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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의 아이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문낭호
작품등록일 :
2019.07.30 01:11
최근연재일 :
2019.10.30 2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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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0.29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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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16. 남호南護 (8)

DUMMY

첫날의 격렬하던 싸움은 이내 막바지로 치닫는 모양이었다. 반란군들을 지휘하는 총사가 누구이건 간에, 이대로 서전(緖戰)을 완패로 끝내고 싶지는 않아 보였다. 교위 간그는 주변의 청문병들을 돌아보았다. 교위대의 구분도 완전히 사라져 버렸고, 심지어는 백위대도 제대로 모인 곳이 드물었다. 확연히 무장이 다른 대각궁을 든 청문병들이 뒤로 빠진 것을 제외하면, 열과 오 모두 제각기 무장한 청문병들이 뒤섞여 있었다.


그 수효만도 어느새 2, 3개 교위대는 되어 보였다. 청문병의 본진까지 나서며 적들의 선봉이 정리되자, 교위 간그가 있는 쪽으로 청문병들이 몰리기 시작한 것이었다.


교위 간그는 빠르게 결정을 내려야만 했다.


이곳에서 지킬 것인가, 물러나서 지킬 것인가.


목책에 기대어서 싸우는 편이 확실히 쉽기는 할 것이었다. 무난하게 피해도 줄일 수 있을 것이었다. 교위 간그는 힘껏 까치발을 들어 적진을 살피려 했다. 눈치 빠른 청문병 하나가 앞에 무릎을 꿇으며 올라타라는 눈짓을 보냈지만, 교위 간그는 손을 내저어 그 청문병을 물렸다. 형제의 무릎이나 등 위에 올라타면서까지 적진을 살필 필요도, 이유도 없었다. 게다가 괜히 위로 툭 튀어나와 보아야, 적들의 시선만 끌 뿐이었다.


교위 간그의 눈에 멀찍이서 다가오고 있는 적은 군세가 어렴풋이 보였다. 선봉과 기병까지 패퇴한 마당에, 적장은 무엇을 노리려는가.


이미 청문병들은 제법 지쳐 있었다. 싸우기 시작한 지가 어느덧 한 시진에 가까웠고, 그 동안 교위 간그와 함께하는 청문병들은 거의 내내 싸우고 있었다. 성벽에 기대어 몇 시진이고 싸우기도 하고, 할 수 있다면 며칠도 싸울 수 있는 것이 청문병이긴 했다.


하지만 싸울 수 있다는 것이지, 잘 싸울 수 있다는 것은 아니었다. 할 수 있다면, 계속해서 싸우는 일은 피하고 싶었다.


“물러설 것 같지는 않군.”


간그의 혼잣말이 무겁게 떨어졌다. 교위 간그 주변의 청문병들은 모두 입을 다문 채 침묵했다. 적병들은 멈추지 않고 계속 전진해오고 있었다.


대부분의 경기병들은 완전히 패퇴해 물러났고, 얼마 안 남은 이들의 비명과 말 울음소리만 드문드문 들려왔다. 청문병들은 별 다른 지시가 없었는데도, 지친 몸으로도 부지런히 움직였다. 말들의 시체를 끌어다 늘어선 열 앞에다 늘어놓아, 임시로 책(柵)을 만들기까지 했다.


앞 열은 말들의 시체로 만들어진 책 뒤에 늘어선 채로, 무릎을 꿇고 앉은 채로 다시 창들을 주워들고 앞을 향해 기울이고 있었다.


교위 간그는 흘끔 뒤를 돌아보았다. 교위 간그 자신의 교위대와 본진은 적 선봉의 정리에 들어간 듯 했다. 교위 간그는 머릿속으로 시간을 가늠해 보았다.


애매했다.


물러서서 병력 교대를 한다면 멀쩡한 좌익의 병력과 교대하는 것이 최고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러기에는 시간이 부족했다. 적의 총사가 의도한 것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었지만, 최적의 순간에 진군을 시작한 것은 분명했다.


남호경의 반란군에 이 정도의 군장이 있었던가?


교위 간그는 앓는 소리를 내며 들어 올렸던 까치발을 내려 땅을 단단히 디뎠다. 아무래도 선택할 수 있는 길이 많지 않았다. 교위 간그는 옆의 청문병 아무나를 불러, 목소리를 낮춰 조용히 말했다.


“너는 뒤의 교위에게로 가거라. 가서, 살이 얼마나 남았는지 물어보아라.”

“그것만 물어보면 되겠습니까?”


교위 간그는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궁수들도...활을 버릴 준비를 하라 이르라.”


교위 간그가 잠시 주춤대다 내뱉은 말에, 청문병은 아무런 대답도 않고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청문병은 곧 몸을 돌려 뒤쪽으로 향했고, 교위 간그는 다시 고개를 돌려 앞을 바라 보았다.


구릉을 오르는 적병들의 발소리가 점점 가까워지는 듯 했다.


방패를 잃은 형제들이 많은데.


교위 간그는 그런 걱정부터 떠올렸다. 혼란한 난전의 와중에 방패를 잃거나, 방패를 버린 청문병이 제법 있었다. 열을 맞춰 늘어선 청문병들이 얼른 발치의 방패를 주워들거나, 남는 방패들을 다른 병사들에게 넘겨주거나 하고는 있었다. 하지만 찾지 못한 방패도 많았고, 쓰지 못하게 된 방패도 제법 되었다.


청린갑은 물론 우수한 갑옷이다. 철비늘 하나하나, 쉬이 쇳물만 부어 만들어진 것이 아니었다. 괜히 잘 관리된 청린갑을 은퇴하는 청문병들이 물려주고 떠나는 것이 아닌 것이다. 하지만 교위 간그는 이제 그 청린갑만 믿고 있어야 할 형제들을 생각하면, 아르트 케시크에 새로이 보급되기 시작한 갑옷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아르트 케시크에 보급이 끝나면, 청문병의 차례였을 테였다. 그 수 년, 혹은 십 수 년의 시간이, 교위 간그는 몹시도 아까웠다.


“살 구분 없이 한 사람 당 열이라 합니다.”


다급히 달려온 청문병이 빠르게 내뱉은 후 숨을 헐떡였다.


“교위는 어떻게 한다던가?”

“사거리에 들어오면 바로 모두 쏟아 붓겠답니다.”

“그러고는?”

“대열에서 만나자 했습니다.”


교위 간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로서도 아마 달리 방법이 없었으리라. 그렇게 생각하자마자, 현금(弦琴)을 타는 소리가 뒤에서부터 터져 나왔다. 솟아오른 것은 길었지만, 보통의 버들살이었다. 대살은 모두 떨어져 버렸을 것이다. 교위 간그는 아랫입술을 잠시 물었다, 다시 떼며 소리를 높였다.


“방패는 앞줄부터!”


교위 간그의 말에, 청문병들 사이에서 제각기 전해지던 방패가 앞줄부터 채워지기 시작했다. 교위 간그가 말로 꺼내기 전에, 이미 백위장이 나서서 마친 백위대도 드물잖게 있었다. 덕분에 방패 전달은 교위 간그의 생각보다도 훨씬 빨리 끝났다. 그 광경을 보며, 교위 간그는 혀를 내밀어 아랫입술을 한 번 핥았다. 오랜 싸움에 지쳐 말라붙은 입술이 따가웠다. 혀에서는 흙과 먼지맛이 났다.


대각궁이 보통의 각궁보다도 사거리가 더 나오는 법이었다. 남호경은 각궁을 쓰는 법도가 없었으니 그보다도 짧을 테고, 하물며 이쪽은 위에서 내려다보며 쏘니 더욱 멀 것이었다. 그렇다고 해도 이쪽이 쏘기 시작했다면, 머지않아 저쪽에서도 날아들 것이었다.


“방패 들어!”

“방패!”


교위 간그의 외침에, 곳곳에 뒤섞인 부위들과 백위장들 또한 목소리를 드높였다. 곧 앞에서부터 일제히 방패가 솟아올랐다.


“방패 없으면 앉아!”


하다못해 그림자에 숨어, 인도할 영혼을 보는 매의 눈이라도 피하길 바라라.


교위 간그는 진심으로 청문병들이, 텡그리께 기도라도 올리길 바랐다. 시답잖은 탕가락이라도 걸고, 이 자리에서 살려주기만 한다면 지키겠노라고 텡그리께 맹세라도 하라 하고 싶었다. 손해 볼 것이 무엇이겠는가. 당장 이 자리에서 살아나갈 수 있다면.


교위 간그의 옆에 선 청문병이 방패를 들어 위를 가렸다. 교위 간그의 얼굴에 그림자가 졌다. 생각 같아서는 저 혼자라도 챙겼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었지만, 또 한 편으로는 그럴 수도 없었다. 죽는 것은 두렵지 않았으나, 교위 간그는 탕가락을 지키지 못할 것이 두려웠다. 교위 간그는 돌아가야만 했다.


“버들사알!”


맨 앞줄의 청문병 중에 하나가 악을 썼다. 교위 간그는 청문병의 청린갑 목둘레의 흰 술을 보고, 그 청문병이 어느 교위대의 부위 중 하나임을 알 수 있었다.


“대비! 대비하라!”


눈이 좋은지, 적진에서 꺼내드는 화살을 본 모양이었다. 그리고 그 외침이 끝나기가 무섭게, 전방을 향해 방패를 내밀고 있는 전열로 적군들의 화살이 쏟아져 내렸다. 그리고 간절한 교위 간그의 기도와는 다르게, 비명소리가 터져 나왔다.


“메워! 빈자리는 바로 메우라고!”


교위 간그는 방패의 그림자 아래에 기대어, 악을 써댔다. 화살비는 끊기지 않았다. 뒤에서 아련히 현금을 타는 소리가 들려왔다. 자신도 모르게, 교위 간그는 그 소리를 세고 있었다. 이제 세 번.


적들은 작정을 한 듯이 쏘아 붙이고 있었다. 가진 살은 오늘 이 자리에서 다 쏟아 붓겠다는 마음이라도 가진 듯 했다. 실제로 그 정도까지 쏘아 붙이는 것은 아니겠지만, 방패를 두드리는 빗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그런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다.


그 사이, 교위 간그에게 달라붙어 방패를 들어 올리고 있던 청문병에게서 이를 악문 신음이 세어나왔다. 간그가 서둘러 방패를 붙잡으며 돌아보니, 왼쪽 어깻죽지에 살이 돋아나 있었다. 살펴보니, 운 없게도 비늘 사이로 살촉이 파고 든 모양이었다. 방패 하나로 둘을 막으려니, 틈이 벌어져도 하는 수 없었을 것이다. 게다가, 청문병은 방패를 교위 간그 쪽으로 더 기울이고 있기까지 했다.


교위 간그는 서둘러 방패를 잡은 손에 힘을 더 하며 낮게 말했다.


“부상이 심하니 물러나라. 살이 어깨에 깊이 들었으니 제대로 싸우기 힘들 것이다.”


그 와중에도 살은 쏟아지고 있었다. 방패를 붙잡은 손에, 방패에 부딪혀 튕겨나거나 틀어박히는 살들이 만드는 진동이 그대로 느껴져 왔다.


“문제없습니다.”


청문병은 이를 악문 소리로 말하더니, 어깨에 박힌 살의 대를 붙잡고는 꺾어버렸다. 교위 간그는 그 모습을 보며 가볍게 눈살을 찌푸렸다.


“제대로 싸우기 힘들테니 물러나라는 것이 아닌가. 다른 형제들에게 방해가 될 것이다!”

“방해는 되지 않을 겁니다!”


그러며, 청문병은 살이 틀어박힌 왼쪽 어깨를 틀어 들어 올려 보이기까지 했다. 분명 고통스러울텐데도, 신음소리 하나 세어 나오지 않았다. 교위 간그는 당장 두들겨 패서라도 청문병을 후방으로 물러나게 하고 싶었으나, 그럴 수 없었다.


“교위께서도 아까부터 피가 셉니다.”


간그는 그때서야 자신의 옆구리를 내려다보았다. 상처가 또 터지고 만 것이다. 청린갑 사이로 핏물이 배어나오고 있었다. 그럼에도 통증이 없는 것을 보면, 아직 심각한 상황은 아니었다. 곧 격렬하게 움직이기 시작하면, 그때는 심각해지기 시작할 것이었다. 하지만 교위 간그는 물러날 수 없었다.


결국, 간그는 형제의 멀쩡한 쪽 어깨를 가만히 짚었다.


화살비가 잦아들기 시작하고 있었다. 열. 현금을 타는 소리도 막 끝났다.


“찔러어!”


선두열의 백위장, 십위장들이 악 쓰는 소리가 들려왔다. 구릉 위에 천둥이 몰아치듯 요란한 소리가 들려왔다. 청문병들은 열도 뭣도 없이 제멋대로 달려오는 적의 보병들이 말의 시체 위를 오르자, 그들을 향해 힘껏 창을 내질렀다. 급하게 궁여지책으로 마련한 책이었지만, 효과가 나쁘지는 않았다. 청문병들은 버텨내고 있었다.


“나서지마! 물러서지 마라!”

“빈자리는 메꿔! 비워두지 말라고!”


사방에서 십위장과 백위장들의 아우성이 몰아치는 듯 했다. 부위들이 보낸 발이 재바른 청문병들이 이르러, 교위 간그에게 말을 쏟아내었다.


“우측 백장 하나가 상했습니다! 선임 십장이 인계했습니다만, 우측의 공격이 거셉니다!”


선두에서 몇 열은 뒤에 있었을 백장이 상했을 정도라면 우측의 상황이 혼란한 것은 틀림없었다. 교위 간그의 눈이 급하게 우측을 향했다. 진이고 뭐고 없이 제멋대로 달려들던 적병들은, 그들을 막아선 청문병들 앞에서 체증을 겪으며 압축되고 있었다. 청문병들은 굳건히 제자리에서 버티고 있었고, 자연스레 숫자로 앞서는 적병들은 청문병들의 양 측면으로 퍼져나가는 형세였다. 당연히 측면에 피해가 클 수밖에 없었다.


교위 간그가 좌측도 바라보았다. 좌측 쪽의 부위에게서는 아무런 말도 전해오지 않았다. 말을 가진 이가 중간에 휩쓸리고 만 것인지, 말을 전할 새도 없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너는 바로 후위의 교위에게 가라. 활을 버렸거든, 우측을 부탁한다 전하라.”


우측의 부위가 보내온 청문병은, 바로 고개를 끄덕이고 뒤를 향해 달려 나갔다. 교위 간그는 옆구리를 더듬었다.


나의 탕가락.


나의 초산 탕가락.


황녀님, 나의 차우마랄 황녀님.


사롤 씨의 이 간그가, 황녀님께 푸른 비늘과 푸른 검을 걸고 약속드렸었지요. 황녀님께서는 그 탕가락을 기억하라 하셨지요.


“후열의 백위대는 나를 따르라.”


교위 간그는 다시 환도를 뽑아들었다. 황녀 차우마랄이 선사한 산왕국에서 온 환도는, 잠깐 닦아낸 것만으로도 서늘하게 날을 빛냈다. 교위 간그는 서늘하게 빛나는 환도의 날에서 간신히 눈을 떼었다.


저를 붙잡지 마십시오, 나의 황녀님.


“좌측의 형제들을 돕는다.”


교위 간그는 그 명령을 끝으로 먼저 좌측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그 뒤를 대열을 빠져나온 백위대가 맹렬히 따랐다.


교위 간그의 생각대로, 좌측은 완전히 혼란한 상황에 빠져 있었다. 측면의 공간까지 밀려나온 적들이 뒤덮어 오며, 거의 반 포위가 이뤄지는 상황이었다. 적의 선봉을 마무리 지은 간그의 교위대가 반전하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할 테였다.


교위 간그는 길게 숨을 내뱉었지만, 망설이지는 않았다.


“대 칸께서 지켜보신다.”


그러니 부끄러이 굴지 말라.


교위 간그는 환도의 칼자루를 양손으로 단단히 움켜쥐고, 적진을 향해 뛰어들었다. 가장 먼저 눈에 띈 적병 하나가 놀라 창대를 들어 올렸으나, 황녀가 건넨 환도는 창대를 가르고 적병의 목도 갈라놓았다. 핏줄기가 잠시 간그의 눈앞을 어지럽혔다.


문득, 핏줄기 사이로 차우마랄 황녀의 눈이 비친 듯 했다.


교위 간그는 다리를 들어, 목을 잃은 적병을 발로 차 내었다. 다음.


악 내지르는 소리와 함께, 창날 하나가 쑥 들어왔다. 간그는 적병을 차냈던 발을 힘껏 내딛으며, 환도로 창대를 올려쳤다. 창날이 가볍게 뺨을 스쳤다. 창날이 빠져나가기 전에, 간그는 창대를 붙잡았다. 당황한 적병의 얼굴이 보였다. 간그는 나는 듯 뛰어올라, 적병의 투구를 칼자루 끝으로 내리 찍었다. 묵직한 충격에 적병이 휘청이는 사이, 간그는 수습한 환도를 적병의 흉갑 틈 사이로 찔러 넣었다. 끄륵, 하며 적병이 내뱉은 피거품이 간그의 얼굴에 피어올랐다.


옆구리에 통증이 시작된 것은, 그 환도를 뽑아내었을 때였다. 간그는 애써 통증을 무시하려 했다. 함께 온 백위대의 청문병들이, 잠시 옆구리를 붙잡고 선 간그를 앞질러 적병들에게 그야말로 악을 쓰며 달려들었다.


무릎 꿇어서는 안 된다. 땅 위로 쓰러져서는 안 된다.


대 칸의 앞이오, 푸른 벽의 바깥이다.


간그는 되뇌이며, 옆구리를 붙잡았던 손을 들어 다시 환도의 칼자루를 양손으로 단단히 붙잡았다. 전장의 바람이 창날에 베인 간그의 뺨을 스쳤다. 춤추듯 환도를 휘두르던 차우마랄 황녀의 옷자락이 스치는 듯 날카로운 통증이 간그의 정신이 들게 했다.


“원군이다, 원군이다!”


귓가에 소리가 멍하였다. 간그는 환도를 올려, 갑작스레 나타난 칼날을 막아내었다. 환도가 힘없이 튕기었다. 간그는 버릇처럼 비도를 뽑아들었다. 적이 쓴 투구의 붉은 술이 눈앞에 어지러웠다. 칼날이 날아들었다. 간그는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웃음까지 나왔다.


청린갑을 믿을 수밖에.


왼손에 든 비도를 높이 들어올렸다. 날카로운 통증을 기대했다. 대신에 나의 비도도 너에게 날카로운 통증을 안길 것이다.


그러나 통증은 간그의 귀에 먼저 찾아들었다. 패랙, 하며 공기를 뚫는 소리가 귀에 멍했다. 귀가 아픈 쪽 눈을 살짝 감으며 보노라니, 붉은 술이 달린 투구가 하늘로 날아오르고 있었다. 옆구리로 날아들던 칼날은 힘을 잃었다. 그리고 적병의 미간에, 다른 살보다도 훨씬 짧은 살이 틀어박혀 있었다.


바람살?


“교위 간그, 그대는 내게 한 탕가락을 잊었는가?”


문득 하얀 바람이 스치듯 지나더니, 언월도가 날아들어 미간에 살이 박힌 적병이 채 쓰러지기도 전에 머리를 날려 보냈다.


간그가 올려다보자, 피처럼 붉은 눈동자가 간그를 마주했다.


“그대는 좀체 제 몸 아낄 줄을 모르는구나.”


기분이 나쁜 듯 잔뜩 찌푸려진 미간마저도, 교위 간그는 반가워 미소 짓고 말았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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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6 16. 남호南護 (完) 19.10.30 25 0 15쪽
» 16. 남호南護 (8) 19.10.29 23 0 17쪽
134 16. 남호南護 (7) 19.10.26 22 0 13쪽
133 16. 남호南護 (6) 19.10.23 24 0 12쪽
132 16. 남호南護 (5) 19.10.21 21 0 11쪽
131 16. 남호南護 (4) 19.10.19 22 0 13쪽
130 16. 남호南護 (3) 19.10.18 21 0 11쪽
129 16. 남호南護 (2) 19.10.17 22 0 12쪽
128 16. 남호南護 (1) 19.10.16 22 0 12쪽
127 15. 샤타르將棋 (完) 19.10.15 22 0 16쪽
126 15. 샤타르將棋 (9) 19.10.14 22 0 12쪽
125 15. 샤타르將棋 (8) 19.10.11 23 0 12쪽
124 15. 샤타르將棋 (7) 19.10.10 23 0 10쪽
123 15. 샤타르將棋 (6) 19.10.09 21 0 12쪽
122 15. 샤타르將棋 (5) 19.10.08 21 0 11쪽
121 15. 샤타르將棋 (4) 19.10.07 21 0 10쪽
120 15. 샤타르將棋 (3) 19.10.06 22 0 14쪽
119 15. 샤타르將棋 (2) 19.10.04 25 0 13쪽
118 15. 샤타르將棋 (1) 19.10.03 22 0 13쪽
117 14. 복호伏虎 (完) 19.10.01 22 0 14쪽
116 14. 복호伏虎 (9) 19.09.30 19 0 13쪽
115 14. 복호伏虎 (8) 19.09.29 19 0 10쪽
114 14. 복호伏虎 (7) 19.09.28 19 0 11쪽
113 14. 복호伏虎 (6) 19.09.26 23 0 11쪽
112 14. 복호伏虎 (5) 19.09.25 24 0 11쪽
111 14. 복호伏虎 (4) 19.09.24 22 0 13쪽
110 14. 복호伏虎 (3) 19.09.23 26 0 11쪽
109 14. 복호伏虎 (2) 19.09.22 24 0 14쪽
108 14. 복호伏虎 (1) 19.09.21 26 0 12쪽
107 13. 칸汗;王 (完) 19.09.20 26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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