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S급 퇴마 재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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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슬링
그림/삽화
고슬링
작품등록일 :
2019.07.30 13:53
최근연재일 :
2019.08.26 13:39
연재수 :
21 회
조회수 :
10,233
추천수 :
236
글자수 :
115,080

작성
19.07.30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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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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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글자
13쪽

4화 거긴 내 침대에요

DUMMY

마치 황금을 연상케 하는 노란색 5만 원 권 다발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돈다발 400개는 만만한 양이 아니었다.

200개 정도가 한 번에 옮기기 적당해보였다.

나는 두 번에 걸쳐 돈을 모두 옮겼다.

겨우 보증금 300만원 월세 40만 원 짜리 반지하 방에 20억 현금이 가득 쌓인 모습이란......

핸드폰을 들어 믿어지지 않는 광경을 사진으로 남겼다.

찰칵!

돈다발을 기둥처럼 쌓아 천장에 닿게 한 뒤 그 앞에서 인증샷도 찍었다.

씩 웃으면서 찰칵!

위대한 개츠비라도 된 기분이었다.

이제 이 지긋지긋한 반지하는 안녕이다. 당장 이번 주에 공덕파크자이 아파트를 살 테니까.

남은 돈으로는 뭘 할까? 운전을 배우고 차를 한 대 사야겠지?

아니야. 일단 공부를 마저 하고 대학엔 입학해야지.

문득 부모님 생각이 났다. 얼굴도 모르는 부모님이 지금 이 광경을 보면 뭐라고 하실까?

이대로 잠자리에 누웠다가는 또 어제처럼 생각이 너무 많아 잠을 이루지 못하겠지.

난 현금 20억을 집에 놔두고 잠시 산책을 나갔다.

벤치에 앉아 캔맥주를 하나 마셨다. 이제 곧 내 집이 될 아파트를 보면서.

원준아. 넌 잘 할 수 있어. 로또에 당첨되고 오히려 인생을 망쳐버린 사람들처럼 되지 않을 거야.

일단 아파트를 사고, 열심히 공부해서 대학에 가자.

용감한 시민상 덕분에 취업은 보장되어 있잖아?

희망찬 미래를 계획하면서, 흥분한 마음을 다독이고 또 다독였다.

.

.

.

산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비밀번호 네 자리를 누르고 들어가자 눈을 믿을 수 없는 상황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집안에 여자가 서 있었다.

온 몸이 피투성이였다. 팔 다리가 부러지고 고개까지 완전히 꺾인 기괴한 모습!

좀비도 이렇게 기괴한 몰골의 좀비는 없을 것 같았다.

“허어억!”

나는 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

여자가 나에게 다가왔다. 부러진 뼈가 살갗 밖으로 튀어나온 다리를 질질 끌면서.

천장까지 닿은 돈다발들을 지나쳐 오는 모습이라니......

“안 돼! 오지 마! 저리 가아아아아!!!!”

나는 미친 듯이 소리를 질렀지만 여자는 아랑곳하지 않고 비틀비틀 다가왔다.

“이런 씨...... 으흐흑.”

나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려버렸다.

제발 가라. 제발......

다시 눈을 뜨면 여자가 사라져있기를 간절히 기도했다.

그러나 손을 치우고 눈을 떴을 때, 절망했다.

여자는 만신창이가 된 얼굴로 내 코앞에 서 있었다.

여자의 입이 일그러진 채로 열렸다. 이도 다 부러지고 몇 개 남지 않았다.

“저는...... 원혼이에요.”

“그건 알겠어요. 이 꼴로 살아있을 사람은 없을 테니까.”

“할아버지한테 얘기 들었어요.”

“할아버지요?”

“윤 노인이요.”

“하아......”

“원준 씨가 자기 원수를 갚아주었다고 하더군요.”

“그건......”

윤 노인...... 저승으로 가기 전에 원혼 친구들에게 작별 인사를 한다고 하시더니......

내 이야기를 퍼뜨리셨구나!

‘이승에 우릴 보고 들을 수 있는 사람이 있어!’

할아버지...... 왜 그러셨어요? 네?

내가 속으로 할아버지를 원망하고 있는데 그녀가 말했다.

“할아버지는 행복하게 떠나셨어요. 저도 그러고 싶어요.”

“저기요. 정말 죄송한데 뭔가 착오가 있으신 듯해요. 제가 할아버지의 원수를 갚아드린 게 아니라 우연히......”

“처음에는 우연이었지만 지금은 아니에요.”

“오 마이 갓......”

나는 절망에 몸부림쳤다.

이제 막 희망찬 미래를 계획했는데!

내 인생은 끝내주게 괜찮을 예정이었는데!!

“원준 씨. 제 이야기를 들어주세요.”

“아니요! 싫어요!”

“싫어도 어쩔 수 없어요. 제 원한을 풀어줄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원준 씨밖에 없으니, 전 원준 씨한테 매달릴 수밖에 없으니까요.”

“싫다고! 씨발 싫다고오!!”

나는 버럭 소리를 질렀다. 정말 미칠 것 같았다.

“제 이름은 이유진이에요.”

“알고 싶지 않다고! 당신 이름 따위! 꺼져 씨*년아!”

욕설까지 내뱉은 그때, 등 뒤 현관에서 벨소리가 들렸다.

누구지?

밖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괜찮으세요?”

옆집 반지하 방에 사는 이웃이었다.

외모도 화려하고 왠지 술집에 나가는 것 같이 요란한 차림의 그녀.

그녀에겐 원혼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으니, 나 혼자 소리를 지르는 것처럼 들렸겠지.

나는 문틈으로 대답했다.

“아...... 잠깐 잠이 들었는데 악몽을 꿨나 봐요.”

“자다 깼다고?”

“네...... 신경 써 줘서 고맙습니다. 이제 괜찮아요.”

“알겠어요. 하도 시끄럽길래 무슨 일이 있나 싶었어. 신고라도 해야 하나 하고.”

옆집 누나는 돌아갔지만 이유진의 원혼은 꼼짝도 않고 머물러 있었다.

나는 목소리를 낮춰 말했다.

“있잖아요 유진 씨. 저 잘못 찾아오셨어요. 저는 그냥 평범한 사람이에요. 유진 씨 사정을 들어줄만한 능력이 없다고요.”

“아직 들어보지도 않았잖아요?”

“전 그냥 재수생이에요.”

“일단 들어봐 주세요.”

“아 제발 좀......”

나는 또 소리를 지르려다가 옆집 아줌마 생각이 나서 목소리를 낮췄다.

몸에 힘이 하나도 없어서 소파에 털썩 앉아버렸다. 그러자 원혼도 비틀거리면서 옆에 앉았다.

“제 꼴이 정말 끔찍하죠?”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꺼져! 제발 꺼지라고!

“제가 가장 사랑하던 사람이 절 이렇게 만들었어요.”

“듣고 싶지 않아요.”

나는 남의 사정 따윈 듣고 싶지 않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고 싶어서 손으로 귀를 막아버렸다.

그런데 여전히 유진의 목소리는 또렷이 들렸다.

“제 목소리는 귀로 듣는 게 아니에요.”

하아...... 그렇지.

나는 귀에서 손을 뗐다.

“5년 전 일이에요. 제 부탁을 들어드리면 엄청난 보상을 해드리죠.”

“아! 듣기 싫다고! 보상 따위 필요 없다고! 하지 말라고!”

나의 발악에도 상관없이 그녀는 자기 이야기를 시작했다.

너무나도 충격적인......

.

.

.

그녀는 지방 소도시에서 평화롭게 살고 있었다.

큰 벌이는 아니었지만 미용실을 직접 운영하면서 저축도 착실히 했다.

원래 방송국 코디네이터로 일할 때는 솜씨가 좋아서 유명 연예인들의 콜도 많이 받았는데, 번잡한 도시 생활에 지쳐 지방으로 내려가 조용한 삶을 즐기던 중이었다.

동호회 사람들과 함께 취미인 낚시도 즐기고, 운동도 짬짬이 했다.

배우 공유 팬클럽 활동에도 열심이었다.

연애운이 별로 없어서 남자친구가 오래 동안 없다는 것만 빼면 더 바랄 것 없는 안정된 삶이었다.

그런 그녀에게 잃어버린 퍼즐 조각 같던 남자친구가 생겼다.

다른 도시에서 사업을 하는, 그녀보다 두 살 많은 남자 정욱. 훤칠한 키에 선량한 미소를 지닌 훈남 스타일의 남자였다.

낚시 동호회에서 이어진 인연이었기에, 둘은 같은 취미를 공유하면서 급속도로 가까워졌다.

여느 연인들처럼 데이트를 하고, 여행도 다니고, 잠자리도 가졌다.

그는 잠자리에서도 그녀를 황홀하게 해주었다.

더 바랄게 없는 완벽한 남자친구였다.

단 하나 문제가 있다면 사업상 문제로 급전이 필요할 때가 있어 그녀에게 돈을 빌리는 일이 가끔 있다는 정도.

평생을 함께 할 인연을 바라던 유진에게 그런 문제는 충분히 넘길 수 있는 일이었다.

1년 정도 달콤한 연애를 즐기고 결혼까지 골인했다.

부모님이 일찍 돌아가셔서 시댁 식구들은 참석하지 못했지만 유진은 상관없었다.

오히려 정욱의 외로움을 메워주기 위해서라도 그를 더 사랑해줘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사정상 결혼식을 하고 몇 달 뒤에 신혼여행을 떠났다. 여행지는 제주도.

낚시를 좋아하는 커플답게 낚시도구도 챙겨서 떠난 여행이었다.

아무도 없는 바닷가에서 낚시를 하고, 산책 삼아 주변 언덕을 걷다가 생긴 일이었다.

사진을 찍어주겠다며 절벽 앞에 그녀를 세우더니, 그대로 밀어버렸다.

절벽 아래로 떨어지면서 본 그의 마지막 얼굴은...... 웃고 있었다.

악마의 웃음이었다.

그녀는 바위투성이 절벽 아래로 떨어져 즉사했다. 온 몸이 깨지고 부러진 채로.

아무런 증거도, 아무 증인도 없는 죽음이었다.

그녀의 죽음은 실족사로 처리되었다.

그는 그녀의 미용실을 정리하고 동네를 떠났다.

아예 다른 도시로 가서 금방 다른 여자와 살림을 차렸다.

.

.

.

“그 사람이 왜 당신을 죽인 거죠?”

“돈 때문이죠. 제가 평생 혼자 살면서 번 돈을...... 그대로 꿀꺽했어요. 그 사람은 겉만 번지르르 했지 빈 털털이였거든요.”

이유진의 이야기를 들은 나는 긴 한숨을 내쉬었다.

“유진 씨. 정말 안타까운 사연이긴 한데, 제가 뭘 어떻게 해줄 수가 없잖아요?”

“그 사람을 죽여줘요.”

“네? 뭐라고요?”

온 몸에 소름이 돋았다.

“지금 제 정신이에요?”

“그래야만 저도 편안하게 눈을 감고 저 세상으로 갈 수 있어요.”

“저보고 사람을 죽여 달라고요?”

“그 놈이 사는 집을 자주 가보는데, 지금 같이 살고 있는 여자까지도 죽일 계획을 짜는 것 같더군요.”

“뭐라고요?”

“이번에는 보험사기를 꾸미고 있어요.”

“세상에......”

“저를 위해서라도, 앞으로도 억울한 희생자가 생기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유진은 곳곳이 찢어지고 부러진 팔로 내 손을 잡았다.

“그 놈을 죽여야 해요.”

그녀의 손은 놀랍도록 서늘했다.

나는 고개를 내저었다.

“안 돼요! 아무리 그 놈이 사악한 놈이라고 해도, 내 멋대로 사람을 죽일 순 없어요.”

“그런 악마를...... 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그럼 사람이 아니고 고양입니까? 도마뱀이에요? 법적으로는 사람이에요.”

“법? 무슨 법이요? 그런 악마 범죄자들이 떵떵거리고 잘 살 수 있게 보호해주는 법이요?”

“하여튼 안 돼요. 저는 못해요.”

나는 소파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유진에게 똑똑히 말했다.

“나가줘요.”

유진은 눈물을 뚝뚝 흘릴 뿐이었다. 완전히 부러진 그녀의 고개로는 긍정이나 부정의 표시조차 할 수 없었다.

“사정은 정말 딱하지만, 말도 안 되는 부탁을 들어줄 순 없어요.”

“그럼 어쩔 수 없군요.”

“네. 그러니 이제 그만 나가줘요.”

“아니요. 전 갈 데도 없어요.”

“뭐라고요?”

“어차피 구천을 떠도는 운명이에요. 원준 씨가 생각을 바꿀 때까지 원준 씨 곁에 있을 수밖에요.”

“야! 야 이 씨*년아!!!!!!!!!!!”

나는 빽 소리를 질렀다가 내 입을 틀어막았다.

오지랖 넓은 옆집 누나가 또 달려올 지도 모르니까.

목소리를 낮춰 말했다.

“절대 안 돼요. 안 돼. 빨리 나가요.”

유진은 작정한 모양이었다. 소파에서 스르륵 일어나더니 침대에 누워버렸다.

“미쳤어요? 거긴 내 침대에요!”

유진은 미동도 하지 않고 눈을 감았다.

하얀 침대 위에 온 몸이 만신창이가 된 여자가 누워있는 모습이 너무나도 기괴해서 차마 볼 수조차 없었다.

“계속 그러고 있을 거예요?”

화가 난 내 목소리가 부들부들 떨렸다.

유진은 대답 없이 가만히 누워있었다.

“당신의 억울한 사정은 알겠는데, 그렇다고 남의 일상을 이렇게 망가뜨려도 되는 겁니까? 저보고 살인을 저지르라고요?”

분노에 찬 내 목소리와 달리 유진은 차분하게 대답했다.

“알아요. 이러면 안 된다는 거.”

“그런데 왜 계속 그러고 있어요?”

“그만큼 절박하니까요.”

“하아......”

나는 포기하고 짐을 챙겼다.

“원준 씨 뭐해요?”

“당신하고 같이 잘 순 없잖아요.”

“어딜 가든 내가 있을 텐데.”

그녀의 말이 맞다. 하아...... 그녀로부터 도망갈 수 없다.

옷가지를 챙기던 가방을 내던져버렸다.

“이런 씨발......”

욕이 절로 나왔다.

“정말 답이 없다......”

중얼거리면서 샤워실로 들어갔다. 그런데 유진은 샤워실까지 따라 들어왔다.

샤워를 하는 내 옆에 서 있었다. 나는 물줄기 속에서 그녀를 욕하고 저주했다.

“이유진! 당신 정말 나쁜 사람이야.”

“그만큼 절박하니까 그렇다고 했잖아요.”

“원혼들은 다 그래? 다 당신 같이 이기적이야?”

“다 절박하죠.”

“원혼들이 다 내 존재를 알고 있어?”

“다는 모르겠지만, 꽤 알려졌죠. 이 세상에서도 그렇듯이 저 세상에서도 소문은 빨리 퍼지는 법이니까.”

“진짜 씨발이다 씨발......”

나는 평소에 잘 하지도 않던 욕을 연거푸 내뱉다가,

“부탁드립니다.”

도리어 내가 물줄기 속에 무릎을 꿇었다.

“저 좀 살려주세요.”

유진에게 손을 싹싹 빌었다.

“저도 죽을 뻔하다가 살아났어요. 이제 제대로 살아보려고 하는데...... 제발 봐주세요.”

유진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결국 나는 샤워를 마치고 침대에 몸을 던질 수밖에 없었다.

피투성이 여자가 옆에 누워있는 침대에서, 몸부림치다가 지쳐 잠이 들었다.

꿈속에서도 간절히 기도하고 또 기도했다.

이 모든 것이 끔찍한 악몽이기를.

.

.

.

눈을 떴다. 아침이다. 하루가 시작되었다.

천천히 고개를 돌려보았다.

그녀, 유진의 원혼은 사라지고 없었다.

“됐어! 됐다고! 하하하!”

환희에 차서 벌떡 몸을 일으켰다. 그러나......

이건 또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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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21화 그래프 확인요망 +4 19.08.26 275 9 13쪽
20 20화 그녀의 고백 19.08.23 239 10 12쪽
19 19화 그녀를 만나러 갈 시간 19.08.22 261 10 12쪽
18 18화 내가 아는 그녀 19.08.20 317 8 12쪽
17 17화 망토 19.08.19 320 9 12쪽
16 16화 누구에게나 다 계획이 있다 19.08.16 387 10 11쪽
15 15화 하얗게 불태우다 19.08.14 366 10 12쪽
14 14화 고래에게 들었어 19.08.13 365 12 12쪽
13 13화 스컬 +1 19.08.12 386 12 12쪽
12 12화 나는 재수생이야 +1 19.08.08 441 10 12쪽
11 11화 누나의 이별 선물 +1 19.08.07 486 9 12쪽
10 10화 설마는 설마다 19.08.06 505 9 12쪽
9 9화 옆집 누나와의 밤 19.08.05 536 13 12쪽
8 8화 소원을 만나다 19.08.02 552 13 12쪽
7 7화 그녀의 보상 +3 19.08.01 572 13 12쪽
6 6화 죽거나 더 아프게 죽거나 19.07.31 545 9 13쪽
5 5화 구천의 핵인싸 +2 19.07.30 577 13 12쪽
» 4화 거긴 내 침대에요 +1 19.07.30 662 13 13쪽
3 3화 현금 20억의 의미 19.07.30 616 12 14쪽
2 2화 절대 후회하지 않을 거야 19.07.30 728 16 12쪽
1 1화 레테의 뱃사공 +2 19.07.30 1,098 1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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