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S급 퇴마 재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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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슬링
그림/삽화
고슬링
작품등록일 :
2019.07.30 13:53
최근연재일 :
2019.08.26 13:39
연재수 :
21 회
조회수 :
10,236
추천수 :
236
글자수 :
115,080

작성
19.08.22 13:41
조회
261
추천
10
글자
12쪽

19화 그녀를 만나러 갈 시간

DUMMY

“안녕하세요? 은비에요.”

원준에게 인사를 하고 나서야 그녀는 얼굴을 알아보았다.

“어...... 너......”

어이가 없어서 원준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정말...... 우린 무슨 인연이니?”

민정이 원준의 양 뺨을 두 손으로 감쌌다.

“누나가 왜 여기서 나와요?”

“내 일터니까.”

“여기서 일한 지 오래됐어요?”

“1년쯤 됐나? 전에는 다른 가게에 있었어.”

“다른 가게라면...... 거기도 클럽이요?”

“응.”

화려한 의상과 메이크업 때문인지, 워낙 쿨하고 당당하던 민정은 더욱 당당해보였다.

원준은 전에 나란히 누워 이야기를 나누었던 때를 떠올려보았다.

무슨 일을 하냐고 물었을 때 그녀가 뭐라고 했더라?

가게에 나간다고 했었나. 그 가게가 클럽을 말하는 거였구나.

“넌 쪼끄만 놈이 어떻게 이런 핫한 클럽에 왔어? 순둥이인 줄 알았는데!”

“처음이에요. 클럽에 온 거.”

“그래? 처음인데 혼자 씩씩하게 왔어요?”

민정이 놀리듯 물었다.

“사실 같이 올 친구 없어요.”

“나랑 놀자 그럼.”

그녀는 클럽 안으로 원준을 안내했다.

자리를 잡는 데만 무려 500만원이라는 테이블은 스테이지 바로 옆에 있었다.

기본 세팅인 술과 안주가 테이블 위로 세팅되었다.

500만 원 짜리 세팅이라고 해서 술병에 금테라도 둘렀나 싶었는데, 병 모양은 일반 위스키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자. 고객님~ 일단 술 받으세요.”

MD 은비, 아니 민정은 원준 옆에 앉아서 술을 따라주었다.

“원준이 너 보통 금수저가 아니구나? 이런 테이블은 주로 연예인이나 재벌 2세나 잡는데.”

원준은 피식 웃고 말았다.

내가 얘기해줘도 누나는 믿지 못할 테죠. 그러니 말 안 할 게요.

“하긴 얼굴부터 귀티 나게 생겼어.”

원준은 웃고 말았다. 귀티라니. 허허.

민정은 자기 잔에도 술을 채우고 건배했다.

“우리의 인연을 위해 건배!”

크아. 원준은 탄성을 뱉었다.

클럽도 처음이지만 이렇게 비싼 술은 처음 마셔봤다.

돈의 맛.

그렇게 평가하는 편이 온당할 것 같았다.

그리고 민정에 대해 말하자면......

완전히 다른 사람 같았다.

반지하 옆집 주민으로 본 그녀는 대충 이런 식.

편한 옷차림에, 헝클어진 머리, 화장기 없는 얼굴, 그리고 슬리퍼.

그런데 지금 그녀의 모습은 섹시한 글래머 그 자체.

“우리 귀공자님께서는 왜 그렇게 외로웠어?”

“그냥 뭐......”

순간 가슴이 철렁했다.

상상도 못한 장소에서 민정과 마주쳐서 그런지, 다 털어놓을 뻔 했다.

“누나는 사랑이 뭐라고 생각해요?”

민정이 소리 내어 웃었다.

아마 진짜 손님 앞에서는 이렇게 편하게 안 웃겠지?

풀어진 그녀의 모습이 더 사랑스럽다는 생각도 들었다.

“사랑이라. 그거 진짜 거지 같은 거지.”

역시 민정 누나다운 대답.

“음...... 사랑은......”

그녀는 술잔을 한 번 비운 다음 말했다. 음악 소리 때문인지 원준의 귀에 입을 대고 속삭였다.

“눈 같은 거야.”

“눈? 사람 눈이요?”

“아니. 내리는 눈. 스노우.”

“왜요?”

“처음에 내릴 때는 너무 예쁘거든. 그런데 시간이 지나서 녹고 나면 골칫거리가 되지. 지저분하기 짝이 없고.”

“와아...... 그런 가요? 전 연애를 한 번도 안 해봐서.”

몇 번이나 격렬하고 음탕하게 사랑을 나눈 여자에게 연애를 안 해봤다고 말하니까 좀 이상하긴 했지만, 뭐 사실이었다.

“적어도 내 경우엔 그랬어.”

“누나는 누군가를 목숨 걸고 사랑해본 적 있어요?”

민정의 얼굴에 쓸쓸한 표정이 스쳤다.

“왜 비싼 술 먹고 이상한 소릴 하니.”

그렇게 둘러대고 말았지만 원준은 눈치 챘다. 그녀의 가슴 깊은 곳에 움푹 패인 사랑의 상처를.

언젠가는 알게 되겠지?

“나 예전에는 다른 일을 했었어.”

생각지도 않았는데 그녀가 말을 꺼냈다.

“가정형편이 어려워서 대학은 2년만 다니다가 중퇴했고. 우리 과가 모델학과였거든. 같은 과 언니 중에 치어리더를 하는 언니가 있어서 소개를 받았어.”

“와, 그럼 치어리더였어요?”

“응.”

“왜 모델 일을 안 하고?”

“에이. 딱 보면 몰라? 어차피 프로로 패션모델을 하기에는 내 사이즈가 모자란다는 걸 알았지. 난 키는 너무 작고 몸매는 너무...... 섹시하잖아?”

암요. 누나의 글래머 몸매는 인정.

“그때 사진 보여줄까?”

그녀는 핸드폰을 열어 치어리더 시절 사진을 보여주었다.

하얀 운동화, 데님 핫팬츠, 배꼽이 살짝 보이는 길이의 유니폼 차림으로 환하게 웃고 있는 모습은 천사가 따로 없었다.

“와...... 진짜 이쁘다.”

“그래요? 젖살도 덜 빠졌을 때라 별론데.”

“어디 팀이었어?”

“삼성 라이온즈.”

“와 멋지다.”

삼성 라이온즈 유니폼을 입은 사진이 여럿 있었다.

“내 첫사랑이 거기 선수였어.”

“대박. 프로야구 선수?”

“응. 정말...... 좋아했지. 나도 그렇고 그 사람도 그렇고. 니 말대로 목숨 걸고 사랑했어.”

“그런데요?”

“그 사람이 뭐랄까 좀 마음이 여렸어. 투수였는데 성적이 안 좋으면 엄청 스트레스를 받는 스타일이었지. 그러다가 어느 날 갑자기......”

그녀는 처음 보는 종류의 슬픔을 물고 말했다.

“자살을 했어.”

“뭐라고요?”

“이유도 알 수 없어. 유서도 안 남기고 죽었어.”

“아...... 미안해요. 괜히 물어봤네.”

“아냐. 벌써 3년도 넘은 이야기인데 뭐.”

그녀는 애써 빙긋 웃어주었다.

“그 뒤로는 그냥...... 두어 번 남자를 만나긴 했는데 가볍게 만났어. 그 두어 번에 너도 포함된다는 거.”

“엇 정말요? 저도 누나한테 남자인가요?”

“그럼 여자냐? 확실히 남자 맞던데 뭐.”

“그랬군요. 그런 아픔이 있는 줄 몰랐어요.”

“아픔 없는 사람이 어딨겠니. 너도 그렇잖아? 아픔도 있고, 비밀도 있고. 누구나 다 그렇지.”

맞아요 누나. 나도 누구에게도 말 못할 비밀이 있어요.

“시간 지나면 마음이 좀 편해지겠지. 그때쯤에는 이 일도 그만뒀으면 좋겠다.”

“응. 그럴 거예요. 다 잘 될 거예요.”

“됐고, 우리 노래나 부를까?”

“노래요? 어디서요?”

“우리 클럽은 VIP 테이블 잡은 손님들한테는 가라오케 기계가 있는 방을 빌려줘. 일루 와봐.”

그녀는 맥주를 한 병씩 들고 클럽 안쪽에 딸린 룸으로 원준을 데려갔다. 마침 비어있는 방에 그를 앉혔다.

“노래 듣고 싶으니까 한 곡 불러줘 봐.”

“뭔가 기분이 이상하네요. 분명히 내가 돈 내고 술 마시는데!”

원준이 장난스럽게 화를 내자 민정은 깔깔대고 웃었다.

“그러네. 큭큭. 그럼 나는 오랜만에 안무를!”

그녀는 첫 곡으로 트와이스의 노래를 골랐다. Cheer up.

노래도 잘 했지만 치어리더답게 댄스가 끝내줬다.

“와, 진짜 대박. 트와이스 멤버라고 해도 믿겠다.”

“헤헷. 과찬의 말씀!”

노래를 마친 그녀는 원준 곁에 폴싹 앉더니 술을 마셨다.

“예전에 치어리더 할 때 많이 했던 노래야. 안무가 익숙해요.”

“그랬구나. 어쩐지.”

“오빠님도 한 곡 하세요.”

그녀가 장난으로 오빠 호칭을 붙이면서 팔짱을 껴주었다.

최소한 C컵은 되어 보이는 가슴이 팔을 감싸는 기분이었다.

침을 꼴깍 삼켜서 욕망을 달래고, 원준은 노래를 골랐다.

사실 원준은 노래는 영 젬병이었다.

음치는 아니지만 영락없는 고음불가랄까.

그래도 술김에 한 곡 부르고 싶은 생각이 나서 일어섰다.

리모컨으로 노래를 골라 번호를 누르고, TV앞에 서서 마이크를 잡았다.

혁오의 ‘톰보이.’


난 엄마가 늘 베푼 사랑에 어색해

그래서 그런 건가 늘 어렵다니까

잃기 두려웠던 욕심 속에도

작은 예쁨이 있지


이 노래를 처음 들었을 때, 원준은 감정의 위선을 느꼈다.

뭐지? 나 왜 공감 가? 엄마를 본 적도 없는데? 왠 사랑?


난 지금 행복해 그래서 불안해

폭풍 전 바다는 늘 고요하니까

불이 붙어 빨리 타면 안 되잖아

나는 사랑을 응원해


어느 순간엔가 허리에 부드러운 촉감이 느껴졌다.

민정이 그의 허리를 팔로 감고 안겨 있었다.

향수냄새, 그리고 그녀의 정수리 냄새가 원준을 아찔하게 만들었다.

그는 더 소리 높여 노래를 불렀다.


젊은 우리, 나이테는 잘 보이지 않고

찬란한 빛에 눈이 멀어 꺼져 가는데

아아아아아~


고음불가. 감성충만.

술기운 때문에 더 격정적으로 노래를 불렀다.

노래를 마치자 쑥스러움이 밀려왔다.

그런 기분을 알아차렸는지, 민정이 칭찬을 해주었다.


“와 노래 좋다.”

그녀는 원준의 뺨에 쪽 소리가 나게 뽀뽀해주었다.

커피가 당길 때 가장 좋은 방법은 커피를 마시는 거다. 카페인을 채워주니까.

외로움도 마찬가지. 이길 수 없다면 누군가와 함께 있으면 된다.

원준은 노래가사의 철없는 주인공이 된 심정으로 물었다.

“누나. 오늘 밤 같이 있어줄 수 있어요?”

.

.

.

첫 키스의 추억은 대단하다.

내가 처음 먹은 초밥, 처음 마신 술, 처음 가 본 놀이동산은 점점 기억이 흐려지지만, 첫 키스의 기억은 대부분 죽기 직전까지 또렷하게 남는다.

첫 경험은 더욱 그렇지.

원준은 손을 뻗어 민정 누나의 풍만한 젖가슴을 어루만졌다.

“흐음......”

누나는 잠결에도 입고리가 스르륵 올라간다.

‘나는 니가 날 만져주는 게 너무 좋아.’

그녀가 몇 번이고 속삭였던 말이 귀에 울린다.

몇 번이고 격렬한 사랑을 쏟아 부은 뒤 잠깐 잠이 들었다.

깨어보니 누나는 완전히 골아 떨어졌다.

핸드폰을 들어 현재 시간을 확인했다.

11:59. 자정에서 딱 1분이 남은 시간.

괜히 뭔가 상징적인 기분이 든다.

잠든 누나의 알몸을 손으로 쓸어본다.

오늘밤엔 누나가 외로움을 채워주었지만, 사실 누나가 아니었다면 아예 외로움을 느끼지도 못했을 거다.

왜냐하면...... 어릴 때부터 외롭지 않았던 적이 없었으니까.

평생 노예로만 산 사람은 노예의 삶을 당연하게 생각한다.

마찬가지로 평생 외롭게 살았던 원준은 외로움을 느끼지도 못했다.

그런데 누나가 첫 경험을 선사해주고, 인간의 온도를 가르쳐준 뒤 그는 깨달았다.

나는 외롭구나.

이제는 외롭고 싶지 않다. 그러나 이미 운명의 신은 외로울 수밖에 없는 길로 나를 이끌고 있다.

원준은 문득 궁금해졌다.

나도 누군가와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그렇게 살 수 있을까?

모르겠다. 일단 오늘은 자자.

눈물겹도록 달콤한 누나의 몸을 꼭 안고.

.

.

.

“이런 집에 살면 어떤 기분이야?”

민정 누나는 창밖의 시내를 내려다보며 중얼거렸다.

레지던스 건물 1층에 있는 스타벅스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한 잔씩 사서 올라온 길이었다.

“잠깐만 지내는 집인데요 뭐. 곧 이사가요.”

“그 집이 이 집보다 더 좋아?”

“아무래도요.”

“너 진짜 대박이다. 너 같은 친구가 있어서 자랑스러워.”

“친구?”

“나이는 어리지만, 친구하면 안 되냐?”

“좋아요 누나.”

“그 집에도 초대해 줄 거야?”

“물론이죠.”

그 말에 민정은 원준의 뺨에 쪽 소리가 나게 뽀뽀를 해주었다.

사랑을 아끼지 않는 여자. 이렇게 좋은 여자를 놔두고 누나의 야구선수 남자친구는 왜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까?

빌어먹을 세상에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너무 많다.

건물 1층에 있는 브런치 카페에서 간단하게 아점을 먹고 누나를 보냈다.

오늘부터 새로운 할 일이 있다.

비운의 스타, 김원제의 그녀를 만나러 갈 시간이다.

정말로 그녀가 그를 죽였을까?

원준은 유니폼을 갖춰 입고, 망토로 몸을 가렸다.

그리고 19층 창밖으로 몸을 던졌다.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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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21화 그래프 확인요망 +4 19.08.26 275 9 13쪽
20 20화 그녀의 고백 19.08.23 239 10 12쪽
» 19화 그녀를 만나러 갈 시간 19.08.22 262 10 12쪽
18 18화 내가 아는 그녀 19.08.20 317 8 12쪽
17 17화 망토 19.08.19 320 9 12쪽
16 16화 누구에게나 다 계획이 있다 19.08.16 389 10 11쪽
15 15화 하얗게 불태우다 19.08.14 366 10 12쪽
14 14화 고래에게 들었어 19.08.13 365 12 12쪽
13 13화 스컬 +1 19.08.12 386 12 12쪽
12 12화 나는 재수생이야 +1 19.08.08 441 10 12쪽
11 11화 누나의 이별 선물 +1 19.08.07 486 9 12쪽
10 10화 설마는 설마다 19.08.06 505 9 12쪽
9 9화 옆집 누나와의 밤 19.08.05 536 13 12쪽
8 8화 소원을 만나다 19.08.02 552 13 12쪽
7 7화 그녀의 보상 +3 19.08.01 572 13 12쪽
6 6화 죽거나 더 아프게 죽거나 19.07.31 545 9 13쪽
5 5화 구천의 핵인싸 +2 19.07.30 577 13 12쪽
4 4화 거긴 내 침대에요 +1 19.07.30 662 13 13쪽
3 3화 현금 20억의 의미 19.07.30 616 12 14쪽
2 2화 절대 후회하지 않을 거야 19.07.30 728 16 12쪽
1 1화 레테의 뱃사공 +2 19.07.30 1,098 1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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