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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의 아이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문낭호
작품등록일 :
2019.07.30 01:11
최근연재일 :
2019.10.30 2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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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0.26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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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남호南護 (7)

DUMMY

아르트 케시크가 제국의 창이라면, 청문병은 제국의 방패였다. 청문병치고 그러한 자신감을 가슴에 품지 않은 이가 없었다. 당연히 부위 하르와 또한 그러했다. 자신을 칸디다트로 가르치고, 칸디다트로 길러준 백장, 하르와의 대부가 아쉬움을 드러내는 편지를 보내왔을 때도 하르와는 답장에 이렇게 썼다.


청문병의 군장이 되어 보니, 비로소 확연히 알게 되었습니다. 나의 자랑스런 대부님, 창을 휘두르는 것만큼이나 방패로 굳건히 버티는 것 또한 몹시 중요한 일입니다. 저는 날카로운 창이기보다 두터운 방패가 되기로 하였습니다. 대부님께서 저를 자랑스러워하실 수 있도록, 부끄러움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부위 하르와는 땅에 떨어져 있던 청문병의 방패를 차올렸다. 막 창을 찔러오려던 적병이 당황해 창을 돌려, 제멋대로 돌며 날아오는 방패를 막았다. 부위 하르와는 그 잠시의 틈을 놓치지 않고 달려들어, 적병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오른손에 든 비도는 정확히 적병의 목을 노리고 파고들었다.


적병이 꺽꺽 울며 부위 하르와의 팔을 붙잡았다. 부위 하르와는 미련 없이 그 팔을 잘라내 버렸다. 쓰러지는 적병의 목에 꽂았던 비도를 뽑아내며, 부위 하르와는 힘껏 털어 피를 뿌려 냈다.


깃발은 그리 멀지 않았다. 측면을 공격해 올 적군의 증원은, 교위 간그가 어떻게든 해 줄 것이 분명했다. 부위 하르와는 모든 것을 쏟아낼 각오를 마쳤다.


부위 주변의 청문병들 모두 당장 뒷일 따위는 생각하지 않고, 온힘을 다해서 적을 밀어붙이고 있었다.


어느 청문병은 한 손에는 패검을 빼들고, 한 손에는 적병들이 쓰고 있던 투구를 들고 있었다. 그 청문병은 패검을 휘둘러 적병이 그것을 막으면, 바로 달려들어 악을 써대며 투구로 적병의 머리, 몸 할 것 없이 두들겨 대었다. 품위 있는 방법이라고도, 효과적인 방법이라고도 할 수는 없었지만, 어쨌든 청문병은 온통 우그러진 투구를 든 채 살아남아 있었다.


또 어느 청문병은 진즉에 반 토막나버린 적병의 창대를 한 손에 들고, 다른 손에는 우악스러워 보이는 도끼를 들고 있었다. 그 청문병은 창대를 몽둥이처럼 휘두르고, 도끼로는 적병의 신체 어디든 단숨에 끊어버렸다. 덕분에 청문병은 제것인지 남의 것인지 모를 피를 잔뜩 뒤집어 쓴 채로, 벌겋고 허연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다른 청문병들도 다들 그런 식이었다. 대부분 방패는 죄 어디다 버려버리고는, 손마다 온갖 무기가 될 만한 것들만 쥔 채로 싸우고 있었다.


평소 굳건히 지키는 것뿐만 아니라, 시가전을 비롯한 난전을 벌이는 것 또한 중요하게 여겨왔다. 그 덕에, 적병들은 무식하다고 해도 좋을 정도로 이른 바 막싸움을 벌이는 청문병들에게 완전히 기가 눌려 있었다.


“깃바알!”


부위 하르와가 악을 질렀다. 자세한 명령을 할 필요는 없었다. 부위의 목소리를 들은 주변의 청문병들 모두가, 그것이 깃발 아래의 적 군장을 노리라는 뜻임을 문제없이 알아들었다. 적병들은 이미 산산히 부서지고 있었다. 적 군장의 깃발이 화급히 물러나는 것이 보였다. 부위 하르와는 그것을 보며 이를 악물었다.


적병은 군집이고 할 것 없이 깨져, 이제는 곳곳에서 사방으로 흩어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 깃발 아래만은, 여전히 사방으로 창을 치켜든 채 버티고 있었다.


그래서 부위 하르와는, 거기에 적 군장이 있을 것이라 확신했다.


부위 하르와는 서둘러 주변을 둘러보았다. 가지고 있는 무장으로 주변 청문병들의 개인무장이 어떻게 되어 있는지를 확인하려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이미 몇 번의 격렬한 전투를 거쳐 청문병들 대부분이 제 무장을 잃어버려, 확인하기가 어려웠다.


부위 하르와는 빠르게 손으로 제 몸을 훑었다. 자신의 비도도 얼마 남지 않았다. 셋, 넷, 손에 든 것까지 여섯이 남아 있었다. 부위 하르와는 혀를 차며, 비도를 어깨 위로 치켜들었다.


사방이 물러나고 도망치는 적병들과, 그들을 쫓는 청문병들의 악소리로 가득 찬 가운데, 부위 하르와가 있는 이곳만은 달랐다. 고슴도치처럼 사방으로 창을 뻗은 채 서서히 물러나는 창벽을 앞에 두고, 가까이 온 청문병들 대부분이 함부로 달려들지 못한 채 주춤대고 있었다. 부위 하르와는 그 꼴을 계속 지켜볼 생각이 없었다.


“던질 수 있는 건 다 던져라!”


그렇게 외치며, 부위 하르와가 힘껏, 어깨 위로 치켜들었던 비도를 흩뿌렸다. 몇 번 적병의 몸에 드나들어 날이 휘고 피가 묻어, 하르와가 노린 대로 날지는 못했다. 비도는 힘없이 완만히 날아, 어느 적병의 방패에 꽂히지도 못한 채 툭 떨어지고 말았다.


하지만 부위 하르와의 비도보다도, 그 외침이야말로 적병들에게는 치명적인 것이었다.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그들의 주위를 반쯤 둘러싼 청문병들이 우르르 제 손에 들린 것들을 그들을 향해 집어 던지기 시작했다. 적병들의 벗겨진 투구가 하늘을 날고, 적병들의 무기가 하늘을 날았다. 더러는 제대로 된 도끼를 적병들 사이로 던져 넣었고, 부위 하르와처럼 비도를 꽂아 넣는 이들도 있었다. 그 중에 가장 많은 것은, 구릉 위에 수도 없이 굴러다니던 돌멩이들이었다.


이런 상황은 상상도 못했으리라. 한창 몰리는 상황에도 굳건하던 창벽이, 물결치듯이 흔들렸다. 부위 하르와는 비도 하나를 남긴 채, 남은 비도를 모조리 쏟아 부었다. 그리고는 만약을 위해 그 하나는 아낀 채, 다른 청문병들처럼 돌을 주워 집어던지기 시작했다. 그런 청문병들의 사이로, 어느새 후위에 있던 몇몇 대각궁을 가진 청문병들까지 합류해 대살을 쏘아붙이기 시작하자 창벽의 곳곳이 허물어지기 시작했다.


부위 하르와는 양손으로 패검의 칼자루를 단단히 쥔 채로, 눈을 번뜩였다.


“돌격!”


부위 하르와는 이번엔 교위의 가르침을 따랐다. 가장 먼저 앞에 서서, 비스듬히 패검을 아래로 비껴든 채 달려 나갔다.


아니야. 대부는 친구, 형제들과 어깨를 나란히 해 싸우라고 했다. 하지만 대부는 이렇게도 말했었다.


가끔 그럴 때가 있다, 나의 딸아. 다른 누구도 아닌, 내가 앞에 서야 할 때가. 끓어오르는 피 때문인지, 방망이질 치는 심장 때문인지, 막기 힘든 전장의 냄새 때문인지, 그 기세 때문인지는 나도 모르겠구나. 하지만 형제들의 어깨보다 앞선 발걸음으로, 내가 창을 지르고 칼을 휘둘러야 할 때가 온다. 그 때가 오거든, 나의 딸아, 겁먹지 말아라.


“으아악!”


적병 하나가 비명이라도 지르는 듯이 창을 내질러 왔다. 부위 하르와는 패검을 비틀어 올려, 그 창을 비껴내었다. 창대를 타고, 패검의 날이 갈리는 소리를 내었다. 그리고 적병의 창대를 움켜쥔 손에 이르렀을 즈음, 부위 하르와는 창을 곧추세워 적병의 목에 패검을 찔러 넣었다.


막 쓰러트린 적병의 뒤에, 놀란 눈을 한 적병이 서둘러 창을 버리고 자신의 패검을 뽑아들고 있었다. 긴 창으로 지르기에는, 부위 하르와가 너무 가까웠던 탓이었다. 부위 하르와는 즉시 자신의 패검을 빼내려고 했으나, 반사적으로 제 목을 찌른 검을 움켜잡은 적병의 손힘이 아직 빠지지 않았다. 머릿속에 온갖 생각이 떠돌았다. 지금이라도 비도를 꺼낼까? 좀 더 힘을 주면 검이 빠지지 않을까?


너의 형제들 또한, 너와 같을 테니.


대부의 목소리가, 온갖 생각으로 떠돌던 머릿속에 떠올랐다. 막 자신의 패검을 뽑아든 적병의 미간에, 비도 한 자루가 박혀 들었다. 간신히 패검을 뽑아든 부위 하르와의 곁을, 백장도 십장도 아닌 청문병이 지나가며 외쳤다.


“쉬고 계십니까, 부위님!”


부위 하르와는 입에 함박웃음을 머금었다.


“건방지구나! 뉘 교위님 아래에 있느냐!”


청문병은 껄껄 웃으며 손에 든 도끼를 휘둘러, 적병의 어깨를 찍어 내었다. 부위 하르와는 달려가, 그 적병의 머리를 패검으로 단숨에 날려버렸다. 날이 상해 덜컥대는 느낌이 들었지만, 아직은 괜찮았다.


부위 하르와를 뒤따라 청문병들은 마지막 남은 적병들의 창벽을 무너트렸다. 깃발은 이제 거의 코앞에 있었다.


적병들의 갑옷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적 군장의 위사(衛士)들이 틀림없었다. 청문병이나 아르트 케시크에는 군장에게 따로 정예만 모아 위사를 두는 법이 없지만, 다른 군에서는 흔한 일이었다.


과연 정예라 해야 할 지, 확실히 솜씨와 대처가 남달랐다. 완전히 불리한 상황임에도 적병들은 당황하지 않았고, 솜씨가 무뎌지지도 않았다. 부위 하르와가 여기에 이르기까지 칼을 세 번 이상 놀린 일이 없었는데, 처음 마주친 상대에게서 부위 하르와는 어느덧 열 번째까지 칼을 휘두르고 있었다.


솜씨로 따지자면 자신이 훨씬 위에 있었다. 처음 칼을 맞부딪힌 순간에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부위 하르와는 이미 제법 지쳐 있었다. 어제의 싸움의 피로가 다 회복되지도 않았고, 오늘도 이미 싸우기 시작한지 못해도 반시진이 되어 갔다.


결국 부위 하르와는 아껴두었던 비도를 빼어들었다. 적 위사가 아래를 향해 찔러들어오는 검을 비도로 끌어다 비껴내어 옆으로 흘려보내고, 패검으로 목을 가린 갑옷 틈새를 노려 찔러 넣었다. 쑤욱, 칼날이 목으로 파고들었다. 위사가 피를 뱉으며 패검을 쥐려 했지만, 부위 하르와는 재빨리 패검을 뽑아내었다.


아니나 다를까, 옆에 있던 다른 위사가 순간 다가와 칼을 휘둘러왔다. 서둘러 패검을 수습해, 머리 위를 노리고 날아온 습격을 막으니, 원래 위사를 상대하던 청문병이 두터운 기병도를 휘둘러 위사의 어깨를 떼어놓았다.


적 군장의 인상 깊었던 지휘만큼이나, 적 군장을 따르는 위사들의 실력과 충심도 인상 깊었다. 다만, 청문병들 쪽이 더 위였을 따름이다.


“여기다! 적장이 여기에 있다!”


어느 청문병의 외침이 들려왔다. 위사들과 청문병들, 부위 하르와의 시선이 모두 그곳으로 모였다. 부위 하르와가 재빨리 달려 나갔다. 위사 하나가 가로막으며 칼을 휘둘러 왔지만, 부위 하르와는 알고 있었다는 듯이 패검으로 비껴내었다. 이를 악문 위사의 얼굴을 힐끔 보고, 부위 하르와는 위사를 비껴 지나갔다. 그 뒤로, 다른 청문병이 달려들고 있었다.


부위 하르와는 비도를 왼손에 옮겨 쥐고, 패검을 오른손에 쥐었다. 비도의 손잡이가 손에 착 감겨오는 느낌을 받으며, 부위 하르와는 깊이 숨을 내쉬었다. 아래로 비껴든 비도의 날이 너무 상하지 않았길 바랐다.


위사들에게 둘러싸인 적 군장이 보였다. 희게 센 수염과 굳은 얼굴의 주름이 똑똑히 보였다. 노장(老將)의 덤덤한 시선이, 문득 부위 하르와에게로 향했다. 부위 하르와는 힘껏, 오른발을 내디뎠다. 허리가 돌고, 왼팔의 근육이 팽팽히 당겨지는 것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그 힘이 고스란히 느껴지며, 손가락이 섬세히 휘어 비도의 손잡이를 튕겼다. 부위 하르와는 눈앞에서 날아오르는 비도를 똑똑히 바라보았다.


궤적은 완벽했다. 훈련에서도 이보다 깔끔하게, 자신이 바랐던 대로 던져본 적이 없었다. 부위 하르와는 던져낸 비도가 적 군장에게 틀어박히리라 확신했다.


나의 딸, 나의 하르와. 늙은 너의 대부의 아쉬움은, 네가 케시크에 들어가지 못한 탓이 아니란다. 창은 유리한 곳을 찾아 싸우고, 방패는 불리할 때도 가리지 않아야 함이 걱정일 뿐이다. 나의 딸아, 늙은 너의 대부는 오로지 너의 무사함을 빌 뿐이다.


지금 와, 대부가 보내 온 편지가 떠오르는 것은 어째서일까.


비도를 던져 올려 빈 허리에, 문득 묵직한 충격이 전해졌다. 부위 하르와는 견디지 못하고 그 자리에 쓰러졌다. 부위 하르와가 보니, 창날이 틀어 박혔다. 청린갑을 뚫었는지, 뚫지 못했는지 알 수 없었다. 창날을 틀어박은 위사의 목이 다른 청문병에게 베여, 허연 이를 드러내 웃는 채로 날아갔다. 부위 하르와는 허리춤을 더듬었다.


하르와는 땅 위에 쓰러진 채로, 허리춤을 더듬으며 눈으론 비도를 쫓았다. 비도의 궤적은 아름다웠다. 그리고 하르와가 노린 대로, 노장에게 틀어박혔다. 절묘하게 견갑을 비껴, 목과 견갑사이의 틈을 꿰뚫었다.


하르와는 웃었다.


대부. 나의 대부. 하르와는 그저, 대부께 자랑스러운 칸디다트이길 바랄 뿐입니다.


먼 귀에, 부위를 부르는 청문병들의 고함과 적장이 쓰러졌다는 고함이 아우성쳤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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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6 16. 남호南護 (完) 19.10.30 25 0 15쪽
135 16. 남호南護 (8) 19.10.29 23 0 17쪽
» 16. 남호南護 (7) 19.10.26 23 0 13쪽
133 16. 남호南護 (6) 19.10.23 25 0 12쪽
132 16. 남호南護 (5) 19.10.21 22 0 11쪽
131 16. 남호南護 (4) 19.10.19 23 0 13쪽
130 16. 남호南護 (3) 19.10.18 22 0 11쪽
129 16. 남호南護 (2) 19.10.17 22 0 12쪽
128 16. 남호南護 (1) 19.10.16 23 0 12쪽
127 15. 샤타르將棋 (完) 19.10.15 23 0 16쪽
126 15. 샤타르將棋 (9) 19.10.14 22 0 12쪽
125 15. 샤타르將棋 (8) 19.10.11 25 0 12쪽
124 15. 샤타르將棋 (7) 19.10.10 24 0 10쪽
123 15. 샤타르將棋 (6) 19.10.09 24 0 12쪽
122 15. 샤타르將棋 (5) 19.10.08 24 0 11쪽
121 15. 샤타르將棋 (4) 19.10.07 22 0 10쪽
120 15. 샤타르將棋 (3) 19.10.06 24 0 14쪽
119 15. 샤타르將棋 (2) 19.10.04 26 0 13쪽
118 15. 샤타르將棋 (1) 19.10.03 23 0 13쪽
117 14. 복호伏虎 (完) 19.10.01 22 0 14쪽
116 14. 복호伏虎 (9) 19.09.30 21 0 13쪽
115 14. 복호伏虎 (8) 19.09.29 21 0 10쪽
114 14. 복호伏虎 (7) 19.09.28 20 0 11쪽
113 14. 복호伏虎 (6) 19.09.26 25 0 11쪽
112 14. 복호伏虎 (5) 19.09.25 25 0 11쪽
111 14. 복호伏虎 (4) 19.09.24 23 0 13쪽
110 14. 복호伏虎 (3) 19.09.23 27 0 11쪽
109 14. 복호伏虎 (2) 19.09.22 26 0 14쪽
108 14. 복호伏虎 (1) 19.09.21 28 0 12쪽
107 13. 칸汗;王 (完) 19.09.20 27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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