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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의 아이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문낭호
작품등록일 :
2019.07.30 01:11
최근연재일 :
2019.10.30 2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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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0.23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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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남호南護 (6)

DUMMY

전세는 혼란에 치달았다. 선봉으로 나선 남호반란군은 기세를 완전히 잃어버렸다. 선봉의 군장이 악을 써가며 버티는 형세였지만, 더 이상 측면에서의 공격을 버티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러 있었다. 그에 맞춰 시기를 놓치지 않고 수위 우르거스가 본진을 목책 밖으로 내며, 양면에서 격렬한 공격을 받으며 지리멸렬해 가는 형국이었다. 이렇게 보자면 교위 간그가 측면 공격을 위해 진위대를 움직인 것은 잘한 일이었다.


하지만 반란군 측의 본진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는 것이 문제였다. 반란군 측도, 단숨에 밀어붙여 이길 수 있으리란 생각은 하지 않았겠지만, 가만히 놔뒀다간 그냥 패배도 아니고 대패를 겪게 생겼으니 어쩔 수 없었을 것이었다. 선봉으로 나선 보병 1만의 몇 배에 달하는 병력이 일제히 진군하기 시작했다. 게다가 경기병 오천인대 하나가 즉시 본진에서 뛰쳐나왔다. 순식간에 반란군 선봉의 측면을 공격하던 교위대들이 역으로 측면을 위협받게 된 상황이었다.


교위 간그는 기색을 느끼자마자 움직였지만, 시기가 애매했다. 가장 늦어지던 교위대 하나를 동료 교위와 함께 돌려 방비에 나서긴 했지만, 적들이 들이치기 전에 방비를 마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었다.


“줄 맞춰라, 줄!”


사방에서 교위대의 백장들이 악을 썼다. 하지만 여러 교위대의 병력들이 뒤섞인 탓에, 서로 얽힌 병사들이 군집에서 빠져나오는데 애를 먹고 있었다.


“교위대 구분 하지 마! 이 근처 백위대(百衛隊)는 모조리 이리와!”


교위 간그는 단숨에 결론을 내렸다. 교위대 구분 없이 섞여 버려 혼란을 겪는다 할지라도 어쩔 수 없었다. 당장 측면을 드러낸 이쪽 전체가 위기였다. 다행히 청문병의 백장들은 빠르게 교위 간그의 명령을 이해했다.


“이쪽으로! 이쪽으로 줄 맞춰!”

“틈 사이 메워!”

“니 백위대가 아니라고? 내 알 바 아냐! 서라고!”


백장, 정식으로는 백위장(百衛將)이라 불리는 부장들이 여기저기서 온갖 악을 써댔다. 오늘 전투가 끝나면 목 다친 이들이 제법 많을 듯 했다.


정예라는 것을 입증하듯이, 백장들은 빠르게 혼란을 수습했다. 곧 반군의 선봉을 공격하는 부대의 측면은, 더 이상 측면이 아니게 되었다. 청문병들은 빠르게 늘어섰고, 창대 뒤 끝의 날카로운 창준(槍鎨)을 땅에 박고 앞으로 창날을 드리웠다.


“기사(騎射) 대비! 방패 들어!”


교위 간그의 외침에, 청문병들의 전열이 교위 간그도 한 번도 본 적 없는 광경을 보였다. 교위대들과 백위대들이 죄 섞여버린 탓에, 어느 병사는 사각순을 땅에 내리꽂았는가 하면, 어느 병사들은 상체만 간신히 가릴법한 방패들을 꺼내든 것이었다.


그것을 본 교위 간그가 기가 차서 외쳤다.


“야! 궁수는 빼야지! 뒤로 빼! 빠지라고!”


그 외침에, 전열 몇 줄에서 다시 소란이 일었다. 하지만 다행히도, 구릉을 거슬러 오르는 적 경기병들이 살을 쏘아붙이기 전에 전열이 준비되었다. 전열의 청문병들이 앞으로 내민 방패 위로, 후열의 청문병들이 들어 올린 방패들이 덮였다. 교위대도 백위대도 없이 섞여든 것 치고는, 한 치의 빈틈도 없는 귀갑진(龜甲陳)이었다. 그 위로 적 경기병들이 쏘아붙이 살들이 떨어져 내렸다. 틈 사이로 파고든 몇 발에 비명과 함께 방패 몇 개가 아래로 쑥 사라졌다. 하지만 그 틈은 금방 메워졌다.


교위 간그는 앞에 선 청문병의 어깨를 붙잡았다. 진세에서 보자면 가장 뒷 열에 선 청문병이었다. 지금 당장이라도 앞으로 나서고 싶은 마음이 대산맥 정도는 되었지만, 교위 간그는 그런 마음을 억지로 눌러 내렸다.


부위가 칼 물고 죽어버린다지 않았던가. 거기까지 하지는 않더라도, 그에 못지않게 자신을 괴롭히려 들 것은 분명했다. 대신에 교위 간그는 손을 높이 들어 올렸다.


“거궁! 발사!”


뒤에서 급히 대각궁을 지닌 청문병들을 모은 동료 교위의 목소리가 울려왔다. 미리 약속한 것도 아닌데, 동료 교위는 자연스레 자신의 교위대가 대부분인 전위를 교위 간그에게 내맡긴 것이었다. 교위 간그는 머리 위로 그림자를 드리우며 쏘아져 날아가는 대살들의 흔들리는 꼬리깃을 눈으로 쫓으며, 동료 교위에게 한 번 크게 감사 인사를 해야겠다 생각했다.


“창 들어! 창대 밟아!”


어디서 백장 하나가 악 쓰는 소리가 들려 왔다. 교위 간그가 보니, 가장 좌측면에 있는 백장인 듯 했다. 그 주변 청문병들이 악을 써 대답하며 창을 들고, 땅에 박은 창준 위로 오른발을 내딛었다.


“높이 딱 좋다! 말 노리지 마라! 피할 실력도 없을 거다!”


다른 백장이 악 쓰다시피 지른 소리도 들려왔다. 교위 간그는 앞에 선 병사의 어깨를 꽉 움켜쥐었다. 구릉 위에 선 덕에 교위 간그는 아래를 내려다 볼 수 있었지만, 병사들이 치켜든 방패에 가려 보이지 않는 데까지 경기병들이 이르고 있었다.


미친놈들! 이걸 그냥 들이박을 셈이냐?


동호경의 기병들이나 중경의 경기병들이라면 하지 않을 선택이었다. 앞에서 기수를 돌려, 측면으로 돌아나가며 틈을 노렸을 것이다. 구릉에 경사를 올라 말이 쉬이 지친다 하더라도, 당장 비슷한 병력의 창벽에 들이박는 것보다는 그 편이 나을 것이었다. 그런 생각 끝에, 교위 간그는 제 놈들이 무슨 아르트 케시크쯤 되는 줄 아는 모양이라며 중얼거렸다.


아니, 아르트 케시크쯤 되는 기병이라고 하더라도 잘못 생각한 것이지.


황도를 지키는 청문병들의 대기병전 훈련 상대를 누가 해줬겠는가.


갑옷과 창, 방패, 말들이 얽혀 부딪히는 소리가 사방에서 우르릉 울려 왔다. 충돌의 결과는 초원의 밤 아래에서 불을 바라보듯 뻔했다. 순식간에 전 경기병의 전열이 무너졌다. 맨 앞 열에 선 청문병들도 성하지만은 않았다. 기수를 잃은 채 속도를 전혀 줄이지 못한 말 몇 마리가 그대로 창벽으로 와 맞부딪혔다. 교위 간그는 애써 그런 곳에서 눈을 돌렸다.


“창 들어! 파고들게 놔두지 마라!”


앞 열 몇이 경기병들의 돌격을 버티는 사이, 그 뒷 열의 청문병들이 방패를 오른팔의 완갑(腕甲)에 찬 채 양손으로 창을 치켜들었다. 더러는 아예 방패를 땅에 놓아버리기도 했으나, 교위 간그는 그런 것까지 신경 쓰지는 않았다.


적 경기병들은 무게로 밀어붙여가며 선두를 청문병들의 이열(二列)까지는 밀어 넣었다. 하지만 더 이상 나아가지는 못한 채, 그 자리에 돈좌(頓挫) 되고 말았다. 후열의 창을 들어 올린 청문병들이 곧장 반격에 나서고, 뒤이어 더 이상 버틸 필요가 없어진 전열의 청문병들은 창을 놓고 각자의 개인무기들을 꺼내들었다.


패랙, 하는 요란한 소리와 함께 교위 간그의 머리 위로 무언가가 스치고 지나갔다. 교위 간그가 흠칫 놀라 눈을 들어 올리니, 대살 하나가 힘껏 날아가 막 기병도를 치켜들던 경기병의 가슴팍에 가서 틀어박혔다.


형세는 순식간에 청문병들에게 유리하게 돌아갔다. 전열의 청문병들은 훌륭히 경기병들의 돌격을 저지해 냈다. 더불어, 지금은 너무 길어 쓰기 불편해진 장창 대신 칼이나 도끼 같은 단병(短兵)들을 꺼내들어 더 이상 나아가지도 못하도록 붙잡아 내었다. 그 뒤의 청문병들은 창을 들어, 저지되어 움직이지 못하는 경기병들을 향해 창을 찔러 넣고 있었다. 교위 간그의 뒤에 있는 대각궁을 가진 청문병들 또한, 상대적으로 위에 있어 트인 시야를 이용해 아군에게 위협되지 않는 위치에 한해 살을 쏘아붙이고 있었다.


막았다.


이건 막아냈어!


교위 간그가 아랫배 깊숙한 데서부터 끓어오르는 희열을 맛본 순간, 전열의 청문병들 사이에서 와아 하고 고함이 터져 나왔다.


“적장이 죽었다! 적장을 죽였다!”


그 외침에 결국 교위 간그는 참지 못하고, 자신의 환도를 빼어들었다. 환도의 날이 햇빛을 가르며 반짝였다.


“밀어붙여! 다시는 이 위로 올라올 엄두도 못 내게!”


그 명령을 기다리기라도 했다는 듯, 청문병들이 앞으로 쏠렸다. 청문병들이 기병은 아니라지만, 경사를 내려가는 중보병들의 위력 또한 부족하지는 않았다. 단숨에 입장이 바뀌었다. 돌격해 온 경기병들은, 역으로 진형이 붕괴된 채 청문병들을 막아내야 했다.


교위 간그는 헐거워진 청문병들의 진형 사이로 내달렸다. 왼손에는 어느새 빼어든 비도가 번뜩였다.


“우리의 대 칸, 야와우르께서 지켜보신다!”


교위 간그는 자신도 모르게 외쳤다. 그리고 그 자신의 외침소리에, 스스로가 격앙되었다.


대 칸 야와우르는 이제 텡그리의 곁으로 떠나셨다. 그러니 지금, 바로 이 순간, 이곳을 내려다보고 있을 것임에 틀림이 없었다. 교위 간그의 눈에, 빨갛게 달아오른 쇳덩어리를 망치로 두드린 듯 불똥이 튀었다.


교위 간그의 외침을 들은 청문병들 또한 다를 바 없었다. 교위 간그의 외침을 들었는지, 어느 백장 하나가 피로 벌겋게 물든 칼을 높이 들어 올리며 외쳤다.


“대 칸께서 지켜보신다!”

“청문병이 대 칸 앞에서 쓰러질 테냐!”


교위 간그는 달려 나가며, 사방에서 들려오는 백장과 십장, 청문병들의 답하는 고함소리를 들었다.


그 앞에, 당황한 듯 헤매는 경기병 하나의 얼굴이 보였다. 경기병은 내려친 기병도를 다시 되돌리지 못한 채 허둥대고 있었다. 경기병이 내려친 기병도는, 어느 청문병의 견갑(肩甲)을 부수고 틀어박혀 있었다. 그리고 어깨에 기병도가 박힌 청문병은, 제 무기도 놓아버린 채로 그 기병도를 양손으로 단단히 붙잡고 있었다.


무릎도 꿇지 않았구나. 장하다, 자랑스럽다, 형제여!


교위 간그는 오른발을 힘차게 내딛으며, 왼손에 쥔 비도를 뿌려내었다. 비도는 낮은 포물선을 그려내며 날아, 경기병의 옆구리로 날았다. 그러나 맞은 각도가 좋지 않았는지, 힘이 부족했는지, 비도는 경기병의 흉갑을 뚫지 못한 채 튕겨 나왔다. 하지만 충격은 있었는지, 경기병이 인상을 찌푸리며 몸을 틀었다. 여전히 기병도는 놓지 않은 채였다.


교위 간그는 비도를 날려 보낸 왼손으로, 환도의 칼자루 아래를 단단히 움켜쥐었다.


경기병은 그때서야 교위 간그를 발견한 모양이었다. 악을 쓰며 청문병이 붙잡은 기병도를 빼내려 했으나, 청문병은 절대로 기병도를 놓아주지 않았다. 교위 간그는 청문병을 스쳐 지나갔다. 경기병은 마침내 기병도를 놓았다.


하지만 어쩔테냐. 네게 이제 무기는 없는 것을.


교위 간그는 힘껏 발을 내딛고, 허리를 뒤틀었다. 내디딘 발끝에서부터 추어올린 힘이 허리를 휘돌아 팔을 돌고, 환도의 끝까지 솟아올랐다. 거세게 휘돌아간 교위 간그의 몸을 따라, 환도가 경기병의 허리에 틀어박혔다. 교위 간그는 뒤돌며 환도를 밀어 넣고, 베어내어, 수습해 아래로 떨쳐 내렸다.


기병도를 단단히 붙잡고 있던 청문병과 눈이 마주쳤다. 청문병은 눈짓으로, 교위 간그를 향해 웃어보였다. 간그는 입을 열지 않았다. 청문병은 마침내 무릎을 꿇었다. 고개가 떨어져 내려, 교위 간그는 더 이상 청문병의 눈을 볼 수 없었다.


교위 간그는 다시 뒤돌아섰다. 기수를 잃은 말이 날뛰려 하자, 단숨에 목을 베어 버렸다.


“초원의 법도대로 하라! 목숨 하나에 목숨 스물이다!”


그러며, 교위 간그는 막 구릉을 오르고 있는 적의 군세를 바라보았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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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6 16. 남호南護 (完) 19.10.30 29 0 15쪽
135 16. 남호南護 (8) 19.10.29 25 0 17쪽
134 16. 남호南護 (7) 19.10.26 24 0 13쪽
» 16. 남호南護 (6) 19.10.23 28 0 12쪽
132 16. 남호南護 (5) 19.10.21 24 0 11쪽
131 16. 남호南護 (4) 19.10.19 25 0 13쪽
130 16. 남호南護 (3) 19.10.18 24 0 11쪽
129 16. 남호南護 (2) 19.10.17 25 0 12쪽
128 16. 남호南護 (1) 19.10.16 25 0 12쪽
127 15. 샤타르將棋 (完) 19.10.15 26 0 16쪽
126 15. 샤타르將棋 (9) 19.10.14 25 0 12쪽
125 15. 샤타르將棋 (8) 19.10.11 27 0 12쪽
124 15. 샤타르將棋 (7) 19.10.10 26 0 10쪽
123 15. 샤타르將棋 (6) 19.10.09 26 0 12쪽
122 15. 샤타르將棋 (5) 19.10.08 26 0 11쪽
121 15. 샤타르將棋 (4) 19.10.07 24 0 10쪽
120 15. 샤타르將棋 (3) 19.10.06 26 0 14쪽
119 15. 샤타르將棋 (2) 19.10.04 28 0 13쪽
118 15. 샤타르將棋 (1) 19.10.03 26 0 13쪽
117 14. 복호伏虎 (完) 19.10.01 23 0 14쪽
116 14. 복호伏虎 (9) 19.09.30 24 0 13쪽
115 14. 복호伏虎 (8) 19.09.29 24 0 10쪽
114 14. 복호伏虎 (7) 19.09.28 22 0 11쪽
113 14. 복호伏虎 (6) 19.09.26 28 0 11쪽
112 14. 복호伏虎 (5) 19.09.25 29 0 11쪽
111 14. 복호伏虎 (4) 19.09.24 26 0 13쪽
110 14. 복호伏虎 (3) 19.09.23 30 0 11쪽
109 14. 복호伏虎 (2) 19.09.22 28 0 14쪽
108 14. 복호伏虎 (1) 19.09.21 30 0 12쪽
107 13. 칸汗;王 (完) 19.09.20 29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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