐 볼만한 장면이라도 지나갔느냐?”

“만장 어르신.”


들려오는 목소리에, 보긴에웨르는 몸을 돌리고 서둘러 허리를 굽혀 예를 표했다. 그 인사에 어터르친은 불편한 듯이 미간을 찌푸렸다가, 포기했다는 듯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리고는 보긴에웨르가 선 뱃전 옆에 와서 서서는, 배의 난간에 기대었다.


“참교가 와서, 뱃멀미를 앓는 손님을 걱정하더군요.”


보긴에웨르가 어터르친을 따라 난간에 슬쩍 기대며 말하자, 어터르친은 태연하게 수염을 쓰다듬으며 보긴에웨르를 힐끔거렸다.


“군인치고는 마음씀씀이가 좋은 친구로구먼. 꼬마 여우의 제자, 그래서 뭐라고 해주었느냐?”

“제법 좋아졌으니 그리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였지요. 그런데 만장어르신, 참교가 다음에 들를 포구에서 반나절만이라도 쉬고 가는 건 어떠냐고 하더군요.”


흐음, 하는 소리를 내며, 어터르친은 배의 난간에 기댄 채 배 밖으로 몸을 내밀었다. 그리고는 하얀 포말을 만들어내며 나아가는 배의 아래를 바라보았다. 그대로 얼마간, 나아가는 배와 뒤로 밀려나는 강물만을 바라보고 있던 어터르친은, 툭 내뱉듯이 입을 열었다.


“나쁘지 않겠다. 보긴에웨르, 꼬마 여우의 제자야. 개염지에게 물어 머물다 가는 것도 좋지 않겠느냐?”

“이제 닷새째입니다. 저들의 말대로라면 온 만큼만 가면 명양부에 이를 것인데요.”

“그러니 더욱 적당하지. 뱃전에 나오지도 못할 정도로 뱃멀미를 앓는 이가 있는데, 그저 가자고만 하는 것도 모양새가 이상하지 않느냐?”

“그 말씀도 옳습니다만...”


보긴에웨르는 뒷말을 흐리며, 임규가 있을 군선의 누각 쪽을 바라보았다. 선루가 조금 높은데다 난간에 가려져 임규가 보이지는 않았다. 보긴에웨르는 내심, 임규라는 참교를 좋게 평가하고 있었다. 그러니 제국과 새로 생긴 칸국에서 온 사절 일행에, 심지어 그들의 가산군주가 함께하는 일행에, 토문성의 수사가 선뜻 그의 배를 내준 것이 아니겠는가.


실제로 보긴에웨르가 요 닷새 동안 지켜본 바, 임규는 일행이 불편한 것이 없는지 세세히 챙기는 세심한 성격에 예의도 바른 이였다. 배를 지휘하는 것을 지켜보니 부하들로부터 신망도 있어 보였다. 또한 일행에게 예의를 갖추더라도, 과하게 허리를 굽히지는 않았다.


유르와 만났더라면 제법 마음이 맞지 않았을까.


“참교가 뱃멀미가 핑계란 것을 모르진 않을 것 같아서요, 만장 어르신.”

“그러니 더더욱 쉬고 가야지.”

“그런가요?”

“알면서도 모른 채, 뱃멀미 환자의 몸상태에 일정을 맞춰주겠다는 것이 아니냐. 장단에 맞춰주는 것이 나쁘지는 않을 것이야.”


어터르친의 말에, 보긴에웨르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어터르친의 이야기를 듣고 보니, 다 알면서도 그렇게 얘기를 꺼내준 것 또한 임규 나름의 배려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긴에웨르는 결국 개염지에게 다음에 머무를 포구에서 반나절에서 하루쯤 쉬고 가자고 말을 해보기로 했다. 그렇게 결론을 내린 후에, 보긴에웨르는 어터르친과 나란히 난간에 기대어 서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주로 산왕국의 풍광에 대한 이야기였다. 보긴에웨르는 거의 중경 밖으로 벗어나 본 적이 없다 보니 계속해서 바뀌는 풍광이 신기했다. 어터르친은 이곳저곳 많이 다녀 봤을 테니 좀 다를 거라 여겼는데,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그렇지도 않았다.


“제국 어디에 이렇게 산이 산마다 이어지고, 강이 흐르겠느냐. 북호경이 그나마 비슷하겠으나, 그쪽은 일 년 내내 사방이 온톤 새하얀 곳도 있으니. 아무래도 풍광이 많이 다르지.”

“북호경 쪽이야 저도 이야기로는 많이 들었지요, 만장 어르신.”

“이리 있다 보면 또 갈 일이 있지 않겠느냐.”


많은 말을 속으로 삼킨 채 뱉은 어터르친의 말이었으나, 보긴에웨르는 어렵지 않게 알아 들었다. 마모치누아를 따라 옥패수탐에 나선 길이니, 제국은커녕 대륙 어디고 간에 돌아다니게 될 일이었다. 그러다 보면, 어터르친의 말대로 자연스레 북호경에도 이르게 될 것이었다. 남호경에도 이르게 될 것이고, 난이 가라앉은 서호경에도 발길이 닿을 것이었다.


용재니 뭐니 하며, 세첸 네르구이의 제자라며 자신을 치켜세우는 말은 많았다. 하지만 보긴에웨르는, 그렇게 치켜세워지기에는 자신에게 부족함이 많다고 여겼다. 당장 중경도 한 번 벗어나 본 적이 없으니, 다른 호경에서 오는 보고는 머릿속에 든 지식만으로 보아야 했다. 다행히도 지금껏 크게 어긋난 일이 없었으나, 언제까지나 그럴 수는 없었다. 지금껏 잘 해 온 것도, 세첸 네르구이가 뒤에서 지켜봐준 덕분임을 모르지 않았다. 동호경의 유목도시만 해도, 머리로 알고만 있던 것과, 실제로 보고난 뒤에 알게 된 것에 제법 간극이 있었다.


“지난 번 일 후로, 가산군주가 네게 달리 꺼내는 말은 없느냐, 보긴에웨르?”


생각에 잠겨 있는 보긴에웨르를 향해, 어터르친이 지나가듯이 물었다. 하지만 보긴에웨르는 그 질문에 가볍게 대답하지 못한 채, 어터르친을 바라보았다.


“딱히 따로 제게 묻거나 하는 일은 없었습니다만...”

“다만?”

“그러니 제 말을 살려 보내주기로 한 것이 아닐까 하고 있습니다. 만장 어르신.”


그러자, 어터르친은 쯧쯧, 하고 혀를 찼다.


“배 위에서 장기판을 벌이겠느냐. 나라도 장기판을 벌인다면, 제 집 마당에서 벌일 것이야.”


어터르친은 그렇게 말한 후 보긴에웨르의 어깨를 툭툭 두드리고는, 다시 선실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보긴에웨르는 물끄러미 어터르친의 등을 바라보다가, 감탄하지 않을 수 없는 산양강의 풍광으로 고개를 돌렸다.


어터르친은 개염지가 수를 둔다면, 명양부에 이른 뒤 일거라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보긴에웨르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개염지가 정말로 장기판에 나설 생각이라면, 명양부에 이르기 전일 것이었다. 바로 이 배 위에서.


인기척에, 보긴에웨르는 고개를 돌렸다. 선실에서 막 나온 이가, 자신을 향해 옅은 미소를 보내고 있었다. 잘 빚은 하얀 백자(白瓷) 같은 얼굴의 미소를 보며, 보긴에웨르는 씁쓸하나마 간신히 미소를 피워 올렸다. 그리고 손을 모아들고, 허리를 굽히며 이름을 불렀다.


“가산군주님.”

“한승어사 보긴에웨르.”


보긴에웨르를 부르는 개염지의 목소리는 몹시도 달콤했다. 보긴에웨르는 팔뚝에 닭살이 솟는 것을 느끼며, 간신히 손을 내리고 고개를 들어 개염지를 바라보았다. 개염지의 은빛 눈동자가 반짝이더니, 보긴에웨르를 향해 말했다.


“논하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보긴에웨르는, 어쩔 수 없이 웃어 보였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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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6 16. 남호南護 (完) 19.10.30 25 0 15쪽
135 16. 남호南護 (8) 19.10.29 23 0 17쪽
134 16. 남호南護 (7) 19.10.26 22 0 13쪽
133 16. 남호南護 (6) 19.10.23 24 0 12쪽
132 16. 남호南護 (5) 19.10.21 21 0 11쪽
131 16. 남호南護 (4) 19.10.19 22 0 13쪽
130 16. 남호南護 (3) 19.10.18 21 0 11쪽
129 16. 남호南護 (2) 19.10.17 22 0 12쪽
128 16. 남호南護 (1) 19.10.16 22 0 12쪽
127 15. 샤타르將棋 (完) 19.10.15 22 0 16쪽
126 15. 샤타르將棋 (9) 19.10.14 22 0 12쪽
125 15. 샤타르將棋 (8) 19.10.11 23 0 12쪽
124 15. 샤타르將棋 (7) 19.10.10 23 0 10쪽
» 15. 샤타르將棋 (6) 19.10.09 22 0 12쪽
122 15. 샤타르將棋 (5) 19.10.08 21 0 11쪽
121 15. 샤타르將棋 (4) 19.10.07 21 0 10쪽
120 15. 샤타르將棋 (3) 19.10.06 22 0 14쪽
119 15. 샤타르將棋 (2) 19.10.04 25 0 13쪽
118 15. 샤타르將棋 (1) 19.10.03 22 0 13쪽
117 14. 복호伏虎 (完) 19.10.01 22 0 14쪽
116 14. 복호伏虎 (9) 19.09.30 19 0 13쪽
115 14. 복호伏虎 (8) 19.09.29 19 0 10쪽
114 14. 복호伏虎 (7) 19.09.28 19 0 11쪽
113 14. 복호伏虎 (6) 19.09.26 24 0 11쪽
112 14. 복호伏虎 (5) 19.09.25 24 0 11쪽
111 14. 복호伏虎 (4) 19.09.24 22 0 13쪽
110 14. 복호伏虎 (3) 19.09.23 26 0 11쪽
109 14. 복호伏虎 (2) 19.09.22 24 0 14쪽
108 14. 복호伏虎 (1) 19.09.21 26 0 12쪽
107 13. 칸汗;王 (完) 19.09.20 26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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