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엄마는 SSS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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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결
작품등록일 :
2019.07.30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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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8.15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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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7.31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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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브리핑

DUMMY

"강철 남자가 어떻게?"

"아직 정확한 건 아니야. 정황상 추측할 뿐이지. 일단은 어디 가서 이 얘기 하면 안 되는 거 알지?"

"대응본부 측에서도 이렇게 생각하고 있는 거예요?"

"어느 정도는 이렇게 가닥을 잡고 있나 봐. 던전 안에 있었던 우리만 알고 있어야 하는 정보야."


대응본부까지 나섰다면 이미 작은 일이 아니었다.

이 이야기를 나에게 하는 의도가 무엇일까?

혹시 꼬리가 잡힌 걸까?


"그럼 강철 남자가 누군지는···."

"그건 전혀 모르겠어."

"그래요?"

"응. 강철 남자가 누구라고는 전혀 갈피를 못 잡고 있어. 어디서 그런 능력자가 튀어나온 것인지···."


선생님의 표정은 진지했다.

나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내 정체에 대해서는 다행히 아무도 의심을 하지 않는 것 같았다.

생각해보면 당연하다.

F급 헌터와 강철 남자 사이와의 차이는 어마어마하니까.


"일단 너는 이런 복잡한 생각을 할 필요 없어. 몸은 어떤 거 같니?"

"지금은 괜찮은 거 같아요. 의사 선생님은 뭐라 그래요?"

"몸에 이상은 전혀 없대. 깨어나서 괜찮으면 퇴원해도 된다더라."


병원에서도 나를 위중한 환자로 보지 않았는지 옷도 입고 있던 옷 그대로였다.

문득 조금 전에 꾼 꿈이 생각났다.

너무도 생생해서 꿈이라고 믿기지도 않았다.

손을 뻗어 주머니를 더듬더듬 만져봤지만, 아무것도 만져지지 않았다.


"선생님 제 주머니에 뭐 없었어요?“

“아무것도 없었는데? 뭐 찾니?”

"휴대폰 어디 갔나 해서요"

"네 가방은 버스에서 챙겨서 머리맡에 놓아놨어."


휴대폰은 포탈 진입 전에 가방에 넣어놨으니 당연히 그 안에 있을 것이다.

선생님은 주머니에서 정말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한 듯한 반응이었다.


"그럼 이제 집에 가도 돼요?"

"그래. 이제 몸은 괜찮은 거지? 내일 학교에서 보자."

"아직 머리가 아픈 거 같아서 차라리 입원을 하루 더···."

"어휴···. 선생님이 학교에 말해 줄 테니까 내일은 하루 쉬면서 몸 관리 잘 해."

"와! 감사합니다. 모레 뵈어요."


나는 간단한 퇴원 수속 후 가벼운 발걸음으로 집으로 돌아갔다.

다행히 내일 하루를 쉬는 덕분에 오늘 못 본 드라마, 웹툰, 웹 소설을 여유 있게 챙겨볼 수 있겠다.


.

.

.


"그러면 이번 개미굴 제미야 출현 사건 브리핑 시작하겠습니다."


깔끔하게 정장을 차려입고 빔프로젝터 화면 앞에 이민철이 말했다.

좌석에는 몇 명의 사람이 앉아서 그의 브리핑을 듣고 있었다.

그중에는 몬스터 대응본부 각 구의 지부장 이외에, 서울시 본부장 주지나도 있었다.


"먼저 제미야의 직접적인 사인(死因)은 압사입니다. 다른 이유는 전혀 없이 엄청난 힘이 양옆에서 가해졌습니다."


이민철의 첫 마디부터 회의실이 술렁거렸다.

현재 회의실에 있는 사람들은 최소 부 지부장은 되는 사람들이었다.

즉 현재 헌터계에서는 나름 경력과 실력을 갖췄다는 뜻이었다.

그들은 곤충형 몬스터를 상대하는 방법을 너무도 잘 알고 있다.

곤충형 몬스터들은 딱딱한 표피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힘과 압력으로 맞서면 안 된다.

특히나 보스급 곤충형 몬스터는 칼도 잘 박히지 않는다.

그래서 널리 알려진 공략법은 단 하나. 불이었다.


"끄응···."


누군가 침음성을 흘렸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모두 그 마음에 공감했다.

여기 있는 그 누구도 제미야를 터트려 죽일 수는 없을 것이니까.


"그래서 누가 그렇게 했다는 겁니까?"

"의심 하고 있는 인물이 있습니다."

"그게 누구요?"

"먼저 이 동영상을 보십시오."


이민철은 화면에 동영상을 띄웠다.

동영상에서는 강철 남자가 씨 서펜터의 공격을 모두 피해내고, 염력으로 가볍게 압사시키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A급 보스 몬스터 씨 서펜터와 S급 네임드인 제미야와의 급의 차이는 있습니다. 하지만 압사시켜 죽이는 방식이 같습니다."

"지금 수사대 측에서는 누구로 생각합니까?"

"저희 판단에는 이런 무력을 보여줄 수 있는 사람은 단 세 명밖에 없습니다."


청중들은 세 명 중 두 명의 이름은 쉽게 추측할 수 있었다.

유종관과 강주미.

세계에서 단 두 명뿐인 SSS급 헌터.

특히나 유종관은 지금 강철 남자의 능력으로 추측되는 염력을 사용하기에 조금 더 신빙성이 높다고 생각했다.

강주미는 워리어였지만···. 왜인지 그녀라면 껴안아서라도 충분히 터트릴 수 있을 거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만큼 무지막지 한 헌터였기에.


"유종관과 강주미 헌터는 SSS급 포탈 클리어를 위해 중국으로 가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몸이 두 개가 아닌 이상 그 둘은 힘들 테고, 두 명 말고 다른 한 명은 누구죠?"


누군가 먼저 질문했다. 다른 사람들도 모두 궁금했기에 이민철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김원철 입니다."

"김원철!"

"하! 김원철이라니!"


이민철의 말에 제각각의 부정적인 반응이 나왔다.

김원철. 그는 SS급 각성자였다.

인력(引力)을 주특기로 사용하며 유종관과 강주미 다음으로 강한 헌터라는 평가를 받던 김원철은 세상 모든 사람으로부터 경외와 찬사를 받았다.

'그 날' 이 있기 전까지는.


"살인마 새끼"


주지나가 으르렁거리듯 말했다.

그녀의 말대로 김원철은 '그 날' 살인을 했다.

약 십 년 전. 대한민국의 헌터들은 세계 최초로 유종관과 강주미 없이 오직 그들만의 힘으로 SS급 포탈을 클리어해 냈다.

거의 백 명에 가까운 숫자의 헌터들이 합심해 낸 결과였다.

보스 몬스터를 해치우고, 모두 기진맥진해 있을 때 사건은 발생했다.

공격대의 수장이나 다름없던 김원철은 SS급 코어와 아이템에 욕심이 났다.

그는 방심하고 있는 동료들의 등에 공격을 가했다.

등 뒤에서 공격이 올 것이라고 생각도 못 한 헌터들은 추풍낙엽처럼 쓸려갔다.

백 명의 동료 중 60명 정도가 죽었을 때, 김원철은 코어와 아이템을 손에 넣었다.

그리고는 그대로 도주했다.

헌터계는 발칵 뒤집힐 수밖에 없었다.

헌터가 공개적으로 살인을 한 건 그때가 처음이었으니까.

그때 이후로 ‘그 날’은 두 명의 SSS급 헌터 없이 인간들만의 힘으로도 고등급 포탈의 클리어가 가능하다는 희망의 날이자, 김원철에게 당한 헌터들을 기리는 추모의 날로 불리었다.

주지나는 그때의 생존자 중의 하나였다.


"SS급이라고 해도 김원철이라는 근거가 무엇이오?"

"최근···. 정보부에서 김원철이 다시 활동한다는 흔적을 찾았다고 합니다."


이민철의 말에 모두 충격을 받은 얼굴이었다.

수십 명의 헌터를 죽이고 도주했던 살인마.

10년의 세월을 넘어서 소식조차 모르던 살인마가 돌아왔다니!


"하지만 이것 모두 추측에 불과합니다. 추후에 조사 진행 상황은 그때그때 바로 연락 드리겠습니다."


주지나는 생각에 잠겼다.

그녀는 임무에서 돌아온 강주미와 악착같이 김원철을 추적했다.

집요한 추적 끝에 결국 맞닥뜨린 그들은 한바탕 전투를 치렀다.

전투 끝에 주지나는 상처를 입어 쓰러지고, 김원철은 죽음 직전에 겨우 도망쳤다.

도망친 김원철을 쫓아갔던 강주미는 김원철 대신 SS급 코어만을 들고 돌아왔다.


‘놓쳐버렸어.’


주지나는 그 말이 믿기지 않았지만, 그때 그녀는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그녀는 김원철이 죽었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어차피 SS급 코어는 회수했다.

정체불명의 아이템은···. 그냥 잊기로 했다.

김원철은 그 이후로 자취를 감추었다.


'김원철은 아닐 거야···.'


주지나는 고민하며 인상을 썼다.

김원철이 돌아온 게 사실이라 하더라도, 강철 남자가 사용하는 힘은 김원철과는 달라도 한참 달랐다.


“그러면 강철 남자는 둘째 치고 김원철 문제가 우선이 아니겠습니까?”

“맞습니다! 그런 살인자가 활개 친다면 시민들의 안전은 물론 우리 몬스터 대응본부에 대한 신뢰도마저 떨어질 것입니다.”


간부들은 대화는 어느새 강철 남자에서 김원철로 옮겨져 버렸다.

.

.

.


룰루 콧노래가 절로 나오는 아침.

오늘은 최고의 날 중에 하나다.

오늘이 무슨 날이냐고?

바로 학교에 안 가는 평일이다.

아침 일찍 가정부 아주머니에게 연락해서 오늘은 출근 안 하셔도 된다고 말씀드렸다.

이런 날은 아무한테도 방해받지 않고 싶기 때문이다.

지금 나는 밀린 드라마보다 더 급한 일이 있었다.

평소에도 꿈을 종종 꾸는 편이지만 병원에서 꾼 꿈은 정말 생생했다.

하얀 머리의 소녀, 선물, 아이템.


"나타나라."


굳이 말로 안 해도 되지만 말로 했다.

확인하고 싶었기에.

잠깐은 아무것도 나타나지 않았다.


"뭐야. 역시 개꿈이었던 거야?"


그때 왼손바닥 위에 파란 원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정확히 소녀에게서 건네받은 위치였다.

꿈에서처럼 원은 점점 커져 쩌억! 하고 열렸다.

꿈이 아니었다.

나는 막연히 단순한 꿈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으면서도 놀랐다.

오른손을 뻗어 포탈에 가까이 가져갔다.

‘가방’이라는 말을 들었지만, 손을 넣기가 왠지 불안했다.


쑤욱-!


두근대는 심장을 겨우 붙잡고 손을 집어넣어 팔을 최대한 뻗자 내부의 벽이 만져졌다. 생각보다 큰 사이즈는 아닌 것 같았다.


"사라져라."

나는 팔을 빼곤 다시 말했다.

사라지라는 말과 함께 동시에 거짓말처럼 사라진다.

몇 번 더 시험해 봤지만 몇 번을 봐도 신기했다.


"이건 인벤토리라고 하자."


나는 계속해서 나타나라, 사라져라를 반복하며 저번에 사용했던 강철 남자 마스크를 포탈에 넣어 두었다.

이것도 연습이 되는지 처음에는 천천히 커지며 열렸지만, 반복할수록 나타나는 것도, 사라지는 것도 자연스럽게 빨라졌다.

문득 인벤토리의 원리에 대해 궁금했지만 이내 생각을 멈추었다.

그렇게 따지면 포탈은? 내 힘은? 몬스터는? 이미 세상은 불가사의투성이로 변했다.

이런 세상에서는 그저 받아들이고 어떻게 잘 활용할지만 생각하면 된다.

나 혼자 납득을 해 버리고 나니까 인벤토리 자체에 흥미가 떨어졌다.

나는 침대에 배를 깔고 엎드려 태블릿을 꺼냈다.

이젠 밀린 드라마를 차근차근 봐야 할 차례다.

.

.

.


내가 가장 이해할 수 없는 것이 있다.

쉬는 날은 왜 시간이 빨리 가는가?

수업시간, 평일 일과시간은 정말 느리게 간다.

시간이 왜 이렇게 느리게 가지? 라고 생각하며 수 없이 시계를 들여다보곤 한다.

하지만 쉬는 날, 특히 주말은 정말 쏜살같이 지나간다.


"이건 음모야. 나만 이렇게 느끼는 게 아닌 것으로 보아 쉬는 날은 정말로 지구가 빨리 돌지도 몰라!"


이런저런 헛소리를 하며 나는 침대에 누웠다.

시간은 이미 밤 11시.

내일 등교를 하려면 빨리 잠자리에 들어야 했다.

왜인지 잠이 안 와서 마음속으로 양을 헤아렸다.

한 마리···. 두 마리···.

백 마리 정도를 셌을 때였다.


띵동-


초인종이 울렸다.


"이 시간에 누구지. 누구세요?"

"택뱁니다."


인터폰에서 낯선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밤 11시에 택배요?"

"제가 초보라 익숙하지가 않아서 배송이 오래 걸렸습니다. 마지막 집이라···. 죄송합니다."

"누가 보낸 거에요?"

"어디 보자···. 강주미?"

"아~ 엄마에요. 가져갈 사람 없으니까 집 앞에 두시겠어요?"

"아이쿠 이거 직접 수령 서명을 하셔야 해서···."


조금 찜찜했지만 이렇게까지 말하니 안 나갈 수가 없었다.

나는 대충 아무거나 걸치고 대문으로 나갔다.

대문을 여니 짙은 눈매에 아주 두꺼운 눈썹을 가진 택배 기사님이 계셨다.


"너무 늦은 시간에 와서 정말 죄송합니다. 여기에 서명 좀···."


PDA에 내 이름을 적어 넣는데, 택배 아저씨의 행동이 이상했다.

나를 위아래로 훑어보고, 내 뒤에 우리 집을 흘끔흘끔 쳐다본다.


"뭘 그렇게 보세요?"

"아 아니, 집이 너무 좋아 보여서···. 죄송합니다."


슬쩍 물어본 내 질문에도 너무 과하게 반응하는 것 같았다.

이 아저씨···. 수상하다.

하지만 수상한 행동과는 달리 택배 아저씨는 물건만 주고는 바로 돌아갔다.

나는 택배로 온 물건을 집으로 가지고 들어가지 않았다.

마당 한가운데에 택배를 두고, 염력으로 상자를 벗겼다.

엄청 세밀한 컨트롤을 필요로 했기에 처음에는 실패했지만, 몇 번 시도하다 보니 곧 요령이 생겼다.

염력으로 조심히 조심히 벗겨낸 택배의 내용물은···. 허무하게도 중국 과자와 편지였다.

먹어보니 맛있어서 보낸다는 엄마의 편지.

정말로 엄마의 택배였다.


"전화라도 한마디 해 주지"


나는 집으로 들어가며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신호가 가고, 반가운 목소리가 전화를 받았다.


"엄마! 나 조금 전에 택배 받았어. 이게 무슨 과자야?"


엄마와의 통화와 중국 과자에 정신이 팔려버린 나는 이때, 누군가 우리 집 주변을 배회한다는 사실을 알 수 없었다.

누군가 우리 집을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얼마 멀지 않은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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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8. 패러사이트(2) +8 19.08.01 899 22 13쪽
7 7. 패러사이트(1) +2 19.08.01 941 21 13쪽
» 6. 브리핑 +1 19.07.31 998 28 13쪽
5 5. 개미사냥 +1 19.07.30 1,184 33 13쪽
4 4. 사이다의 시간 +2 19.07.30 1,114 34 12쪽
3 3. 너튜브 스타 19.07.30 1,306 30 11쪽
2 2. I'm +3 19.07.30 1,481 3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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