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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소설속 주인공 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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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우리
작품등록일 :
2019.07.31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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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0.25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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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Episode 27. 마녀와 성녀 (4)

DUMMY

90.


우리는 나란히 섰다.


“왼쪽은 카일, 오른쪽은 케이플락. 가운데는 내가 맡죠.”

“맡겨만 주십쇼.”

“······흥.”


먼저 카일이 기세등등하게 성벽 아래로 뛰어내렸다. 높은 곳에서 떨어진 충격조차 무시하며, 바로 왼쪽의 허리케인에게 다가갔다.

그의 손엔 벌써 오러 피스트가 새파랗게 불타오르고 있었다.

며칠 전, 데몬을 상대할 때에도 저 정도로 강렬하게 타오르지 못했는데······.


‘조금 무리하는 것 같은데.’


카일의 마음은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다.

여태 마을 안에서 얼마나 참았겠는가.

그의 주먹에 눈 먼 마녀 하나라도 죽어버린다면 그대로 후폭풍이 몰아쳤을 것이다. 카일이 재해 속에 있었음에도 큰 활약을 펼칠 수 없던 이유였다.

몸이 간질간질 했을 것이다.

그의 원작에선 ‘사이다’를 연신 호소하며 죄다 때려부수기만 했었을 테니까. 대뜸 힘 조절을 하며 무언가를 지키려니 좀이 쑤셨겠지.


쿠아아아아!


그런 카일에게 제약이 사라졌다.

데몬은 아무리 때려 죽여도 후폭풍을 불러오지 않는다. 더군다나 무대는 자연 광경 뿐인 곳이다.

카일은 거침없이 주먹을 휘둘렀다.

오러 피스트가 사자의 형상을 나타내더니, 허리케인을 통째로 집어삼킨다. 그것으로 허리케인은 끝이었다.

카일은 무미건조한 얼굴로 손을 털었다.

다음은 케이플락.

그녀는 높이 도약하여 검을 가로로 그었다. 단 한 번의 칼질. 그녀의 참격이 허리케인을 가르고 지나가나, 금세 픽하고 허리케인이 소멸해버렸다.

······허리케인을 [단절]해버린 것이다.

제로는 피식 웃었다.

하여튼 괴물이라니까.


“나도 시작해볼까.”


주먹을 불끈 쥐고 앞을 바라봤다.


[설정 ‘찰나의 순간’을 발동합니다.]

[설정 ‘테네시티 신드롬’을 발동합니다.]

[조합 설정 ‘멈추지 않는 자’를 발동합니다.]


이젠 너무나도 익숙한 조합 설정.

제로는 손가락을 한쪽으로 가볍게 튕기며 오른팔에 충격을 축적했다.


[설정 ‘타케루의 팔’을 발동합니다.]


간단히 충격을 머금은 오른팔이 바람을 휘감은 듯 하얗게 빛났다.


[설정 ‘타케루의 팔’이 ‘공격이 곧 방어’를 발동합니다.]


발을 뗄 필요도 없었다.

제로는 허리에 돌리고 주먹에 힘을 주어 그대로 내질렀다. 타케루의 팔에 담긴 충격파는 순식간에 허리케인을 강타했다.


콰아아아앙!


묵직한 충격과 함께 허리케인이 흩어졌다.

단 일격이었다.

제로는 자신의 손을 내려다봤다.


‘이젠 아예 데미지조차 없군.’


‘빠름’을 이해했기 때문일까?

[타케루의 팔]을 응용한 공격에도 팔은 멀쩡했다. 더는 신체의 능력 때문에 제약을 받는 일은 없을 것 같다.


“어, 어어······?”


아직 공중에 부유하다 폭풍에 휩쓸린 둠피스 일행이 바닥으로 곤두박질 쳤다.

부상자는 딱히 없었다.

대신 철의 기사단 전원은 쩍 벌린 입을 닫질 못하고, 느긋하게 복귀하는 케이플락과 카일을 바라봤다.

입 좀 닫아라. 파리 들어가겠네.


키에에엑!


잊을 뻔했네.

멀리서 울음을 터뜨리며 존재감을 과시한 괴조가 이쪽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덩치만큼이나 커다란 목소리.

케이플락이 미간을 구겼다.

그리고 다음 행동은 더 빨랐다. 언제 그었는지도 모를 참격이 괴조를 노리고 날아가고 있었다.


스걱!


단절된 괴조의 머리.

탐식급으로도 예상되던 괴물의 허무한 최후였다.


*


위치 하저드의 중앙 광장.

잠시간 괴조를 대처하느라 성벽에 올랐던 마녀들은 광장을 바라보며 탄식했다. 난감한 상황이 펼쳐져 있었다.


“이건 대체······.”


지친 몸을 치료하던 마녀를 향해 루루가 물었다.

그러자 돌아오는 답이.


“갑자기 하늘에서 병장기가 떨어져 내렸어요. 기습이라 적지 않게 다칠 수밖에 없었고요.”


철의 기사단이 날려보냈던 병장기들.

그것들이 허리케인의 바람을 타고 중앙 광장으로 빗발치듯 떨어졌다는 얘기였다.

특히 심각한 건 치료소 인근이었다.

재해와 데몬에 의해 피해를 입어 겨우 치료되던 사람들은 마른하늘의 날벼락, 아니 철벼락을 맞았다.

루루는 날카로운 눈초리로 둠피스를 노려봤다.


“이, 이건 저놈들이 허리케인을 제대로 못 막은 탓······!”


둠피스는 길길이 날뛰며 제로에게 손가락질을 했다.

개소리도 정도가 있는 법.

허리케인을 못 막은 탓이라고?

애초에 제로가 나설 일을 그들이 막지만 않았어도 이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루루는 차가운 눈으로 둠피스를 무시했다.


“둠피스 경을 비롯한 철의 기사단은 이 시간 부로 자숙합니다.”

“억울하오! 놈이 그딴 공격을 할지 누가 알았겠소?”

“그만.”


길길이 날뛰던 둠피스는 루루의 차가운 살기를 마주했다. 아무리 나이가 어려도 괜히 장로가 아니었다. 그녀의 눈엔 기백이 있었다.


“돌아가세요.”


결국 둠피스는 휘하의 철의 기사단과 함께 그들의 숙소로 돌아갔다.

그 뒷모습을 보며 루루는 중얼거렸다.


“머저리 같은 놈들. 저것들도 귀족이라고.”


혀를 찬다.


“환자들은 어디에 있지?”

“이쪽으로 오시죠.”


치료소 내부는 생각보다 더 심각한 수준이었다.

하늘에서 우박처럼 쏟아진 병장기 세례.

긁히고 약간 베인 자국은 그렇다쳐도, 찔린 자국은 몹시 위태로워보였다. 회복 마법에 능통한 마녀들도 분주하게 뛰어다녔다.

제로는 그 중 익숙한 여자를 발견했다.


“세리아님?”


사방팔방 뛰어다니며 환자를 닦고 치료하는 모습. 익숙하면서도 생소한 장면에 제로는 입을 닫았다.


‘성녀라는 설정 탓인가.’


옷에 피가 묻고, 손이 더러워져도 거리낌없이 환자에게 달라붙는 모습은 성녀라고 봐도 무방했다.

그리고 그때.

치료소로 다급한 비명이 터졌다.


“다, 다들 비켜주세요!”


다급하게 실려온 어떤 마녀. 배에 커다란 대검이 꽂혀 있었다. 피가 꿀렁 위로 흐르고 있었다.

마녀 중 ‘빛’을 다루는 이들이 치료에 달라붙었지만 솟구치는 피는 전혀 지혈되지 않고 있었다.

누군가 말했다.


“이미 늦었어요. 고칠 수 없어요.”

“네?”

“상처를 멈추려면 힐을 해야 하는데, 그러면 피부에 칼이 달라붙어 버려.”

“칼을 뽑으면 되잖아요!”

“그러면 환자는 죽어!”


바깥에서 눈 먼 대검에 맞은 환자.

적지 않은 시간을 방치됐는지 안색이 창백했다. 피도 꽤나 많이 흘린 게 분명했다.


‘대검을 뽑는 순간, 쇼크가 오겠지.’


혈액이 부족하다면 채우면 된다.

하지만 위치 하저드는 과학 기술이 발달하지 않은 도시.

그만큼 의학 수준은 바닥을 기고 있었다.

그리고 마법이 아무리 기적의 학문이라도 피를 수혈하는 ‘흑마법’은 자체적으로 금하고 있었다.

제로는 문득 에비나를 떠올렸다.


“에비나님은? 그분의 나노 치료제라면······.”

“오전에 나간 뒤로 아직 안 돌아오셨어요!”


거참.

자리를 지키는 법이 없는 사람이다. 도착한 지 얼마나 됐다고 또 어디를 싸돌아 다니는 거야?

제로는 미간을 찌푸리며 복부 자상 환자를 바라봤다.

어린 아이였다.

기껏해야 아린보다 두세 살은 많아 보였다. 이제 막 소녀티를 벗은 마녀······ 하지만 죽음이 멀지 않았다.


“어쩌죠?”


빛의 마녀들이 서로 의견을 주고 받는 사이에도 환자는 점점 죽어가고 있었다. 루루가 다급하게 외쳤다.


“뭐라도 해봐!”

“하지만 자칫 잘못하면 죽습니다!”

“지금 가만히 놔두면 뭐가 달라져?”

“그, 그렇습니다만······.”

“모든 건 내가 책임진다. 뭐든 빨리 해!”


루루의 명령에 빛의 마녀들이 환자를 중심으로 둘러앉았다. 그들은 진중한 얼굴로 서로에게 신호를 보냈다.


“하나, 둘······.”


셋, 하는 순간.

환자의 몸에서 대검이 뽑혀져 나왔고, 막고 있던 둑이 터지듯 핏물이 분수처럼 위로 솟구쳤다.

근처에 있던 사람의 얼굴에도 피가 튀겼다.


“히, 힐!”


벌어진 배를 향해 빛의 마법이 스며들었다. 상처가 조금씩 아물었지만 여전히 마녀들의 표정은 좋질 못했다.

환자의 비명은 계속됐다.


“의식을 잃으면 안 돼!”

“힐을 더 부어!”

“젠장, 치료사. 치료사!! 힐량이 부족해!!!”


환자의 배로 스며드는 빛이 점차 줄어들었다. 마력이 거의 소진되고 있다는 증거였다.

어쩔 수 없었다.

이곳의 마녀들은 이 아이 뿐만 아니라, 이미 수많은 환자를 돌보느라 마력을 소진한 상태였으니까.


‘적이야, 설정 중에 회복 마법은 없어?’


[설정충 ‘적이’가 침중한 얼굴로 고개를 가로 젓습니다.]


그리고 환자의 몸이 갑자기 부르르 떨어댔다.

쇼크.

심장 마비 현상이었다.

전격 마법을 담당하는 마녀가 다가와 심장을 향해 전격을 발사하니, 몇 번이나 강렬한 빛이 번쩍였다.

환자의 심장은 겨우 돌아왔다.


“아아······.”


하지만 환자의 비명은 점차 줄어들어갔다.

환부를 적시던 빛줄기도 그 낌새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어두워졌다. 무거운 적막이 치료소에 감돌고 있었다.

결국······ 모두 포기를 생각하는 순간이었다.


“안 돼. 안 돼······.”


단 한 사람을 빼고.

제로는 환자의 손을 붙잡고 간절히 기도하듯 신성력을 불어넣는 세리아를 바라봤다.

자애의 빛.

그녀의 손에서 푸른색의 자애의 빛이 미미하게 환자에게 스며들었다.

하지만 턱없이 부족했다.

아무리 자애의 빛이라고 해도 저 정도의 빛으로는 어떤 것도 밝게 비출 수 없다.

아직 너무나도 미약한 힘이었다.

세리아는 눈물을 똑 떨어뜨렸다.

그때 제로는 세리아의 허리춤에 걸려있던 가방을 발견했다. 분명히 에비나가 그녀에게 맡겼던 아공간 주머니였다.


‘······잠깐, 그거라면?’


제로는 세리아의 아공간 주머니를 뒤적여 아이템을 꺼냈다. 눈물로 범벅이 된 세리아가 제로를 바라봤다.


“제로님······?”

“외관은 신경 쓰지 말고. 자애의 빛에 더 집중해요.”

“네?”

“시간이 없어요. 빨리요.”


제로는 더는 설명하지 않고 세리아의 어깨를 짚은 손에 마력을 불어넣었다.

곧, 제로가 얼굴에 장착한 아이템.

에비나의 발명품, 마력을 공유한다던 [코주부 안경]이 그 효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그의 마력이 세리아의 몸으로 흘러들어가고 있었다.

자애의 빛이 점차 강렬해져갔다.


우우우웅.


그리고 곧 빛은 걷잡을 수 없이 커져 치료소를 전부 뒤덮었다.


*


여기저기 찢어지고 허물어진 천막.

우박처럼 떨어진 병장기 때문에 회의실 천막도 새로 지어야 했지만, 당장 급한 불이 있는 터라 그대로 쓰기로 했다.


“여러분 감사합니다. 덕분에 위치 하저드가 또 위기를 넘겼습니다.”


기다란 원형 테이블에 둘러앉은 마녀들이 루루의 말에 맞추어 박수를 쳤다.

지난번 흑발흑안인이라고 무시하던 사람들은 찾기 어려웠다. 괴조를 상대로 벌이던 제로 일행의 무력을 봤기 때문이다.

물론 둠피스는 여전히 뚱한 얼굴로 팔짱을 낀 채 상황을 관망하고 있었지만.


“아뇨, 뭐. 대단한 일도 아닌데요.”


그렇게 말하며 힐끗 한쪽에 앉아 있는 ‘그’를 바라봤다.

뱀심 베루도나.

어쩌면 괴조의 등장엔 그가 관련됐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자꾸만 들었다.


‘공교롭단 말이지.’


단순히 우연으로 치기엔 등장 시기가 너무 딱 들어맞는다. 뱀심이라는 위치까지 생각해보면 의심할 만했다.


“세리아님의 활약도 대단했습니다.”


그건 제로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단순히 세리아를 돕고자 [코주부 안경]으로 마력을 넘겨줬을 뿐인데······ 그런 기적이 일어나다니.


“죽어가던 이를 살려내는 푸른빛. 자애의 빛이라고 하던가요? 전 감복했습니다. 세리아님을 보며 전 여신을 떠올렸다니까요.”


기적의 원인은 첫째, 에비나의 아이템에 있었다.

사용자의 마력을 전달하는 능력을 가진 [코주부 안경]. 부작용으론 마력을 거의 무한정으로 옮겨줄 수 있다는 점이다.

자칫 잘못하면 사용자를 죽일 수도 있는 아이템.

때문에 뭉텅이로 빠져나간 마력은 세리아의 몸에서 신성력으로 발휘되었다.

치료소를 뒤덮은 찬란한 빛.

그 엄청난 빛은 그곳의 환자들에게 모두 닿았고, 그곳에 있던 모든 이들이 금세 자리를 떨치고 일어난 것이다.


“여러분들이 위치 하저드에 온 것은 신의 축복입니다.”


저주라며, 죽이려고 할 때는 언제고······.

짝짝짝, 마녀들의 박수는 한참을 이어졌다. 처음엔 그저 그랬는데, 자꾸 듣다보니 괜히 머쓱해졌다.

그리고 루루의 말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하지만 아직 위치 하저드의 위기는 끝난 게 아닙니다.”


분위기가 급변했다.

마녀들의 얼굴색은 금세 어두워졌고 모두의 시선이 원목 테이블 위의 영상으로 집중되었다.

뒤늦게 돌아온 에비나가 자리에서 일어난 건 그때였다.


“내가 방금 확인하고 온 참이다.”


마을에 괴조가 나타나고, 병장기 우박이 떨어지는 난리통에서 어딜 다녀왔나 했더니.

제로는 에비나가 가져온 영상을 보며 탄식했다.


···시발. 이건 또 뭐야?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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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6 Episode 34. 작가 연합 (2) +4 19.11.20 66 6 12쪽
115 Episode 34. 작가 연합 (1) +3 19.11.19 71 6 11쪽
114 Episode 33. 샤벨 타이거의 레어 (4) +2 19.11.18 79 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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